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아프·프리즈 시대의 서울 아트위크

심지언 편집장, 김소정, 정소영 기자

Art Market Report

아시아 미술시장의 고지를 차지하려는 키아프와 프리즈 서울은 9월 첫 주 아트위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올해는 특히 아시아 갤러리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두 아트페어가 아시아 미술 현장의 지형을 연결하는 교두보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아트페어 외에도 다양한 전시와 프로그램이 정교히 연동된 아트위크에 대한 주목도는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다. 월간미술은 올해 아트페어와 아트위크를 세부적으로 분석하며, 향후 한국 미술시장의 성장과 확장 가능성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미술시장의 반등 사인, 키아프-프리즈 서울
2025년 키아프와 프리즈 서울은 전 세계적인 미술시장의 불황 우려 속에서도 역동적인 활기와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며 막을 내렸다. 주최 측에 따르면, 아트페어 기간 내 48개국에서 약 7만 명이 프리즈를 찾았고, 키아프에는 8만 2,000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 특히 마지막 날 키아프 단독 개최일에만 1만 2,000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하며 양 페어에 대한 국내외 미술 애호가들의 뜨거운 반응을 증명했다. 또한 첫날부터 세계적인 메이저 갤러리들의 역대급 판매 성과에 대한 뉴스가 쏟아지면서 글로벌 미술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마크 브래드포드의 작품이 하우저앤워스에서 약 62억6000만 원(450만 달러)에 판매되어 프리즈 서울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는 지난 3월 아트바젤 홍콩의 최고 거래가 작품인 쿠사마 야요이의 350만 달러를 크게 웃도는 기록이다. 또한 화이트 큐브는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작품을 약 21억2000만 원, 스프루스마거스는 조지 콘도의 작품을 약 25억 원에 판매하는 등 유명 해외 작가들에 대한 컬렉터의 관심이 여전히 높음을 보여줬다.

유명 작가의 인기 있는 고가 작품뿐 아니라 중저가 작품, 그리고 유망한 젊은 작가의 작품까지 활발하게 거래되며 참여 갤러리들이 전반적으로 높은 만족을 표한 것도 올해 아트페어의 주요 풍경이다. 한국 지점을 운영하는 한 해외 갤러리는 첫날 ‘빅네임’ 작가군은 거의 판매되었고, 이후에는 그보다 젊은 작가층에서도 고른 판매가 이뤄졌다고 귀띔했다. 아울러 주요 작품 구매자의 30%가 해외 컬렉터였다며 프리즈 서울에 쏟아지는 국제적인 관심을 실감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현상은 키아프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국내의 한 소규모 갤러리 대표는 “세계적인 유명세가 없더라도, 작가의 작품세계를 충실히 보여주는 좋은 작품은 가장 먼저 판매됐다”며, 전반적으로 상승기류를 타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판매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적극적인 문의를 받으며 판매 가능성을 예견한 경우도 많았다. 아시아 지역의 중소규모 갤러리에서도 블루칩부터 신진 작가 작품까지 고른 세일즈 실적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단순히 미술시장의 반등을 넘어, 서울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미술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공고히 하고 있음을 상징하는 중요한 이정표로 볼 수 있다.

프리즈 서울, 아시아 갤러리의 질주
올해 프리즈 서울 참여 갤러리 중 약 64%가 아시아 지역 갤러리라는 점은 주목할 만한 특징이다. 프리즈 서울 개최 이후 가장 높은 아시아 갤러리 참여율로, 단순히 서구 갤러리가 빠진 자리를 메운 것을 넘어서 역동적인 아시아 미술신을 선보이는 역할을 했다. 일본의 난즈카, 싱가포르의 오타파인아츠, 대만의 TKG+ 등 아시아 갤러리의 합류와 ‘포커스 아시아’ 섹션에 참가한 신진·소형 갤러리들은 동시대 미술 현장의 전 영역을 고르게 비추며 아시아 미술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제시했다. 연필 드로잉으로만 구성된 종이 구조물(임선구, 드로잉룸), 자석을 이용해 진공 상태의 돌 조각을 보여준 초현실적인 설치작업(요코테 다이키, 콘갤러리), 디지털 감수성을 연계하는 평면과 영상(추미림, 백아트)에 이르기까지 특정한 경향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차원을 담아낸 본 섹션은 약진하는 아시아 미술의 현 입지를 그대로 반영하는 장이 됐다. 특히 올해는 다수의 일본 갤러리가 참여한 점과 중앙아시아 등 그동안 메이저 미술시장에 진입하지 못했던 지역의 작가들이 소개되었다는 점에서 프리즈 서울이 아시아 컬렉터들이 모이는 주요 플랫폼으로 역할을 했다는 점을 주지시키는 한편, 더욱 다양한 배경의 아시아 컬렉터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음을 확인해 준다. 프리즈는 아시아 갤러리들에게 국제적인 무대를 제공하고, 이는 다시 아시아 컬렉터들의 참여를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유도했다. 프리즈가 서울을 통해 아시아의 미술 담론과 시장을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기존의 서구 중심 아트페어가 포착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장 지형도를 그리고 있다는 점이 중요한 의의이다.

