10년 전 예술계에서 ‘이동’의 개념은 한곳에 머무르지 않는 노마딕한 예술가에게 예술적 영감을 불러일으키거나 이주, 이산의 경험을 통해 디아스포라로서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장소를 이동하는 물리적 한계가 없어진 오늘날 공간의 이동은 새삼스러울 것 없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다. 이에 따라 예술에서 ‘이동’의 개념 역시 새롭게 변화된 지점이 주목된다. 최근 다양한 방식으로 실제적인 장소를 방문해 장소의 구체적인 감각을 경험하는 작업 혹은 프로젝트가 늘어나고 있다. 또한 장소를 이동하며 새로운 사람과 만남을 통해 다양한 층위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전시 형태도 이동을 콘셉트로 완결된 형태가 아니라 현지와 긴밀한 협업 속에 지역 작가들이 참여하면서 전시의 강조점이나 맥락이 유동적으로 변모하는 경우도 눈에 띈다. 이러한 경향은 단순한 중심의 이동이 아니라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관계를 향한 시도라 할 수 있다. 또한 과거 이동의 개념이 작가 개인적 측면에서 상징적인 장소의 변화로 작용했다면 최근에는 구체적인 장소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공동체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은 작품 내용, 전시 형태뿐 아니라 프로젝트, 포럼, 리서치 등의 방식에서 읽을 수 있다. 《월간미술》은 장소에 대한 구체적인 경험과 다양한 사람들의 참여와 교감을 이끌어내는 ‘이동’의 문제를 변화된 지점에서 살펴보길 제안한다.
작가기획 ‘투어(Tour)’와 최근 국내미술
고동연 미술사
“나는 관광행위 그 자체를 일종의 기획자적인(curatorial) 행위라고 본다. 그것은 장소(Site), 그리고 관광(Sight-Seeing)을 일종의 변화, 문화적인 기억과 경험의 매개제로 위치시키는 행위적이고 통합적인 액션이다.1) – 셸리 혼스타인, <장소를 잃다>(2011) 중에서”
* Shelley Hornstein, 《Losing Site:Architecture, Memory and Place》(Surrey: Ashagate, 2011), p.105.
현대미술에서 오래된 용어나 개념들이 재활용되어 유통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최근 현대미술에서 등장하는 도시 투어, 관광을 통한 국제교류 등의 개념 또한 이미 19세기에 등장한 복합적인 개념이자 사회적 현상인 관광이라는 방식을 차용해 새롭게 현대미술에서 변형시킨 예이다. 리슨투더시티의 최근 프로젝트 <전환도시>(2014~)나 전세계 각지의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예술가이 다양한 작업과 경험을 프리젠테이션하는 페차쿠차. 혹은 서울, 제주, 경주, 실크로드 등 국내외 작가들이 함께 여행하는 <로드쇼> 등은 도시나 자연환경을 예술가들이 관광자의 눈으로 해석하거나 직접 관광하면서 파생된 작업이나 문화적 이벤트이다.
물론 편의적으로 말해서 ‘관광’을 주제로 최근의 프로젝트, 작업, 전시 등이 전통적인 의미의 관광과 동일한 의도를 지니지는 않는다. 원래 관광이라는 단어는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힘을 가진 입장에서 그렇지 못한 여행지를 신기하게 둘러보는 관광이든지 ‘우수한’ 문화를 배우고 모방하기 위하여 탐방하는 관광이든지 간에 제대로 된 국제교류의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인문과학자들 사이에서는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되었다. 이에 반하여 비판적인 의미에서 도시 속, 혹은 거대 도시들 간의 진보적인 관계망을 형성하려는 리슨투더시티의 <서울 투어>(2009~)나 자신들의 커뮤니티를 관광지로 변모시킨 신지선의 <아파트 투어>(2005~)등은 보다 비판적이고 때로는 실험적인 측면에서 관광의 개념을 규정한다. 또한 <로드쇼>(2011~)는 진보적인 이슈들로 전 세계 예술가들을 엮는다. 전통적으로 기득권층을 위하여 봉사해온 국제교류 대신에 진보적인 사회적 이슈로 서로 다른 문화권의 작가들이 만나게 되는 초국가적인 진보의 연대를 달성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부정적으로 인식되던 관광이 어떻게 젊은 세대 작가들에게 새로운 예술적 전략으로 떠오르게 되었으며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가? 또한 최근의 프로젝트들이 어떻게 일반화된 국제교류의 유형으로부터 벗어나서 전통적인 의미의 장소성, 개인, 공동체, 커뮤니티, 정체성의 문제를 아우르게 될 것인가? 필자는 ‘관광’이나 ‘여행’이라는 개념이 방대하고 복합적인 것이기에 이와 같은 전략을 사용하는 프로젝트를 소개하면서 동시에 그 발전 방향에 대하여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투어리즘 예술과 국제교류
