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천 Yeechun Son

작품의 가치를 호명하는 경매의 지휘자

심지언 편집장

The Interview

미술품의 ‘가격’과 ‘가치’가 교차하며 공개적으로 거래되는 유일한 무대, 경매. 수백만 원에서 수십억 원에 이르는 예술품의 가치는, 경매사가 경매봉을 내려치는 찰나에 결정된다. 경매사는 단순한 호가(呼價) 대행을 넘어, 현장의 미세한 흐름을 읽고 예술적 가치와 시장의 논리를 조율하는 무대의 지휘자다. 홍보 담당자로 출발해 국내 최고가 경신의 순간을 세 차례나 이끌어낸 손이천 케이옥션 수석경매사. 지난 15년간 경매 현장을 지켜온 그의 시선을 따라 미술품 경매의 안과 밖을 들여다보았다.

한국외대 신문방송학과 학사·석사 졸업, 홍익대 미술대학원 예술기획과 석사를 수료했다. IT 회사 마케팅팀에서 근무하다 진로를 바꾸어 2009년 케이옥션에 홍보 담당으로 입사했다. 2010년 케이옥션 경매사로 데뷔해 현재 수석경매사이자 홍보 이사로 활동 중이다. 2012년 〈퇴우이선생진적〉 34억 원(2012년, 당시 고미술 최고가)을 비롯해 김환기 작품으로 54억 원(2016년), 65억5000만 원(2017년) 등 세 차례 국내 경매 최고가를 경신했다. ‘무한도전’, ‘나혼자산다’, ‘어쩌다어른’, ‘유 퀴즈 온 더 블록’ 등 방송 프로그램 출연과 강연 등을 통해 미술시장과 미술품 경매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인지도 제고에 힘쓰고 있다. 사진:박홍순 제공:손이천

경매사로서의 출발과 성장

케이옥션에 홍보·마케팅팀 사원으로 입사하여 경매사 업무를 겸하고 계십니다. 회사의 권유로 경매사에 도전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 시작이 어떠셨나요?
입사 당시에는 경매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또 경매 회사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고 상상도 못 했어요. 갤러리현대 경력직 큐레이터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가 갤러리의 추천으로 케이옥션 홍보 담당자로 면접을 보고 2009년 8월에 입사했습니다. 기자 응대, 간담회 등의 일을 배우던 중 당시 김순응 대표께서 경매사 양성 계획을 말씀하시며 “목소리도 크고 성실하니 한번 경매사로 준비해 보라” 제안하셨어요. 도전적 성향은 아니라 솔직히 ‘될까?’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회사에서 제안한 일이니 일단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그렇게 6개월간 내부 교육과 훈련을 받은 후 몇 번의 평가를 거쳐 경매사로 데뷔했습니다.

입사 1년 만에 경매사로 데뷔했습니다. 처음 경매봉을 잡았던 날의 기억은 어떤가요? 그때의 본인에게 지금 건네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2010년 6월 경매로 데뷔했는데 “잘하지는 못하더라도 실수는 하지 않아야겠다”는 목표로 연습을 정말 많이 했어요. 경매는 두 명이 번갈아 진행하는데, 저는 후반부의 고미술 파트를 맡았습니다. 대표님이 경매 분위기를 충분히 끌어올린 상태에서 이어받는 터라 덜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진행할 수 있었어요. 제가 긴장해도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타입이라 손은 떨리는데 목소리는 떨리지 않더라고요. 그걸 확인하면서 첫 경매를 진행한 기억이 있습니다.

이만큼 경력이 쌓이고 나니 그때의 저에게는 “매일매일 성실하게 연습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경매사는 회사라는 무대가 있을 때만 가능한 역할입니다. 그런 특수한 직업임을 냉정하게 인지하고 성실하게 연습해서 항상 ‘오늘의 무대를 후회 없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라고요.