프리즈 서울에서는 해외 거장의 작품 외에도 김환기 정상화 박서보 김창열 하종현의 작품이 수억 원대에 판매됐고, 이미래 최수련 등 차세대 유망작가의 작품도 활발히 거래됐다. 이러한 경향은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 최상위 컬렉터들이 소위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안정성 선호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시장 전반의 광범위한 회복이라기보다는, 일부 특정 시장과 최상위 계층의 소비 심리가 견고함을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남미에서 참가한 일부 갤러리는 주요 메가 갤러리에 모든 관심이 쏠리는 현상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중 한 갤러리 관계자는 “대형 갤러리의 유명 작가 작품 위주의 판매 소식만 듣게 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언급하며, 페어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긍정적이라 하더라도 일부 갤러리의 좋은 성적이 전체 아트페어의 성과를 대표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한편에서는 가고시안과 페로탕에서 본사의 주요 요직을 맡은 직원이나 대표가 아닌 현지 갤러리의 직원들만이 VIP 오픈에 참석한 것을 두고 메가 갤러리의 프리즈 서울에 대한 기대가 낮아졌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키아프, 한국 미술시장 회복의 도움닫기
올해 키아프는 ‘내실 추구’라는 전략을 택했다. 지난해 206개였던 참여 갤러리 수를 175개로 줄여 부스 간 통로와 편의시설을 넓히면서 쾌적한 관람 환경을 조성했다. 이는 단순히 참가 갤러리 규모를 줄이는 것을 넘어, 참가 갤러리들의 작품 퀄리티와 프레젠테이션을 상향 조정하는 변화로 이어졌다. 키아프와 프리즈 모두 아시아 마켓의 플랫폼을 지향하지만, 키아프는 한국 미술, 한국 작가를 소개하는 플랫폼 역할에 방점을 찍으며 이를 현지 페어로서의 장점으로 강화했다. 특히 ‘하이라이트’ 섹션을 통해 이동훈 박그림 등 10명의 신진 작가를 집중 조명하여 한국 미술의 다음 세대를 소개하는 역할을 강조했다. 판매 면에서도 갤러리 제이원이 바바라 크루거 작품을 5억 원대에, 국제갤러리는 박서보 작품을 4억 원대에, 가나아트는 시오타 치하루 작품을 3.2억 원에, 갤러리현대는 김보희의 작품을 1.4억 원대에 완판했고, 갤러리 바지우는 이응노 작품을 1.4억 원에 거래하는 등 수억 원대 작품과 중저가 작품이 고르게 판매되었다.