최근 한국 현대미술에 등장한 관광과 연관된 프로젝트들은 “실험적이고 진보적인 사고”를 숭앙하는 현대미술과 보수화된 한국의 정치현실 사이의 충돌로부터 파생됐다. 청계천 복원사업과 이명박(MB) 정권 당시 강행된 4대강 사업, 그리고 일제강점기에 최초로 구축된 제주 해군기지를 복원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MB 정권은 식민시대나 군사독재 시대의 각종 역사적, 건축적 기억이나 방식을 재생했다. 결과적으로 국내 현대미술계는 재개발과 연관된 작업에 추상적인 수준을 넘어서서 보다 구체적으로 비판할 장소, 대상, 건축물을 지닐 수 있게 되었다. 관광의 개념은 이러한 과정에서 반어법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것은 볼만한 관광지, 관광지와 관광자의 정체성, 관광의 경로 등에 대한 통념을 뒤엎고, 전혀 새로운 차원에서 관객들이 장소와 장소의 정체성, 기억을 보고(sight-seeing)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대표적으로 리슨투더시티 프로젝트들은 1970~1980년대에 세워져 점차로 철거나 재개발 상황에 있으나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거나 파괴되기 직전에 놓인 각종 도시의 건축물과 그것들을 둘러싼 기억을 근대화, 자본주의 비판론의 입장에서 끄집어낸다.
자연스럽게 작가들의 주된 소재는 청계천 개발을 둘러싼 건축가, 건축물, 그로부터 파생된 잉여 물건들이 남아있는 세운상가의 특정한 장소들, 황학시장에 집중돼 있다. 물론 이러한 지역들이 각종 국공립기관들의 발빠른 문화정책을 통해 도시재생사업의 부분으로 수렴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투어 형태를 택한 최근의 프로젝트들은 공통적으로 국제교류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10년 ‘서울-리버풀’ 도시교환 프로젝트를 필두로 올해 광주비엔날레 강연에 포함된 리슨투더시티의 워크숍 시리즈에는 국가적인 경계선을 넘어서 유사한 이슈를 다루는 작가공동체, 대안공간, 협동조합의 대표들이 참여했다. 유사한 맥락에서 로드쇼는 국내 작가들과 외국 작가들이 함께 4대강, 제주 강정마을 등을 돌고 이를 작업화한다. 개발독재시대의 환영이 아직도 계속 되고 있음을 국내외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관광이 전지구화 시대의 대표적인 문화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면 작가들의 투어는 돈이나 자본화된 문화가 아니라 비평적인 사고가 교류하는 장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도시 속으로
‘관광’이라는 형태를 취하는 최근 프로젝트들이 국제적인 연대를 확고히 해 나가는 데에 더 집중하고 있다면 필자는 ‘작가가 기획한 투어’ 자체가 더 흥미롭고 독창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된다. 물론 작가들이나 그들의 공동체가 기획한 투어가 일반 대중을 끌어들이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일반 대중을 끌어들이는 경우에도 과연 전통적인 의미에서 신기한 것을 감상하고 구경거리에 감탄하는 일반적인 관광객들의 행태나 목적을 배제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도시 간섭, 장소에 대한 실험적인 작가 공동체들이 벌이는 프로젝트나 전시들이 ‘국내에서 국외로’라는 정형화된 틀을 따르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러한 현상은 국제교류를 일종의 그 다음 발전단계쯤으로 여기는 기금 시스템이나 문화정책에 따른 결과이기도 하지만 작가 투어가 지닐 수 있는 다양한 미학적, 비평적 가능성을 덜 고민한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결국 특정한 이슈를 중심으로 초국가적인 연대를 이루기 위해서, 그리고 보다 독창적으로 장소를 재해석하고 관광객과 관광지의 관계를 규정하기 위해서 더 많은 리서치와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에 몇 가지 작가 투어의 예를 살펴보면서 작가투어의 재연방식이나 가능성에 대하여 논하고자 한다. 첫 번째로 최근 시작된 신지선의 아파트 투어를 보게 되면 작가 투어야말로 오랜 시간 참여 관객들과 정해진 투어장소간의 상호소통과 변화의 과정을 실험할 수 있는 적합한 방식이며 이를 위해서 다양한 새로운 기술적 매체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게 된다. 신지선의 <아파트 투어>는 강서구 등촌3동 아파트를 커뮤니티이자 관광지로 만들고 참여자가 경비아저씨한테서 배포 받은 매뉴얼을 가지고 동네의 일상성을 ‘재발견’하는 투어 프로그램이다. 이 작업은 현재진행형이며 더 많은 일반인의 참여를 담보로 하고 있다. 하지만 작가에 따르면 웹사이트, 홈페이지뿐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의 파급력 덕택에 작가투어에 대한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1960년대 관객참여 형태의 작업이 작가와 관객의 관계를 규정하고 얼마만큼 자율적으로 관객이 참여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고민한 바 있는데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는 이와 연관된 다양한 가능성과 자율성을 보장해 준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작가 투어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생각된다.
