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
월간미술 PICK 8 Pavilions
심지언 편집장
Special Feature
영국
British Pavilion
• 《Listening All Night To The Rain》
• 큐레이터 : 타리니 말릭(Tarini Malik)
• 작가 : 존 아캄프라
건물 외부에서 존 아캄프라의 영상 작품을 상영중인
영국관 전시 《Listening All Night To The Rain》
존 아캄프라(John Akomfrah, b. 1957) 가나 출신으로 8살에 런던으로 정치적 이주를 한 존 아캄프라는 시각예술 작가이자 영화 감독으로 다큐멘터리, 영상 설치, 에세이 등 다양한 형식의 작품을 통해 흑인 디아스포라, 인종차별과 식민주의 역사, 문화적 기억 등을 다루고 있다. 그는 작품에 사회 정치적 문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제시하고, 소외된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이민자 예술가 단체 BAFC(Black Audio Film Collective)를 설립하며 흑인 영상예술 개척에 기여했으며, 영국 최대 국제 미술상인 아르테스 문디(Artes Mundi)상을 수상한 바 있다. 문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다. 2019년 가나관의 첫 전시 작가로 참여했으며, 올해 영국관 작가로 참여하며 2개 국가관의 대표 작가로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여했다
물과 음향의 반복과 변주
영국관은 기억, 이주(디아스포라), 포스트 식민주의와 기후변화를 주제로 제시하며 음향과 듣는 행위에 초점을 맞춘 전시를 선보였다. 전시의 제목인 ’Listening All Night To The Rain(밤새도록 빗소리를 들으며 )‘는 북송의 시인 소동파의 시에서 따온 것으로, 정치적 망명으로 인한 이주와 디아스포라의 삶을 빗소리에서 착안한 영상과 사운드 작업으로 풀어냈다. 존 아캄프라는 방대한 양의 영상을 편집하여 62개의 스크린에서 재생되는 31시간 분량의 시그니처 콜라주 영상을 바탕으로 시적(poetic) 멀티스크린 영상 설치 작품을 선보였다. 그는 인간 역사에서 해안과 바다의 역할을 조명하며 해안 지역이 이민, 노예무역, 식민주의의 역사와 환경 파괴 등 문화적 교류와 갈등의 장소였음을 이야기한다. 방문객들이 영국관의 19세기 신고전주의 건물을 다른 방식으로 경험하도록 제안하기 위해 작가는 기존 입구를 봉쇄하고 건물의 뒤편으로 돌아 지하 1층으로 입장하게 한다. 건축물과 공간의 재해석은 전시의 비선형적 스토리텔링과 콜라주 방식의 작업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전시는 장편 시의 한 부분인 ‘canto’로 구성되며, 총 8개의 공간에 멀티미디어 및 사운드 설치 작품이 서로 맞물려 전개되며 영국 디아스포라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낸다. 영상에는 미디어 보도와 국제 아카이브 및 도서관에서 가져온 스틸 이미지, 오디오 등이 활용되었다. 다양한 기록과 뉴스의 영상과 1970~1980년대 런던의 시위 현장, 말콤 X의 연설, 대중음악과 사회 현상을 다룬 뉴스가 믹싱된 사운드 콜라주는 각 canto에서 반복적으로 제공되며 영국 문화의 다채로운 정체성을 음향을 통해 전달한다. 전시는 버버리, 크리스티(Christie’s), 프리즈 등의 지원을 바탕으로 큰 기대와 호평을 동시에 받았으며, LG OLED의 지원으로 퀄리티 높은 영상을 선보이고 있다.
독일
German Pavilion
• 《Thresholds》
• 큐레이터 : 카글라 일크(Ça la Ilk),
• 작가 : 미하엘 악스탈러(Michael Akstaller), 야엘 바르타나 (Yael Bartana), 로버트 리포크(Robert Lippok), 에르손 몬탁(Ersan Mondtag), 니콜 로이예(Nicole L’Huillier), 얀 샌 베르너(Jan St. Werner)
에르산 몬탁 〈Monument to an unknown person〉
퍼포먼스 2024 사진 : Thomas Aurin 제공 : ifa
에르산 몬탁 (Ersan Mondtag, b. 1987) 베를린 출신의 튀르키예계 에르산 몬탁은 베를린에 거주하며 연극, 음악, 퍼포먼스, 설치미술 등 다양한 분야를 융합하여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왔다. 몬탁은 기존의 장르 구분을 넘어 실험적인 형식과 새로운 표현 방식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며 관객들에게 새로운 감각 경험을 선사해 공연계와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몬탁은 현대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들을 다루는데 특히 폭력, 소외, 차별 등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해 왔다. 그는 퍼포먼스에 관객을 참여시키거나 토론을 하는 등 관객 소통을 통해 공동체적 경험을 만든다. 독일의 연극 전문지 『Theater Heute』의 젊은 감독상 및 무대 디자이너, 의상 디자이너 부문에서 수상했다.