특히 키아프에서는 젊은 컬렉터층의 유입과 함께 상대적으로 저가 작품의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졌는데, 띠오의 박그림,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의 박노완 등 신진 작가들의 작품들이 컬렉터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그중 ‘하이라이트 세미 파이널’에 선정된 김정인의 신작을 선보인 라흰갤러리는 작가의 출품작 대부분이 판매로 이어졌으며,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을 비롯하여 주요 컬렉터들에게 소장되는 성과를 거뒀다. 갤러리 측은 “올해 키아프에서는 부스 방문객 수와 현장 반응 또한 활발했다. 경기 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국 미술시장의 저력과 회복 가능성을 보여주는 자리였다고 판단”된다고 전하며 이번 성과가 갤러리와 작가 모두에게 긍정적인 발판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작품에 변화를 준 신작이 좋은 반응을 얻어 앞으로 꾸준히 작업을 진행하는 데 힘을 받았다”는 김정인의 언급 역시 키아프가 한국 젊은 작가들의 등용문 역할을 하며 한국 미술시장의 내실을 다지는 중요한 축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키아프가 직면한 과제도 명확하다. 전반적으로 참여 갤러리의 프레젠테이션이 개선되었으나 부스 간 편차는 여전히 극복 과제로 남았다. 결국 페어의 이미지는 평균 이하의 프레젠테이션이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상위보다 하위를 끌어올리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작품의 가격대도 검토가 필요하다. 프리즈와의 가격 경쟁을 피하기 위해 참가 갤러리들이 중저가 작품 위주로 출품하면서 평균 가격대가 1만 달러 이하에 머무는 추세가 더욱 뚜렷해졌다. 국내의 한 갤러리 대표는 전통적으로 2~3000만 원대 작품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던 키아프가 이제는 500만 원 안팎의 작품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리즈의 서울 진입으로 주 거래 가격대가 겹치는 2~3만 달러 구간에서 경쟁을 피하기 위해 키아프에서는 상대적으로 그보다 낮은 가격대의 작품에 집중함으로써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향후 한국 미술시장에서 중견·원로 작가의 작품거래를 위축시키고, 한국의 대표 아트페어로서 키아프의 영향력을 축소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에 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진 세일즈 기획이 필요하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일부 갤러리가 인기 있는 젊은 작가의 작품 가격을 상향 조정해서 내놓은 경우가 있다는 제보도 있었다. 비록 단발성의 시도라 하더라도 이는 갤러리와 작가 양측의 시장 가치를 손상시킬 수 있으므로 바람직한 방안이 될 수 없다.

프리즈 서울에서 가장 높은 거래가를 기록한
마크 브래드포드의 작품이 전시된 하우저앤워스 부스 전경 2025

사진: Creative Resources 제공: 하우저앤워스

갤러리의 선택과 집중 전략
올해 몇몇 갤러리에서는 예년과 다른 전략과 행보를 보였다. 두 아트페어 모두에 참여한 갤러리는 12개이고, 이전에 키아프에 참여했던 18개의 갤러리가 프리즈에 합류했다. 갤러리바톤, 리만머핀, 에스더쉬퍼, PKM, 디스위켄드룸 등은 프리즈에만 참여하며 글로벌 무대에 집중하는 선택을 했고, 탕컨템포러리, 국제갤러리, 갤러리현대, 학고재 등은 양쪽 모두에 참여하며 시너지를 노렸다. 반면 가나아트는 키아프에만 참여하며 한국 시장 내에서의 입지 강화에 집중했다. 일부 갤러리들이 키아프를 포기하고 프리즈를 선택한 것은 경기 침체 속 ‘글로벌 프리미엄 효과’에 집중하기 위함이다. 그간 양 페어에 참여하는 갤러리들은 각각의 페어에서 어떤 차별화를 보일지 전략적 고민을 이어왔고, 그들 중 몇몇은 비용 대비 효과를 중심으로 한 취사선택을 했다. 이는 갤러리 입장에서 실리적인 선택이긴 하나 한국 미술시장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재정적 여유와 국제적 네트워크를 갖춘 소수의 상위 갤러리들은 프리즈 참가를 통해 글로벌 플레이어로 발돋움할 기회를 얻는 반면 그렇지 못한 갤러리들은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습된 컬렉터와 신규 컬렉터의 등장
이번 아트페어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면모는 컬렉터의 변화다.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MZ세대 컬렉터의 등장과 더불어 컬렉터의 세대교체 현상이 대두되었으며, 올해 20~30대 젊은 세대와 아시아, 러시아 등지의 해외 컬렉터 방문이 더욱 두드러졌다. 이들 신규 컬렉터들은 2020년을 기점으로 미술시장에 유입된 투기적 성향의 컬렉터들과는 달리 미술을 자산 증식 수단으로만 보지 않는다. 한국의 젊은 컬렉터들은 투자가치보다 미감이나 본인의 취향, 내적 만족을 위해 작품을 컬렉팅하는 과정을 통해 본인의 정체성을 완성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들은 주로 본인과 같은 세대 작가의 작품에 주목하여 신진 작가의 중저가 작품을 구매하며 저가 미술시장을 활성화시킨 주역으로, 미술시장의 양적 성장과 더불어 건강한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고 있다. 이에 더해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사설 미술 공간을 운영하며 교육 프로그램까지 기획하는 등, 예술과의 관계를 더욱 깊고 다각적인 방식으로 맺고 있다. 이들은 예술을 아시아와 국제적인 시각에서 폭넓게 조망하며, 작가와 갤러리를 후원하고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등 생태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양상을 보인다.

