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자비엔날레
《투게더_몽테뉴의 고양이》

The Prism of Korea Biennale 2024
2024.9.6~10.20
Special Feature

경기도자미술관 2, 3전시실, 1~3층 로비 및 라운지관

2024 경기도자비엔날레는 24년 만에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에서 명칭을 변경해 개최된다. 비엔날레라는 국제행사의 특징은 살리고 지역의 상생에 중점을 두어 기존 명칭에서 ‘세계’를 제외했다. 변경된 공식 명칭에 걸맞게 전시는 이천, 여주, 경기 광주 지역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본전시 주제 《투게더_몽테뉴의 고양이》는 16세기 프랑스 철학자 미셸 드 몽테뉴(Michel de Montaigne)의 책에서 영감을 받아 인간 중심적 사고가 아닌 협력과 상생 관계에 집중해야 함을 표현했다. 14개국 26명의 작가가 참여한 본전시는 총 3부로 진행된다. 1부는 ‘세계와 함께, 순환하는 대지의 질서’로 지구 행성에 일어나는 다양한 환경적 문제를 마주하고, 2부 ‘타자와 함께, 우정에 대하여’에서는 이념적, 민족적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편견과 차별의 상처를 직접적으로 드러냄으로써 배려의 가치를 일깨운다. 마지막 3부 ‘자신과 함께, 디지털 세상 속에서’는 디지털 기술로 인해 변한 인류의 발전과 소외의 양극단 사회를 포용과 화합의 시대로 구성했다.

이번 경기도자비엔날레는 인류 역사와 함께 발전하고 성장해 온 도자의 역사를 주제에 비춰 사회의 기본 토양이 되는 공동체 삶을 환기하고 무너진 공동체 정신 회복을 촉구하려 했다.

본전시 이외에도 2024 해외공모전과 제6회 아름다운 우리도자기 공모전 당선작 전시와 소장품전, 지역민들과의 상생과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 진행되는 부대행사가 경기도자미술관과 경기도자박물관(광주)을 비롯해 곳곳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Director
임미선 (Misun Rheem)

임미선은 세계도자기엑스포(현 한국도자재단 ) 전시과장 · 홍보팀장,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장, 한국공예 · 디자인문화진흥원 공예본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2021년 청주공예비엔날레,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기념 ‘한국공예전’ 예술감독을 통해 국제무대에 한국 공예를 지속적으로 알리는 활동을 이어왔다.


정소영 기자

오랜 시간 한국도자재단에서의 실무를 맡아 경험이 풍부하지만 이번 감독 임명 후 단 8개월의 시간이 주어졌다. 그래서인지 참여작가 수가 국제 비엔날레 규모에 비해 적은 편이다. 반면 부대 행사 및 참여 프로그램은 풍성하다. 감독으로서 생각하는 도자비엔날레의 상(像) 혹은 방향성은 무엇인가?
비엔날레는 비엔날레로서의 역할이 있다. 국제 미술행사이기 때문에 다양한 나라의 예술을 한곳에 모아 현시대의 예술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또한 비엔날레는 대부분 개최지 예산으로 치러지기 때문에 시민 문화 교육과 지역 경제와 사회를 고려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비엔날레의 참여 작가 수는 예산과 내부적인 여건을 생각해 내린 결정이지만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도자비엔날레만의 특징 중에 하나인 ‘제12회 국제공모전’ 작품 57점, ‘제6회 아름다운 우리도자기공모전’을 통한 36점, 소장품 236점을 합치면 선보이는 작품 수가 적은 것은 아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작가수가 적어 기획전의 메시지를 더 명확하게 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정부의 대대적인 서울아트위크 홍보로 한국에서의 국제 비엔날레와 아트페어에 이목이 집중되는 9월이다. 같은 시기 개막하는 비엔날레인 만큼 부담이 컸을 것 같다. 이번 비엔날레가 다른 비엔날레와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두 가지를 우선시했다. 첫 번째는 도자에 대한 편견을 깨는 것이고, 두 번째는 비엔날레 이후에도 지속가능한 예술 경험을 유지하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우선 도자에 대한 가장 큰 편견은 생활예술로 한정해 본다는 점이다. 도자의 특성상 생활과 밀접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그래서 국제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들 중에서 주제에 맞으면서도 도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작품을 발표하는 작가들을 선정했다. 또한 비엔날레라는 큰 행사 역시 결국은 지역 시민들의 문화 향유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시 이외에도 지역의 예술가와 학생,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력 행사를 통한 참여를 유도했다. 경기도자비엔날레의 구조적인 특성상 본전시 예술감독으로 행사 전체를 감독할 권한이나 예산은 없어 공간을 제공한 것이 전부지만 다행히 많은 분이 협력해 주셨다.

