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월드에 드리운 거대 우주
정리 하도경
SPECIAL FEATURE
작가, 큐레이터, 비평가, 아트 인플루언서 등 동시대 미술을 받치고 있는 미술인들에게
미술계와 SNS의 관계에 관해 물었다. 이 시대에 SNS가 무엇이고, 왜 중요한지, SNS를
활용하는 자신만의 방식이 있는지 이들의 생생한 답변을 들어 보자.
<공통 질문>
1 동시대 미술계와 SNS는 어떤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나?
2 이 시대에 SNS는 무엇이고,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3 SNS를 활용하는 자신만의 전략과 방식이 있다면?
4 이 특집과 관련된 질문 및 전달하고 싶은 사항이 있나?
레프 마노비치 Lev Manovich
이론가 작가 @levmanovich
- SNS는 현대미술에 일어난 최고의 수단이다. 이전에는 소수의 작가만이 갤러리에서 자기 작품을 전시할 수 있었고, 실제의 예술 공간에서 작품을 보여주는 것이 작품을 공개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대도시로 이사해 유명 미술 아카데미에 입학하고, 작품을 인정받고, 적절한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등 조건에 따라 전시 대상과 방법이 달라졌었다. 그 결과 우리가 알고 있는 20세기에 대한 공식적인 미술사는 완전히 왜곡됐다. 물론 유명해진 예술가 중 대부분은 훌륭하고 일부는 위대하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뛰어난 수많은 예술가가 완전히 알려지지 않았거나 지역적으로만 알려져 있다. 공산주의 시대의 러시아처럼 제한적인 정치 체제 국가에서는 혁신적이고 중요한 예술가들이 수십 년 동안 자기 작품을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못했다. 그들 중 일부는 1960~1970년대에서야 전시회를 열었지만, 아직 알려지지 않은 작가도 많다.
- 현재 내 작품에는 AI 도구로 만든 디지털 이미지와 종이에 잉크로 그린 그림이 모두 포함돼 있다. 나는 일주일에 몇 건의 게시물을 작성하며, 항상 게시물에 텍스트를 추가하려고 노력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이기 때문이다. AI 이미지 미학이나 예술과 미디어의 역사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같은 내가 관심 있는 문제에 관한 토론을 시작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게시물에 텍스트를 추가하는 것은 잠재적인 토론을 시작하는 방법인데, 그러한 토론이 이루어지는지 아닌지는 사용하는 소셜 네트워크에 따라 달라진다. 나는 종종 작품과 텍스트가 포함된 동일한 게시물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링크드인, 트위터에 복사하여 올리는데, 다섯 개의 네트워크를 합하면 팔로워가 8만 명이 넘으며, 이 중 2만2000명은 페이스북에 있다. 가장 활발한 토론이 페이스북에서 이루어지므로 이는 나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때때로 링크드인에서도 흥미로운 반응이 있지만 인스타그램에서 실제 토론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 오늘날 SNS는 문화와 예술에 필수적이다. 학술, 예술 저널, 뮤지엄, 비엔날레 등 전 세계의 많은 문화 · 예술 기관이 정치적인 이데올로기에 장악돼 있다. 그들은 세계와 예술에 대한 매우 안일한 시각을 제시한다.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이곳에서 작품을 출판하거나 발표하려면 여러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2018~2022년에 열린 200회의 미술 비엔날레에 출품된 작가 중 절반은 뉴욕, 런던, 베를린 등 일부 도시에만 거주하며, 이들 대부분은 미국에서 소수의 아주 값비싼 미술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추정된다. 부유한 부모를 둔 사람만이 이러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휴대전화 화면에서 화려하고 그래픽적인 이미지가 더 잘 보이는(흑백 이미지를 게시할 때 항상 ‘좋아요’를 덜 받는다는 것을 알았다 ) 점 등 SNS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그 한계는 극도로 제한적이다. 이념적 뮤지엄, 비엔날레, 저널의 세계와 비교할 때 SNS는 오늘날 우리가 가진 유일한, 진정한 자유 문화 공간이다.
라클란 맥도월 Lachlan MacDowall
학자 이론가 @graffitistudies
- 고정된 대상, 고정된 위치, 숙고하는 관람자라는 삼위일체에 기반한 오래된 미술계는 속도, 규모 및 산만함이라는 새로운 논리에 의해 산산조각이 나왔다. 독점(exclusivity )에 대한 초기의 유혹은 총체성(totality )이라는 새로운 약속으로 대체됐다.
