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 그를 주목하는 이유
변종필·기혜경·안소연·유지원
2월 특집기사 ②
김범을 히치하이킹하자! 본지는 김범의 작업 세계에 탑승하기 위한 인지 지도를 마련했다.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언어를 ‘개념어’와 ‘모티프’로 나누어 제시한다. 김범의 이미지와 텍스트에서 당신의 이미저리를 만들기 위한 블록 조각이다. 이제 지도를 펼치고 당신의 경험과 당신의 시각에서 당신의 이야기를 조립해보자.
구성 강재영 기자
■모티프
김범의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소재와 구조를 기발표된 평론 등을 참고하여 정리했다. 각 모티프별 대표적 작품과 연관되는 개념어를 태그로 연결했다. 김범의 작품세계를 이것으로 압축할 수는 없지만 빠르게 다가갈 수 있는 지름길이 되어줄 것이다.
■ 1.표면
“김범은 회화를 ‘막(screen)’으로 여긴다. 즉 이미지가 투사되거나 기재되는 스크린일 뿐만 아니라 관람자의 의식에 존재하는 심상을 위한 스크린을 닮았고 심지어 스크린 그 자체로 변하는 것 이다.” —정도련(큐레이터)
- 개념어 A1·B2·C1
- 같이보기〈무제〉(1994, P. 76),〈주고 받음〉(1993) ,〈자화상〉(1994)
■ 2.개
“〈두려움 없는 두려움〉(1991)에서 벽을 뚫고 사라진 동물이 개라면, 그 개는 같은 해에 그린 〈무제〉(1991)에서 자기 몸을 물어뜯으며 피를 줄줄 흘리고 있는 그 개일 것 같다.” —박찬경(작가)
- 개념어 A2·D1·D2·D3
- 같이보기〈서 있는 개 #2〉(1991, P. 68),〈개 먹이 개〉(1993, P. 79),〈두려움 없는 두려움〉,〈무제〉(1991),『눈치』(2009)
■ 3.텍스트
“김범의 텍스트는 평범하고 소박한 말투로 인간 행태의 부조리함과 우스꽝스러움을 연기한다.” —이진실(미술비평가)
- 개념어 C2·C3·D3
- 같이 보기〈무제〉(1994, P. 76),〈하나의 가정〉(1996, P. 86),〈풍경 #1〉(1995),『변신술』(1997),『고향』(1998),『눈치』
■ 4 변신
“김범에게 존재는 곧 변이다. 생명을 움직이는 힘은 자기보존 욕망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로 스스로를 변형시키고자 하는 변신 충동에서 찾아 진다.” —김홍중(사회학자)
- 개념어 A1·B2·C1
- 같이 보기〈임신한 망치〉(1995, P. 87),〈접는 칼〉(1996, P. 87), 〈곡식 매〉(1996, P. 87),〈다리미의 신체 기관〉(1994. P.70),〈26개의 제목 없는 드로잉〉(1991~1996, P. 82)
■ 5. 의심
“예술가로서 김범은 그(인간) 세계를 확신하기보 다는 의심하고, 답습하기보다는 달리 보고, 선전 하기보다는 뒤틀어 보고, 정답을 주기보다는 한 번 더 질문한다.” —김영민(문화비평가)
- 개념어 C2·C3·D2·D3
- 같이 보기〈개 먹이 개〉(1993, P. 79), 〈전기 올가미〉(1991, P. 71),〈무제(제조 #1 내부/외부)〉(2002, P. 88),〈벽돌 벽 #1〉(1994), 〈착한 사마리아 사람 연습〉(1995)
■ 6. 교육
“정치, 사회, 교육 등 인간 사회가 노정하는 문제를 ‘위와 아래’가 뒤바뀌도록 가르치는 학교 건물 설계도를 통해 사회체제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시각 화해 내고 있다.” —기혜경(미술비평가)
- 개념어 C2·D2·D3
- 같이 보기 ‘교육된 사물들’ 연작(2010, P. 80),〈전도(轉倒)학교설계안〉(2009)
■ 7. 지각
“우리는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보고 싶은 것을 본다. […] 때때로 나는 이런 지각 게임이 시각예술의 영역을 확장한다고 생각한다.” —김범, 권준모와의 인터뷰 중
- 개념어 A2·B2·D2·D3
- 같이 보기 ‘무제’ 연작(2016, P. 78), ‘무제(친숙한 고통)’, 연작(2008~2014, P. 89).〈서 있는 여인〉(1999),〈누드 #2〉(2001),〈자동차 열쇠 #3〉(2001), 〈“노란비명” 그리기〉(2012), ‘무제(이것을 보면 무엇이 생각납니까)’ 연작(2006)
