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디딤돌,
《굿-즈》와 작가미술장터
강재영 기자
Special Feature
“굿-즈 2015를 기억하시나요?” 2015년 10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굿-즈 2015》(이하《굿-즈》)는 매스컴의 이례적인 주목을 받으며 미술계를 넘어선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행사는 1회로 마무리되었지만, 미술계 안팎으로 모종의 파장을 만들었음을 부인하는 이는 없다. 월간미술은 《굿-즈》 10년을 맞아, 이를 가능하게 했던 조건을 검토하는 특집을 마련했다. 여기에는 신생공간, 세대담론, SNS와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또한 이를 가능하게 한 ‘작가미술장터’ 사업도 빼놓을 수 없다. 작가가 관람객과 접촉하는 인터페이스를 미학적 차원으로 업데이트하려는《굿-즈》의 실험이 ‘작가미술장터’라는 제도를 어떻게 수용하고 형식적으로 활용하는지 살펴보고, 관객 경험의 측면에서 지금의 독자적인 움직임도 포착해본다.
《굿-즈》는 2015년 당시 신생공간이라 일컫던 아티스트 콜렉티브와 공간, 그리고 그 장을 유영하던 기획자들의 일시적인 결합과 동시에, 같은 해 시작된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작가미술장터 개설 지원 사업’을 발판으로 구현됐다.《굿-즈》는 시장에 편입되지 않은 채 가려져 있던 일련의 예술 집단 혹은 느슨한 공동체를 대중에 드러내면서, ‘작가미술장터’라는 사업을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굿-즈》는 엄밀한 의미의 판매와 유통을 적극적으로 고민했다기보다는, 작업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각각의 작가 혹은 공간이 갖고 있는 정체성과 다원성을 드러내는 플랫폼 기능에 방점을 두었다. 이는《굿-즈》 행사 마지막 날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이 맞습니다”라는 트위터 게시물과 함께, 행사의 작별을 알린 기획자들의 태도에서도 유추할 수 있다. 반면 작가미술장터 사업은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단위에서 미술을 유통하는 실험을 다각도로 펼쳐내는 장이 되었으며, 여기에선 ‘관객’과 접촉한다는 《굿-즈》의 과제가 ‘장터’라는 이름 아래 ‘판매’라는 형식으로 더욱 구체화되었다. 월간미술은《굿-즈》에 참여했던 주체, 그리고《굿-즈》의 태도를 이어가는 주체, 작가미술장터에 참여했거나 참여 중인 이벤트를 정리하고 그 비정형적 관계항을 그려본다.
“굿-즈는 동시대 미술의 환경/조건에 대해 고민하는 시각예술 작가들이 자신의 작업 ‘굿-즈’, 소량 제작된 에디션, 작업의 파생물 등을 직접 판매하는 행사입니다. 전시장에서만 볼 수 있었던 작품들, 장소특정적 설치나 퍼포먼스처럼 형태가 없는 작업들, 기존의 아트페어가 다루지 않았던 젊은 작가들의 활동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구매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굿-즈는 굿즈 goods라는 본래의 단어가 지니고 있는 잠재력을 통해 현대미술이 봉착한 여러 문제들을 다른 측면에서 풀어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행사는 작품이 제작/유통되는 방식을 참여작가 각자의 독자적인 형식으로 해석하고 제안하는 자리이며, 자신의 작업/‘굿-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결과를 능동적으로 선보이는 자리입니다.
