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eobchae
김나희, 오천석, 황휘
오디오-비주얼 프로덕션 콜렉티브로, 2017년부터 활동해왔다. 최근 〈AMAEBCH 아마업체〉(2022, 뮤지엄헤드)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최근 막집에서 열린 〈2022 프리즈 필름: I Am My Own Other〉에 〈루지를 타고 도망치는 사람들〉(2022)을 출품했으며, 아르코미술관, TINC, 백남준아트센터, 하이트컬렉션, 세화미술관, 일민미술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등에서 진행된 다수의 그룹전 및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2021년 제12회 두산연강예술상을 받고, 수상전 〈eoracle〉(9.21~10.19, 두산갤러리)을 열었다.
“기다, 아니다?” 너는 진실이 뭔지 알겠어?
조현아 기자
돈이 진실을 만드는, 거대 데이터센터가 재난에 휩싸이면 며칠간 소통장애를 겪는 국가가 있다. 바로 이곳에서 시나리오 작성과 촬영까지 모두 마친 업체eobchae의 작품에도 언제나 돈과 진실, 남보다 빠른 성취를 염원하는 문화가 녹아 있다. SNS 피드처럼, 이들의 작품을 이루는 이미지와 서사는 금방 새로고침된다. 그 흐름을 따라잡기란 실로 어렵지만, 모든 복잡해 보이는 사건에도 단서는 있는 법. 먼저, 그들이 올해 발표한 〈루지를 타고 도망치는 사람들〉 (이하 〈루지〉)을 관찰하는 것이 좋겠다. 작품은 ‘업체코인’이라는 화폐를 처음 관객 앞에 등장시키고, 이것이 미국 달러처럼 세계적인 기축통화로 사용되고 있다고 알려준다. 달러에 맞추어진 2022년의 정치사회 프레임과 업체코인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미래는 매우 다를 테다.
그리고 누워서 빠른 속도로 ‘달리는’ 루지와 거기에 ‘누운’ 사람들이 있다. ‘누워서 돈벌기’나, ‘코인이 달려준다’는 관용구, 그리고 일단 주식이나 코인을 사놓고 기절하라는 기절 매매법 등 시장의 언어는 작품의 이미지와도 겹쳐진다. 코인이 달리는 길처럼 이어진 작중 인물들의 경로는 그래프처럼 가파르고, 그 하향과 상승의 거리는 위태롭게 늘어난다. 부상하는 가상화폐에 경도된 현재를 풍자하는 것만 같았던 이야기는 루지의 탑승자들이 신체적 위협으로부터 도망치면서 예상을 비켜간다. 달리는 속도를 견디고 물리적 공격을 방어해가며 겨우 한 지점에 다다르는 사람들은 돈뿐만 아니라, 누구보다 먼저 미래에 닿아 같은 정의를 믿는 공동체의 구축을 성취하고자 한다.
〈루지〉가 업체코인이라는 (기록상 실존하는) 상징적 화폐와 공동체라는 종착점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면, 9월 열린 전시의 제목이자 작품인 〈어라클(eoracle)〉은 업체코인과 드디어 도래한 공동체의 형상을 보여준다. 자, 그럼 이해를 돕기 위해 어라클과 유사한 발음의 단어 ‘오라클’을 살펴보자. 이는 원래 신탁을 받는 장소나 사람이라는 의미를 지녔으나, 지금은 웹3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세계정세가 돌아가는 꼴을 알려주는 프로그램 등을 지칭하는 단어로 쓰이고 있다. 이렇게 오라클은 단순히 ‘진실 아니면 거짓(T/F)’을 결정해 네트워크에 전달한다. 인간들은 더 이상 모호한 신탁이 아니라, SNS에서 성행하는 내용이 ‘기인지, 아닌지’를 알고리즘으로 가리는 일에 의미를 두기에.
그런데 업체eobchae의 〈어라클〉에는 웹3에서 업체코인을 발언권으로 사용하는 개인들이 진실과 거짓을 가려내는 과정에 참여한다. 아차차, 대부분의 ‘우리’는 웹2에서 살다 보니 웹3는 별세계다. 웹2는 중앙집권적인 기관 및 거대 테크기업을 중심으로 우리가 사용하고 또 생성해내는 데이터들이 오가고 있는 구조다. 이때, 소수의 조직과 기관은 우리가 웹2를 사용하면서 만들어내는 데이터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익을 창출한다. 그래서 웹3의 옹호자들은 사용자의 데이터를 소수의 ‘중앙’이 관리하지 않고, 웹 유저들이 자신이 생산한 데이터에 관한 주권과 이윤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웹을 등장시켰다.
웹3에 대한 개념을 소화했다면, 〈어라클〉을 똑바로 들여다볼 수도 있다. 여기에는 웹3에서 구동되는 탈중앙 자율 조직체 ‘DAO(Decentralized autonomos organization)’가 출연한다. 여기서 업체코인이 많으면 많을수록, 각 DAO 안에서 개인의 발언권은 더욱 세진다. 이는 극단적인 자본주의적 논리를 상기시키지만, 한편으로는 업체코인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소수가 적극적으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을 보여준다. 그리고 ‘딕톡(diktok)’이 있다. 딕톡은 웹3 패러다임을 사용하는 가상의 애플리케이션 ‘디앱(Decentralized Application)’이다. 딕톡은 지금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웹2의 대표 기술이 집약된 ‘틱톡’과 유사해 보이나, 사용자들은 자신의 형상을 구체적으로 노출하지 않는다.
〈루지〉와 〈어라클〉의 특이점은 매우 최신의 정보들과 고색창연한 어휘, 이미지, 사운드가 선별되어 섞였음에도 틱톡 영상처럼 내용을 짧고 자극적으로 전달한다는 데에 있다. 전시 〈어라클〉에서 웹2 유저들은 자신을 거울처럼 반사하는 미로를 지나간 후에야 웹3 세계관이 시뮬레이션 되고 있는 〈어라클〉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는 새로운 유토피아에 대한 희망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진실과 거짓을 가려 최대 이익을 얻는 데에만 몰두하는 디스토피아의 전조 모두를 감지할 수 있다.조현아 기자
〈dreams donʼt come true, they are true true〉
시트지와 단채널 Hull HD 영상 설치, 컬러, 가변크기 2022〈eoracle〉 단채널 4K 영상 설치, 컬러, 사운드 24분 30초 202 두산갤러리 전시 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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