■ 8. 닭
“김범은 통닭 이미지를 자주 다뤘다. 그의 작업에는 살아 있는 닭이 아니라 요리로 손질된 통닭이 등장한다. 작가는 통닭 도상으로 실제 사물과 사물 이미지 사이에 생기는 괴리를 탐구해 왔다.” —『라디오 모양의 다리미, 다리미 모양의 주전자, 주전자 모양의 라디오』(2024) p. 28
- 개념어 A2·B2·D2·D3
- 같이 보기〈서 있는 개 #2〉(1991, P. 68),〈잘 구운 큰 통닭〉(1991, P. 77),〈무제(TV 마이크로웨이브)〉(1991, P.77),〈잠자는 통닭(브로콜리)를
곁들인〉(2006),〈12개의 조각적 조리법〉(2007~2011)
■ 9. 시스템
“사회의 모습은 대체로 밝아 보이지 않았고 거대 하고 어리석은 힘이 그것을 지배하고 있다고 느 꼈다.” —김범, 김선정과의 인터뷰 중
- 개념어 A2·C2·D1·D2·D3
- 같이 보기 ‘교육된 사물들’ 연작(2010, P. 80),‘청사진과 조감도’ 연작(2002~, P. 74, PP. 82~83), ‘배드 헤드 퍽’ 연작 (1995), ‘폭군을 위한…’ 연작(2009~)
●개념어
‘개념어’는 김범의 인터뷰와 김범을 다룬 여러 평론을 바탕으로 김범의 작 품을 해석할 때 등장하는 개념을 정리한 것이다. ‘태도’ ‘존재와 대상’ ‘방법’ ‘윤리와 정서’ 네 카테고리로 나누어 정리한 이 지도는 정답지가 아니다. 오 히려 김범 작품 해석이 얼마나 다양하게 해석되고 있는지 그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인지적 참여를 유도하는 참조점이다.
A 태도
● A1 아마추어리즘
“그는 만화에서 볼 법한 유동적인 해부학적 구조, 어린아이나 비주류 예술가들처럼 특별히 훈련을 받지 않은 이들이 만드는 표시 같은 것을 손으로 익혔다. 또한 나무 조각, 종이 자르기, 도자 같은 전통 공예를 수용했다.” —파울라 모르시아니(큐레이터)
● A2 당신이 본 것은 당신이 본 것이 아니다
“관객은 산등성이를 그린 풍경이라고 인식 했던 것이 어느 한순간 열쇠의 일부분임을 깨달으며, 자신이 본 것과 보았다고 생각하는 것 사이의 간극을 발견한다.” —기혜경
B 존재와 대상
● B1 물활론(物活論)
“나는 인간의 이상을 내포하고 있는 이 사물들을 연구함으로서 생명에 대한 대안적인 정의를 찾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어떤 혼란이 나타나고, 바로 그러한 물활론적 요소들이 나의 흥미를 끈다” —김범, 김선정과의 인터뷰 중
● B2 실재성과 정신성
“예술의 목적은 내적이고 정신적인 영혼 에 실제적이고 물리적인 몸을 부여하는 것이다.” —김범
C 방법
● C1 수공예성
“김범은 ‘드로잉에 가깝다’는 이유로 손글씨를 선호하고, 따라서 손글씨를 ‘서예처럼 달필이 아닌’ 채로, 달리 말해 세련되게 다듬지 않은 채로 둔다.” —파울라 모르시아니
● C2 기만
“실질적으로 사물, 사물의 실제 이미지, 지각하는 사람이 갖는 사물에 대한 심상이 삼각망으로 작용하는 재현은 거의 언제나 불안정하다. 김범의 작업은 이 세 요소들의 관계를 떼어 놓는 일에 몰두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도련
● C3 가정과 지시
“김범은 규칙을 만든다. 때로는 설계도의 형태로, 때로는 지시문의 형태로, 때로는 미로의 형태로 규칙을 작성한 뒤 플레이어로 하여금 그 안내에 따라 게임에 참여 할 것을 요청한다.” —유진상
D 윤리와 정서
● D1 잔인성과 비극성
“김범 작품의 또 하나의 내용적 특징은 살인, 죽음, 고통에 대한 잔인한 관심을 해학적으로 표현한다는 점이다.” —권준모(네시삼십삼분 의장)
● D2 블랙유머
“저는 세상에 대해 비판적이며 의구심이 많아서, 나를 포함한 세상의 어리석음, 잔인성, 그리고 사실은 여전한 듯한 미개성, 불합리성을 많이 느끼는 편이다. 그리고 종종 그런 부분이 우습다고 생각한다.” —김범,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와의 인터뷰 중
● D3 부조리
“난 인간 사회의 모든 측면이 지성적이거나 합리적이라고 보지 않는다. 부조리는 인간 본성의 그리 바람직한 특성은 아닐지 모르나, 운명의 일부일 가능성은 있다.” —김범, 김선정과의 인터뷰 중

