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디산책: 지구와 화해하는 발걸음〉

SIGHT & ISSUE
9.1~12.25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을지로 〈입체 프레파라트〉
4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3분 2022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작지원
안무: 이재은, 식물 알고리즘 모델링: 정연태, 사운드: 최영

야노베 켄지 〈함재묘(항해)〉
스테인리스 스틸, 황동, 섬유 강화 플라스틱, 아크릴, LED 조명 300×120×380cm 2022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작지원

레이 레이 〈펑크 룩〉
섬유 소조 460.4×350.2×515.7cm 2022

어리석음을 극복하다
황석권 편집장

우리 모두 폭우, 폭염과 같은 이상기후를 실제로 체험하며 2022년을 보내게 되었다. 먼 미래의 남의 일처럼 여겼던 일들이 점차 심각한 현실로 다가온다. 하지만 안온한 도시의 생활은 엄청난 인명 피해가 있었던 비극조차 흐려지게 하며 사람들은 곧 일상으로 돌아와 인류세의 주연으로서 기후위기의 원인에 일조하게 된다. 우리는 환경문제에 관하여 항상 이런 어리석음을 반복한다.
지금 광주 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반디산책 : 지구와 화해하는 발걸음〉은 이 거대하고 총체적인 인류 전체의 위기에 무심하게 대응하는 우리에게 문제가 시급하며 심각하다는 것을 예술 작품으로 말하고 있다. 작품은 공모를 통해 선정된 지역의 미디어작가를 포함하여 한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 독일 등의 작가 16팀의 27점으로 구성하였다. 총 3부로 구성된 〈반디산책〉은 제목의 ‘산책’처럼 아시아문화전당의 구석구석을 거닐면서 작품을 감상하고 체험하며 사유할 수 있도록 기획된 전시이다. 건물과 시설 주변에 전시를 펼쳐 누구나 접근할 수 있으며 조형물 외에 미디어 작품 등도 포함되어 늦은 시간까지 감상할 수 있게 했다. 보행로에 설치된 작품은 밤 산책에 적합한 야간 경관을 조성하고 있었다.
전시는 파괴되기 이전의 생태계와 그 이후 위기를 고발하고 모두를 위한 실천과 미래의 자연에 대한 상상과 화해를 위한 제언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 〈기억하기: 사라지는 것 지키기〉는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을 소환하여 자연의 소중함을 역설한다. 출품작 중 성실화랑의 〈멸종위기동물 그래픽 아카이브 : 인트로〉를 보면 마치 추모하기 위해 영정 사진을 만들 듯 동물을 초상화의 형태로 기록하여 그들이 엄연히 존재했음을 말한다. 정면을 응시하는 단순한 형태의 동물 흉상이 그래픽과 사운드와 결합한 영상물로 재생되어 자연과 동물에 관한 메시지를 볼 수 있도록 했다. 2부 〈실천하기 : 즐겁게 선택한 불편함〉은 오늘날의 환경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다. 에이에이비비의 〈바벨×바벨 II〉은 자연을 대하는 현대인의 태도가 돌이키지 못할 기후  · 환경위기를 가져올 것이라는 경고를 전하는 참여형 웹아트 작품이다. 쓰레기 이미지를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관람객들은 이 작품에 참여할 수 있고 이것은 자신의 행동이 결국 환경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시도이다. 작품은 각종 쓰레기를 재료 삼아 인간의 욕망이 불러낸 파멸의 상징인 바벨탑처럼 하늘 높이 솟아오른다. 3부는 〈준비하기 : 미래 자연과 친구하기〉로 미래의 자연을 상상하고 지구와 다시 화해하기 위한 제스처를 보여준다. 가까운 미래에 기후 변화와 천연자원 고갈이 바이오 연료의 개발을 가속화시켰고 해조류 연료가 사회의 주요 에너지원이 되었다는 설정에서 출발한 가상공간 〈수리솔 수중 연구소〉가 흥미로운데, 이 가상의 공간 안팎에 존재하는 투어 가이드의 안내로 보게 되는 연구소의 내부와 바닷속 모습을 살피면서 우리는 미래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된다.
전시는 코로나의 유행과 기후위기 등의 전지구적인 문제를 겪으며, 인류세라는 시간을 사는 지구인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요청하지만, 결국 재생할 수 없는 쓰레기와 탄소발자국, 빛 공해를 만들고 에너지를 소비하게 되는 모순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역설적으로 전달하게 되었다. 만약 인간이 만든 인류세 속에서 살아야만 한다는 한계를 벗어나 상상하고 적극적인 실천으로 이 문제를 바라봤다면 어떠했을지 궁금해진다.

성실화랑 〈멸종위기동물 그래픽 아카이브: 사막 여우, 수리부엉이, 인도들소, 통킹들창코원숭이, 해달〉 섬유 강화 플라스틱, 아크릴 220~240×ø 90cm(각 5개) 2022

장종완 〈내가 돌아온 날 그는 떠났다〉 스톱 모션, 3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5분 2022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작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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