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 리뷰 : 주변화된 세계의 반격
심소미 독립큐레이터
Special Feature
MAHKU〈Kapewe Pukeni [Bridgealligator]〉(부분)
Site specific installation 750m2 2024
사진 : Matteo De Mayda
지배 담론을 겨냥한 비엔날레의 행보
베니스비엔날레가 또다시 지배 담론을 겨냥한 논제를 설정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2010년 이전까지만 해도 서구권 중심의 미술 동향과 예술가들이 선점해 온 글로벌 예술 축제는 2015년 나이지리아 출신의 오쿠이 엔위저가 기획한 《전 세계의 미래들》에서 아프리카계 미술을 공격적으로 등장시킨 이래 전복의 무대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후 2022년 세실리아 알레마니가 기획한 《꿈의 우유》에서는 여성 작가 비율을 90%로 높여 배치함으로써 미술계에 작동하던 성비 불평등 문제를 전면화하기도 했다. 최근의 비엔날레가 전 지구적 거대 담론과 문화예술계 지배 구조를 비평적으로 성찰하고 있기에, 올해 열린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에 대한 관심은 여느 때보다도 컸다. 더군다나 팬데믹 이후 일상을 회복하자마자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분쟁으로 갈등과 불안이 커진 시점이기에, 이번 베니스비엔날레 논제는 예술의 시대적 발언과 대응이라는 측면에도 더욱이 주목되었다. 올해 비엔날레의 총감독으로 임명된 아드리아노 페드로사 (Adriano Pedrosa )는 개인의 정체성과 사회 · 문화 · 정치적 배경에서부터 주목받았다. 비엔날레 총감독으로서 페드로사에게 여러 면에서 ‘최초’라는 수식어가 부여됐기 때문이다. 최초의 남미(브라질 ) 출신 큐레이터, 최초의 오픈 퀴어 큐레이터, 최초로 글로벌 사우스에서 상근 근무하는 큐레이터이기도 하다. 페드로사에게 부여된 이 복수의 최초성은 그간 미술계의 지배 구조가 얼마나 폐쇄적이었는지, 서구를 중심에 놓고 나머지를 거대한 주변부로 얼마나 내몰았는지를 역설적인 방식으로 드러낸다. 다양한 출신의 큐레이터가 미술전 총감독을 했지만 2015년 엔위저가 최초 흑인 출신 감독이었음을 떠올려볼 때, 비엔날레가 대표하는 미술계 질서는 서구 중심, 인종 편향, 강대국 논리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파울루미술관(MASAP )의 관장으로서 중남미 미술을 국제적으로 대두시킨 주역인 페드로사에 기대하는 급진성과 반격의 제스처는 상당한 것이었다.
Claire Fontaine〈Foreigners Everywhere/Stranieri Ovunque〉
Sixty suspended, wall or window mounted neons, framework, transformers, cables and fittings 가변 크기
2004~2024 사진 : 월간미술
Daniel Otero Torres〈Aguacero〉혼합 매체
655 × 1100 × 1100cm 2024
사진 : Marco Zorzanello
주변화된 세계의 반격 : 우리 모두는 외국인
페드로사가 내건 올해 비엔날레의 주제는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Stranieri Ovunque —Foreigners Everywhere)’로, 서구적 지배 질서가 주변화해 온 타자의 개념에 대항하여 자생성을 갖고 전개되어 온 이방인들의 예술 실천을 다룬다. 이 제목은 파리 출신으로 이탈리아 팔레르모에 기반을 둔 콜렉티브인 클레어 퐁텐(Claire Fontaine)의 작업에서 가져온 것이다. 아르세날레의 후반부에서 건축물 지붕 아래로 물그림자를 이용해 네온 조명을 공간감 있게 설치한 이 작업은 지구상에서 사라진 언어를 포함해 지금까지 총 50여 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또한, 이 제목은 2000년대 초 이탈리아에서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에 맞서 싸운 토리노 출신 단체의 이름인 ‘스트라니에리 오분케(Stranieri Ovnunque)’에서 유래한 말이기도 하다.
