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
soft and weak like water
제14회 광주비엔날레
2023. 04. 07 – 07. 09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비엔날레 전시관 전경
물은 오묘하다. 물길을 따라 잔잔히 흘러 조용히 고여있다. 때론 거대한 파도를 일으켜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 이번 광주비엔날레가 그리는 물은 부드럽고 여린, 그러나 약하지 않은 『도덕경』의 ‘유약어수(柔弱於水)’다. 전환과 회복의 가능성을 가진 물이 소외당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표현하며 변화의 주체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는 민주주의를 향한 ‘광주 정신’이 지정학적 한계를 넘어 세계 곳곳에서 공명한다는 사실을 드러내며 모든 형태의 억압에 대해 저항하며 연대하는 미술의 방법을 읽어내고 우리가 사는 지구를 저항과 공존, 연대와 돌봄의 장소로 상상해 볼 것을 제안한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불레베즈웨 시와니Buhlebezwe Siwani 의 설치작품이 관람객을 반긴다. 1층 전관에 구불구불 길이 이어지고, 단단하게 엮인 매듭들이 천장으로부터 늘어뜨려져 있다. 조각난 빛들은 공간 이곳저곳을 밝힌다. 공간의 가운데 설치된 대형 수조와 양 벽면에는 작가가 물, 동굴, 평야, 산, 숲에 깃든 영들을 상상하며 만든 〈영혼 강림〉(2022)이 상영 중이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우리의 영혼과 선조들의 영혼이 치유되고, 땅이 우리를 치유하는 힘을 선물로 내어 줬음을 깨닫길 바란다.
불레베즈웨 시와니 〈영혼 강림〉
제14회 광주비엔날레는 미묘한 무형의 힘을 추적하며 이를 네 가지 소주제, 또는 ‘마디(nodes)’를 통해 살펴본다. 이 중, 비엔날레 전시관은 수많은 갈래의 서사가 모이는 합류점으로 전 지구적 이슈를 하나의 엉킴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기획의 방향성을 함축하고 있다. 버지니아 울프의 “인생은 체계적으로 나란히 놓은 주마등 같은 것이 아니라 은은한 고아륜처럼 첫 각성의 시간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를 감싸주는 반투명의 봉투 같은 것”에서 빌린 ‘은은한 광륜’은 2전시관의 주제로 일상과 삶 속에서 지속해서 발견되는 다양한 저항과 연대의 방식에 주목한다. 전시는 3관 ‘조상의 목소리’, 4관 ‘일시적 주권’, 5관 ‘행성의 시간들’로 이어지며 인류를 위협하는 수많은 위기에 맞서 공존을 이야기하는 작품들을 보여준다.
전시 둘러보기
‘은은한 광륜’(Luminous Halo) 제 2전시실
- 팡록 술랍 〈광주 꽃 피우다〉
- 타스나이 세타세리 〈거품탑〉
- 마우고르자타 미르가-타스
- 엄정순 〈코 없는 코끼리〉
- 크리스틴 선 킴 〈모든 삶의 기표〉
‘조상의 목소리’(Ancestral Voices) 제 3전시실
- 바킷 부비카노바
- 에밀리 카메 킁와레예
- 에드가 칼렐 〈고대 지식 형태의 메아리〉,
〈여기 당신이 우리 마음에 심어 놓은 요정들이 있어요〉 - 마티아호 컬렉티브
- 타냐 루킨 링클레이터
- 타렉 아투이 〈엘레멘탈 세트〉
‘일시적 주권’(Transient Sovereignty) 제 4전시실
- 앨버타 휘틀 〈검은 발자국은 아름다운 것이다〉
- 이끼바위쿠르르 〈열대이야기〉
- 차일라 쿠마리 싱 버만 〈멋진 신세계〉
‘행성의 시간들’(Planetary Times) 제 5전시실
- 주디 왓슨〈죽은 나무가 있는 버름강〉
- 로버트 자오 런휘 〈강을 기억하고자 함〉
- 류젠화 〈흔적의 형태〉
- 압바스 아크하반 〈루프〉
- 마리아 막달레나 칼포스-폰스 〈한편 소녀들은 놀고 있었다〉
- 유마 타루 〈천과 같은 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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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문혜인
자료제공: 광주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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