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을 위한 성장과 혁신: 2025년 상반기
국내외 미술시장 흐름 분석

주연화 홍익대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
Art Market Report

프리즈 뉴욕 2025 여 워크숍 부스 전경 제공: 프리즈

팬데믹 이후 정점을 찍었던 미술시장은 지난 3년간 침체를 겪으며 구조적 전환의 기로에 섰다. 2025년 상반기, 글로벌 경기 불안과 고가 미술품 수요 감소 속에서 시장은 생존을 위한 전략적 변화와 재편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본 글은 경매, 아트페어, 갤러리 등 미술 유통 전반을 중심으로 2025년 상반기 국내외 미술시장의 흐름을 살피고, 그 안에서 포착되는 새로운 조짐과 방향성을 조망한다.

2022년 미술시장이 정점에 달한 후 지난 3년 동안 시장은 침체기를 겪어왔다. Art Basel & UBS의 『The Art Market Report 2024』에 따르면 2023년 세계 미술시장 규모는 2022년 700억 달러 대비 4% 감소해 약 650억 달러(약 89조 8100억원)였다. 이 수치가 2024년 다시 12% 감소하여 575억 달러로 줄었다. 국내 미술시장 또한 예술경영지원센터의 미술시장결산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시장 규모는 2022년 약 8066억원에서 15% 감소해 약 6929억원으로 줄었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집계한 2024년 시장 규모는 아직 최종적으로 결산되지 않았지만 약 54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팬데믹 이전의 4000억원대 수준보다는 높지만 지난 4년 사이 최저 수준이다. 그렇다면, 2025년 상반기는 어떻게 흘러왔는가? 본 글은 경매(옥션), 아트페어, 갤러리를 중심으로 2025년 상반기 국내외 미술시장 현황을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2025년 미술시장 변화의 흐름을 살피는 것에 그 목적을 둔다.

경매 현황
2025년 상반기 글로벌 주요 경매들의 판매 현황과 주요 낙찰 작품을 살펴보자면, 주요 글로벌 경매들은 판매 가능성이 높은 작품들의 선별적 구성을 통해 고객의 이목을 끌고 낙찰률을 높이고자 노력했다는 점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주요 작품들이 전반적으로 낮은 추정가에 낙찰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예를 들어 연중 가장 중요한 세일즈 이벤트인 크리스티의 5월 이브닝 세일에는 반스&노플(Barnes&Noble) 창립자의 주요 컬렉션 38점, 2022년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안느 바스(Anne Bass)의 미공개 컬렉션 10점 등 총 75점의 작품이 출품되었다. 이 판매의 총 낙찰액은 4억 9800만 달러(약 6900억원)로 낙찰률은 94%였다. 수치적으로는 상당한 성과를 보였지만 그 이면을 살펴보면 시장은 낙관적이지 않다. 우선 추정가 대비 낙찰가를 살펴보면 낮은 추정가 근처에서 대부분의 작품이 낙찰되었다. 둘째, 무엇보다 제3자 보증인1 제도를 통해 낙찰률을 높였다는 점에서 94%의 판매율은 실제로는 수요와 공급 원칙을 거스른 선판매 전략, 즉 가격 떠넘기기가 낳은 현혹이다. 이는 소더비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소더비 5월 뉴욕 이브닝 세일은 미술시장 최고의 여성 딜러 중 한 명인 바바라 글래드스톤(Barbara Gladstone)의 소장품을 포함해 총 68점이 출품되었고, 총 낙찰액은 1억 5420만 달러(수수료 포함 1억 8600만 달러, 약 2600억원)였다. 하지만, 이 낙찰총액은 추정가와 비교 시 68점의 낮은 추정가 합산 총액 1억 4150만 달러(약 2000억원)보다 약간 높을 뿐이다. 소더비 또한 상당수의 작품에 미리 제3자 보증인을 확보해 미판매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판매율을 높였다.

