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의 얼굴- 4·3 남겨진 자의 초상
복합공간 소네마리
2019. 4. 2 – 4. 23
3명의 화가는 한 친구로부터 초상화를 같이 그리자는 제안을 받았다. 화가들은 자신만의 해석을 담아 사진속의 인물을 재현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사진엔 제주 4·3희생자 유족이 있었다.4·3이 발생한 지 70년이 지난 2018년에 그녀는 희생자의 유족을 만났다. 그들을 만난 곳은 희생당한 혈족의 넋을 위로해드리는 제주 큰굿 행사장이었다. 유족들의 얼굴을 기록하는 부대행사 사진관에서 일을 한 것을 계기로 그녀는 3명의 친구들과 함께 손그림으로 사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옛말에 이르기를 적당히 아프고 적당히 슬퍼야 그림으로 담을 수 있는데 처음 만난 4·3은 한라산보다 크고 바다보다 넓어 차마 그릴 수 없어서 밝게 그리기로 했다 헙네다. 살아생전 환하게 웃어볼 날 없으신 분들에게 웃음꽃을 선물하고 싶었다 헙네다”.
“그림 속의 얼굴은 유족의 얼굴입네까, 아니면 그 험악한 시절에 세상 잘못 만나 이승을 마감한 어머님, 아버님의 얼굴입네까? 어느 유족은 너무 어릴 때 아버님이 돌아가셔서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유족의 얼굴 속에 남아있는 그 아버지를 그려 드리고 싶었다 헙네다 사진이 있는데 굳이 그림으로 그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네다”
“하여 이 그림은 유족의 그림이면서 그 희생자의 얼굴이고, 희생자의 그림이면서 유족의 얼굴입네다. 유족의 얼굴이자 희생자의 얼굴이고, 어쩌면 유족의 얼굴도 아니고 희생자의 얼굴도 아닌, 이승에 한 번도 존재한 적 없는 얼굴이웨다.” ―시인 김수열, 「폭낭에 연 걸리듯 설피낭에 옷 걸리듯」에서
소네마리 기획공모전시, ‘섬의 얼굴’은 김준환, 박종호, 박선영, Michael Evans 4인 작가의 각기 다른 해석으로 그려진 4·3유족의 초상을 소개한다. 이미 70년이 지난 그 학살에서 작가들은 철저히 무력하다. 죽은 사람은 되살아날 수 없고, 고통스럽게 살아남은 사람들의 인생은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가들의 무력함은 새로운 목격자를 만들고 그들로부터 기억될 것이다. 글/참여작가 박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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