두 번째로 작가투어에서 빠짐없이 등장하여온 황학동이나 청계천 등은 오랫동안 버려진 공간이었으나 이미 많은 작가의 레지던시, 투어, 심지어 대안공간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투어의 다양한 목적은 특정한 공간이나 장소의 역사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이 스쳐가는 수많은 이에 의해 끝없이 재생산되고 변화되는 곳이라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외부인이 관람하듯이 투어하는 몇몇 노마딕 타입의 여행 레지던시나 국제교류가 한계를 지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올해 황학동의 중앙시장 내에 5월부터 11월까지 예술가들과 미술이론가들이 모인 ‘팀 황학동’이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공연을 계속 벌여나가고 있는데 작가 투어 또한 지속성을 가지고 작가와 지역이 서로 영향관계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이미 젊은 작가들이 많이 사용하는 수법이지만 작가 투어를 기획하는 과정에서도 지역이나 시대에 대한 보다 다양한 자료 수집과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실제로 작가 공동체 ETC는 인천의 구시가지에 자신들이 리서치한 가상의 인물을 따라서 진행되는 투어를 기획한 바 있고 이어 서울역에서 후암동에 이르는 지역의 투어 <If you dreamt it●□★△×>로 발전시킨바 있다. 그들의 자료는 역사적 사실에 의존하면서도 다양한 사료, 분석, 참고자료를 바탕으로 동일한 공간과 인물을 가상으로 설정하기도 하는데 철저한 준비기간을 통해서 장소성에 대한 보다 독창적인 해석의 폭을 지닐 수 있게 된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포대에 오래된 질문을 담기
장소성과 개인적, 공동체적인 정체성의 문제는 현대미술사와 인문과학에서 매우 중요한 소재였다. 뿐만 아니라 투어와 같은 예술형태는 장소성과 관계미학, 그리고 사회참여의 주된 현대미술의 전략을 아우르고 있다는 점에서 정의 내리기 힘들지만 흥미로운 한 예술적 성향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인다. 게다가 낯선 타지인들이 볼만한 것을 들여다본다는 의미에서 관광이 아니라 전통적인 관광개념을 패러디하면서 결국 일상성, 새로운 장소, 관계, 장소에 대한 기억을 새롭게 발견하고 동시에 비판적으로 바라볼 기회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개념적이고 비평적인 예술 형태라 하겠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전통적인 통념, 즉 관광과 자본주의, 새로운 것을 보는 것과 새로운 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가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또한 관광을 주제로 한 예술작업, 프로젝트, 문화적 이벤트 등이 함께 떠안고 가야 하는 문제이며 오히려 쉽게 대중적인 기반을 다질 수 있는 장점도 지니고 있다. 대신 이러한 프로젝트들이 도시 비판이나 국제교류와 같은 축약된 주제나 목적이 아닌 매우 소소하고 다양한 주제와 어우러져서 발전되어야 한다. 새로운 예술형태나 이론이 등장할 때마다 일종의 유행병처럼 전체 미술계를 휩쓰는 것이 아니라 오래된 질문들- 장소, 정체성, 소통, 대화-이 계속 새로운 형태와 만나고 결합되면서 더 독창적인 예술 실험들로 이어지기를 기원해본다. ●
[separator][/separator]
이티씨
etc
도시의 현상에 대한 관심을 공유하며 리서치/프로젝트 기반의 작업을 하는 ETC는 2097년 정부의 신도시 건설 중 발굴된 도시 유적을 탐험한다는 설정으로 인천 투어 <Back to the Future: ○□★△×>, 서울투어 <If you dream it: ○□★△×>를 진행했다. 과거 도시의 유적지들을 둘러보며 도시의 흥망성쇠를 여러 연극적인 장치들과 함께 새로운 도시 경험을 제공하는 데 집중했다. 현재 소설가 박태원의 <구보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구보씨와 연결시켜 서울 곳곳에서 다양한 문화 이벤트를 펼치는 프로젝트 <도시신사 A씨의 일일>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게릴라 피크닉인 <황금광 시대: 서울역 롯데마트 야유회>, 영상 상영회인 <멋진 신세계: 세운상가 스크리닝>, 지하철 퍼포먼스 <어느 곳에 행복은 나를: 2호선 순환열차 투어>, 허상을 파는 <다방의 오후 2시: 미네랄 워터 팝업 바>, 그리고 사회군무 워크숍 <신사화와 숙녀화>로 구성된다.
