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믹스 Remix
2020. 2. 13 – 5. 10
포항시립미술관
홍승혜, < My Garage Band >, 플래시 애니메이션, 2016.
오늘날 시각 예술가는 정치, 경제, 기술 등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의제를 내세우고 학제 간 통섭으로 이룬 새로운 방식을 통해 혁신적인 작업을 선보인다. 동시대 다양한 작품들은 회화나 조각 같은 전통 범주로 묶기 어려우며 겉모습만으로 더는 무엇이 예술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양식이나 차원 등에 따라 예술을 분류하기에 오늘의 시각 예술은 의도와 실현 방식이 매우 다원적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권오상, < 뉴스트럭쳐 20 >, 합판에 프린트, 450x220x220cm, 2018.
프랑스 미술 이론가이자 큐레이터인 니콜라 부리오(Nicolas Bourriaud)는 2004년 출간한 그의 저서 『포스트프로덕션(Post-production)』에서 급진적 다원성을 기반으로 한 동시대 예술 실천의 특이성과 공통점을 규정하기 위해 “우리가 이미 갖고 있는 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물론 ‘이미 갖고 있는 것’에서 뒤샹의 레디메이드(ready-made)를 떠올릴 수 있지만 여기서 부리오는 ‘이미 제작된(already produced)’ 형식을 말한다. 그에게 예술 실천은 이미 존재하는 예술 형식을 샘플링(sampling)하거나 전용(轉用)하는 것 혹은 사용 가능한 문화적 생산물을 해석하거나 재생산하는 것 또는 재전시하거나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그에게 예술 작품은 하나의 종결점이 아니라 다른 작품이나 프로그램, 내러티브 등에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한다. 결국 오늘날 예술가는 형식을 구성하기보다는 “형식을 프로그램화한다”고 그는 말한다.
뮌, < Artsolaris >, 영상설치, 2016.
리믹스(Remix)는 ‘기존 음원의 멀티트랙을 다른 형태로 믹싱하여 재탄생 시키는 방법’을 일컫는 음악 용어로, 이번 전시에서는 동시대 예술가가 창작 영역에서 사용하는 실천 방식을 상징한다. < 리믹스 Remix >전은 부리오의 예술 실천 개념을 수용하며 매체의 한계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확장하는 미술가 권오상, 홍승혜, 뮌, 이창원을 초대했다. 참여 작가 4인(팀)은 기존 예술작품의 형식을 차용하고 기존의 경제적, 기술적, 문화적 산물과 데이터를 전용한다. 작가에 의해 형식은 예술이 되고 시대의 삶은 예술로서 인용되며 선택된 사물은 작업으로 자리한다.
이창원, < 기여화광 >, 목재, 광고 전단지, LED조명, 디스플레이 턴테이블, 컨버터, 가변크기, 2016.
권오상, 홍승혜, 뮌, 이창원이 차용 및 전용해 창안한 체계는 예술 생산 동력을 끌어내며 의미와 특이성을 구현해낸다. 이때 재료로 사용한 형식이나 데이터, 이미지에 깃들어 있는 익숙함은 작업 체계를 통해 새로운 존재로 탄생한다. < 리믹스 >전은 자유로운 태도로 세상을 수용하고 병합하는 작가들이 ‘이미 갖고 있는 것’을 예술적으로 사용하고 이와 관계하는 다양한 형태들을 전시로 제안함으로써 미장센을 구축한다.
자료제공: 포항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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