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자기소개글, 포트폴리오,
그리고 아티스틱 리서치
임나래 독립큐레이터·김솔지 더블데크웍스 디렉터·강정아 히스테리안 출판사 대표
Special Feature
자기소개글과 포트폴리오는 작가–전시 공모나 레지던시 관문에서 예술가가 가장 많이 요구받는 문서다. 중요하다는 것은 알아도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가릴지 혼란스럽고 막막할 때가 있다. 2025년 6월~7월 영등포문화재단과 바인드 아트랩(baind artlab)이 협력해 진행한 ‘예술가의 이중생활: 낮과 밤의 글쓰기’ 프로그램 내용을 소개한다. 왕도는 없지만, 지면을 통해 나에게 맞는 도구와 방법을 찾아보자.
자료제공 황바롬(문화예술 기획자, 바인드 아트랩 대표/@b_a_ind), 영등포문화재단
진행 강재영 기자 | 사진 김동희
자기소개글
임나래 독립큐레이터 사유지 공동운영자 @sayuji301
자기소개글(bio)은 작가가 세상과 처음 만나 관계를 설정하는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요소중 하나이다. 아티스트 스테이트먼트가 작가가 무엇을, 왜, 어떻게 만드는가를 특정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쓰는 다소 양식화된 안내서라고 한다면 자기소개글은 작업의 시작점과 주제, 이 주제에 대한 작가 자신의 관점과 작업 방향, 매체와 제작 과정, CV 요약 등이 압축적으로 담긴 글이다. 작가 노트는 자기소개글의 내용을 더욱 구체적으로 풀어낸 글로, 형식과 길이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자기소개글은 일반적으로 공적인 발표 자료로 쓰이므로 삼인칭 시점으로 간결하고 명료하게 표현하나, 글이 놓일 자리에 따라 일인칭으로 써도 무방하다.
TIP
① 진솔하게 쓰기
작성할 때는 지나친 전문 용어를 피하고, 수식어나 과장된 표현보다는 진솔한 언어로 자신의 태도와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것이 좋다. 글 길이는 작품과 목적에 따라 다르지만, 100~200단어 내외를 기준으로 간결하게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② 근거를 명확히
‘나만의 언어를 찾고 싶다’는 건 모든 작가를 꿈꾸는 이들의 소망이다. 독창적인 표현을 찾는데 성공한다면 좋겠지만 ‘일상, 불안, 가시화, 재맥락화’ 등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단어로 서술해야 할 때도 있다. 이럴 땐 이러한 서술의 근거를 명확히 하는게 좋다.
③ 대상에 맞추어 쓰기
나한테 좋은 글과 보는 사람이 좋은 글은 다르다. 동료 작가, 기획자, 심사위원, 관람자, 고객, 우연히 글을 본 사람 등 입장에 따라 그 평가도 주관적이다. 튀지 않더라도, 일반적인 형식으로 나와 내 작업을 한번 정리해내야 변형이나 파격이 가능하다.
체크리스트
◌ 나는 작품에서 무엇을 다루는지(주제, 제재, 문제의식, 개인적, 사회적 배경 등) 명확히 서술했는가?
◌나는 왜 이 작업을 하는지(동기, 배경, 철학) 설명했는가?
◌ 나는 어떻게 작업하는지(매체, 재료, 기법, 과정) 구체적으로 언급했는가?
◌ 지나치게 추상적이거나 과장된 표현 대신 구체적이고 직관적인 언어를 썼는가?
◌ 대상(전시, 웹사이트, 오픈 크리틱, 공모, 레지던시 지원)에 따라 강조점을 맞췄는가?
◌내 작업이 나아갈 방향성이나 가능성을 드러내는가?
포트폴리오
김솔지 더블데크웍스 디렉터 @double.deck.works
작가의 포트폴리오는 작업 세계와 역량을 체계적으로 보여주는 자료집으로, 주로 전시, 레지던시, 지원사업, 갤러리 제안 등에 활용된다. 작품 이미지와 캡션, 작가 약력(CV), 아티스트 스테이트먼트, 평론/언론 리뷰, 주요 전시 기록 등을 포함하며, 시각적 완성도와 논리적 흐름이 중요하다. 작성 시에는 작품 사진의 품질, 정보의 정확성, 불필요한 과장 배제가 핵심이며, 수신자 또는 지원 목적에 맞게 가독성과 설득력을 확보해야 한다. 최근엔 디지털 환경에서 열람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를 고려해 작성해야 하며, 공모마다 요구하는 양식에 맞추어 변형되기도 한다. 작업 방향의 변화 시기에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짜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때 작성 시기를 명시해주면 작업의 변천을 파악하는 지표가 된다.
구성요소
· 표지 및 목차 (이름, 포트폴리오 제목, 연락처)
· 작가 약력(CV): 학력, 주요 전시, 수상, 레지던시 등, 미술 이외 활동도 작가와 작업을 설명하는데 도움될 경우 포함
· 아티스트 스테이트먼트: 작업 철학, 주제, 방법론
· 작품 이미지 & 캡션: 제목, 재료, 크기, 연도, 전시 설치 사진 포함
· 비평/언론 리뷰 발췌(선택)
· 주요 전시/프로젝트/연구 소개
체크리스트
◌전체 디자인이 통일된 레이아웃과 폰트로 구성되어 있는가?