- 스마트폰을 가로로 돌려 인스타그램을 켜고, 이를 빠르게 스크롤 하면 마치 움직이는 기차의 전망이 연상된다. 흐릿한 이미지들의 강렬한 색상들은 매우 빠른 그래피티의 현란한 색상처럼 작용하는데, 이는 즉각적인 고속 효과를 위해 디자인된 것이다
- 인스타그램은 죽어가고 있지만 최종적인 죽음의 원인은 무엇이며 시체는 어디에 묻힐 것인가?
노상호
작가 @nemonannet
- SNS가 동시대 사회 문화현상의 일부이므로 작업의 요소나 소재로서 중요한 존재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 정보격차를 심화시켜 다른 시계를 만들어 내기도 하고, 기본적으로는 가상 전시장 중 가장 일반적인 곳이라고 생각한다. 오프라인 전시장처럼 기능하면서도 값싸고, 빠르고 훨씬 더 소비적인 공간
- 작업 맥락에 들어오기 때문에 아날로그 전시장과 구분되는 디지털 전시장으로서 기능하도록 사용하는 편이다.
- 최근 SNS는 정말로 무국적성, 무시간성을 만들어내는가에 대한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
박보마
작가 @b__o__m__a @fldjfstudio
- 자신 또는 작업을 가장 빨리, 가까이서 홍보하고 알릴 수 있으며, 작업의 미디엄 또는 작가적 페르소나가 될 수 있다.
- 미세한(잘게 나뉜 ) 방송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기보다는 현대 사회에서 개인, 그룹의 목적이나 삶의 방식에 따라 필요하다.
- 내가 소셜미디어의 타임라인을 처음 활용하게 된 일은 주된 시스템, 실제 부피를 차지한 공간과 제도를 의식하며, 내 작업과 욕망이 어떻게 보여야 하는지 고민한 결과다. 당시에 디지털 작업과 게릴라 형식의 제스처 작업 등을 주로 진행했고, SNS는 이를 그대로 보여주기 위한 유일한 미디엄이었다(Oil on Canvas의 캔버스 같은 ). 특히 ‘fldjf studio(2014~)’라는 정체성으로 전개한 작업은 정치적이고 개념적인 의도로 SNS 타임라인을 활용했다. SNS의 시공간이 개념적으로 결부되고 미디엄으로서 역할을 할 때 작업에 끌어들인다.
신민
작가 @fatshinmin
- SNS가 실질적인 뮤지엄이 되었고, 미술관은 인생네컷 포토스튜디오가 되었다.
- 심하게 일반화하자면 오프라인은 여유의 상징인 것 같다. 근무 시간에 근무하지 않아도 괜찮은 상태. 대부분 노동자는 데이타임의 미술관을 핸드폰으로 간접 경험하고 만다. 누워있을 시간이 더 절실하니.
- 없다. 그냥 내 자랑하고 내 얘기하고 입으로 똥 싸는 공간이다.
- 미술관도 아트페어도 미술 잡지도 다 낡았고 망한 주제에 자기들끼리 자화자찬 앙케트나 하고 친목질 같고 재미없다. 폐허가 된 마당에 내 재미라도 챙겨야지 싶어 인스타 중독의 길을 힘차게 걷고 있다.
얄루
작가 @yalooreality
- SNS는 미술계 내의 전통적인 경계를 허물고 도전할 수 있는 플랫폼이자 현대미술 생태계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한다.
- SNS는 행성적 규모로 작가가 침투해야 할 일상 공간이자 리서치 플랫폼, 예술가 간의 네트워킹 창구라고 본다.
- 전략과 방식은 없고 내 날것의 일상을 공유하는 편이다.
- 작업 중심으로 돌아가는 삶을 살고 있으니 저절로 작업 과정이나 관심사를 공유하면서 자연스럽게 동료 예술가들과 대화를 이어가게 되는 것 같다.