경계를 흐리는 임계치와 문턱들
건축가이자 큐레이터인 카글라 일크가 예술감독을 맡은 독일관은 자르디니의 독일관 건물과 베네치아 동쪽의 무인도 세토사까지 전시 장소를 확장했다. 전시 제목인 ‘Thresholds’는 ‘임계치’, ‘문턱’ 등으로 해석되며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연결하는 통로, 연결체를 의미한다. 전시장의 입구는 흙무더기로 봉쇄되었으나 내부는 외부보다 더 큰 공간과 시간으로 연결되고, 섬으로 확장된 두 번째 전시 공간은 자연과 생태를 품으며 두 장소는 경계, 공간을 넘어 연결되었다.
자르디니의 전시관에는 튀르키예계 독일 작가 에르산 몬탁과 유대인 작가 야엘 바르타나의 작품이 2개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에르산 몬탁은 독일로 이주한 노동자로 평생 석면공장에서 일하다 폐암으로 사망한 조부의 일생을 그린 작품〈Monument to an unknown person〉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전시장 건물 안에 설치된 3층 규모의 구조물과 그 안에서 진행되는 퍼포먼스로 구성되는데, 비좁은 건물에 들어서면 뽀얀 먼지와 함께 튀르키예 노동자의 삶으로 들어서게 된다. 1층에는 가운데 나선형 계단의 둘레를 무거운 수레를 끌며 반복적으로 도는 노동 현장이, 2층에는 그 가족들의 생기 없는 삶의 현장이, 마지막 3층에는 노동자 가장의 생의 마지막 현장이 펼쳐진다. 좁은 건축물 곳곳에서 층계를 오가며 퍼포먼스를 펼치는 다섯 명의 퍼포머를 사건의 흐름을 쫓아가며 관람하는 방식은 이머시브 공연의 방식을 연상시키며, 관람자와 퍼포머 사이의 경계 없는 좁은 공간은 몰입도와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건물의 입구를 튀르키예에서 옮겨온 흙으로 덮어버린 작가는 “독일관이 튀르키예 이방인들의 토양을 품게 되었다”며 조부의 마지막 안식처를 독일관에 마련했다. 튀르키예 이방인의 삶의 공간을 나서면 천장에 매달린 우주선을 연상케 하는 대형 구조물과 여기 탑승해 지구를 떠나는 인류를 담은 영상〈Light to the Nations〉가 펼쳐진다. 소파에 누워 눈 앞에 펼쳐지는 미래를 감상하는 듯한 이 작품은 전쟁과 환경 파괴 등으로 인류가 디스토피아의 ‘문턱’에 도달했음을 경고하고 있다. 독일관 전시는 다양한 예술적 접근과 분야를 오가는 스토리텔링 방식의 큐레이팅을 선보였고, 현재를 과거와 미래가 겹치는 변환의 문턱으로 본 작가들은 서로 다른 장소와 시간의 문턱을 오가며 연결되었다.
프랑스
France Pavilion
• 《Attila cataract your source at the feet of the green peaks will end up in the great sea blue abyss we drowned in the tidal tears of the moon》
• 큐레이터 : 셀린 콥(Céline Kopp), 신디 시소코(Cindy Sissokho)
• 작가 : 줄리앙 크뢰제
《Attila cataract your source at the feet of the green peaks will end up in the great sea blue abyss we drowned in the tidal tears of the moon》
프랑스관 전시 전경 2024 Julien Creuzet © Jacopo La Forgia
줄리앙 크뢰제(Julien Creuzet, b. 1986) 프랑스령 카리브해 출신의 줄리앙 크뢰제는 몽트뢰유에 거주하며 조각, 비디오, 사진, 시, 음악, 영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복합적인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카리비안 디아스포라, 해양 생물, 신화 등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크뢰제는 개인적인 경험과 사회 정치적 문제를 연결하여 복잡한 정체성과 문화적 유산을 탐구하며, 다양한 소재와 장르를 통해 시각적, 청각적, 촉각적 감각을 자극하는 공간을 제공한다. Prix Marcel Duchamp, BMW Art Journey(2021) 등을 수상했으며, 퍼포마, 상파울루비엔날레, 리버풀비엔날레(2023)에 참여했다. 2018년 광주비엔날레의 파빌리온 프로젝트를 통해 국내에 소개된 바 있다.