하나하나의 작품 ‘굿-즈’들은 모두 다른 자세와 방법으로 탄생했습니다. 굿-즈를 방문하는 이들이 기존의 공산품이나 아트상품, 작품, 예술가들이 제시하는 ‘굿-즈’의 미묘한 차이를 비교하며 즐기고, 더 적극적인 방식으로 주위 작가들의 예술활동에 동참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굿-즈》 소개문, 홈페이지 발췌
《굿-즈》 참여 기획자
강정석, 권순우, 김꽃, 김동희, 김민경, 김영수, 김익현, 김종소리, 김현주, 김효경, 노상호, 돈선필, 류경호, 박기현, 박수민, 박지아, 박준영, 박현정, 손주영, 송민정, 심혜린, 안인용, 윤민화, 윤율리, 윤향로, 이미정, 이수경, 이제, 정명우, 정시우, 조대원, 함영준, 현시원, 홍진훤, 황아람, 황은정(총 36명)
《굿-즈》 참여 작가
605, 강동주, 강동훈, 강은영, 강재원, 강정석, 곽이브, 권기예, 권도연, 권지원, 김대환, 김동규, 김동희, 김범종, 김수연, 김예지, 김웅현, 김윤익(김꽃), 김은지, 김정태, 김허앵, 김현주x김경규, 김혜원, 김희천, 노상호, 노혜정, 던전(Dungeons), 돈선필, 대항해시대(구재회, 엄귀현, 임준호, 최주원), 문보람, 밈미우, 박광수, 박수민, 박아람, 박정혜, 박현정, 백경호, 변상환, 서원선, 송 곳, 송민정, 심래정, 심혜린, 심흥아, Shall We Dance(이경규, 홍재진), 엄아롱, 엄유정, 오희원, 유리와, 윤향로, 이미래, 이미정, 이수경, 이승찬, 이우성, 이윤성, 이은새, 이자혜, 이주리, 이준용, 이해민선, 임정수, 장지우, 정지현, 조익정, 조혜진, 차슬아, 최윤, 콜레라마(이세준, 한받), 한진, 호상근, 홍철기, 홍해은, 황수연, AMQ(이강혁, 이윤호, 이차령), LostCo., MRGG(강준기, 박성민, 이길재), Team Progressive, PDH+NO MUSIC, qhak
굿즈? 굿-즈?
영어로 Goods는 ‘살 수 있는 물건’이란 뜻으로 물리적 형태를 갖추고 화폐와 교환 가능한 물건을 뜻한다. 주로 백화점이나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상품 일체를 일컫는다.
그러나 한국에서 ‘굿즈’의 의미는 일본 서브컬처와 아이돌 문화에서 통용되는 맥락에 더욱 가깝다. 여기서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나 아이돌 팬들과 관련된 2차 창작물(파생물)을 일컫는다. 한국에서 ‘굿즈’는 해당 동호인들 사이에서 주고받는 단어였으나, 1999년 일본문화개방, 2000년대 일본에서 분한류열풍 등으로 2000년대 후반부터는 한국 미디어에서도 ‘굿즈’를 언급하기 시작한다. 팬덤에서 ‘굿즈’를 소비하는 문화는 2010년대 한국 아이돌 산업 성장과 함께 폭발했다. 《굿-즈 2015》는 현대미술과 이러한 2차 창작문화를 결합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작가미술장터는?
2015년부터 시작된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작가미술장터 개설 지원’ 사업은 미술품 판매 기회가 부족한 작가들에게 직거래 미술장터 개설을 지원하여 창작 환경을 개선하고 미술시장 진입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사업은 작가들이 직접 작품을 전시·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주요 화랑 및 아트페어에 참가하지 못하는 신진 및 무명작가가 국민과 소통하고 미술계 관계자들에게 작품을 홍보할 수 있는 통로가 되어왔다.
사업이 해를 거듭할수록 작가를 지원할 수 있는 행정력을 갖춘 전문 전시기획사나 그룹이 공모에 선정되고 있으며, 2019년부터는 사업의 전국화를 도모하기 위해 서울에서 안정적으로 장터를 운영해온 주체를 지역에 매칭하거나, 지역 인프라를 갖춘 운영주체를 선발하여 운영하고 있다.
작가미술장터 첫 해 《굿-즈》가 총관람객 6000여 명, 총판매액 1억3000천만 원을 기록, 대성황을 이루며 사업도 탄력을 받았다. 이듬해부터는 작가미술장터 사업뿐 아니라 ‘우리동네 미술장터 개설 지원’ 사업을 추가하여 미술장터 지원을 다변화했다. 이 사업을 통해 《굿-즈》의 아이디어를 직접적으로 잇는 사업(취미관, PACK, 퍼폼, 더스크랩)이 지속가능성을 실험할 수 있게 되었다.
2024년에는 전국 8개소에서 ‘작가미술장터’가 개최되었으며, 926명(팀)의 작가가 참여하고 4만8000여 명이 관람하였다. 10년간 누적 관람객은 134만 명, 참여 작가는 1만2000여 명에 달한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작가미술장터’를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만날 수 있는 ‘컬렉터 입문 플랫폼’으로 설정하여, 작가들이 관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대중은 새롭고 흥미로운 방법으로 작품을 감상하고, 소장할 수 있는 방법을 실험할 수 있도록 지원해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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