타테우스 로팍 등 다수의 해외 갤러리스트들은 진지하고 적극적인 한국 컬렉터들의 태도를 언급했다. 작가에 대한 방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갤러리 또는 작가와 직접적인 소통을 즐기는 컬렉터들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적극적인 신세대 컬렉터의 활동은 미술시장을 투기적 접근 대상에서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후원과 문화적 교류의 장으로 전환시키는 중요한 변화를 이끌고 있다.

아트위크, 페어 밖으로 확장된 아트신
2025년 서울 아트위크는 107개 미술관과 갤러리가 참여하는 100여 개의 전시와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서울 전역을 거대한 미술 현장으로 변화시키는 총체적인 문화 행사로서의 위상을 확립했다. 올해 주목할 점은 대규모 전시들이 아트위크 시작 전에 개막했다는 점이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의 마크 브래드포드 개인전과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전, 서울미디어비엔날레 등이 개막 시기를 조정하여 아트위크의 혼잡한 스케줄을 피해 온전히 주목받았다. 특히 뮤지엄 SAN의 경우 지난 6월 안토니 곰리의 전시를 일찌감치 오픈했고, 화이트 큐브와 타데우스 로팍은 아트위크 직전 영국대사관에서 곰리의 공동 개인전을 알리는 기자회견과 오프닝 파티를 열었다. 이후 아트위크에 맞추어 전시를 개막하는 일정을 짰다. 안토니 곰리라는 세계적인 작가를 해외 갤러리 두 곳이 일제히 선보인 것은 한국 미술시장의 글로벌 위상을 보여주는 동시에, 이들이 전략적인 시기 조율을 통해 아트위크를 지렛대로 활용한 좋은 사례다. 이처럼 여러 기관과 갤러리가 전시 일정을 분산시킴으로써 페어 기간에 컬렉터들이 페어장 외부로 빠져나가는 계기를 줄이며 마켓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다. 그간 프리즈 개막과 함께 시작됐던 ‘나잇 행사’도 올해는 개막 전부터 시작되어 미리 분위기를 만드는 데 한몫했다. 이는 서울의 아트위크가 특정 기간에만 집중되는 한시적 이벤트의 성격을 넘어, 한 달여에 걸친 아트 시즌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더불어 아트위크 기간 중 기업과의 협업 이벤트 등이 예년에 비해 수가 줄어 전반적인 경기 침체를 실감하기도 했다.

국내의 주요 미술관과 갤러리들은 한국 작가의 전시를 이 기간에 집중 배치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이하 국현)은 《김창열》과《올해의 작가상 2025》을 아트위크 기간에 오픈했다. 서울을 처음 방문한 많은 수의 해외 인사들이 “국현 전시를 이미 관람했다”고 이야기한 것을 봤을 때, 해외 관계자들에게 국현을 통한 한국 작가 홍보는 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역시 매년 진행되는 타이틀매치 전시 일정을 아트위크 기간으로 옮기며 이 시기 서울을 방문한 국내외 미술 관계자들에게 중진 작가를 밀도있게 소개했다. 아르코미술관은 《안티 셀프: 나에 반하여》를 통해 중견작가를 소개하고, 이와 동시에 미술시장에 편입되지 못한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공연장 무대로 옮겨 재해석한 프레젠테이션 프로그램과 네트워킹 파티 ‘아르코 데이’를 통해 세대를 아우르는 작가 프로모션을 펼쳤다. 대표적인 사립 미술관인 리움미술관은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적인 작가 이불의 대규모 서베이 개인전을 선보였다. 키아프와 프리즈 서울에 참여한 대부분의 국내 갤러리들 역시 한국 작가들의 개인전으로 갤러리 전시를 구성했다. 국제갤러리는 갈라 포라스-김의 개인전을, 갤러리현대는 김민정 개인전과 이강승과 캔디스 린의 듀오전을 각각 신관과 본관에서 열었다. 백아트는 성능경을, 아라리오갤러리는 이진주를 집중 소개했으며 PKM갤러리 역시 홍영인 개인전을 선보였다.