페드로사는 “우리 모두가 이방인이자, 우리 모두 본질적으로 외국인”이라는 보편성에 주목하며 전시 주제를 전달하고 있으나, 이 부드러운 어조의 이면에는 정상인, 서구인, 이성애자, 강대국이라 규정되어 온 지배 권력 세계를 향한 대항 의지가 깔려 있다. 이방인, 이민자, 외국인, 국외자, 디아스포라, 망명자, 난민, 소수자, 원주민, 퀴어, 아웃사이더 등 지배권력과 정상인 개념에서 배제된 모든 사람을 포함하여, 역사적으로 세계질서에서 착취당한 피식민자, 주변인으로 존재해 온 글로벌 사우스를 주목한다. 국문 제목에서 ‘외국인’을 ‘이방인, 아웃사이더, 소수자’ 등으로 교체해 본다면, 전시 주제에 내포된 정치 사회적 메시지가 더 직접적으로 전해진다.
국내서 다소 낯선 지정학적 정의로서 ‘글로벌 사우스’, 한국어로 종종 ‘남반구’라 번역되는 이 용어는 제국주의 열강에 의해 1990년대 이후 ‘제3세계’라 칭해진 아프리카계, 남아시아계 국가를 뜻한다. 선진경제, 민주주의, 서구 열강으로 대표되어 온 글로벌 노스와 대비되는 단어로서 제국주의가 착취한 제3세계, 부채국가, 식민지 역사라는 주변화된 세계를 반증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페드로사는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및 라틴아메리카 국가 등 글로벌 사우스 출신 작가를 본전시에 중심적으로 배치함으로써 북반구에 의해 사라진 역사를 전면적으로 재조명할 것을 요청한다. 이는 지배 담론이 정의해온 글로벌 사우스라는 구별 짓기에 대한 저항이기도 하다.
Frieda Toranzo Jaeger〈Rage Is a Machine in Times of Senselessness〉(뒷면부분)
Oil and embroidery on canvas 1500× 480cm 2024
사진 : Marco Zorzanello
Pablo Delano〈The Museum of the Old Colony〉(부분) 설치 가변 크기 2024
사진 : Matteo de Mayda
글로벌 사우스의 저항 미학
주변부로 밀려난 다수의 이방인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역대 최다 참여작가 330여 명의 작업이 담긴 본전시는 크게 두 축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뉴클레오 컨템포라네오(Nucleo Contemporaneo)’로 미술계 주류 담론에서 오랫동안 이방인으로 머문 외국인 예술가, 선주민 예술가, 퀴어 예술가, 아웃사이더 예술가의 정체성을 탐색하며, 남반구와 북반구 사이, 식민지와 탈식민지를 쉼 없이 이동하고 교류하는 다층적 층위의 주체로서 제시한다. 후기식민주의의 역사와 배경에 맞서 글로벌 사우스를 대두시킨 이 전시는 서사를 재구성하는 아카이브식 전시보다는, 오히려 시각언어의 대안적 재구성과 미학적 실천에 주목해 구성된다. 본전시에서 원시예술, 공예, 전통예술, 교환경제와 선물, 핸드메이드 예술 등 수공예적인 것이 전반적인 경향으로 등장했는데, 이러한 시각에는 미술사를 규정하는 서구 중심적 사고관에 대항하고자 하는 의식이 바탕이 된다. 또 다른 축은 글로벌 사우스의 모더니즘과 추상화와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중동 및 아시아의 초상화, 디아스포라 예술가의 예술적 성취에 주목한 ‘뉴클레오 스토리코(Nucleo Storico)’로, 두 축이 본전시에서 끊임없이 교차하는 가운데 생성되는 대화와 담론으로는 다음의 네 가지 논의가 접근된다.