글로벌 경매들은 이처럼 좋은 작품의 확보, 제3자 보증인 제도의 적극적 활용 이외에도 신규 시장 진출, 새로운 판매 아이템 확보, 사업 다각화 등 수익 다변화를 통해 시장의 어려움을 돌파하고자 하고 있다. 크리스티는 AI 세일을 기획해 총 34점의 작품 중 28점을 판매했고, 소더비는 2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첫 중동 옥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소더비는 작년에만 100여 명의 직원을 해고했고, 아부다비 국부펀드로부터 10억 달러의 자금을 유치해 이를 소더비의 부채 16억 5000만 달러(약 2조 2800억원)를 상환하는 데 사용한 바 있다.2

이와 같은 상황은 국내 경매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내 양대 경매회사인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의 IR 자료에 따르면 두 옥션의 2025년 상반기 낙찰총액은 약 550억원으로 추정되며, 이는 2024년 상반기 대비 약 25% 하락한 수치이다. 무엇보다, 10억원 이상 고가 낙찰작품이 없었으며(이는 초고가 작품의 거래가 급감한 국제 미술시장의 흐름과도 같다), 김환기와 쿠사마 야요이 등 블루칩 작품들 또한 추정가보다 낮은 가격이거나 그보다 조금 높은 금액에 판매되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심각한 상황은 낮은 낙찰률인데, 2024년 상반기 국내 옥션 낙찰률은 50% 미만에 머물렀다. 이는 앞서 살펴본 해외 주요 경매들과는 판이한 상황이다. 판매 가능성이 높은 작품과 제3자 보증인 시스템 등의 활용을 통해 겉으로나마 철저히 높은 성과를 유지해 내는 크리스티나 소더비와는 달리 국내 옥션사들은 작품 컨트롤이나 구매자 사전 확보 등을 성공적으로 이뤄내지 못한 채 두점 중 한 점도 판매되지 않는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상황이 단순히 옥션 회사의 영업 부진에 그치지 않고 판매되지 않은 작품과 그 작가에게는 유찰 작가라는 꼬리표를 안겨준 채 해당 작가 시장에 오점을 남길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아트바젤 홍콩 2025 디스커버리 상을 수상한 P21의 신민 작가 제공: 아트바젤

아트페어 시장 현황
2025년 상반기 글로벌 미술시장의 위축 속에서 아트페어 업계 또한 호황기와는 달리 고전을 겪고 있다. 시장 호황기에 새로 등장한 아트페어들은 참여 갤러리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조용히 사라진 경우도 상당하다. 하지만, 글로벌 페어를 중심으로 어려운 시장 상황 속 여전히 적극적인 성장 및 사업 확장이 진행 중이기도 하다.

우선 아트바젤은 2025년 상반기, 아트바젤 홍콩을 염려 속에서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이 성공은 M+ 및 크리스티, 소더비의 주요 경매 프리뷰가 함께 진행되며 낳은 ‘홍콩’의 성공이다. 홍콩은 최근 한국, 일본 등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시아 미술계의 중심임을 드러냈다. 실제 아트바젤 홍콩의 성과만 살펴보면 올해에는 총 242개 갤러리가 참가했는데, 그중 절반 이상이 아시아권 갤러리였다. 이는 시장 호황기 서구 갤러리가 60% 정도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된다. 페어 초반 하우저앤워스는 루이즈 부르주아의 작품을 750만 달러(약 103억원)에 판매하고, 데이비드 즈워너는 조지 콘도의 작품을 250만 달러(약 34억원)에 판매하는 등, 아트바젤 홍콩은 아시아의 다른 국제 아트페어에 비하여 높은 가격대의 작품들이 거래되는 아시아 최고 아트페어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3 하지만, 페어 전반의 작품 구성을 살펴보면 중저가 가격대의 작품들이 상당했고, 갤러리의 매출 또한 성과가 좋은 갤러리와 그렇지 않은 갤러리로 나뉘었다. 무엇보다, 판매가 잘 이루어진 갤러리의 경우에도 낮아진 작품 가격대로 인해 겉으로 보이는 판매 성과에도 불구하고 전체 매출은 감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아트바젤 홍콩 2025에 대하여 아트뉴스페이퍼는 “미국 컬렉터의 수가 줄고, 중국 컬렉터들의 소비 또한 고가 소비보다는 중저가에 더 머물렀지만, 동남아시아 컬렉터의 증가와 새로운 Z세대 컬렉터들의 성장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4고 평가했다.