동시에 두 아트페어는 외부 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동시대 미술계의 주요 의제를 적극적으로 다루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핵심 주제 중 하나인 퀴어 담론은 전시와 토크 프로그램 전반에 걸쳐 심도 있게 탐구됐으며, 영상과 퍼포먼스 등을 통해 비물질 장르를 주목하는 프로그램도 성황리에 개최됐다. 아트선재센터가 기획한 《오프사이트 2: 열한 가지 에피소드》는 퀴어 정체성과 젠더 다양성을 주제로 한국의 여성 신진 작가 11인의 작품을 선보이며 영상, 퍼포먼스, 조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관람객의 몰입을 이끌어냈다. 런던의 No.9 코크스트리트를 모델로 올해 처음 문을 연 프리즈하우스 서울 역시 개관전 《언하우스》를 제시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퀴어 아티스트와 한국 신진 작가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프리즈 필름은 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와 협력하여 서울시립미술관 옥상에서 오컬트, 신비주의, 영적 전통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들을 상영했으며, 페어가 진행되는 코엑스에서는 키아프와 프리즈 서울이 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예경)와 공동으로 토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프리즈 서울은 ‘퀴어 아시아 미술과 기억의 정치성’을 주제로, 키아프는 국내외 전문가와의 토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운 해외 인사들과 작가, 갤러리스트가 참여한 프로그램들은 시의성 있는 미술 담론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외 프리즈의 대표적인 대중 행사인 ‘나잇 행사’는 ‘잠들지 않는 서울’을 상징하듯 명실상부 아트위크의 하이라이트로 자리매김했다. 9월 1일 을지로 나잇을 시작으로, 한남 나잇, 청담 나잇, 삼청 나잇이 차례로 진행되었는데, 갤러리 오픈 시간을 저녁까지 연장하고 참여 기관별로 VIP 전용 행사나 방문객을 위한 다과 등을 마련하며 아트위크의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을지로 나잇에 참여한 양혜규 스튜디오는 그동안의 리서치를 바탕으로 한 작업 일대기를 전시 형식으로 소개했고, 공간형은 을지로 입구 도로를 일부 통제해 버스킹 공연을 열어 미술인들뿐 아니라 지역 상인과 시민들에게 아트위크의 시작을 알렸다. 키아프, 프리즈 서울 VIP 입장이 시작된 3일에는 K팝 스타 그룹 BTS, 블랙핑크 등이 초대된 ‘파라다이스 아트 나이트’가 화려한 미술시장의 면모로 SNS를 달구며 화제가 됐다. 삼청 나잇에서는 갤러리현대가 백남준이 요제프 보이스를 추모하며 선보였던 굿 퍼포먼스 〈늑대의 걸음으로–서울에서 부다페스트〉를 오마주한 만신(萬神) 김혜경의 ‘굿판’을 벌이며 일대의 통행이 마비될 정도의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처럼 나잇 행사는 서울을 찾은 국내외 미술인들의 네트워크 확장에 기여하는 동시에 일반인의 미술 관람 문턱을 낮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갤러리와 비영리 공간에서는 지원금이나 협조 인력 없이 운영 부담이 모두 참여 기관에 전가되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한 ‘모두가 함께하는 미술관’이라는 콘셉트로 국현 앞마당에서 진행된 디제잉 프로그램과 미술 장터는 일반 관람객들의 접근성은 높였으나, 정작 전시장 내 관람객은 상대적으로 적어 양질의 전시를 많은 대중에게 선보이려는 기획이 과연 유효했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나잇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일반 관람객의 수는 매년 늘어나고 있으나, 정작 이들이 전시장에 유입되기보다는 네트워킹과 이벤트를 즐기는 자리로만 이를 인식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매체의 적극적인 러브콜
아트위크 대목을 노리고 특별호를 만드는 국내외 매체들의 움직임도 매년 과감해지고 있다. 그중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매체는 영국의 『아트뉴스페이퍼』로, 프리즈 서울이 처음 개최된 이듬해부터 국문과 영문으로 특별호를 제작해 프리즈 페어장에서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아트뉴스페이퍼는 그간 프리즈 런던과 뉴욕, 아트바젤 홍콩 등에서 호외 형식의 아트페어 특별호를 배포해 왔으나, 개최 국가의 언어와 영어 두 가지 언어로 특별호를 구성한 경우는 프리즈 서울이 처음이다. 본사에서 서울로 기자를 파견하여 현장을 읽어내고 한국 비평가를 섭외하여 주요 작가를 인터뷰하거나 젊은 컬렉터를 소개하는 등의 내용으로 구성된 특별호는 발매 첫해에 추가 인쇄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뿐만 아니라 아트페어 기간 중 온라인 구독 신청자에게 할인 코드를 제공하는 등 새로운 독자층을 발굴하는 발판으로 행사를 활용하고 있다. 리 체셔 아트뉴스페이퍼 기자는 “프리즈 서울을 통해 서로 연결된 글로벌 미술계에서 한국 미술시장이 어떻게 발전해가고 있는지를 다룰 수 있다는 점이 매체의 입장에서 의미있다”고 밝혔다. 아트뉴스페이퍼는 이외에도 예경과 협업하여 작년부터 키아프에서 배포하는 『Korea Artists Today』 책자를 발행하여 한국 작가들을 소개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해 키아프의 공식 매거진인『마리끌레르』는 아트위크를 겨냥한 『아트 에디션』 매거진을 특별 발행하는 동시에 오프라인 파티를 개최하는 등 돋보이는 활동을 선보였다. 『아트 에디션』은 글로벌 미술시장에서 주인공 역할을 하는 블루칩 작가와 신진 작가에 초점을 맞춰 기획되었다. 이불과 안토니 곰리의 경우 방대한 지면을 할애하여 화보에 가까운 풍부한 사진 자료와 심층 인터뷰를 제공함으로써 패션지의 정체성을 확실히 드러냈다. 마리끌레르는 이와 함께 아트위크 기간에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Art) day’ 행사를 개최했다. 김을지로, 무나씨 등 신진 작가를 집중 조명하는 한편 동시대 문화예술 및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유명한 아티스트를 초청하여 음악 공연, 디제잉 등을 더해 화려한 네트워킹의 장을 만들었다.