우한나
작가 @hannah.flashed.that
- 작가 계정을 운영하지 않더라도, 이미지를 생산하는 입장에서 내가 만든 작업이 어떤 식으로든 누구와든 공유되고 있음을 늘 염두에 두는 편이다. 가장 빠르고 사적이며, 그래서 영향력이 있다. 가끔 찍었을 법한 누군가의 계정 속 작업 사진이, 전시장 안에서 실제로 본 작업보다 더 강렬하고 영향력을 갖게 되는 상황은 이미 만연한 현상 같기도 하다. 반대로 현실에서 보니 스크린 속 이미지보다 더 강렬해서 먹먹한 감동을 주기도 한다. 계속 상호 보완, 배반하는 관계가 아닐까.
- 무언가를 업로드해 노출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다른 작가들, 기관, 갤러리들의 소식을 한 매체를 통해 쉽게 알 수 있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기관 계정에서 보게 된 이미지로 인해 작가 리서치가 시작되기도 한다. 또 계정을 운영하는 갤러리나 작가나, 기관 등 소개 글로 자신들을 표현할 때보다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부분들이 그들의 피드에 나타나기에 굳이 언어화하지 않은 성향을 파악하기에도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 딱히 전략이나 방식은 없지만, 어떻게 해서 나라는 작업자에게서 작업이 나오는지에 대해 알리고 싶어 한다. 결국 내가 자르고, 빚고, 바느질해서 그려내는 모습은 언제나 내가 보고 싶고, 느끼고자 했던 감각이다. 후천적으로 학습된 사회성 이전에, 나라는 사람이 만들어지며 흡수된 모든 취향과 공상이 이렇게 작업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걸 기록하고 싶다.
윤향로
작가 @yoonhyangro
- 대부분의 이슈를 찾아볼 수 있는 장소
- 상태에 대해 쉽고 빠르게 전달한다는 점과 일종의 전시와 같은 다른 방식으로의 역할을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시간이 나면 자주 본다. 전시나 소식 등을 알리는 방법으로 가장 많이 사용한다.
- 소셜미디어 발생 이전과 이후 월간미술의 변화에 대해 듣고 싶다.
이세준
작가 @leesejunn
- 적극적으로 소셜미디어를 가지고 오는 작업 생태계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 작가 개인이 자기 작품을 소개하거나 홍보하는 용도로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 딱히 없다. 일상생활과 작업을 적절히 섞어서 업로드하고 있다. 꾸준히 해야 할 것 같다.
정영호
작가 @long_young_ho
- 홍보와 소통의 중요한 창구
- 작업을 보여줄 수 있는 첫 번째 창구로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
- 꾸준히 전시 소식과 작품 사진만 올리고 있다.
황원해
작가 @___wonhae
- 지금 SNS는 동시대 미술계에서 작가와 전시 홍보의 장으로서 작동한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 SNS를 보다 보면 각양각색의 포장지에 싸인 상자들이 끝없이 나열된 상황을 보는 것 같다. 실체가 뭔지는 모르겠는데 하나하나 까보기엔 시간이 없어서 취향에 맞는 것들만 겨우 훑어보게 되는 시간이 반복된다.
- 각자가 보여주고 싶은 부분만 선택적으로 드러내는 피상적인 공간이자 내면으로의 몰입을 방해하는 플랫폼. 장점은 개개인이 취향의 연결망을 구축할 때 접근하기 쉽다는 것이다.
- 전략과 방식을 따로 생각해 본 적은 없다. 확실히 SNS를 처음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개인적인 감상보다 작업 과정과 전시 소식을 올리는 데 주로 쓴다
김맑음
미술비평 @mygummy_kim
- 도파민과 피로감을 동시에 주는 서로의 카운터파트(counterpart)
- 시각예술에 걸맞은 이미지 중심의 인터페이스인 인스타그램. 하지만 광고와 릴스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어서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
- 원고나 전시를 홍보할 때 주로 SNS를 활용한다. 보통 젊은 작가들의 원고를 작성하면서 작게나마 홍보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라, 방문을 호소하는 성냥팔이 소녀의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전략은 없으나 피드가 어지러운 것이 싫어 직사각형 포스터는 따로 일러스트 포맷을 만들어 편집 후 업로드하고 있다.