김환기 〈무제〉 120×85.5cm 1969 연합뉴스 1월 10일 자에 따르면 9억 5000만원이 경매 시작가였으나, 케이옥션 홈페이지의 낙찰 결과에 따르면 최종 7억 8000만원에 판매되었다

페어 기간 동안 하우저앤워스 홍콩 지점은 루이즈 부르주아의 개인전을, 그리고 가고시안은 사라 지(Sarah Sze)의 개인전을 열었는데, 이와 같은 전시는 저평가된 여성 작가의 작품을 공급해 가격대는 낮추고 콘텐츠의 참신함은 유지하는 전략으로 읽힌다5. 실제로 시장 불황은 저평가되었거나 주목받지 못했던, 여성, 아시아, 젊은 작가들이 부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올해 아트바젤 홍콩에서는 한국 젊은 작가들 또한 큰 주목을 받았는데, 신민 작가는 MGM 그룹이 후원하는 MGM Discoveries Art Prize의 수상자가 되어 국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아트바젤과 관련해 또 다른 주목할 점은 아트바젤 운영사인 MCH 그룹이 2026년 2월 아부다비 카타르에서 아트바젤 개최를 공개했다는 것이다.6 아트바젤의 이와 같은 중동 진출은 소더비의 중동 진출과 함께 현재 미술시장의 신규 수요가 중동에서 활발해지고 있음을 드러낸다.

프리즈의 경우에는 2025년 상반기 매각설에 시달렸는데, 프리즈 뉴욕이 오픈하기 전인 5월 1일 프리즈가 소속되어 있던 엔데버(Endeavor) 기업의 전 CEO, 아리 이매뉴얼(Ari Emanuel)에 매각이 확정되며 위기설을 마무리지었다. 4월에 열린 엑스포 시카고도 프리즈가 실질적 오너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데, 엑스포 시카고에는 올해 한국 갤러리 20여 곳이 특별전 형태로 참여했다. 참가 갤러리 다수는 “중간 가격대 작품 중심 판매 전략이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높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중저가의 작품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졌다는 점은7, 정부 지원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과연 내년에도 엑스포 시카고에 한국 갤러리들이 참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를 낳는다.

상반기에 개최된 국내 주요 아트페어로는 화랑미술제, 아트오앤오, 더프리뷰 서울 등이 있다.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한 화랑미술제는 코엑스에서 개최되어 장소는 키아프나 프리즈 서울과 동일하나 협회 지원하에 부스비가 저가로 고정되어 있어 참여 갤러리들의 부담이 적은 페어이다. 더불어 고가보다는 중저가 작품들을 주로 다뤄온 아트페어라는 점에서 현재 시장 상황에 적합한 아트페어로 실제로 높은 판매율과 함께 좋은 성과를 보였다. 아트오앤오에는 일본, 홍콩 등 해외 갤러리 20곳도 참여해 규모는 작지만 국제적 아트페어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에스더 쉬퍼, 토미오 코야마, 카이카이 키키(Kaikai Kiki)와 같은 해외 갤러리들이 참여하였으며 국내 갤러리들 또한 실험적이거나 젊은 갤러리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실구매자들 중 젊은 컬렉터를 선호하는 아트페어로 이미지를 강화했지만, 결과적으로 다수의 미술 애호가가 아닌 소수의 컬렉터를 타깃으로 한다는 점에서 방문객 수 저조, 이로 인한 페어장의 한산함을 피할 수 없었다. 참여 갤러리들 사이에서도 판매 성과의 희비가 갈리는 편이었다. 더프리뷰 서울은 올해 장소를 바꾸어 운영되었으며, 작년 키아프와 프리즈 서울 직전 오픈해 개최 시기에 결정적 실수를 했다는 판단에 따라 올해는 다시 5월에 진행되었다. 공간이 전년 대비 넓어졌으나, 일부 미술계 전문가들 사이에는 층고가 낮아 답답한 감이 컸다는 후문도 있다. 전년 대비 다양한 신진 갤러리들이 늘어났으나 실험성과 퀄러티에 있어 그 폭이 커졌다는 점에서는 차후 더프리뷰서울이 실험적인 아트페어가 아닌 가격대가 낮은 작품을 중심으로 한 대중 상대 아트 이벤트로 변질될 가능성도 드러났다. 기획 의도와 비전, 타깃 고객군에 대한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아트오앤오 2025 제공: 아트오앤오