◌전경과 상세사진이 적절히 포함됐는가? 이미지 해상도가 적절한가?
◌타인의 글을 인용하거나 커미션 협업시 출처·크레딧을 표기했는가?
◌작품 캡션은 제목·재료·규격·연도·전시명이 빠짐없이 들어갔는가?
◌CV는 최신 상태로 업데이트했는가? (특히 최근 3년)
◌포트폴리오가 목적(공모/레지던시/갤러리 제안 등)에 맞게 편집되었는가?
◌텍스트는 영문/국문 병기가 필요한지 체크했는가?
◌컨택 가능한 이메일 혹은 작가 정보를 추가로 볼 수 있는 웹사이트 정보를 기재했는가?
아티스틱 리서치
강정아 히스테리안 출판사 대표 @hysterian.public
아티스틱 리서치는 예술 창작 과정 자체를 연구의 방법과 결과로 삼는 실천적 연구 방식이다. 이는 대안과 저항적 방법론으로 특히 페미니즘 맥락이나 제도 비판적 관점에서 이러한 태도를 띠기도 한다.
아티스틱 리서치는 완결된 해석이나 정답을 내리는 데 초점이 있지 않다. 오히려 예술가가 작업 과정 속에서 탐구를 이어가는 행위 자체에 주목한다. 영상으로 시작된 탐구가 사진으로 변주되거나, 회화에서 출발한 질문이 사회학적 문제의식과 만나며 확장되기도 한다. 다시 말해 아티스틱 리서치는 예술가의 사고가 학문, 구체적 사회 현상, 혹은 다른 매체와 연결되며 작업 세계가 확장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아티스틱 리서치는 연구 주제와 맥락을 설정하고, 창작 과정에서의 실험·실패·발견을 기록하는 일련의 과정을 포함한다. 보고서에서부터 작품 창작으로 구체화 되는 등 그 형식도 여러가지다. 다양한 협업자와 작가 스스로의 예술적 맥락과 체계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아티스틱 리서치의 도구들
탐색|관심사
· 지금 나를 끌어당기는 주제·이미지·경험은 무엇인가?
· 기록과 자료 수집은 충분한가?
개념|연결고리
· 주제와 사회·역사·예술 담론의 연결은 무엇인가?
· 나의 문제의식을 표현할 개념어는 무엇인가?
조립|질문
· 이번 리서치의 핵심 질문은 무엇인가?
· 이 질문은 사유와 실험을 확장할 수 있는가?
구성|만들고 싶은 것
· 실현하고 싶은 작업의 형식은 무엇인가? (전시, 출판, 워크숍 등)
조형|나의 매체
· 주제를 담아낼 매체는 무엇인가? (영상, 설치, 텍스트, 사운드 등)
· 매체의 한계와 가능성은 무엇인가?
물질|형태
· 결과물은 어떤 형태로 드러나야 하는가?
· 개념과 경험이 형태로 충분히 전달되는가?
참고자료
· 아나소피 스프링어 지음 에티엔 튀르팽 엮음 김이재 옮김『도서관 환상들』 만일 발행 2021
· 다나카 준 지음 김정복 옮김 『아비 바르부르크 평전』휴먼아트 2013
· 피터 N. 밀러 지음 박유선 박지은 옮김 『리서치란 무엇인가』플레인앤버티컬 2022
·『예술가의 이중생활: 낮과 밤의 글쓰기』 영등포문화재단 홈페이지 (ydpcf.or.kr)-[알림·참여]-[자료실]-[아카이브]에서 다운로드 가능

‘낮과 밤의 글쓰기’ 오리엔테이션에서 예술 텍스트 속 빈출 단어로 빙고 게임을 하는 모습

‘밤의 글쓰기: 아티스틱 리서치’를 진행하는 모습
Zoom In
낮의 글쓰기,밤의 글쓰기
2025년 6월부터 7월까지 시각·다원·공연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30명을 만나 낮의 글쓰기(자기소개글, 포트폴리오), 밤의 글쓰기(아티스틱 리서치)를 함께한 네 사람에게 강의 후기를 물었다. 시각예술 기획자 네 사람은 작가와 가장 가까이에서 호흡하며 무엇을 감각했을까?
바롬 신청자 대부분이 쓰는 방법을 몰라서라기보다, 주변 사례를 통해 자기 확신을 얻고자 하는 경우가 많았다. 여러 방법론이나 자료들이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작가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모두 해내야 한다기보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과정으로 접근하길 추천한다.
나래 포트폴리오 작성을 도와줄 오픈 소스가 너무 없다. 게다가 학교를 벗어나면 어디에 도움을 구할지 막막하다. 이럴 때 서로 글을 읽어주고, 피드백을 주고 받는 동료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솔지 활동가, 작가 등 정체성이 다양한 사람들은 자기 역할을 나누어 소개하는 것도 좋다. 하나의 문서 안에 완벽히 정리할 필요는 없다. 자기 방식대로 담아내면 된다. 예술가의 포트폴리오는 표지부터 구성까지 자기 색깔이 드러날 때 더 멋지다고 생각한다.
정아 많은 예술가들이 ‘리서치’라는 말을 어렵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그런데 사실 나를 증명하는 과정에서 동료를 만나고 다양한 관점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 문제를 나누고 여러 방향으로 탐구하는 게 예술가만의 유연함 아닐까. 혼자서 성장하는 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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