경매사는 트레이닝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을 배우나요? 발성, 시선 처리, 시장 분석 등 기술적 훈련뿐 아니라 감각이나 태도에 대한 훈련도 필요해 보입니다.
가장 기본은 기초 체력과도 같은 호가(呼價) 연습입니다. 수백만 원대부터 수십억 원대까지 출품되는 작품의 가격대에 맞춰, 정해진 호가를 막힘없이 불러야 합니다. 입으로는 가격을 말하면서 동시에 패들 번호를 기억해야 하니까 머리로 계산하면 늦어요. 호가는 머리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나올 정도로 연습이 되어야 합니다. 호가 연습이 안정되면 그때부터 팔동작 등을 하나씩 익혀갑니다. 트레이닝 첫 단계에서는 멋있어 보이려고 하지 말고, 실수하지 않는 것이 최고라고 가르칩니다. 기술적 훈련 외에, 제가 후배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침착함으로 어떤 상황이 생겨도 당황하지 않는 훈련을 통해 실수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경매의 흐름을 파악하는 건 현장 경험을 통해서 감각적으로 익히게 된다고 생각해요.

케이옥션 2025년 4월 경매 진행 모습

경매가 진행되는 중에 경매사가 흐름을 보고 호가의 단위나 속도 등을 판단하게 되잖아요. 그렇다면 사전에 협의하는 내용과 회사가 경매사에게 주는 권한은 어떻게 구분되나요?
많은 분이 경매사가 경매를 진행하면서 작품을 거래한다고 생각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죠. 프리뷰 기간 동안 스페셜리스트가 고객들께 작품을 제안하며 사전 응찰을 진행합니다. 그래서 경매에 들어가기 전에 회사의 모든 스페셜리스트, 영업팀이 응찰 상황과 정보를 공유하고, 입찰 가능성 등을 미리 검토합니다. 응찰 고객에 대해서도 사전 파악하고요. 그러나 경매 단상에 올라선 순간부터는 어떤 소통도 하지 않아요. 그 이후 호가의 속도와 방향은 전적으로 경매사의 재량으로 현장에서 감각적으로 판단합니다. 입찰자의 표정, 패들 드는 속도, 직원의 눈빛 모든 신호를 확인하면서요.

긴 경력 중, ‘이 일을 계속할 수 있겠다’ 또는 ‘경매사의 일에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고 생각한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경매사로서의 역할에 자신감이 붙은 순간을 두 번 꼽을 수 있어요. 첫 번째는 데뷔 5년 차였던 2015년, MBC ‘무한도전’에 출연해 경매 시스템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아수라장 같은 현장에서 경매를 진행했을 때입니다. 안정적인 시스템이 갖춰진 경매 회사와는 달리 통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매를 진행하고 나니 웬만한 경매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두 번째는 경력 10년 정도가 지난 시점인데요. 실수 없이 경매를 진행하는 제 역할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흐름을 읽고 손님들과 시선, 표정 등을 교류하면서 경매를 리드하고 있다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전문성과 노하우

경매사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그 자질을 연마하기 위해 평소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경매사에게 요구되는 자질은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인데요, 침착함과 뻔뻔함을 우선으로 꼽고 싶습니다. 경매 현장은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많고, 응찰자의 미묘한 움직임과 신호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어떤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침착함이 필요합니다. 침착함을 연마하기 위해 급박한 상황에서 바로 반응하지 않고 1~2초간 호흡조절을 통해 스스로 정돈하는 훈련을 반복합니다.

또한, 경매사는 실수할 수 있지만 그 실수를 곧바로 털어내는 뻔뻔한 태도가 필요한데, 빨리 잊고 다음으로 나아가 현장 흐름이 끊기지 않게 해야 합니다. 고객들에게 신뢰를 주는 자기 관리 능력과 미술시장에 대한 전문 지식도 갖춰야겠죠. 단순히 호가를 부르는 것을 넘어, 출품되는 작품의 미술사적, 시장적 가치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평소에도 미술시장 전반의 흐름, 작가, 그리고 작품의 감식안을 기르기 위한 공부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경매사는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는 직업이지만, 무대 뒤에서 치열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노력도 있을 것 같습니다.
경매를 15년 했지만, 여전히 호가 연습을 끊임없이 하고 있어요. 한 예로 9월 경매에 출품된 이중섭의 작품이 높은 가격대라 호가 실수를 막으려 리허설을 수차례 반복했어요. 가격대에 따라 자동적으로 호가가 나올 수 있도록 계속 연습합니다. 또 제가 진행한 경매 영상을 빠짐없이 모니터링합니다. 객관적 시선으로 영상을 보면서 ‘저기서 군말이 들어갔구나’, ‘저런 때 재치 있는 말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등 목소리의 리듬, 제스처, 군말까지 점검합니다. 그리고 해외 경매사들의 자연스러운 제스처와 진행 방식을 연구해서 벤치마킹하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경매사에게 경매는 일종의 무대입니다.

