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한남동으로
9-10월 꼭 봐야할 전시
2023. 9. – 10.
한남동 일원
뜨거웠던 아트위크를 뒤로하고 선선한 가을 내음이 도시를 채우고 있다. 높아진 하늘과 발에 채는 은행 열매가 이 계절을 실감하게 한다. 청량한 바람과 함께 나들이 떠나기 좋은 지금, 한남동 곳곳에서 열리고 있는 9개의 전시를 소개한다. 리움미술관을 시작으로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갤러리와 예술 공간이 가득한 한남동을 천천히 걸으며 가을과 미술을 향유해보자.
니키리 Nikki S. Lee 《파츠: 다시보기》
Various Small Fires | 2023. 9. 5 – 10. 14
지난 10년간 국제적으로 떠오르는 신인 작가와 중견, 원로 작가들을 소개하며 LA 미술계의 촉매자 역할을 해온 VSF는 니키리의 〈파츠〉시리즈를 서울점에 선보인다. 2002년 처음 선보인 〈파츠〉시리즈는 타인과의 관계가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 사진 작업이다. 다양한 정체성으로 찍힌 작가의 스냅사진은 파트너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반쪽이 과감하게 잘려있다. 물리적으로 잘린 일종의 ‘부분’ 사진은 단절을 통해 사라진 혹은 없어진 내러티브에 역설적으로 집중하게 만든다.
이재석《극단적으로 복잡하나 매우 우아하게 설계된》
갤러리바톤 | 2023. 8. 23 – 9. 27
이재석의 작품에는 기호가 빈번하게 등장한다. 군 복무 기간의 경험이 잘 녹아있는 그의 초기 작품부터 사용된 기호들은 군대라는 특수한 조직의 일사불란함을 위한 기계, 물품 및 한시적으로 구속된 인간들에 작가가 도식적으로 붙인 ‘제2의 명칭’이라고 할 수 있다. 완결된 페인팅 내에서 폐쇄적으로 작동하는 기호는 제도권 안 삶의 규격화된 양태와 계층 간 권력을 은유한다. 이번 전시는 자연과 우주의 운행과 그것이 자각되는 방식으로까지 확대된 작가의 광범위한 관심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도널드 저드 Donald Clarence Judd
타데우스 로팍 서울 | 2023. 9. 4 – 11. 4
20세기 후반 예술적 지형을 형성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 도널드 저드의 개인전이 한국에서 10년 만에 열렸다. 내러티브와 상징주의와의 단절을 선언한 작가는 작품이 가진 고유한 재료와 공간, 색을 시각화하고자 노력했다. 1962년 캔버스 작업을 멈춘 저드는 3차원 작업을 제작하며 회화적 관습에서 탈피하여 공간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도널드 저드의 30여 년간의 작품을 광범위하게 조망하며 서로 관계하고 있는 작품의 형식과 매체를 면밀히 살펴볼 기회가 되길 바란다.
요셉보이스 Joseph Beuys 《순간의 축적: 드로잉, 1950s–1980s》
타데우스 로팍 서울 | 2023. 9. 4 – 2024. 1. 20
타데우스 로팍이 새로 확장한 1층 갤러리에서 개최되는 요셉 보이스의 전시에서는 그의 드로잉과 조각 작품을 집중적으로 선보인다. 선구적인 퍼포먼스 예술가, 이론가, 교사, 환경 운동가 및 정치 활동가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해온 보이스는 드로잉을 그의 활동을 관통하는 것으로 간주했다.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자신의 개념적 사고를 구체화하는 주요한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였으며 동물, 식물, 풍경과 인물을 반복적으로 등장시켰다. 이번 전시에서는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장장 40년을 아우르는 주요 주제를 드로잉을 통해 살펴본다.
데이비드 살레 David Salle 《World People》
리만 머핀 | 2023. 9. 5 – 10. 28
미국의 화가이자 저자, 큐레이터로 활동하는 데이비드 살레의 〈Tree of Life〉 최신 연작을 만나볼 수 있다. 이질적인 이미지와 색상, 다양한 화법으로 특유의 회화적 문법을 구축한 그는 경쾌한 캐리커처와 행위적 추상으로 삶의 문제들을 극적으로 연출한다. 작가가 연출한 “작은 연극”은 관람객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임과 동시에 혼란스러운 추상의 세계로 인도한다. 연출된 화면 안에서 동물과 인간의 존재, 구상과 추상이 충돌하고 조화를 이루면서 살레의 작품은 동적 에너지로 들끓는다.