Back to the Future: ○□★△× 투어장면 2012
ETC(Enterprise of Temporary Consensus)는 2012년 설립됐으며 이샘, 전보경, 진나래로 이루어진 작가그룹이다. 리서치 기반으로 다양한 상상의 내러티브를 개발하고 안내관광, 대인대행 서비스 등 기존 사회시스템을 패러디하거나 이용하는 작업을 퍼포먼스, 전시, 출판 등을 통해 선보이고 있다. 스페이스빔, 문래예술공장 M30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2012 오프앤프리 국제영화예술제>, <기억>(경기창작센터) 등에 참여했다. theetc.blogspot.com
[separator][/separator]
페차쿠차 서울
Pecha Kucha Seoul
건축, 디자인, 예술, 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신인과 기성작가들이 자신의 작업을 발표하는 네트워킹 파티다. ‘페차쿠차(pechakucha)’ 는 일본말로 의성어 ‘재잘재잘’에서 파생한 단어. 이 행사는 2003년 영국 출신의 건축가들이 작품을 공유하고자 도쿄에서 처음 시작했다. 이후 런던, 뉴욕, 서울 등 전 세계 도시로 확산되어 현재 600여 개 도시에서 열리고 있다. 2007년부터 비영리단체 어반 파자마(urban Pajama)가 주최하는 ‘페차쿠차 서울’은 다른 도시의 행사와 달리 매회 각기 다른 장소에서 개최된 것이 특징이다. 관객과 함께 서울의 다양한 장소성을 형성하고 스스로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도입된 방식이다. 페차쿠차의 매력은 발표자들이 각자 20개의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를 준비해 하나의 슬라이드를 20초씩 설명하고 총 6분40초 안에 발표를 끝내는 흥미로운 규칙이다. 이를 통해 현장에 모인 다양한 사람들이 영역의 벽을 허물며 작업에 공감하고 피드백을 하며 소통한다. 지난 10월 17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13번째 행사에는 관객 400~500명이 참여해 열기를 더했다. 내년에는 지난 8년간 ‘페차쿠차 서울’에 참가한 150여 명의 작가 아카이브가 출판될 예정이다. pechakucha.kr
‘페차쿠차 서울’ 13번째 행사에서 야마시타 트윅스터 퍼포먼스 공연 광경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13번째 행사에서 미디어아티스트 에브리웨어 발표 광경
[separator][/separator]
리슨투더시티
Listen to the city
리슨투더시티는 지난 5년간 다양한 프로젝트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해왔지만 이들 활동의 주요 키워드는 ‘도시’다. 2009년부터 시작한 <서울 투어>는 서울이라는 공간의 욕망을 이해하기 위해 만든 탈기념비적 여행 프로그램으로 청계천 복원 현장, 황학동 롯데캐슬베네치아, 동대문 홈플러스 등을 찾아가 스펙터클 이면에 개발주의와 소시민의 삶과 문화가 충돌하는 장면을 확인했다. 이후 4대강 사업이 본격화 하면서 <내성천 투어>를 조직하고 많은 사람이 직접 4대강 현장을 목격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도록 각종 퍼포먼스와 전시를 진행했다. 이는 도시의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자연을 희생시키는 우리 사회의 잔인함과 무책임에 대한 반성적 사유에서 비롯되었다. 리슨투더시티 박은선은 이들 투어는 “도시가 만들어낸 수많은 시뮬라크르를 해체시켜 도시의 차이와 가치에 대해서 다시 질문하게 하는 실재적 행동”이라고 말한다. 최근 이들은 ‘점거’, ‘자립’을 키워드로 내세워 포럼과 공연이 결합된 프로젝트 <전환도시 : 해킹더시티>(10.9,18,19)를 기획해, 자본과 권력이 지배하는 도시를 어떻게 공공의 장소로 돌릴 것인가, 그리고 예술가들은 그곳에서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다양한 방식으로 공유하는 장을 마련했다.