군도에서 군도로
프랑스관은 마치 카리브해의 해양 파티와 같은 공간을 연출했다. 줄리앙 크뢰제는 ‘물’을 주제로 카리브해 연안의 역사와 유럽의 식민주의 사이 카리비안 디아스포라 이야기를 풀어냈다. 작가는 프랑스관의 첫 카리브해 예술가로서 본인과 같은 해외 영토 프랑스인에게 프랑스인의 의미와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국가적 표상은 어떻게 구현되어야 하는지 질문하며, 프랑스와 해외 영토 간의 복잡미묘한 관계와 다문화 사회의 복합성을 표현하여 본전시의 주제인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와 조응한다. 작가가 ‘블루 걸프(Blue gulf)’라고 표현한 전시장은 대형 스크린에 서로 다른 해양 세계와 신화 이미지를 넘나드는 애니메이션이 펼쳐지고 전자 음악, 사운드가 울린다. 그 사이를 부유하는 듯 천장에서 드리워진 해초 모양의 매듭과 그물, 부표, 철사 등이 뒤엉킨 조형물과 라벤더 향을 머금은 물을 담은 청동 주물 그릇들로 공간을 채워 ‘물’을 매개로 본인의 고향인 마르티니크와 베니스를 연결한다. 시각예술 작가이자 시인, 작곡가, 영상 제작자로 활동하는 작가의 역량을 펼쳐낸 이 상상의 공간은 80점 이상의 조각 설치, 6편의 비디오 작품, 그리고 7편의 음악, 1개의 후각적 요소로 채워졌다. 작가는 관람객들이 복잡하고 감각적인 합류 지대를 공감각적으로 체험하며, 자기 자신을 만날 수 있는 장소를 제안한다. 특히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의 영상과 음악은 해양 파티로 관람객을 초대하는 입구와 같은 역할을 하고 무거운 주제를 유쾌하게 풀어내며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집트
Egyptian Pavilion
• 《Drama 1882》
• 큐레이터 및 작가 : 와엘 샤키
《Drama 1882》 이집트 국가관 전시 전경
2024 제공 : 바라캇 컨템포러리, 스페어 셈러 갤러리, 리슨갤러리, 갤러리아 리아 루마
와엘 샤키 (Wael Shawky, b. 1971)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출신의 와엘 샤키는 현재 알렉산드리아와 필라델피아를 오가며 활동한다. 역사, 전통, 신화에 대한 깊은 성찰과 연구를 바탕으로 국가, 종교, 예술에 대한 정체성을 되묻고, 영상, 퍼포먼스, 스토리텔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하여 기존 서구권의 관점으로 고착된 역사를 현대적인 서술로 번안하는 서사적인 작품세계를 선보인다. 이스탄불 비엔날레(2015, 2005), 샤르자 비엔날레(2013), 카셀 도큐멘타, 광주비엔날레(2012) 등에 참여했으며 마리오 메르츠상(2015), 루이 비통과 키노 데어 쿤스트의 영화 작품상(2013) 등을 수상했다. 2010년 알렉산드리아에 ‘매스 알렉산드리아’ 미술학교를 설립하여 지역의 젊은 작가를 지원하고 있다. 2024년 9월 대구미술관에서 와엘 샤키의 개인전이 예정되어 있다
역사와 우화_식민주의에 대한 비판 이집트관은 와엘 샤키의 뮤지컬 영화인〈드라마 1882〉와 배경 세트, 조각품, 의상 등을 선보였다.〈드라마 1882〉는 와엘 샤키가 연출, 안무, 작곡 등을 맡았던 오리지널 연극을 400여 명의 출연진, 제작진이 참여하여 재현한 영화로 우라비 혁명(1879~1982)의 특정 순간을 다루고 있다. 우라비 혁명은 이집트 재정을 영국과 프랑스가 관리하고 있던 대외 종속적 상황을 비판하며 봉기한 민족운동이나 결국 영국의 이집트 점령을 촉발하게 되었다. 제국의 영향에 맞선 혁명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8부작으로 구성한 와엘 샤키는 전문 배우에게 고전 아랍어 노래를 부르게 하고, 기발한 세트와 초현실적 미장센을 연출하며 타고난 이야기꾼의 면모를 선보였다. 영화의 주요 내용은 1882년 이집트 당나귀 지기와 몰타인의 다툼으로 촉발된 폭동을 다루고 있으며, 1882년은 영국의 ‘외국인’이 우라비 혁명을 진압한 해를 의미한다. 작가는 외국인이 점령자가 된 역사의 순간을 다루며 식민지배의 맥락에서 ‘이방인’의 존재를 재고해 보도록 한다.