『월간미술』은 서울 아트위크 참석차 해외에서 온 방문객들을 타깃으로 한 영문 특별호를 작년부터 발행, 무료 배포함으로써 한국 미술신을 읽어내는 전문적인 관점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 발간된 『Boiling Point: Emerging Artists and Spaces in Korea』는 해외 미술인을 대상으로 한국 동시대 미술의 최전선을 조망하기 위해 기획되어, ‘한국 동시대 미술의 끓는 점’이라는 주제 아래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여덟 개의 미술 공간(캡션 서울, 챔버, 팩션, 핌, 이아, 상히읗, 샤워, WWNN) 디렉터의 인터뷰와 공간 디렉터들이 주목한 여덟 명의 작가(이용재, 반재하, 유세은, 이승은, 송혜진, 정유진, 이연석, 이영욱)를 집중 소개했다. 키아프 기간 동안 월간미술 부스를 비롯한 각종 전시공간에서 무료로 배포되었으며 이후 전자책으로도 배포되어 국내외 독자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월간미술은 전문적인 미술 매체의 특성을 활용하여 매년 독특한 관점에서 한국 동시대 미술의 실험적 지형과 새로운 세대의 창작 에너지를 영문 발간물로 전달할 계획이다.

‘프리즈 라이브’의 일환으로 도산공원에서 진행된 야광의 〈날것의 증거〉 퍼포먼스 2025
제공: 작가

아트 마케팅: 문화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브랜드
글로벌 기업들이 펼친 다채로운 프로모션도 주목할 만하다. 브랜드들은 단순한 후원을 넘어 예술적 서사를 차용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재구성했고, 이는 ‘예술-상업’이라는 낡은 이분법을 흥미롭게 뒤흔들었다. 브랜드 프로젝트 중 가장 주목할 만한 활동을 보인 기업은 LG전자다. LG전자는 4년 연속 프리즈 서울의 헤드라인 파트너로 참여하며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바탕으로 한 전시 부스를 선보였다. 2023년 김환기의 ‘번짐’, 2024년 서세옥의 ‘붓질’에 이어 올해는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의 ‘색채’를 자사의 OLED TV로 재해석한 미디어아트 전시를 선보였다. 이는 LG의 기술력이 생생한 색감을 구현해 예술 작품을 정교하게 담아내는 새로운 미디어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디지털 캔버스는 단순히 원작을 복제하는 수단이 아니라, ‘기술이 어떻게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이러한 실험은 기술 기업이 예술과의 협업을 통해 윤리적·미학적 방향성을 제시한 의미있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아디다스도 독창적인 프로모션을 선보였다. 디지털·컬처 플랫폼 ‘Confirmed’를 전면에 내세운 아디다스는 코엑스와 성수동 에스 팩토리를 잇는 이중 구조의 이벤트 ‘Confirmed Universe’를 선보였다. 아디다스는 프리즈 서울 기간에 맞춰 ‘오리지널스(Originals)’ 라인의 한정판 스니커즈를 출시하면서 한국 작가 빠키, 사진가 안준, 일본의 에미 쿠사노 등에게 새로운 커미션을 맡기며, 브랜드의 핵심 키워드인 발견·개성·실험 정신을 예술적 언어로 번역하게 했다. 아디다스는 신발 전시를 넘어, 스니커즈를 예술 작품의 오브제로 활용한 설치미술을 선보이며 ‘스니커즈는 패션을 넘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했다.

20년째 프리즈 아트페어의 파트너로 참여하며 아트카 프로젝트를 선보인 BMW는 올해 BMW 코리아의 한국 진출 30주년을 기념하여 이건용과 협업한 아트카를 공개했다. 작가의 ‘몸의 흔적’을 담은 작품을 THE i7 전기차에 구현하여 ‘움직임’이라는 BMW의 핵심 가치를 예술적 언어로 재해석하는 시도였다. 이동하는 자동차가 곧 예술 작품이자 퍼포먼스의 일부가 되는 장면은, 브랜드와 예술이 어떻게 경험의 스펙트럼을 확장할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아트앤컬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샤넬은 ‘샤넬×예올’, ‘Now & Next 시리즈’, 리움미술관과 협업하는 ‘아이디어 뮤지엄’ 등을 통해 공예, 현대미술, 연구를 비롯해 다양한 시각예술계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직접적인 제품 노출 대신 문화 후원자로서의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VIP 라운지에서 아티스트 콜라보 굿즈를 제공하며 카드 멤버십의 가치를 예술적 체험과 결합하는 시도를 했다. 