리슨투더시티 개발관광여행상품 홍보 포스터
<전환도시:해킹더시티> 페스티벌 광경. 10월 19일 신촌 ‘차없는 거리’에서 진행된 ‘단편선과 선원들’ 공연 광경
리슨투더시티는 미술가 박은선, 디자이너 권아주 정영훈, 영화감독 김준호로 구성된 시각예술가 집단으로 용산참사가 일어난 2009년 결성됐다. 이미지 생산자로서의 예술가보다 실재 감각의 회복자로서 예술의 역할에 고민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기념비적 여행>(스페이스C), <폐허프로젝트>(경남도립미술관), <식물사회>(팩토리)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독립 건축잡지 《어반드로잉스》를 발간하고 있다. listentothecity.org
[separator][/separator]
신지선
Shin Jisun
<아파트 투어 프로젝트>는 2005년 작가가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를 관광지로 탈바꿈시킨 것에서 시작한다. 이후 이 프로젝트는 빌라, 세운상가, 황학동으로 이어졌으며, 작가는 현재 <뉴타운 투어 프로젝트>를 위한 리서치를 진행 중이다. 현지 주민들이 표지 모델로 등장하는 관광 안내 리플렛에는 실제와 허구를 넘나들며 현지의 볼거리, 유적지, 놀이, 식물원, 예술, 쇼핑, 체험장, 야경 등을 소개한다. 관광지가 될 수 없는 일상적인 공간이 ‘관광’의 형식으로 풍자되어 재해석되는 과정에서 공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안한다. www.apt-tour.co.kr
아파트 투어 여행사 설치 장면, 퍼포먼스
신지선은 성균관대 예술학부에서 서양화를 전공했고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6년 브레인팩토리에서 연 <아파트 관광>을 시작으로 3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www.shinjisun.com
[separator][/separator]
박혜민
Park Hyemin
작가는 (주)HPARK여행사를 운영하며 ‘쑤이’(중국), ‘씨올라’(인도), ‘씨엘루르’(아프리카)라는 가상의 도시를 설정하고, 한국 안에서 중국, 인도, 아프리카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여행상품을 개발한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HPARK여행사에서 운영하는 여행상품을 실제 해외여행 상품으로 착각한다. 작가는 공동 집필자들과 함께 한국 안에서 접할 수 있는 다문화적 요소를 탐험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이드북과 여행사 홍보영상을 제작한다. 현재 영상은 중국, 인도편이 완성됐고 아프리카편을 제작 중이다. 여행을 통하여 한국에서 현재진행형으로 일어나는 다문화도시의 한 이면을 유희적으로 체험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hparktravel.com
HPARK 여행사 투어 장면
<걸어서 세계로 : 중국 ‘쑤이’ 편> 싱글채널비디오 스틸 컷 2013
박혜민은 이화여대 회화・판화과를 졸업하고 런던 첼시 칼리지 오브 아트 앤 디자인에서 순수예술 석사를 마쳤다. 5번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2012 부산비엔날레 특별전_두 개의 문>, <움직이는 좌표>(스톤앤워터, 2012) 등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2013년 인천아트플랫폼 입주 작가로 활동했다. hparktravel.com
[separator][/separator]
이민호
Lee Minho
이민호는 현대 도시를 유영하는 휴대용 풍경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여기저기 뚫린 공간으로 다른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곳. 기억과 기억이 연결되는 일상과 그곳으로부터의 일탈이 연결되는 곳. 그런 공간에 대한 이야기”라고 작업을 설명한다. 그녀의 사진은 디지털 합성이 아니라 가방에 잔디를 키우고 사진을 붙인 후 이것을 특정 장소에서 촬영한 것이다. 다양한 풍경과 익명의 도시공간이 충돌하는 이미지는 불안하고 초현실적으로 느껴진다.