일본
Japan Pavilion
• 《Compose》
• 큐레이터 : 이숙경
• 작가 : 모리 유코
《Compose》 일본관 전시 전경 2024
제공 : Japan Foundation
모리 유코 (Yuko Mohri, b. 1980) 모리 유코는 플라스틱 시트, 양동이, 호스와 같은 일상용품을 이용하여 기계장치와 같은 공간을 창줄하는 사운드 설치, 키네틱 조각 작품 등을 선보여 왔다. 사운드와 조명을 활용하여 감각적이고 몰입적인 공간 경험을 제공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작품의 상태, 그리고 일상적인 사물의 활용은 작가의 주요 특성이다. 광주비엔날레(2023), 시드니비엔날레(2022), 상파울루비엔날레(2021)와 리옹비엔날레 (2017) 등에 초대되었다.
물의 순환
일본관은 ’물‘이라는 요소를 공유하는 모리 유코의 두 작품,〈누수〉와〈부패〉연작으로 구성하여 소리, 빛, 움직임, 향기 등으로 채워진 장소특정적 전시를 선보였다.〈누수〉는 지진이 빈번한 도쿄 지하철역 직원들이 누수에 대처하는 재치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작품으로, 작가는 인공적으로 누수를 만들어 이를 고치려는 시도에 플라스틱병, 양동이, 호스와 같은 일상용품을 사용했다. 이 작품은 일본관 건축물의 특징인 개방식 천장을 활용하여 지하 공간으로 연결된다. 관람 시 지하 공간에서 천장으로 이어지는 시점도 챙기자.〈부패〉연작은 사과, 바나나, 수박 등 과일과 채소가 전시가 개최되는 동안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부패하는 과정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작가는 과일 속에 전극을 삽입하여 과일의 수분을 전기로 변환하여 전구에 불을 밝히고, 스피커를 작동시킨다. 결국 상하고 부패한 과일은 퇴비통에 모아져 베니스의 토양으로 돌아가 다른 생물의 거름 역할을 할 것이다. 일본관은 최초로 외국인 큐레이터인 이숙경 관장을 선임했으며, 전시 제목 ‘compose’는 “함께 배치하다(com + pose)”라는 의미로 분열, 갈등, 그리고 다양한 위기로 인해 도전받는 세계에서 사람들이 함께 있고, 함께 일한다는 화합의 의미를 담고 있다.
레바논
Levanon Pavilion
• 《A Dance with her Myth》
• 큐레이터 : 나다 간두르(Nada Ghandor)
• 작가 : 무니라 알 솔흐(Mounira Al Solh)
《A Dance with her Myth》 레바논관 전시 전경 2024
신화 속 유로파의 재해석 : 납치된 희생자에서 이주민으로
무니라 알 솔흐의 《A Dance with her Myth》는 드로잉, 조각, 자수, 영상 등 42점의 작품으로 구성된 멀티미디어 설치 작품으로, 고대 페니키아 공주 유로파(Europe)의 신화를 재해석하여 현대적으로 표현함으로써 현대미술과 고대 신화가 융합된 독특한 공간을 연출했다. 변신술로 아름다운 여성을 유혹하는 제우스가 아름다운 황소로 변신하여 페니키아의 공주 유로파를 납치한 이야기는 여러 화가에 의해 재현되었다. 대부분 남성 작가들에 의해 재현된 유로파는 제우스의 유혹에 넘어간 여성이자 성적 상징으로 묘사되어 왔으나, 알 솔흐는 그녀를 주체성을 가진 여성으로 표현하며 전통적인 젠더 역학의 전복을 시도한다. 유로파에게 자신의 주체성을 주장하고 제우스를 조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여 고착화된 성별 고정관념을 깨고 평등적 사회를 제안한다. 또한 작가는 신화를 비틀어 공주 유로파를 희생자가 아닌 크레타섬으로 이주한 이민자로 그려낸다. 작가는 유럽이라는 이름이 유로파에서 유래되었음을 언급하며, 오늘날 유럽은 이주민에게 친절하지 않은데 유럽이야말로 끊임없이 교류하고 이동하는 지역임을 시사한다. 레바논 파빌리온은 지중해 해안을 재현하는 부두와 여러 이방인을 실어 날랐을 배를 전시장 가운데 설치하고, 유로파와 황소(제우스)의 관계를 새롭게 조명하는 드로잉, 조각, 페니키아의 전통 자수를 활용한 천 그림과 신화를 현대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한 영상작품을 전시장 전반에 펼쳐냈다.