〈무제〉캔버스에 연필 91.5×66cm 1995 
위 〈잘 구운 큰 통닭〉 캔버스에 수채 53.5×68.5cm 1991
아래 〈무제(TV마이크로웨이브)〉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2분 19초 1991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무제(쥐가오리와 그 그림자)〉 종이에 석판화 81.5×57cm 2016
〈무제(콩고에서 온 신문지로 만든 컵에 담긴 갠지스강의 물)〉 종이에 석판화 81.5×57cm 2016
〈무제(이집트의 공사장에서 바위소금을 핥는 낙타의 혀)〉 종이에 석판화 81.5×57cm 2016
〈무제(하와이에서 온 관광객이 잃어버린 미니어쳐 도끼를 밟고 선 사자의 앞발톱)〉 종이에 석판화 81.5×57cm 2016 
〈개 먹이 개〉 캔버스에 개 사료 66×102cm 1993

〈자신이 도구에 불과하다고 배우는 사물들〉 일상적 사물들, 목재 의자, 목재 탁자,
형광등이 달린 칠판, TV 모니터에 단채널 비디오 21분 8초 가변 크기 2010
《바위가 되는 법》 리움미술관 전시 전경 2023 
26개의 제목 없는 드로잉〉혼합 매체 가변 크기 1991~1996

〈등대배선도(조감도)〉종이에 색연필 60×48cm 2005 
〈등대배선도〉청사진 82×57cm 2005 
〈하나의 가정〉화분, 물뿌리개, 도끼, 모종삽, 종이에 연필 가변 크기 1995

위 〈임신한 망치〉 목재, 철 5×27×7cm 1995
아래 〈접는 칼〉 철, 플라스틱 12×3×4cm 1996
오른쪽 〈곡식 매〉 혼합 재료 24×37×14cm 1996
〈무제(제조 #1 내부/외부)〉 혼합 매체 150×200×80cm (내부), 94×158×60cm (외부) 2002

〈무제(친숙한 고통 #13)〉 캔버스에 아크릴 491×348.5cm 2014
《바위가 되는 법》 리움미술관 전시 전경 2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