“경매는 쇼이기도 하다”는 말을 한 적 있는데, 그 ‘쇼’의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한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을까요?
첫 번째는 속도와 톤의 조절입니다. 분위기가 처질 때는 진행 속도를 빠르게 조절해 고객들이 침체 분위기를 느끼지 못하게 진행합니다. 유찰된 작품이라도 “유찰입니다”라는 선언을 매번 하지 않고 넘어가서 언제 다음 작품으로 넘어갔는지 모르게 하기도 합니다. 또한, 목소리 톤을 조절해 때로는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더 씩씩하게 하고, 어떤 때에는 덜 흥분된 톤으로 전체적인 분위기를 파악하면서 조절합니다.

두 번째는, 경매 전 철저한 정보 취합입니다. 경매 전에 응찰 관련 정보를 최대한 취합해 팔릴 작품과 팔리지 않을 작품을 예측하고, 상황에 따라 진행 속도를 조절하는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준비합니다.

경매봉을 ‘땅’ 내려치는 순간, 그 작품의 새로운 주인이 결정됩니다. 특히 경합이 치열한 작품의 경우 결단의 소리를 낼 때 작품과 고객, 시장의 흐름까지 읽어내는 경매사로서 어떤 생각이 드는지 궁금합니다.
이번 9월 경매에 이중섭의 〈소와 아동〉(1954)이 미술시장에 처음으로 나왔는데, 총 세 분이 응찰하셨어요. 이 어려운 시장에서도 중요한 작품의 가치를 알아보는 분들이 계심에 감사했죠. 25억 원에 경매를 시작해 열띤 경합의 결과 35억 2000만 원에 낙찰되었습니다. 제가 경매를 진행하면서 박수를 치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경매사로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하는데 이번 경매 결과가 나왔을 때는 현장에서 큰 박수가 터져 나왔고 저도 함께 박수를 쳤습니다. 그럴 때 이 현장에서 우리가 귀한 작품을 거래할 수 있고, 또 모든 직원의 노력으로 경매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은 소수만 경험할 수 있는 무척 특별한 경험이라 감사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퇴우이선생진적(退尤二先生眞蹟)〉에 실린 정선의 〈계상정거도(溪上靜居圖)〉
〈퇴우이선생전적〉은 보물 제585호로 케이옥션에서 2012년 고미술 최고가로 낙찰되었다

