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를 횡단하던 만화 캐릭터 후(Who),
일상으로 후니버스 (Whoniverse)* 확장
CASETiFY × Frieze × 사이먼 후지와라
심지언 편집장
프리즈 91 파티에서 케이스티파이와의 콜라보레이션 컬렉션을 선보이는 사이먼 후지와라 / 사이먼 후지와라(Simon Fujiwara)는 일본계 영국 현대미술 작가로,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건축을, 프랑크프루트 슈테델슐레 예술대학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했다. 회화, 사진, 설치 미술, 영화, 조각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며 인종, 역사, 문화적 가치의 모순을 지적하며 정체성에 질문을 던지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만화 캐릭터 ‘후’를 통해 정체성, 이미지 문화, 시대의 모순을 유쾌하면서도 날카롭게 파헤치는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곰 캐릭터 ‘후’를 중심으로 한 〈Who the Bær〉 연작과 ‘후’를 위한 박물관을 상상하며 만든 〈Whoseum of Who?〉가 대표작이다. 아트 바젤 발루아즈 미술상과 프리즈 까르띠에상(2010) 등을 수상했다. 런던 테이트 모던, 뉴욕 현대미술관(MoMA), 도쿄도 현대미술관 등 주요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사진 : 박홍순
새하얀 털과 황금빛 심장, 긴 혀를 가진 2D 베어. 곰돌이 푸와 미키 마우스를 동시에 연상시키며 국적, 인종, 성별 등 명확하지 않은 정체성을 가진 만화 캐릭터 ’후 더 베어(Who the Bær)’. 현대 미술가 사이먼 후지와라는 2023년 개인전 《Whoseum of Who?》를 통해 서구 미술사의 명작을 레퍼런스로 한 ‘후’의 뮤지엄 여정을 담은 연작을 국내에 선보였다. 이 전시에서 ‘후’는 마네, 피카소, 마티스, 바스키아 등 20세기 대가들과 그들의 작품 사이를 횡단하며 자신이 원하는 모든 정체성에 맞춰 형태를 바꾸는 독특한 능력을 선보였다. 무엇이든, 누구든 될 수 있는 ‘후’는 이미지에 집착하는 동시대인들에게 진정한 자아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건넨다.
후지와라는 ‘후 더 베어’와 함께 ‘후’의 유니버스를 미술관을 넘어 일상으로 확장하여 다양한 협업을 바탕으로 보다 많은 대중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올 9월 초 글로벌 테크 액세서리 브랜드 케이스티파이 (CASETiFY)와 협업 컬렉션을 통해 작업을 테크 액세서리 영역으로 확장하여 일상 속에서 예술을 구현하는 새로운 방식을 선보였다. 케이스티파이는 ‘CASETiFY ARTiSTS’ 캠페인을 통해 다양한 예술가들과 협업하여 창작자의 비전과 예술을 갤러리를 넘어 휴대폰과 같은 일상의 디바이스에서도 표현될 수 있다는 철학을 구현하고 있다. 사이먼 후지와라의 컬렉션은 프리즈 서울 기간 중 글로벌 아트신을 연결하는 프리미엄 멤버십 ‘프리즈 91’ 파티에서 처음으로 공개되었다.