- 스스로 인스타그램을 잘 활용하고 있나 의문이 들었다. 어느 순간부터 개인적인사진을 잘 올리지 않고, 원고 작성이나 전시할 때만 인스타그램을 홍보용으로 활용하고 있더라. 개인적으로 인스타그램에 피로감을 느끼는 역치값이 낮아서 한두 달씩은 들어가지 않는다. 독자 중에 지면을 더 편하게 여기는 분들도 있을 듯하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박승호
박서보재단 이사장 @sam.seungho.park
- 트렌드 형성, 바이럴 마케팅, 고객관리에 더해 이 관계에 주제적으로 집중하는 작가들까지 만들어낸다.
- 정보의 생산과 소비가 끝없이 일어나는 유기 생명체. 웹을 대체하고 있다.
- 보고 들은 것, 복사해서 붙인 것이 아닌 자신의 견해가 중요하다.
김지연
미술비평 @paradisegreen__
- 창작자에게는 자기 작품과 활동을 직접 홍보하고 어필할 수 있는 수단이며, 관련 종사자에게는 실시간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통로로 기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작가의 SNS 계정 내용(팔로워 수, 운영 방식 등 )이 작품의 시장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것 같다. 작품의 유명세와 가치가 정비례한다고 보지 않지만, 미술뿐 아니라 문화 전반에서 유명세가 중요한 건 하나의 현상인 것 같다. 이와 별개로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며 다양한 사건을 만드는 SNS라는 공간 자체가 하나의 사회문화적 현상으로서 작품의 소재나 매체로 이용될 수 있는 여지도 다분하다.
- 더 자유롭고 수평적인 교류가 가능해진 것이 가장 큰 이점이라고 생각한다. 오프라인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사람도 SNS에서는 조금 더 편하게 교류가 가능해진다. 나와 연배나 활동 영역이 전혀 다른 사람과 SNS를 통해 알게 된 경우가 많다. 새로운 일의 기회를 얻게 되기도 하고. 나의 프로필과 업로드하는 콘텐츠가 어디까지 알려질지 모른다. 그게 SNS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SNS는 창작하고 발화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강력하고 자유로운 무기다. 다만 커다란 자유가 있다면 혼돈은 자연스러운 수순일 거다. 또한 오프라인의 관계와 알고리즘이 관여하는 만큼 편협한 시야를 갖게 되는 것 역시 주의해야 할 테고. 활용하는 사람의 역량에 따라서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 SNS라는 도구인 것 같다.
- 작품이나 전시 정보, 미술계 소식을 수집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내 계정의 경우, 활동 내용을 업로드하며 포트폴리오처럼 활용하고, 관람한 전시를 아카이빙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종종 일기나 단상처럼 개인적인 글을 쓰기도 한다. 원래 사적 계정으로 시작하기도 했고, 일하는 나 외에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주며 소통하고 싶어서다. 완전히 업무적이지 않은 관계에서 더 많은 가능성이 피어난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매일 뭔가 올리는 게 과하고 부끄럽다고 생각했는데, 매일 올려도 타인의 피드에는 매일 뜨지 않더라. 그래서 부끄러운 마음은 제쳐두고 일단 성실하게 1일 1피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활성화되어 있는 상태’가 중요한 것 같다. 한편 크리에이터 계정으로 설정하면 게시물의 도달이나 스크랩 숫자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데, 타인의 호를 확인하는 일은 글 쓰는 자아가 비대해지지 않도록 매번 재정비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문현정
독립 큐레이터 미술비평 @future_less_
- 시각예술을 위한 이미지의 공간으로서 SNS를 활용하고 있다. SNS는 휴대전화라는 편리한 스크린을 통해 감각되는 이미지 공간이자 여러 사람의 궤적이 쌓이는 곳이다. 인터넷 이후의 매체 중 ‘연결’과 ‘소통’의 특성을 가장 극대화하고 있는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미술에서도 전시 혹은 작품의 이미지가 SNS 속에서 디지털로 변환된 정보로 범람하고, 이미지로서만 소비되기를 유도하기도 하며, 동시에 작업의 소재로 직접 활용되기도, 또 다음의 예술을 위한 플랫폼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 먼저 SNS는 ‘이미지’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이다. 특히 세대로 구분해서 보자면, 1990년대 이후에 출생한 세대는 선형적 글보다 이미지, 그리고 쇼트 타임의 무빙 이미지를 토대로 정보를 독해하는 것에 익숙한 듯싶다. 이에 따라 보다 유동적인 세상의 흐름을 포착해내는 창으로 기능하고 있다. 그리고 자기 재현의 매체가 되어, 사용자가 자신의 독자적 정체성을 설정하도록 만드는 도구가 되어주고 있다. 때때로 인적 네트워크를 가시화하는 장치로서 작동하기도 하며, 패션이나 라이프스타일 같은 상업적 플랫폼에 의해 적극 활용되고 또 매개의 역할을 함에 따라 자본주의 가속화 속에서 ‘자리 잡기’를 위한 방법론으로도 확장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 나는 국내 활동 및 해외 교류를 위한 포트폴리오로 활용하거나, 리서치에 SNS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해외 큐레이터나 작가와 소통하기 위한 매체로 주로 이용하고 있다.