경매는 보통 2시간 이상 진행되는데, 긴장감과 몰입감을 이어가기 위한 경매의 플로어 구성은 어떻게 설계되나요?
경매에서 관객과 응찰자의 집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체 진행의 리듬과 플로어 구성이 중요합니다. 초반부는 현장의 온도를 끌어올리는 구간으로 비교적 접근성과 낙찰 가능성이 높은 작품을 배치해 참가자들의 관심을 높이고 자연스러운 응찰 리듬과 박수를 유도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분위기를 단숨에 끌어올려 경매장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이 목적입니다. 중반부는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는 핵심 구간으로 대표작이 주로 등장합니다. 응찰자들의 집중력이 가장 높을 때 하이라이트 작품을 배치함으로써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관객의 시선을 모읍니다. 일종의 클라이맥스 지점이죠. 후반부로 갈수록 피로감이 누적되기에 완급 조절이 중요한데요, 긴장감은 유지하되 피로하지 않은 마무리로 연결됩니다. 전체적으로는 고가와 중저가 작품의 균형 배치, 일정한 낙찰 속도 유지가 중요한 요소이며 여기에 경매사의 리듬감 있는 진행으로 현장의 몰입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본인의 경매 기록을 말씀해 주세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경매는 어떤 작품, 어떤 장면이었는지 궁금합니다.
2025년 9월 기준, 131회의 경매를 진행했고 낙찰총액은 5300억 원 정도 됩니다. 아무래도 최고가를 경신한 경매들이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제가 케이옥션 입사해서 첫 최고가 경신 작품이 〈퇴우이선생진적(退尤二 先生眞蹟)〉인데 2012년 당시 26억 원에 경매를 시작해 34억 원에 낙찰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우리나라 최초로 경매 시장에 출품된 보물로, 당시 고미술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책 속에 정선이 이황 생존 시의 건물인 서당을 중심으로 주변 산수를 담은 조선시대의 풍경화인〈계상정거도(溪上靜居圖)〉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천 원권 지폐 뒷면에 있는 도상입니다. 그림의 정자에 퇴계 이황 선생이 앉아 계신 모습이 담긴 흥미로운 작품이죠. 이 경매를 준비하면서 고미술에 대해 공부하고 그 내용을 많은 분께 알리고, 또 제가 직접 경매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 영광이었습니다.

그리고 안중근 의사의 행서 족자가 한국의 컬렉터를 만난 경매 등은 가슴 뭉클한 순간이었어요. 이런 작품을 직접 실견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과정이 공개 시장에서 거래되며 함께 할 수 있다는 건 경매사로 일했기에 가능한 특별한 순간이었습니다. 〈대동여지도〉 등 문화재급 작품이 공개 시장에서 거래될 때, 그 작품의 역사와 가치를 대중에게 알리는 역할까지 할 수 있어 재미와 뿌듯함까지 느낍니다.

한 번도 진행하는 경매에 빠진 적 없는 성실의 아이콘이자 관리의 아이콘이기도 합니다. 건강 등 자기 관리 철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평소에 목 관리부터 건강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경매는 동료들과 함께 준비하는 팀플레이인데, 모두가 오랜 기간 준비한 경매를 저의 실수로 못 하게 되는 일이 생기거나 망치지 말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어요. 요즘엔 매달 경매를 진행하고 있어 운동이나 건강 관리 등을 루틴화해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 미술 경매의 변화

케이옥션은 2022년 코스닥에 상장했습니다. 상장 이전과 이후 어떤 변화가 있나요?
상장된 후 직원 복지 및 회사의 시스템이 더욱 체계화되었고 보안 정책이 무척 강화되었어요. 상장사로서의 무게감을 체감하고 있죠. 문서 보안이나 비밀번호 변경 등 번거로운 부분이 있지만 시스템이 선진화되어 가는 것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경매, 데이터 통합 및 관리, 최신 기술 도입 등 경매 회사 업무의 기술적 변화는 어느 단계에 있습니까? 기술 발전으로 고객들의 정보 접근이 확대되며 경매사에도 도전적인 측면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기술 발전은 경매 회사에 내부 효율화와 경쟁력 강화라는 두 가지 영향을 미칩니다. 자체적으로 구축한 시스템인 ‘K 오피스’의 고도화가 업무 효율화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부서별로 정보가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어 필요한 정보를 찾거나 취합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으나, ‘K 오피스’를 통해 흩어진 자료를 모아 데이터를 연결하고 구조화했습니다. 이러한 시스템 고도화로 직원들의 업무 효율은 극적으로 개선되었어요. 그 결과 직원들은 전문성이 필요한 본연의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죠.

경매 진행 중인 손이천 수석경매사, 다양한 제스처로 경매의 몰입감을 유도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 확산으로 전 세계의 미술 네트워크가 연결되고, 고객들도 예전보다 훨씬 다양한 정보(가격 데이터 포함)에 접근이 용이해졌습니다. 과거 종사자들이 가졌던 정보의 독점성이라는 벽이 허물어지면서, 경매 회사의 직원들은 차별화된 정보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더 부지런히 공부하고 있어요. 결국 미술시장 종사자들의 노동 강도가 정보 취합 및 독점이라는 전통적 노동에서 심층적인 분석과 전문성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변화하고 있는 거죠.

