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니 혼(b.1955)

2012-2013
Watercolor, graphite, and gum arabic on paper 38.1 x 27.9 cm

사진: Tom Powel Imaging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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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자연환경 속 인간의 지각과 시각적 경험을 탐구하는 미국 현대미술 작가, 로니 혼(Roni Horn)의 국내 네번째 개인전이 국제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 《Remembered Words》에서는 작가가 진행하는 전시명과 동일한 드로잉 연작, 을 집중 조명한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진행된 일련의 드로잉으로, 작가의 주요 작품군과 개념적으로 연결됨은 물론 전체적인 작업 전개에서 매우 중요한 지점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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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니 혼(b.1955)

(detail) 2012-2013
Watercolor, graphite on paper
38.1 x 27.9 cm, 9 parts

사진: Ron Amstutz
Courtesy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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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의 의미와 기억의 상관관계 

는 단어의 의미와 기억 간의 관련성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다. 전시장에 놓인 작품은 3X3 격자로 배열된 아홉점의 드로잉이다. 수채 물감으로 그린 원과 그 아래 쓰인 단어들은 서로의 관계를 맺거나 확장하며 상상을 초월하는 상관 관계를 만들어 낸다.  예를 들어 의 경우, 세 번째 드로잉의 좌측 하단부터 우측으로 나열된 rebus(그림 수수께끼), sissy(겁쟁이), humpback(꼽추), bogus(가짜), unface(노출)와 같은 단어들이 270개의 다른 단어들 사이에서 주의를 끈다. 또한 작품 앞에서 관객은 soapy(미끈미끈한), lavender(라벤더), walk(산책), malt(몰트), pollute(오염), hallucinogen(환각제) 등의 단어들은 물론 프레임에서 프레임으로, 그리고 전시장을 가로지르며 충돌하고 공명을 만들어낸다. 작가와 관객은 각 작품의 제목과 색상 그리고 단어를 통해 고유한 의식의 흐름을 시각적인 방식으로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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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니 혼(b.1955)

2012-2013
Gouache, watercolor, graphite, and gum arabic on paper 38.1 x 27.9 cm

사진: Tom Powel Imaging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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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의 팔레트  

로니 혼은 그만의 오묘한 어휘와 함께 각각의 작품을 하나의 색상 스펙트럼 별로 느슨하게 묶음으로써 색채의 팔레트가 또 다른 의미의 영역을 구축하도록 한다. 의 다채로운 색상의 원형 무리 일부는 구름 낀 밤의 달 관측처럼, 또 다른 부분은 밀림의 견본이나 불가사의한 발진처럼 보인다. 이들은 용의주도하게 색의 조화를 이룬 원들의 격자이거나, 일정한 방향 없이 서로 스며든 얼룩에 가깝다. 이렇게 반복되는 형태 사이의 공간과 그 안에서 종종 서로 맞닿는 방식은 작가만의 색상 사용법과 수채 물감의 매체적 특성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황갈색과 녹색, 노란색과 회색, 검은색과 푸른색 그리고 선홍색의 그라데이션은 투명하고 옅은 상태부터 불투명하고 짙은 상태까지 폭넓게 아우른다. 

는 미국의 여류 작가 거트루드 스타인(Gertrude Stein, 1874~1946년)의 시에서 나타나는 실험적인 구문론과, 이번 작업에 관한 에세이를 집필한 영국 예술사가 브리오니 퍼(Briony Fer, 1956~ )가 말하는 ‘작은 집합점들의 극소의 시학’을 환기시키는 방아쇠 역할을 한다. 이로써 는 로니 혼의 다른 주요 작품과도 밀접하게 연결되는데, 특히 세밀하게 자르고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형태와 의미를 재구축한 드로잉(2014-2015)과 매력적인 색채의 웅덩이를 포착해낸 유리 주조 조각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두 작품 연작 모두 매체의 변하기 쉬운 성질을 전면에 드러내며 마치 예측 불가한 날씨의 변화와 사물의 절묘한 우연성을 느끼게 하는데, 이는 브리오니 퍼가 를 가리켜 시사한, 이른바 “격동을 표현하는 자신만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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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로니 혼은 1955년 뉴욕에서 태어났다.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을 졸업한 후 예일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1970년대 중반부터 조각, 사진, 드로잉 그리고 출판물을 제작하며 각 영역에 대한 정의를 확장시켜왔다.  로니 혼의 작업은 전세계의 명성 높은 미술관 및 기관에서 꾸준히 소개되어왔다. 주요 기관 전시로는 바젤 바이엘러재단(2016), 바르셀로나 호안미로재단과 마드리드의 라 까이사 포럼(2014), 프랑크푸르트 쉬른 쿤스트할레(2013-4), 함부르크 쿤스트할레(2011),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2004), 파리 퐁피두센터(2003), 뉴욕 디아 아트센터(2001)와 휘트니미술관(2000) 등이 있다. 2009년에는 런던 테이트 모던에서 대규모 회고전 《Roni Horn aka Roni Horn》을 개최했으며 이후 뉴욕 휘트니미술관과 보스턴 ICA까지 순회전으로 이어진 바 있다. 그의 작품은 뉴욕 현대미술관(MoMA), 구겐하임 컬렉션 및 바젤 현대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과 같은 유수의 미술관과 주요 컬렉션에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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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membered Words》- Roni Horn

전시 기간: 2018년 5월 25일(금) ~ 6월 30일(토)

전시 장소: 국제갤러리 3관(K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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