박재용
통번역가 큐레이터
@publicly.jaeyong @jaeyong.translate @jaeyong.writes
@seoulreadingroom @one_day_one_run
- 백지숙은 2005년 웹진 ‘문장’에 「‘이너넷질’로 살펴본 요즈음의 한국미술계」라는 글을 썼다. 그때나 지금이나, SNS가 휘발되기 쉬운 소식의 보고인 점은 변치 않은 듯하다.
-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라는 멋진 단어가 있기는 하지만, 좀 더 ‘순수예술’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SNS는 점점 더 창조적 노동의 단가를 낮추는 덫으로 변해가고 있다(과거에도 그랬지만, 그 강도가 더 심해지는 것 같다 ). 하지만 이른바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SNS를 벗어나기도 힘들다. 그렇기에 SNS는 중요하지만, 중요한 만큼 벗어날 구멍을 만들어 놓을 필요가 있는 무엇이기도 하다.
- 동료들과 운영하는 조직과 개인을 위한 몇 개의 계정들을 일종의 ‘게시판’처럼 사용하려 노력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SNS 피드 너머에 별도의 웹페이지를 두는 것을 목표로 한다.
- SNS의 알고리즘은 블랙박스나 다름없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게시물이 다른 사람의 피드에 출력되는 순서는 시간순이 아니라 우리로서는 수수께끼와 같은 알고리즘의 선택으로 이뤄진다. 그렇다면, SNS의 알고리즘을 파악해서 더 많은 노출을 꾀하는 게 좋을까? 나는 그렇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언젠가는 미술계 최신 소식을 접하려면 무조건 ‘싸이월드’를 열어야 했던 시절이 있고, 한때는 ‘트위터’, 이제는 ‘인스타그램’, 몇 년 뒤에는 증강현실 고글을 써야만 할지도 모른다. 어느 날 갑자기 SNS를 운영하는 대기업의 서버가 꺼지거나 그들의 운영 방침이 하루아침에 바뀌더라도 낙담하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윤율리
일민미술관 학예팀장 @jjulyn
- 이미지의 가장 신속한 통로라는 점에서 업계 참여자들에게 영향을 주는 것 같다.
- 공동의 레퍼런스 창고나 신용평가 시스템 같기도 하다. 그러나 편향이 심해지는 데 일조한다고 생각한다.
- 뭔가 올릴 때마다 팔로워가 사라져서 가급적 아무것도 안 한다. 아이러니하다.
윤태균
독립 큐레이터 팩션 운영자 @einox_
- 충분히 자동화된 메타(Meta )의 알고리즘이 참석해야 할 전시와 집중해야 할 담론을 결정하는 과정에 강하게 개입한다. ‘인스타그래머블’한 작품의 이미지가 그렇지 않은 것보다 더 쉽게 확산하기도 하고, 피드(feed )에 더 잦은 빈도로 노출되는 담론이 빠르게 유행으로 번지기도 한다. 어느새 SNS는 미술계 내 담론과 이미지 유통의 허브가 되었다. 말하자면, SNS는 미술계 내 (비 )물질적 요소의 교환 경로를 설정하는 자동적 로지스틱스(Logistics )다.
- SNS 내 담론의 웅성거림을 음성적 되먹임(Negative Feedback )으로 두어 폐쇄된 피드 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소거되게 할 것인지, 혹은 이 웅성거림의 공명을 증폭하여 양성적 되먹임(Positive Feedback )으로 외파할 것인지는 이용자 네트워크(미술계 내 우리 )의 선택에 달렸다. 협력적 SNS 알고리즘은 자동화를 통해 내부의 언어를 통제할 수 있지만, 동시에 우리는 전에 없던 새로운 담론과 지식의 형태를 손에 쥐고 있다. 파르마콘(Pharmakon )!