이러한 기업과 예술의 협업은 브랜드의 가치를 단순히 홍보하는 것을 넘어 예술과 기술, 그리고 브랜드 철학을 융합하는 새로운 형태의 마케팅이자 브랜드 자체가 곧 문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키아프 하이라이트 파이널리스트 3인에 선정된 이동훈의 작품이 걸린 갤러리 SP 부스 전경 2025
제공: 한국화랑협회

무대 뒤의 주역들: 공공기관의 한국 미술 프로모션
아트페어의 성공과 한국 작가들의 해외 진출이면에는 공공기관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다. 예경은 매해 아트위크 기간에 해외 미술계 주요 인사를 초청하는 ‘다이브 인투 코리안 아트(Dive into Korean Art)’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해외 미술계 인사가 한국 신·중진 작가(팀)의 작업실을 직접 방문하여 작가의 작품 세계를 다각도로 들여다보고, 한국 미술계 인사들과 워크숍을 통해 국내외 전문가들의 인적 네트워킹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더 나아가, 스튜디오를 개방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쇼케이스 전시(송은 《파노라마》)와 출판물 『Contingent Worlds: Korean Artist Today』를 통해 작업의 현장과 과정-전시-비평을 연결하며 한국 작가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이는 작가와 해외 전문가 간의 심도 있는 교류를 유도하고 장기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효과적인 시도로 볼 수 있다. 이 초청에는 한국 미술에 관심있는 큐레이터가 전략적으로 포함된다. 예경 관계자는 “초청 이후 해외에서 개최되는 전시, 출판 등 한국 작가를 조명하는 프로젝트를 다년 지원하는 펀드를 조성해 실질적인 결과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은 한국 미술에 대한 해외 전문가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큐레이팅 코리아(Curating Korea)’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이 워크숍은 한국 미술에 관심이 있는 해외 유수 박물관, 미술관 큐레이터들을 초청하여 한국 미술 특강, 기관 답사, 작가 스튜디오 방문, 관계자들과의 교류 기회를 제공한다. 올해 프로그램에는 휘트니미술관, 내셔널 갤러리, 스테델릭 미술관, 팔레 드 도쿄 등의 큐레이터 13인이 참석해 이불 김아영 정연두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했다. ‘큐레이팅 코리아’는 해외 미술 기관과 한국 미술 현장의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공공기관의 노력은 한국 작가들의 해외 진출을 위한 중요한 발판을 마련해 왔다. 2022년 ‘다이브 인투 코리안 아트’에 참가한 김아영은 2025년 구겐하임 어워드를 수상했고 베를린 함부르거 반호프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11월부터 MoMA PS1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 이러한 작가의 왕성한 활동을 본 프로그램의 성과라고 단정하긴 어렵겠으나, 다각도로 진행된 공공기관의 프로그램이 중요한 계기를 마련한 것은 분명하다. 과거 문학 분야에서 한국문화번역원과 국제교류재단이 협력해 작가 초청 행사와 출판 지원을 해왔던 것처럼, 이제는 시각예술 분야에서도 직접적이고 전략적인 프로모션이 펼쳐지고 있다. 공공기관의 지원은 단발성 이벤트를 넘어 한국 미술이 글로벌 미술 네트워크에 지속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구조적 토대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아트위크를 계기로 이러한 프로모션은 한국의 ‘홈그라운드’에서 여러 기관을 연결하며 펼칠 수 있다는 점이 오늘날 한국 미술의 가장 중요한 변화 중 하나일 것이다.