《제10회 아마도애뉴얼날레_목하진행중》
아마도 예술 공간 | 2023. 9. 22 – 11. 3
10회를 맞이한 아마도예술공간의 기획 공모가 베일을 벗는다. 이번 공모에는 라킴, 이유경, 이유진, 정승규 작가와 안재우, 이선주, 이소라, 남은혜 큐레이터가 선정되었다. 아마도예술공간은 작가와 기획자가 전시를 협업하여 전시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야기에 주목하고, 비평적 시선으로 예술적 질문을 던진다. 기획부터 전시를 실현하기까지 공동의 전시를 만들기 위해 매진해온 각 팀은, 동시대 미술이 맞닥뜨린 여러 상황과 환경을 수용하고 재질문함으로써 대안을 찾기 위한 예술적 실천과 매체적 실험을 선보인다.
로버트 나바 Robert Nava 《Tornado Rose》
페이스 갤러리 | 2023. 9. 5 – 10. 21
로버트 나바의 아시아 첫 개인전이 페이스 갤러리에서 열린다. 환상적인 생물과 사물, 풍경을 생생하게 묘사해온 나바는 회화와 드로잉 전반에 걸쳐 심리적이고 철학적인 탐구를 지속해왔다. 이번에 소개하는 6점의 신작에서 그는 아름다움과 혼돈 사이 교차하는 단층선을 탐색하며 화면 전체를 휩쓸고 있는 모든 것을 재구성한다. 나바는 분해하고 파괴함으로 창조되는 예술의 힘을 믿는다.
요시모토 나라 Yoshitomo Nara 《Ceramic Works》
페이스 갤러리 | 2023. 9. 5 – 10. 21
1960년대 카운터컬처, 정치, 펑크 록, 포크 음악과 개인의 어린 시절 기억을 원천으로 독보적인 스타일을 개척한 요시모토 나라의 개인전이 열렸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반항적이고 저항적인 눈빛을 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조용하고 명상적이거나 어딘가 외로워 보이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드로잉 뿐만 아니라 140여 점의 도자기 작품도 선보인다. 독특한 모양과 질감의 도자기에 그린 얼굴과 글에는 그가 강조한 정서적 심리적 메시지가 담겨있다.
강서경 《버들 북 꾀꼬리》
리움 미술관 | 2023. 9. 7 – 12. 31
〈버들 북 꾀꼬리〉는 전시 제목이자 신작 영상의 제목으로 전통 가곡 이수대엽(二數大葉)의 〈버들은〉을 참조했다. 흐드러진 버드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는 꾀꼬리의 움직임과 소리를 풍경으로 비유하고 있는 곡을 통해 작가는 다양한 감각과 시·공간적 차원의 경험을 아우르는 작업의 특징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또한, 시간의 흐름 가운데 변화하는 자연의 요소와 그 속에서 함께 자리하고 관계하는 개인들의 이야기를 녹여내며,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거대하지만 섬세한 풍경을 제시한다. 이는 작가가 고민해온 ‘진정한 풍경(眞景)’이 펼쳐지는 장(場)이다.
강서경 전시 전경 사진: 홍철기, 강서경 스튜디오∙리움미술관 제공
김범 《바위가 되는 법》
리움 미술관 | 2023. 9. 27 – 12. 3
김범의 지난 30여 년간 전개된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대규모 서베이 전시로, 리움미술관의 그라운드갤러리와 블랙박스에서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총 7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는 회화, 드로잉, 조각, 설치, 영상, 책 등 다양한 매체를 가로질러 ‘보이는 것’과 ‘실체’ 간의 간극을 절묘하게 드러낸다. 인지적 간격에 대한 탐구는 초기작에서 주로 미술의 전통 매체인 회화를 중심으로 펼쳐지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다양한 기법을 적용한 20여 점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 일정 및 상세 정보는 각 기관에 문의 바랍니다.
글, 사진: 문혜인
자료: 각 미술관과 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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