- 앞선 말이 무색하게, 나는 SNS를 그리 전략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는 않다. 내가 기획하거나 참여하는 전시와 행사 포스터를 단편적으로 올린다. 물론 그 이미지가 제 팔로워를 거쳐 확산될 수는 있겠지만.
이규식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큐레이터 @fairyofsul
- 작업을 보여주고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창구라고 생각한다.
- 하나의 세계다. 동시대 자체가 SNS와 긴밀하게 연동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SNS의 특징이라면 동시대의 풍경을 실시간으로, 그러나 ‘선별적’으로 담아내는 점이 아닐까?
- 피드에는 대체로 미술 활동에 관한 사진들만 선별적으로 올리려 한다. 일종의 포트폴리오 역할을 대신 해주고 있는 것 같다. 반면, 스토리에는 주로 먹고 노는 사진 위주로 올린다. 너무 심하다 싶으면 친한 친구 공개로 올린다. 그마저도 적절치 않다 싶을 땐 블로그를 연다.
이장욱
스페이스K 수석 큐레이터 @janguklee.art
- 접근성이 좋아 미술 기관 또는 미술인의 홈페이지를 대신하고, 대중의 반응을 쉽게 가늠할 수 있는 미술계 양방향 소통의 도구로 정착했다고 본다.
- 자신의 취향을 편집해 보여주는 게스트룸 혹은 모델하우스. 오픈 사전처럼, 자발적 동기로 자신의 노동력 투입을 주저하지 않는 매력적인 플랫폼이자 커뮤니티
- 큰 맥락(취향, 직업 등 )에서 벗어난 아이템은 가급적 스토리에 올리고 피드에 게시되는 내용은 일관성을 유지한다.
장진택
독립 큐레이터 @asian_male_smoker
- 당대 확장된 미디어적 관계
- 동시대에 필수적인 자기 PR의 매체, 논쟁과 토론을 위한 공론장, 사적 기록의 공간이 점철된 무엇으로 기능하는 SNS의 역량으로 인해.
- 솔직한 개인 의견을 공공의 장에서 개진할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하기. 더불어 그것이 사적 차원의 것일지라도 최소한의 공적 목적을 내포 혹은 외연 확장할 수 있는지를 자기 검증하려는 태도를 견지할 것.
- 이제 SNS는 곧 당대의 공적 정체성과 직결한다. 그와 같은 현상을 이제는 사실로 받아들이면서 그 활용의 목적과 책임을 명료히 할 필요가 분명히 있다.
빈집
아트 인플루언서 @binzip
- 미술의 존재 장소가 오프라인에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술이 시간, 장소에 구애하지 않고 실시간 현실에 가장 가깝게 존재하는 것이 SNS라고 생각한다.
- SNS는 (지독하고 끈질긴 광고와 알고리즘에 종속되기는 하지만 ) 내가 존재하고 싶은 모양대로의 현실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예쁜 것만 보고 싶은 욕망을 즉각적으로 실현하게 해준다고나 할까.
- 딱히 전략이 있는 건 아니다. 내가 경험한 전시나 문학, 예술 콘텐츠 아카이빙이 주목적이다. 때때로 내 컬렉션을 포스팅하지만, 이 역시도 해시태그를 따라 아카이빙하기 위해 포스팅하는 것이다.
- 노이즈의 홍수 속에서 각자 생존하시길 바란다. 언팔을 환영한다
콘노 유키
미술비평 @k40_hermione
- 매체마다 다르다. 인스타는 정보 수집이나 홍보 목적으로 쓰이는 것 같고, 트위터는 이전에 담론장처럼 활발했다가 요새는 잠잠한 느낌이다.
- 전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현실에 접촉하기 위해.
- SNS가 없어져도 문제없을 정도로 SNS를 통해 사람을, 현실을 미리 만나 두기
- SNS의 범위가 큰 것 같다.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은 사양이 다르지 않을까?
에포크한남
아트 미디어 @epoquehannam
-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가장 예쁘니?