그리스
Greece Pavilion
• 《Xirómero/Dryland》
• 큐레이터 : 파노스 사고나스(Panos Giannikopoulos)
• 작가(Artistic Collaborators): 타나시스 델리야니스(Thanasis Deligiannis), 야니스 미칼로풀로스(Yannis Michalopoulos), 엘리아 칼로야니(Elia Kalogianni), 요르고스 키베르니티스(Yorgos Kyvernitis), 코스타스 차이칼리스(Kostas Chaikalis), 포티스 사고나스(Fotis Sagonas)
《Xirómero》 그리스관 전시 전경 2024 ©Yorgos Kyvernitis
역사의 이름으로
그리스는 ‘제롤랜드/Xirómero/Dryland’라는 제목의 다학제적 콜렉티브 작품을 선보였다. 전시장 중심에 위치한 설치물은 다학제 예술가 겸 작곡가인 타나시스 델리야니스와 극작가 겸 문헌학자 야니스 미칼로풀로스의 구상을 바탕으로, 시각 예술가 겸 영화 제작자 엘리아 칼로야니, 사진작가 겸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 요르고스 키베르니티스, 음향 엔지니어이자 디자이너인 코스타스 차이칼리스, 시각 예술가 겸 건축가인 포티스 사고나스의 협업으로 제작되어 파빌리온의 음향, 비디오, 조명을 실시간으로 동기화하여 제어하는 농업 관개 기계이다.
전시의 제목인 ‘Xirómeros’는 축제로 유명한 그리스의 역사적 지역으로, 전시는 마을 축제의 경험을 다루며 마을 광장에서부터 외곽 지역과 주변 농지까지 축제의 흐름을 따라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작가들은 물을 시각과 사고방식의 프리즘으로 사용하여 물의 부족이나 풍부함, 필요성이나 낭비와 사회적 의미 등을 조명한다. 또한 소리와 음악의 정치적 잠재력, 기술이 농촌 경관과 문화 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고 있다. 작품은 그리스관의 건축적 특징을 활용하여 농업 창고와 종교 건축물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전시는 지리적으로 맥락화와 세계화의 조건 사이의 연관성을 만들고, 지배적 문화 주체와 주변적 문화 주체 간의 시각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세르비아
Serbia Pavilion
• 《Exposition coloniale》
• 큐레이터 : 크세니야 사마드르지야(Ksenija Samadržija)
• 작가 : 알렉산드라 데니치(Aleksandar Deni)
《Exposition coloniale》 세르비아관 전시 전경 2024 사진 : 월간미술
역사가 개인의 이야기가 되는 헤테로토피아적 공간
식민 시대의 기억을 소환하는 《Exposition Coloniale》의 전시장은 마치 공연 종료 후 배우가 떠난 텅 빈 무대 세트와 같다. 전시는 미셸 푸코가 “반(反 )공간, 위치를 가지는 유토피아들”, “기능이 상이하거나 심지어 정반대인 독특한 공간들”이라 규정한, 양가성의 공간 ‘헤테로토피아’로 구상되었다. 시각 예술가이자 무대 디자이너, 시나리오 작가인 알렉산드라 데니치는 개념적으로 도발적인 건축 상황을 제시한다. 전시의 핵심 개념은 ‘장소’로, 작가는 역사가 개인의 이야기가 되는 순간을 포착하여 셀프 사진 부스, 상점, 공중전화 부스, 목욕탕, 누군가의 거처 등과 같은 임시 공간을 제시한다. 데니치가 제시하는 ‘장소/공간’들은 위치와 시간이 특정되지 않는 것이나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는 것으로 관람객에게 불확실성과 데자뷰를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는 곳, 여기에 시대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정치, 경제적 식민주의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것이다.
전시는 건축물 외관에 1960년대 초반 지정학적으로 해체된 ‘유고슬라비아’가 새겨져 있는 국가관에서 열림으로써, 세르비아라는 국가뿐 아니라 이 전시가 존재하는 사회적, 문화적 맥락을 함축하고 있다. 전시는 식민주의의 어두운 유산과 그것이 오늘날 우리 세상에 여전히 미치는 영향에 대한 냉소적인 시각을 드러내며 올해 비엔날레 국가관 중 가장 도전적인 전시 중 하나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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