Portable Landscape n.20 C-Print 100×150cm 2011
이민호는 성신여대에서 독일어를 전공하고 파리 소르본느 1대학에서 조형예술학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1995년 데까레갤러리에서 열린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20여 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www.minholee.com
[separator][/separator]
이정윤
Lee Jungyoon
구두 신은 코끼리를 통해 일상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작가는 2012년 10월부터 현재까지 <왕복여행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고유의 일련번호가 매겨진 코끼리 봉제인형을 원하는 사람에게 분양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되돌려받는 과정을 겪는다. 코끼리 인형은 현재까지 총 10여 개 국가에 360점 이상이 분양되어 여행을 하고 있다. 타인의 일상 속으로 여행을 떠난 코끼리들은 단순한 인형이 아닌 특별한 존재로 거듭난다. 특별한 옷을 입거나 화장을 하는 등 다양한 외적 변화와 함께 여행기간 동안의 각종 기록(사진, 영상, 녹음 등) 등 각자 다른 기억을 가지고 돌아온다.
<왕복여행 프로젝트> 돌아온 봉제인형과 소포상자 가일미술관 설치광경 2013
이정윤은 이화여대 미술학부를 졸업하고 뉴욕 프랫인스티튜트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부산대 미술학과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9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2011 부산국제바다미술제>, <2012 창원아시아미술제>, <2014 국제조각페스타>등 에 참여했다.
[separator][/separator]
리빙 애즈 폼
Living as Form
4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의 공원도서관 사업 일환으로 해외교류전 <리빙 애즈 폼(더 노마딕 버전)>(2013.10.26.~5.15)이 안양파빌리온에서 열렸다. 이 순회전은 네이토 톰슨과 독립큐레이터 그룹 크리에이티브 타임이 지난 20여 년간 벌어졌던 ‘사회 참여적 예술’ 가운데 100점을 선정하고 2011년 뉴욕에서 선보인 전시에서 시작한다. 세계를 순회하며 전시를 초청한 기관과 큐레이터가 재량에 따라 기존 작업 중에서 골라 전시하며 각자 지역의 활동이나 현지 작가의 작업을 보탤 수 있다. 4회 APAP 노마딕 버전을 기획한 김진주는 기존의 작업 아카이브를 분석해 ‘풀뿌리’, ‘이웃’, ‘참여’ 등의 키워드를 뽑아 대표작 48점을 선정하고 김대남의 사진 아카이브, 박찬경의 영화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 구민자와 김월식의 신작을 전시에 포함시켰다. 이 전시는 전세계의 다양한 큐레이터의 참여로 사회 참여적 예술에 대한 아카이브를 계속 축적하며 삶의 형태 자체를 누구나 연관된 공적인 삶의 이야기로 만들어낸다. www.apap.or.kr/ko/living_as_form
김월식 <무늬만 아카이브> 2014 작가 콜렉티브 ‘무늬만 커뮤니티’의 활동 기록물 복합 설치 (사진: 홍철기, 제공: 4회 APAP)
[separator][/separator]
포트폴리오 가방 프로젝트 : 쇼 머스트 고우 온
The Show Must Go On
2012년부터 시작된 이 프로젝트(기획 신보슬 토탈미술관 책임 큐레이터)는 뒤샹의 <여행가방 속 상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작가들의 포트폴리오를 담은 가방을 제작하여 운송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큐레이터가 관심이 가는 작가의 포트폴리오 가방을 한 달 동안 가지고 있다가 다른 큐레이터에게 전달하는 릴레이 방식으로 쇼는 계속된다. 이 프로젝트의 장점은 전시의 형태보다 작가의 작품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작가와 큐레이터가 긴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방을 건네받은 큐레이터는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작품에 대한 300자 내외의 간단한 평을 작가에게 전달한다. 현재 권순관 김구림 김종구 노순택 서효정 이동재 이창원 장지아 지니서 최수앙 등 작가 26명의 가방이 세계 각지를 다니며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최수앙의 포트폴리오 가방
포트폴리오 가방을 받은 큐레이터들의 인증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