프리즈 서울에 마련된 LG전자의 ‘Park Seo-Bo × LG OLED TV: 자연에서 빌려온 色’ 부스 전경 2025
제공: LG

국내외 미술매체가 키아프, 프리즈 서울 기간에 발행 및 배포한 발간물
(왼쪽 위부터 아트뉴스페이퍼, 
프리즈위크, 마리끌레르,
코리안 아티스트 투데이, 
월간미술 영문 특별호)
사진: 박홍순

불확실성 속 성장과 균형
2025년 키아프-프리즈 서울의 아트페어와 아트위크는 경제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관람객 수 증가, 주요 판매 성과, 그리고 전례 없는 전(全) 도시적 시너지를 창출하며 한국 미술시장의 독자적인 성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는 단순히 두 개의 아트페어가 성공한 것을 넘어, 새로운 세대 컬렉터들의 성숙한 역할, 공공기관 및 기업의 전략적인 후원, 그리고 미술계 전체의 유기적인 협력이 만들어낸 결과이면서, 한국 미술시장이 잠시 흔들렸던 신뢰를 회복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어낼 수 있다.

그러나 역대급 세일즈 수치와 갤러리들의 반응은 흥미로운 역설을 보여준다. 경기 침체로 인해 참가 갤러리와 출품작이 다소 감소했다는 분석에도 불구하고, 아트페어 자체에 대한 대중적 친화도와 참여 의사는 오히려 확산된 것이다. 즉, 경제적 불확실성이 미술품 구매의 직접적인 감소로 이어지는 동안에도 아트페어를 통한 예술 향유 경험에 대한 대중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는 이중적 현상이 관찰된다. 이는 향후 아트페어의 전략이 고가 작품 판매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과 대중적 접근성을 높이는 ‘문화 플랫폼 모델’ 사이의 균형을 모색해야 함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한국 미술시장의 한계를 더 정확히 파악하는 노력도 선행돼야 한다. 혹자는 한국시장의 규모는 작을지 몰라도 세계적인 영향력은 크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국은 면적, GDP(국내총생산), 인구수 등 어느 지표로 보더라도 세계 상위권이라고 말하기 어려우며, 미술시장 규모 역시 세계 1%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일본처럼 두터운 중견 컬렉터층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중국처럼 수백만 명의 백만장자를 가진 나라도 아니다. 그래서 학습된, 수준 높은 컬렉터가 점점 많아진다 해도 결국은 소수의 컬렉터층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이 외신에 의해 지적된 바 있다.1

그렇기에 지금은 분위기에 경도되기보다 본질에 집중해야 할 때이다. 아트페어의 본질, 전시의 본질, 컬렉팅의 본질에 대한 답을 찾아 균형 있고 건강한 시장을 형성해 나갈 때 아시아 내 한국 미술시장만의 고유한 강점이 강화될 것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진행한 ‘2025 Dive into Korean Art’의 작가 스튜디오 방문 현장
제공: 예술경영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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