갤러리 시장 현황
글로벌 갤러리의 최근 흐름을 살펴보면 2023년 이후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세계 주요 도시에서 다수의 갤러리가 폐업하거나 운영을 중단했다. 특히, 중간 가격대의 작가를 주로 소개하는 갤러리들이 높은 운영비, 임대료,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철수하는 사례가 증가했다. 관련하여 미국 제인 브래디 아트딜러협회(ADAA) 회장은 “중견 갤러리는 팬데믹 이후 온라인화와 컬렉터의 구매 보수화 속에서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했다”고 분석했다8. 데이비드루이스 갤러리(David Lewis Gallery)의 설립자 또한 폐업 직후 인터뷰에서 “오늘날 미술시장은 소수의 글로벌 메가 갤러리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독립 갤러리는 더 이상 경쟁이 어려운 구조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국의 갤러리 업계 또한 상당한 고전을 겪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갤러리 운영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갤러리 수는 2022년 650여 개 수준이었으나, 2024년 말 기준 590여 개로 줄었고, 2025년 상반기 기준으로는 570여 개로 추정된다. 2025년 상반기 원앤제이갤러리가 잠정적 영업중단을 선언한 것은 장기적 미술시장 침체 결과가 국내에서도 수면으로 드러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국내 지점을 연 미국의 VSF 갤러리 또한 올해 영업을 중단했다. 한국경제 기사에 따르면 “서울 지점 판매 실적이 예상을 훨씬 밑돌았던 것으로 안다”는 미술계 관계자의 언급이 있었다. 2021년 한국 지점을 연 쾨닉갤러리 또한 한국 진출 4년 만에 2025년상반기 무기한 휴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와 같은 해외 갤러리의 휴업이나 철수는 한국 시장의 문제점뿐만은 아닌 글로벌 경기 불황 및 경기 호황 시기 지나친 확장으로 인한 운영 적자 등 어려움 때문으로 판단된다. 대표적인 사례로 페레스프로젝트는 독일 법원으로부터 파업 선고를 받았으며 올해 말 한국 갤러리까지 문을 닫을 예정이다. 시장 호황기에 지나친 확장, 이를 뒷받침할 자금력과 전문 경영 능력의 부재 등이 가져온 너무도 안타깝지만 예견된 결과로 보인다. 결국, 자금력이 탄탄하지 않은 상태에서 특히 시장 호황기에 지나친 확장을 하는 것은 따라오는 불황기에 심각한 경영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재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어려운 경기 상황 속에서 갤러리들에서도 새로운 변화의 움직임들이 감지된다. 중저가 작가에 대한 수요가 유지되며 젊은 작가를 다루는 신생 갤러리의 수가 증가하고, 이들과 함께 유통 매개자의 세대 교체가 진행되고 있다. 동시에 갤러리 운영에 대한 전략적 접근 및 새로운 접근들이 시도되고 있다. 갤러리신라의 경우는 2세대 이준엽 디렉터가 경영에 투입되며 젊은 세대 컬렉터들을 타깃으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과 함께 젊은 작가에 대한 갤러리들의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는 중견 및 원로 작가에 대한 소외를 또한 가져올 수 있는데, 시장은 트렌드에 기반한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작동되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을 인식하며, 다가올 미래 시장의 흐름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갤러리는 지나치게트렌드를 따르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의 변화 주기를 파악하며 향후 다시 주목받을 수 있는 작가 세대 또한 항상 주시할 필요가 있다.

나가며
2025년 상반기 국내외 미술시장은 여전히 침체다. 그럼에도 생존을 위한 성장과 혁신은 진행 중이며, 새로운 변화의 조짐들도 감지된다. 2025년 3월 홍콩 크리스티 옥션에서는 중국인 컬렉터들의 비딩이 활발히 진행되었으며,9 언급했듯 중동 지역의 컬렉터 및 동남아시아 컬렉터 등 새로운 지역의 컬렉터들이 유입되고 있다. 또한 컬렉터의 세대 또한 젊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들을 중심으로 중저가 작품에 대한 수요와 거래는 2024년에 이어 여전히 활발하고 이들은 장식성이 높은 작품에만 그치지 않고 국제적 성장 가능성을 지닌 작가들에게도 관심의 초점이 맞추어져 실험적 매체 또한 구매하기도 한다. 이들은 가상화폐나 AI 등에 열려 있지만 동시에 건전한 소비와 사회 기여에도 관심이 높다. 고가 미술시장의 정체로 전체 미술시장 규모는 축소되고 부진한 듯하나, 미술시장에서 거래되는 작품군과 구매하는 컬렉터군이 활발히 변하고 있다는 사실은 앞으로 미술시장이 새로운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작품 구매자들의 구매 행동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이들은 온라인으로 정보를 취득하고, 그들이 구매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작품을 가장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기 위하여 국내외 갤러리, 옥션을 가리지 않는다. 국내 미술시장 유통 매개자들이 글로벌 미술시장의 흐름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다. 이 재편의 흐름을 누가 앞서가느냐, 혹은 그 흐름에 뒤처지지 않느냐는 어려운 시장 침체기에 생존자와 도태자를 가르는 기점이 될 것이다.