첫 번째로는 자본주의와 근대문명의 헤게모니에 억압된 세계에서 이에 맞서는 예술 실천에 대한 주목이다. 그 대표적인 작업으로서 복종의 프레임에 저항해 온 예술 실천을 수집해 온 큐레이터이자 예술가인 마르코 스코티니(Marco Scotini)의〈Disobedience Archive〉(2005~2024)는 본전시 전체의 아카이브 섹션이라 할 정도로 방대한 방식으로 전 세계 예술가로부터 제공받은 40편의 액티비즘 영상을 보여 준다. 2014년 게지 공원에서의 집회 이후 민주주의를 추구한 전 지구적 액티비즘(행동주의) 현장 자료를 기록해 온 이 작업은 신자유주의의 헤게모니에 맞서는 디아스포라 액티비즘, 이성애 이분법적 세계에 저항하는 젠더 불복종을 주제로 하여 투쟁과 저항의 동시대적 표본을 제시한다. 원주민의 역사성을 배경에 둔 프리다 토란조 예거(Frieda Toranzo Jaeger)의 대형 캔버스 회화〈Rage Is a Machine in Times of Senselessness〉(2024)는 회화의 내용과 형식에서 매우 도전적인 작업이다. 자동차 구조를 해부한 기계미학, 성적 환상, 민중 벽화 형식의 하이브리드한 회화 뒷면에는 멕시코 원주민의 전통에서 영감받은 자수를 두어 식민지와 젠더의 문제를 다룬다. 식민지 역사에 대한 저항적 작업으로서 라틴아메리카, 카리브해 지역의 저항 투쟁을 담은 파블로 데라노(Pablo Delano)의 방대한 아카이브 설치〈Colony〉(2024)를 들 수 있다. 푸에르토리코의 서사를 바탕으로 식민지 시스템이 지속되어온 면모, 고난의 역사를 상품, 민족, 가치, 인류학, 종교, 선교사, 사진가, 정치인을 담은 시각 자료로 재구성한다. 본전시가 전반적으로 직물과 수공예 기반의 평면 작업과 설치 작업이 상당한 가운데 다니엘 오테로 토레스(Daniel Otero Torres )의 〈Aguacero〉(2024)는 전시에서 보기 드문 대형 레디메이드 설치 작업이다. 발견된 오브제로 빗물을 받아 식수를 확보하는 토속적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이 작업은 콜롬비아에서 금 채굴로 인한 환경 오염에 대한 경고이자 동시에 자생적 커뮤니티의 대안 지식과 저항적 지속성을 강조한다.
두 번째는 타자, 이방인, 외국인, 아웃사이더의 정체성을 다룬 작업이다. 전 지구화 세계에서 주류 담론이 배제한 외부성에 주목해, 주변부 세계의 하위주체가 발화하는 시각언어를 탐색한다. 작가 부크라 칼릴리(Bouchra Khalili)의 〈Mapping Journey Project〉(2008~2011)는 경계를 횡단하는 사람들의 시각을 전하고, 이방인의 복합적 개념을 사유하는 매개체로서 전시에서 비중 있게 자리한다. 북아프리카, 중동, 남아시아에서 난민, 무국적인들이 지도 위에 펜으로 국경을 가로지르며 표기하는 이주의 경로는 결코 한곳에 머물지 못하며, 앞으로 가다 다시 우회하고 되돌아가기도 하면서 변형, 복귀, 생성되는 이방인의 복합적인 지정학적 정체성을 보여준다. 이주의 궤적 속에서 생산된 예술에 대대적으로 주목한 작업은 페드로사의 기획 하에 브라질로 이주한 이탈리아계 여성 건축가 리나 보 바르디(Lina Bo Bardi)의 투명 이젤 작업을 재해석한 공간에 담긴다. 투명한 유리 면으로 작업을 지지하는 구조로 미술계와 건축계에 저명한 이 건축가의 작업은 ‘Italians Everywhere’에서 40여 점의 이탈리아계 이주 예술가들의 회화를 견고하게 지지하는 구조체로서, 이주의 불안정성과 불안에 맞서듯 회화들을 스탠딩 형식으로 배열한다. 투명 이젤 위에 걸린 무수한 이주 예술가들의 작업은 고국 밖에서 사회 · 정치 · 문화적 경계를 횡단하며 생산된 예술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세 번째로는 이성애 중심적 사고관에 맞서며, 주류 미술 담론에서 주변화되었던 퀴어 아티스트, 독학 예술가, 민중 예술가, 아웃사이더 예술가, 토착 예술가, 공예 예술가를 재평가하는 것이다. 홍콩 출신의 이삭 총 와이(Isaac Chong Wai)의 〈Falling Reversely〉(2021~2024)는 중국계 이민자 커뮤니티 내에서 폭력성, 퀴어에 대한 공격성, 안무와 즉흥적 행동, 개인과 집단 사이에서 서로를 지지하는 섬세한 움직임을 다루고, 멕시코 출신의 아나 세고비아(Ana Segovia)의 〈Pos’se acabó este cantar〉(2021)는 전통 의상을 입은 카우보이를 클로즈업해 퀴어성을 재발견하여 문화구조 내 고착된 남성성의 정의를 비평적으로 꼬집는다. 또한, 필리핀 출신 조슈아 세라핀(Joshua Serafin)의 영상〈VOID〉(2022~2024)는 이분화된 성의 구획을 가로질러 비이성애적 아름다움을 트랜스 퀴어 퍼포먼스 영상으로 다뤄 많은 관객의 이목을 끌었다. 이와 더불어, 한국 작가 이강승은 에이즈로 사망한 예술가들의 시각적 퀴어 서사를 초국가적이고 초역사적 방식으로 재기술하고, 금실로 짠 자수 등 섬세한 공예 미학을 통해 반기념비, 애도의 서사, 다원적 역사관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본전시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경향으로서 원주민, 선주민, 토속적인 것, 그리고 전통을 계승하는 자생적 커뮤니티에 대한 재발굴을 꼽는다. 전시에서는 브라질 야노마미 부족, 아마존의 후니쿠인족 예술가, 뉴질랜드 아오테아로아의 마오리족 예술가 등 원주민, 선주민 예술가와 콜렉티브가 다양하게 등장하며, 전통과 현대 사이에서 계승되어 온 미학적 성취와 원주민 공동체의 사회문화적 동력과 생태적 가능성을 도전적으로 선보인다. 자르디니의 센트럴관에 입장하기 전부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벽화 작업을 한 마쿠(MAHKU) 콜렉티브는 전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아시아에서 아메리카 대륙을 향해 해협을 건너는 조상의 모습을 그린 작업으로, 새, 물고기, 이주하는 사람들, 기원과 이주에 대한 서사를 강렬한 시각적 상징으로 전한다.