사이먼 후지와라와 케이스티파이의 콜라보레이션 컬렉션
제공 : 케이스티파이
개인전 《Whoseum of Who?》 개최 이후 1년만에 한국을 다시 찾았다. 전시를 인상깊게 보았는데, 특히 〈Once Upon a Who〉라는 영상을 통해 ‘후(Who)’ 캐릭터의 복잡다단함을 확인했다. ‘후’ 캐릭터와 그의 세계관인 ‘후니버스’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Once Upon a Who〉는 2020년 팬데믹 시기에 제작한 만화 캐릭터인 ‘후’를 소개하는 내용이다. 당시 모두가 힘겨운 시간을 보냈고, 나 역시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 존재하는 방법을 찾고자 했다. 그러한 정체성에 대한 고민에서 ‘후’ 캐릭터가 탄생했다. 당시 우리는 각자의 집에 고립되어 작은 화면을 통해 이미지로 현실을 경험했는데, 모든 것이 이미지가 된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그 속에서 존재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래서 나를 대신해 아바타가 되어 줄 캐릭터를 만들어서 평면적이고 단순화된 이미지의 세계를 경험하는 것을 선택했다. ‘후’는 바로 그 이미지로 전환된 세계 속에서 존재하는 캐릭터이다. 따라서 ‘후’는 사람과 심볼 사이의 존재로, 인간의 특징을 갖고 있지만 성별이나 인종, 젠더 등을 구별하여 선택하지 않고 정체성을 찾으려는 위기의 상황을 표현하고 있다. 나 스스로 어떻게 비춰지길 원하는지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그러한 부분을 핵심으로 정체성이 명확하지 않은 이 캐릭터의 특징을 만들고자 했다.
그렇다면 표현의 방법으로 만화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한동안 세상이 점점 단순해지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우리는 기후 변화나 정치적 위기와 같은 복잡한 문제들에 직면해 있지만, 답을 할 수 있는 것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반면 많은 정치 지도자들은 마치 만화 캐릭터처럼 직설적이기도 하다. 우리는 점점 정체성에 대해 개방적이며, 스스로를 단순화하여 정의 내리고 있다. 그렇다면 만화 캐릭터가 현실에 존재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고, ‘후’를 통해 복잡한 세상에서 단순하게 소통하고자 했다.
이번에 ‘CASETiFY ARTISTS’ 캠페인에 참여했다. 케이스티파이와의 협업의 배경이 궁금하다.
‘후 더 베어’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여러 유니버스에서 살아가는 ‘후’를 상상할 수 있다. ‘후’는 존재의 의미를 질문을 하는 철학적인 캐릭터이지만 동시에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물질적인 존재로 생존해야 한다. 그래서 ‘후’가 예술 작품뿐 아니라 상품으로서도 다양한 경제 속에서 살아간다면 어떻게 될까 궁금했다. 그동안 ‘후티크’를 통해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하여 아트 상품을 개발해왔고 케이스티파이와의 콜라보레이션도 그 중 하나이다. 이러한 개념적인 콜라보레이션은 사물과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던 앤디 워홀이나 마르셀 뒤샹의 질문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나는 케이스티파이와의 협업을 통해 이러한 질문에 대한 탐구를 하고 있다.
케이스티파이 컬렉션에서 어떤 작품을 선보였나?
‘후 더 베어’와 작업할 때는 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보통 ‘후’가 스스로 표현 방식을 정하고, 나는 그 표현을 실행하는 매개체일 뿐이다. ‘후’는 그림 속에 있든 스마트폰 케이스에 있든 그 차이가 없는 만화 캐릭터로, 가능한 한 많은 이미지로 재생산되는 것이 ‘후’의 목표이다. ‘후 더 베어’의 앰배서더로 이 꿈을 실현시키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프리즈 서울과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통해 한국에 ‘후’를 다시 선보이는 소감이 어떤가?
다양한 지역과 문화에서 ‘후 더 베어’를 해석하는 방법을 보는 것은 무척 흥미롭다. ‘후’는 일종의 심볼이기 때문에 거울처럼 사람들의 생각을 비추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후’를 보는 이들도 다양하게 해석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보기에 서울은 에너지가 넘치는 곳으로 소수의 엘리트만이 아니라, 모두가 예술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다. 많은 한국 분들이 이미 ‘후’를 알고 있는 것 같다. 덕분에 ‘후’가 다양한 방식과 형태로 여러 사람에게 공감 되는 것이 즐겁다. ‘후티크’의 제품군을 통해 ‘후’를 세상에 내보낼 때 더 많은 사람들이 후의 세계관에 공감하고 상품으로 수집하고, 소유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는 것은 멋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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