- SNS가 없던 시절이 더 낭만적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요즘은 SNS가 없다면 얼굴이 없어진 것 같다고 해야 할까.
-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채널로만 생각한다. 재미없을 수 있겠지만 담담하고 진지하게 진정성 있게 하려고 한다.
- 너도나도 ‘가짜 팔로워’와 ‘가짜 좋아요’를 돈 주고 사는 시대에 SNS는 가면 같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페르소나가 아닌 리얼한 세상이 더 소중한 것 같다.
크락티(박지민)
아트 인플루언서 @crakti
- SNS의 가장 큰 매력은 작가나 전시 관련 소식을 미술계 종사자를 넘어 다양한 직업군과 나이대로 구성된 사용층에게 빠르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부지런한 컬렉터나 업계 종사자가 아닌 이상, 일반 대중은 미술계 정보만을 위해 기사를 능동적으로 찾아보진 않기 때문이다. SNS를 통해 접한 작가와 전시를 각자가 얼마나 더 깊게 파고들지는 또 다른 이야기지만, 단순 정보의 노출량과 접근성을 생각하면 그 비용 효율을 무시할 순 없다. 또한 오늘날 대부분의 SNS 플랫폼이 이미지 지향적이기 때문에 작가들은 이를 디지털 포트폴리오로 활용할 수도 있고, 더 나아가 아직 서로 안면이 없는 작가, 비평가, 기획자들이 상호 교류를 시작하고 잠재적인 협업자를 찾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 SNS는 누군가와 1:1로 소통하지 않고도 한 번에 여러 명을 상대로 나의 존재감을 꾸준히 각인시키는 데 효율적이다. 이는 비단 기업이 SNS를 마케팅 및 광고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에 국한되진 않는다. 한 개인으로서도 SNS를 통해 각자의 근황과 관심사를 지인들에게 (한방에! ) 업데이트할 수 있고, 이는 종종 다양한 커리어 및 사회적 기회로 이어지기 때문에 중요하다.
- 전국 각지의 전시를 소개하는 계정을 운영하며 인스타그램의 ‘하이라이트’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어떤 전시가 어디에서 언제까지 진행되는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전시를 지역별로(서울은 자치구로 구분, 다른 지역은 특별시/광역시/도 등으로 구분 ) 정리해 수시로 업데이트한다. 내 계정이 어느 날 특정 지역을 방문하여 전시를 보고 싶을 때 고민하지 않고 바로 참고할 수 있는 플랫폼이었으면 한다.
큐레이터의 사생활(김진혁)
큐레이터 아트 인플루언서 @magazine.curator
- 비교적 건강한 동시대 미술계는 필요한 만큼의 허영심을 품고 있다고 생각한다. 삶을 조금 더 고민해보게 만드는 지적 허영심이 SNS 시대 이전에는 드러낼 기회가 많지 않았다. SNS의 등장 이후, 물질이 아닌 ‘개념(아이디어 )’도 매력적으로 드러낼 수 있게 된 거다. SNS의 이런 성질과 개념이 중요한 동시대 미술계를 활발하게 움직이는 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 허영심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에게 어느 정도의 ‘허영심’은 필요하다고 일관되게 주장하는데, 허영심은 언제나 아직 가지지 못한 것이나 덜 가진 것을 향하므로 우리를 어디론가 나아가게 하기 때문이다. 그걸 SNS가 부추긴다고 생각한다. 타인의 삶을 손쉽게 구경할 수 있으니까.
- 이것은 ‘도구’일 뿐이다. SNS는 허영심의 원동력으로 작용하며 우리를 움직이게 하지만, 분명 부작용이 있다. 끝도 없이 헤매게 만들 수 있고, 비교하게 만든다. 그래서 이것은 목적이 아니라, 도구일 뿐이란 사실을 똑똑하게 기억하려고 한다. 빈도와 요일을 정해서 업로드한다거나, 기분과 관계없이 규칙적으로 한다거나, 언제나 SNS보다 오프라인의 삶이 더 풍부하게 만드는 데 애쓴다.
- 종이 잡지는 신문과 함께 전통적인 매체였다. 그러다 SNS가 등장하며 위기론이 대두되었고, 실제 역할 역시 축소되거나 달라졌다. 종이 잡지를 만드는 사람들은 SNS를 어떤식으로 활용할 전략을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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