그렇다고 전시에서 다루는 토속성과 원시성에 대한 해석이 전통이라는 프레임 내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 볼리비아 출신의 사진작가인 리버 클라우 (River Claure)의 〈Warawar Wawa (Son of the Stars)〉(2019~2020)는 전통적인 것이 동시대 사회에서 계승되는 과정과 미래적 비전을 담은 사진 연작이다. 안데스 아이마라어로 별의 아들이라는 의미의 ‘와라와르 와와’ 연작은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안데스의 동시대상에 따라 재구성하며, 환상적인 우주와 타자화된 문화 사이에 남겨진 상상력의 세계로 관객을 이끈다. 한편, 아르헨티나로 이주하여 활동해온 한국의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의 조각 20여 점은 전시장의 한가운데서 무게감 있는 방식으로 다뤄지고 있었다. 작가의 나무 조각은 전통 한옥의 결구법, 한국과 남미의 민간신앙에서 발견한 쌓기를 탐구하며, 나누고, 쪼개고, 추출하고, 더해지는 유기적 형상을 통해 인간과 자연 사이의 순환과 연결망에 대한 깊은 철학적 사유를 전한다.
한편, 페드로사가 특히나 공들여 구성한 ‘뉴클레오 스토리코(Nucleo Storico)’ 파트에서 1905년부터 1990년에 걸쳐 제작된 초상화 섹션은 알제리, 아오테아로아, 뉴질랜드,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브라질, 칠레, 중국, 콜롬비아, 쿠바, 도미니카공화국, 에콰도르, 이집트, 가나, 과테말라, 인도, 인도네시아 출신의 100명에 달하는 화가의 작업이 두 공간의 벽에 전체적으로 집결되어 있어 압도적인 분위기를 형성한다. 여기에 한국과 싱가포르의 작고 작가 회화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1970년대 이전 두 나라가 개발도상국으로 불릴 당시 로컬의 예술 실천에 주목한 것이다. 초상화 섹션에서는 월북미술가 이쾌대(1913~1965)가 한복 차림에 팔레트를 들고 있는 사실적인 자화상과 한국화가 장우성(1912~2005)의 섬세한 화실 전경화가 전시되고 있으나, 전체적으로 상이한 지역권 출신의 작품들 사이에서의 서로를 성찰할 수 있는 담론적 연결보다는 다채로움과 다양성, 미학적 개성만이 도드라져 지형도보다는 파편적 인상으로 남기도 했다.