4개국 26명의 작가 중 14명이 아시아 작가라고 들었다. 작가를 선택한 기준과 아시아 도자 작가의 특징을 꼽으라면 무엇인가?
그동안의 도자비엔날레 참여 작가를 보면 서구권 작가가 많았다. 팬데믹 이후 작품 운송 비용 상승을 비롯해 여러 문제로 고민하다가 이번에는 아시아 작가의 비중을 의도적으로 높였다. 아시아에서 진행하는 비엔날레인 만큼 서구 중심이 아닌 동시대 맥락에서의 현 상황을 말하고자 했다. 그래서 앞서 말한 것처럼 주제를 중심으로 국제적인 경험이 있는 주요 작가 중 예술 경력에서 중심이 될 수 있는 시기인 40대 중반의 작가를 대상으로 주제를 다루는 방식이 중첩되지 않도록 선정했다. 사실 국가를 이야기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참여작가들의 작품은 모두 세계적인 수준이다. 아시아 작가의 특징이 아니라 참여 작가 한 명 한 명의 특징이 두드러진다.

비엔날레 주제가 ‘투게더_몽테뉴의 고양이’이다. 전시 주제의 의미와 주제 구현 방식이 궁금하다.
전시 주제는 ‘투게더’이고 부제가 ‘몽테뉴의 고양이’이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드 몽테뉴의 책에서 영감을 받아 협력과 소외에 대한 이야기를 능동적으로 다루기 위해 이번 주제를 선택했다. 모든 사회적인 문제는 ‘일방성’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환경문제도 인간 중심주의적 행태로 등장한 문제다. 화합, 인간이 아닌 생명체와의 조화, 성의 평등과 같은 상생과 협력을 전시로 이야기하고자 했다.

전시 주제를 잘 이해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작가와 작품을 추천한다면?
‘대표’라는 단어를 쓰는 것은 적합하지 않지만 존중과 배려를 키워드로 작업한 두 작가를 소개할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중국의 황춘마오는 전시의 마지막에 위치하기도 하고 식사를 할 수 있는 테이블 연출을 통해 도자의 본 목적과 예술성, 그리고 인간의 조화라는 본질적인 메시지를 표현했다. 서양 식기의 형태에 중국 각 지역의 전통 그림, 건축, 의복 등에서 영감을 받은 요소들을 절묘하게 조합하고 금칠을 해서 화려함을 더했다. 잘 차려진 식탁을 의미하는 작품은 정갈한 만찬에 초대하는 정중함으로 소통의 중요함을 강조했다. 또 한 명의 작가는 킴 시 몬손이다. 숲속에 어른이나 사회의 보호 없이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요정처럼 표현한 작품으로 도자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나일론 섬유를 사용했다. 디스토피아가 낳은 유토피아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형상으로 미래 세대를 위한 올바른 공동체의 모습을 상기하게 한다.

MZ 세대에게 한때 달항아리가 유행하면서 공예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오랜 시간 한국도자재단에서 일해온 경험과 올해 경기도자비엔날레 예술감독으로서 생각하는 공예 장르의 방향성은 무엇인가?
예술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사람도 있지만 짧은 사람도 있다. 일반적으로 물질성이 없는 예술에 대한 해석의 어려움이 있다. 때문에 시각적으로 대상이 바로 보이는 도자가 인기가 많아진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렇다고 달항아리의 작품성을 의심하는 이는 없다. 달항아리는 한국의 역사, 전통, 철학적 사유의 대상과 같은 많은 의미와 상징성이 있다. 작품을 바라볼 때 좋았다가 행위를 통해 생각하게 되고, 의미를 공부하게 되는 과정으로 이끄는 것은 예술을 공부하고 예술과 생활이 함께하는 이상적인 방법이다. 전문성을 갖추는 데는 오랜 숙련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도자를 만드는 행위 자체는 큰 어려움 없이 체험으로도 가능하다.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는 것에서도 예술의 실천과 창작, 나아가 공방을 이어가는 작가들의 생업과도 맞물려 가장 이상적인 구조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이 공예가 아닐까 한다.

비엔날레를 방문하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협력의 기술’이라는 주제로 비엔날레 기간 심포지엄을 진행하기도 한다. 협력이 대단한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상적인 행위를 반복하면서 서로의 중요성을 부여하고 의미를 주고받음으로써 일상의 중요성을 회복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협력과 상생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작품을 통해 의미를 상기하고 체험도 함께하면서 일상에서 그 의미들이 지속적으로 유지됐으면 하는 것이 감독으로서 갖는 이상적인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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