최근 경매시장은 다소 침체기에 있습니다. 실제 현장에서 미술시장을 어떻게 체감, 분석하고 계신가요?
미술시장은 글로벌 거시경제의 영향을 받으며 불황과 호황의 주기를 반복합니다. 2021년 호황기 이후,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시장은 급격하게 냉각되었으며 경매 데이터로 보면 2021년을 고점으로 해마다 20~30%씩 계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9월 경매에서 이중섭, 박수근 등 초고가 작품이 치열한 경합 끝에 좋은 가격에 낙찰되는 움직임도 있었습니다. 이는 작품의 수준이나 소장 내역이 워낙 좋았기에 가능한 특별한 사례로 전체로 확대해석하기는 어렵습니다. 일부에서는 시장이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반등의 기미로 읽고자 하는 희망적인 시각도 존재합니다만, 시장에 오래 몸담았던 분들의 중론은 내년까지는 침체가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다만, 과거에는 경제 흐름이 미술시장에 반영되는 데 6개월에서 1년 이상 걸렸지만, 이제는 글로벌 경제 트렌드에 대한 인지가 빨라지면서 시장 반영 시기가 단축되고 있어 여러 가지 변수에 기대를 걸어 보고 있습니다.

한국 경매시장은 작지만 잠재력 있는 시장입니다. 앞으로 이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변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장기적인 성장에 있어 가장 아쉬운 점은 시장을 이끌어갈 작가층의 부재라고 생각합니다. 예술성과 미학적 측면과 더불어 시장성까지 겸비한 이우환 양혜규 서도호 이후의 다음 세대 작가들에 대한 갈증이 있습니다. 또한, 2차 시장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두터운 컬렉터 층이 필요합니다. 일부 작가들이 거래가 좋을 때 가격을 급격히 올리거나, 작품을 과도하게 유통시키며 가격 혼란과 흥미 상실 등을 초래하는 경우가 있는데, 작가 갤러리-컬렉터 간의 시장 유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반면 긍정적인 변화도 있습니다. 젊은 층의 미술에 대한 관심과 참여는 확실히 증가했고 이는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크리스티, 소더비 등 해외 경매시장이 300년의 역사를 가졌다면 국내 경매의 역사는 30년입니다. 시장의 규모가 커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인내의 시간을 견디며 컬렉터 층을 넓혀가야 할 것입니다.

경매사를 꿈꾸는 후배에게 전하는 조언 부탁드립니다.
경매사를 목표하기보다는 미술시장을 폭넓게 보고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역할은 미술시장에서 극소수에게만 주어지는 기회로 보통 경매 회사에 입사해 다양한 역할을 거쳐 경매사가 되는 기회가 생기곤 하죠. 일반적으로 경매 회사는 경매사를 채용하지 않아요. 그래서 경매사만을 바라본다면 실망과 좌절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거창한 계획을 세우기보다 나에게 주어진 현재 상황과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요. 남이 보든 안 보든 최선을 다할 때 진가를 인정받고 성장의 발판이 된다고 생각해요. 경매는 그 과정의 한 지점이죠.

저는 일을 이어달리기에 비유하는데 바톤을 주고받을 때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 받는 것이 아니라 함께 달리면서 받잖아요. 때론 앞 주자에게 더 나아가기도 하고 때론 내 자리보다 먼 곳에서 바톤을 넘겨받죠. 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내가 두 번째 주자라고 2에서 일을 받는 것이 아니라 1.5부터 3까지 또는 그 이상을 감당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렇게 넓게 일하면 기회가 주어졌을 때 본인의 역량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 한 가지는 미술 전공자들은 시야가 좁은 경우가 많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방면에 관심을 가지라는 것과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커리어를 쌓으라는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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