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unseo Cho
수면 위아래의 욕망
Up-and-Coming Artists
1998년 출생. 건국대 커뮤니케이션디자인과 졸업. 개인전 《피그말리온 프로젝트》(워킹위드프렌드, 2023), 《Feed》(갤러리 파우제, 양평, 2021), 《Pickled Pipers》 (갤러리 뿐또블루, 2020) 등 개최. 단체전《포킹룸 2024 하이퍼 슈퍼 엑스라지 … 펑!》 (탈영역우정국, 2024), 《PACK WEEK》(플랫폼엘, 2022), 《Future Fantastic》(아트센터나비, 2022),《PRECTXE 2020》(부천아트벙커 B39, 2020) 등 참여. SK Artist in Episode 레지던시와 2022 베를린 GlogauAIR 레지던시 참여. 고휘, 조예지와 아티스트 콜렉티브 TAKA 결성 및 스튜디오 공간 SAKA 운영.
〈Palette〉(스틸) 2채널 비디오 7분 2024
〈Palette Dictionary : 10,000 Data, 10,000 Images〉 책 21×13cm 2022~2023
〈갈라테이아〉를 허공에 설치하기 위해 별도의 구조물을 제작했다
《피그말리온 프로젝트》 워킹위드프렌드 전시 전경 2023
수면 위아래의 욕망
노재민 | 기자
조현서의 대표작 〈피그말리온 프로젝트〉는 자신의 미적 감각을 인공지능(AI)을 통해 정의하고 확장하는 작업이다. 그는 자신이 아름답다고 느낀 10,000개의 이미지를 수집한 후, 이를 AI에게 학습시켜 퍼스널 AI 모델인 ‘피그말리온 (Pygmalion)’을 완성한다. 이 AI 모델은 오로지 픽셀의 시각적 정보만 인식하는 순수한 조형적 시선을 지니고 있다. 작가는 자신의 취향을 “옳은 데이터”로 분류하며, AI가 그 편향성을 학습하고 확장하도록 한다. 그리고 AI 피그말리온이 생성한 이미지를 기반으로 페인팅, 조각, 영상 등 다양한 매체의 작품을 제작한다. 작가는 고대 신화 속 조각가인 피그말리온이 현실에서 이상향을 찾지 못해 직접 창조한 미적 이상향, 갈라테이아가 실체화된 이야기에 영감을 받아, (형태는 다르지만) 물성을 부여한 창작물에 갈라테이아라는 이름을 붙였다. 더 나아가 AI 피그말리온이 도출한 데이터셋을 34개의 체계로 분류한 비주얼 사전 〈Palette Dictionary : 10,000 Data, 10,000 Images〉(2022~2023)를 제작했다.
또 다른 대표작 〈Feed〉(2021)는 개인이 자신의 정체성을 SNS에서 형성하고 표출하는 과정을 AI 생성 모델로 시뮬레이션한 설치 작품이다. 이 작품은 SNS 게시글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생성한 가상 게시물을 영수증 종이에 실시간으로 출력하여 거대한 인공 폭포를 형성한다. 이 영수증 폭포는 AI가 해시태그 ‘Me’를 분석해 생성한 이미지로 구성되며, 그 이미지들은 사람의 실루엣으로 수렴되어 마치 중간 사람 같은 모습을 만들어낸다. 조현서는 갤러리 파우제에서 폭포의 형상을 띠었던〈Feed〉(2021)를 IBK 기업은행 본사 로비에서 댐으로 변형하여 선보인다.1 소비의 결과로 나오는 영수증 폭포를 제어하는 댐은 돈의 흐름을 제어하는 은행의 역할과 유사하다.
〈피그말리온 프로젝트〉와〈Feed〉연작에서 공통으로 주목할 지점은 가상의 것을 물질적 형태로 재현한다는 것이다. 조현서는 “가상성을 물질화시키는 것이 코어 욕망”이라고 밝히며, 물리적인 감각 자체에 관심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테면 〈피그말리온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이미지의 픽셀을 디지털 엔진에서 물리적인 입자와 같이 구현해서 마치 물감을 밀어낸 듯 표현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물성을 가상으로 테스트하면서 관람객으로 하여금 영상을 통해 물성을 감각할 수 있도록 표현했다. 또는 물성이 없던 것에 물성을 부여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자신을 소개할 때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시스템을 다양한 감각으로 구현하면서 데이터 경험을 디지털과 실제 공간에 물질화하는 데 관심을 둔다”고 줄곧 피력해왔다.
1 IBK 기업은행 본점에서 진행하고 있는 전시 《Incitygram》 (8.12~9.6)을 위해 동시대건축 스튜디오와 협업해서 댐을 형상화한 구조물을 만들었다
〈Feed〉(2024)의 댐 구조물 스케치
《Incitygram》 IBK 기업은행 본점 전시 전경 2024
제공 : IBK 기업은행
앞서 언급한 것은 작가가 본인의 작업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이라고 직접 표방하는 점이다. 이제 시선을 표면 아래로 돌려보자. 작업에서 은밀하게 작동하고 있는 핵심은 무엇일까? 조현서가 개인전을 개최했던 공간에 그 실마리가 있다. 그는 자신이 구상한 프로젝트를 구현할 공간을 찾기 위해 다수 수도권의 갤러리를 가봤다고 밝혔다. 50군데 넘는 곳을 다니며 “아마 그 공간은 아무도 모를”, 혹은 “본인이 전시를 했던 거의 유일한 작가였을 것”이라고 언급한 이면에는 공간에 대한 작가의 집요한 관심을 엿볼 수 있다.
〈Feed〉(2021)를 펼쳐 보일 공간을 찾아 나설 때 폭포의 물이 흐를 법한 콘크리트 공간을 생각했다는 그는 독립되어 있으면서도 자연의 느낌이 나는 공간을 탐정처럼 샅샅이 뒤졌다. 그리고 여건이 다 맞아떨어지는 한군데를 양평에서 간신히 발굴했다. 〈피그말리온 프로젝트〉를 구현하기 위한 공간으로는 작업실과 분더캄머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장소를 원했다. 이상향을 바라보는 공간이니 층고는 반드시 높아야 했고, 누군가 작업을 하다 만 듯한 느낌이 나는 거친 공간이어야 했다. 결국 만난 공간은 갤러리에서 원래 전시장으로는 쓰이지 않던 공간이었다. 그는 WWF 3층에 들어가서 발코니로 나오면 야외로 뚫린 10m 정도 되는 층고의 공간에 매료됐다. 그 공간은 원형 계단으로 올라가면 4층으로 연결되는 곳이다. 작가는 양해를 구하고 원래 갤러리에서 주로 이동 동선으로 쓰던 공간을 메인 전시장으로 사용했다. 관람객은 계단을 올라가며 하늘과 맞닿아 있는 조현서의 이상향, 〈갈라테이아〉들을 올려다보게 된다.
그는 화면 안에 있는 작품은 끝난 것이 아니며, 그 작품이 공간 안에 특정한 조건으로 풀려 있을 때 완성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공간은 작품의 일부이며, 공간에서 작품이 완성되기에 결국 끝은 공간이라는 것이다. 조현서는 가상 공간이든 실제 공간이든 결국 자신의 공간을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가상공간으로 진입할 수 있는 열쇠를 팔겠다는 콘셉트의 〈Escape Space〉(2022)를 구상했다. 지금은 출시만을 기다리는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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