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름그린 & 드라그셋(Elmgreen & Dragset) : Adaptations
국제갤러리
2019. 3. 21 – 4. 28
덴마크 출신 마이클 엘름그린(Michael Elmgreen, b. 1961)과 노르웨이 출신 잉가 드라그셋(Ingar Dragset, b. 1969)으로 구성된 듀오 엘름그린 & 드라그셋은 1995년부터 함께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들은 냉소적인 유머와 철학이 공존하는 작품을 발표하며 세계의 고착화된 관념들에 대해 끊임없이 자문하고 고발하는 등 현대사회에 대한 다채로운 담론을 형성해왔다.
엘름그린 & 드라그셋은 일상을 지배하는 문화적 프레임과 우리가 물리적 도구와 맺는 신체적 관계에 대해 탐구한다. 두 작가의 작품은 일상적으로 인지하는 공간과 구조물, 이에 주어진 기능이 결코 중립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다양한 의미와 위계질서가 파생되는 현장이라는 인식과 의심에서 비롯되었다. 이번 개인전 역시 우리가 공공장소에서 친숙하게 접하는 시각 언어가 잠재의식 속에서 연상작용을 발화시키는 하나의 기표 같은 장치로 작용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미니멀리즘과 구상적인 표현방식이 교차하는 이들의 작업은 급 재료와 일상 재료, 사유재와 공공재의 구분 짓기를 복기함과 동시에 그 경계를 흐릿하게 한다. 전시장 곳곳에 설치된 〈Adaptations〉(2018-2019) 연작은 전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상징인 교통표지판 형태를 취한다. 하지만 특정 기호와 색, 가시적인 표식을 통해 위기감을 조성하는 일반적인 안전표시판과 달리 거울 표면처럼 매끄럽게 처리된 작품은 주변 공간과 그 안에 있는 관람객을 동시에 흡수한다. 이로써 특정 방향성이나 규정을 제시하는 대신 작품을 둘러싼 환경에 순응하고 스스로를 위장하여 환경을 작업 일부로 가져온다. 협상의 여지를 펼치고 새로운 사고를 지향하는 열린 형태의 구조물로 재탄생한다.
엘름그린 & 드라그셋은 2000년 미국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이 주최하는 휴고 보스상(Hugo Boss Prize) 최종후보에 이름을 올렸으며, 2002년 독일 내 가장 권위 있는 미술상인 함부르크 반 호프상(Preis der Nationalgalerie, Hamburger Bahnhof, Berlin)을 수상하며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그 후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의 공공미술 프로젝트인 네 번째 좌대 프로젝트(The Fourth Plinth Project)의 여덟 번째 커미션 작가로 선정되어 〈Powerless Structures, Fig. 101〉(2012)을 선보였고, 2016년 여름에는 미국 뉴욕의 비영리 미술기구 퍼블릭 아트펀드(Public Art Fund)가 주관하는 뉴욕 록펠러 센터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Van Gogh’s Ear〉(2016)를 설치하여 전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사진: Elmar Vestner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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