2025년 상반기 최고의 예측 불가능성을 보여주었던 트럼프의 관세 정책 충격에도 서서히 익숙해지고 있으며, 미국 주식 시장 또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전쟁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에 큰 타격이 없다는 것은 시장이 어느 정도의 불안정성은 이제 수용할 수 있는 상태(그것이 긍정적이지만은 않지만 말이다)임을 보여주는 듯하다. 국내 시장 또한 부동산 가격 상승, 최근의 주식시장 상승으로 자산 가치가 상당 부분 단기 상승했기에 리스크 헤지를 위한 자금이 대체 자산, 즉 미술품 쪽으로 다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6월 11일 오픈한 아트바젤 인 바젤의 VIP 오프닝 판매 성과는 미술시장의 침체가 드디어 끝날 수도 있다는 작은 시그널로 보이기도 한다. 그 변화가 정말 일어날지 판단하기에는 다양한 지표들을 신중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그 변화가 일어난다 할지라도 지나치게 단기에 시장이 다시 달아오르는 것은 더 큰 위험이다.

아트바젤 인 바젤 2025 하우저앤워스에서 선보인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
〈Untitled(Go-Go Dancing 
Platform)〉(1991) 재현 모습 제공: 아트바젤

마지막으로 현재 장기 경기 침체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는 국내 미술시장을 위해 정부는 시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대통령이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과의 만남을 통해 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필요한 부분에 대한 지원을 하겠다는 것은 지금 시대 요구되는 국가 행정의 ‘기본’일 것이다. 미술시장을 순수한 미술과 저급한 돈의 잘못된 만남으로 바라보는 미숙함이나, 미술시장을 비단 가진 자들의 투기장만으로 이해하는 편협함은 국내 미술시장이 건전하게 성장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다. 미술시장은 모든 작가에게 자신이 창작한 작품을 거래하고 이를 기반으로 기본 생활을 영위하고, 새로운 창작을 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하는 기본 현장이다. 그렇기에 건강하고 건전한 미술시장의 구축과 발전은 작가의 창작과 그 창작물을 향유하는 전 국민의 문화 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동시대 미술계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이다.


1 옥션에서 제3자 개런티(The 3rd Party Guarantee)는 사전 판매를 의미한다. 사전 판매를 통해 가장 낮은 가격에 구매할 구매자를 미리 섭외하고, 실제 판매를 진행하여 다른 입찰자가 없을 때는 사전 구매자가 가장 낮은 금액을 내고 작품을 구매하고, 만약 입찰자가 등장해 가격이 올라갔을 때는 사전 구매자와 작품 출품자가 최종 낙찰가와 가장 낮은 추정가(혹은 보증 금액)의 차액을 서로 분배해 가지는 구조이다. 제3자 개런티를 통해 옥션 및 판매자들은 작품의 유찰률을 낮출 수 있다
2 Richard Askwith “Are London’s grand auction houses in trouble?” The Times 2025.5.9
3 ArtBasel HKReport 2025
4 KabirJhala and Lisa Movius “Energy returns to a changed Art Basel Hong Kong” The Art Newspaper 2025.3.27
5 흥미로운것은이와같은아시아개인전을위해 서구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에 동양적 혹은 아시아의 문화 코드를 상당히 많이 접목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작가들 또한 변화한 고객군과 시장을 반영해 적극적으로 작품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6 Financial Times 2025.5
7 실제로페어에참가했던한갤러리스트에따르면 판매 작품은 2~3만 달러 미만의 작품이 대부분으로 단색화나 원로 작가들의 5만 달러 이상의 작품들은 거의 판매되지 않았다고 한다
8 The Art Newspaper 2025
9 MelanieGerlis “Slim Hong Kong evening sales at Christie’s and Sotheby’s draw solid results for a ‘tough season’” The Art Newspaper 2025.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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