좌 장우성〈화실〉 1943 리움미술관 소장
우측 위 이쾌대〈두루마기 입은 자화상〉 캔버스에 유채 72 × 60cm 1940년대 개인소장
사진 : 월간미술
Bouchra Khalili 〈The Mapping Journey Project〉(사진 오른쪽)
Video installation, 8 single -channel videos, color, sound Variable dimensions 2008~2011
사진 : Marco Zorzanello
비엔날레의 헤게모니 : 미학과 실천 사이의 한계
올해 비엔날레에서 아쉬운 점은 글로벌 사우스를 중심으로 전개된 다채로운 미학적 성과가 지나치게 잘 정돈된 뮤지엄 디스플레이에 갇혀 있어, 이러한 예술이 지닌 미학적 동력이 현실 세계에 맞서는 대안이자 연대로서의 가능성으로 잘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근대가 억압한 세계의 다양한 목소리, 다성적인 미학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데 그쳐 보인다. 이번 전시 구성은 지난 회인 《꿈의 우유》가 시도한 지배 담론에의 저항 서사를 계승한 것으로 보이지만, 올해 미술전문지들의 평가는 그때만큼 파격적이지도 신선하지도 않다는 의견이 상당한 편이다. 한편으로, 아프리카 디아스포라를 주제로 레슬리 로코(Lesley Lokko)가 기획한 2023년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미래의 실험실(Laboratory of the Future)》의 전략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아프리카계 출신 여성 감독으로서 전시 참여작가의 절반을 아프리카계 디아스포라, 만 40살 미만의 신진 건축가로 구성해 전시의 내용보다는 형식과 배경에 더 초점이 맞춰지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이번 비엔날레의 본전시는 미술사조를 성실하게 따른 디스플레이로 인해, 미술관의 컬렉션 전시 혹은 최근에 더욱이 스펙터클해진 글로벌 아트페어의 공간 구성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접근은 글로벌 사우스의 연대를 지구적 자본주의, 정치화, 계급화에 맞선 예술 공동체로서 제시한 루앙루파 기획의 2022년 카셀 도큐멘타15와 비교 분석해볼 수 있다. 도큐멘타15가 당시 서구식 미술의 역사가 구축해온 미술의 규범과 장르, 규정들을 비판하는 것에서 나아가 동시대 커뮤니티아트, 공공미술, 예술 교육, 공예라는 프레임에 자생적 실천으로 개입하여 현실적 전환을 도모한 실천적 에너지를 이번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찾아볼 수는 없다. 지나치게 주류 미술사를 의식한 탓에 오히려 예술가의 대안적 가능성, 현실에서 일어난 봉기의 힘과 전환의 에너지는 보기 좋은 디스플레이에 갇힌 형국이다. 거대한 주변부의 미학 실천으로서 미술사의 페이지를 다시 쓰는 것에서 나아가, 이러한 대안적 예술의 동력이 어떻게 비엔날레의 헤게모니에서 벗어나 현실 세계의 식민화에 저항하는 연대이자 문화적 동학의 힘으로 도모될 수 있을지는 여전한 과제로 보인다.
Ana Segovia〈Pos’se acabo este cantar〉Video installation 5분 35초 2021
사진 : Andrea Avezzù
Joshua Serafin〈VOID〉비디오 9분 14초 2022
사진 : Andrea Avezzù
김윤신〈분이분일 합이합일〉 전시 전경 2024 제공 : 리만머핀
Isaac Chong Wai〈Falling Reversely〉 퍼모먼스 35분 2024
사진 : Andrea Avezzù
Marco Scotini〈Disobedience Archive〉2005~2024
40편의 액티비즘 영상으로 구성 전시 전경 2024
Teresa Margolles 〈Tela Venezuelana〉
Human imprint on cloth 210× 210cm 2019
사진 : Matteo de Mayda
Alessandra Ferrini〈Gaddafi in Rome : Anatomy of a Friendship〉
Video installation 가변 설치 2024 사진 : Matteo de Mayda
Anna Maria Maiolino〈Terra Modelada〉moulded clay
and vegetation, site- specific installation 2024
사진 : 월간미술
Bárbara Sánchez-Kane 〈Prêt-À-Patria〉
Fiberglass, resin, steel structure, polyester
560 × 63 × 170cm 2021 사진 : Andrea Avezzù
Ione Saldanha〈Untitled〉 &〈Bambu〉시리즈
Acrylic on bamboo 가변 설치 Antonio Almeida and
CarlosDale Jr Collection / Ronie and Conrado Mesquita Collection 등
사진 : Matteo de Mayda
Gabrielle Goliath〈Personal Accounts〉
Video and sound installation 가변 크기 2024
사진 : Matteo de Mayda
Brett Graham〈Wastelands〉Wood, synthetic
polymer paint 300× 1600 × 360cm 2024
사진 : Marco Zorzanello
Frieda Toranzo Jaeger〈Rage Is a Machine in Times of Senselessness〉
Oil and embroidery on canvas 1500× 480cm
2024 사진 : Marco Zorzanello
Lina Bo Bardi〈Cavaletes de vidro〉Concrete, glass, wood,
neoprene, and stainless steel 가변 설치 2024
Lauren Halsey〈Keepers of the Krown〉
Glass fiber reinforced concrete and mixed media
125 × 125 × 665cm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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