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부가 돌아보는 2025년 미술계 이슈

2025.11.13
참석자: 심지언 편집장, 강재영, 김소정, 노재민, 정소영, 황수진 기자
장소: 수류산방

Round Table

사진: 박홍순

심지언 한 해를 마무리하며 2025년 미술계를 결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전시, 정책, 미술시장, 공간 등 분야별로 주요 이슈를 직접 취재하고 추적해 온 편집부 기자들과 정리해 보겠다.


전시-고미술, 빅샷 작가 개인전,
국중박/국현 관람객 급증 및 유료화

황수진 전시에서 고미술 분야가 선방했다. 최근 고미술이 다시 주목받는 배경에는 전통 속에 잠재된 당대성을 적극적으로 끌어올리는 큐레이션의 변화가 있다. 전통의 고유한 미감과 상징을 동시대의 언어와 시선으로 번역해 보여주면서 젊은 관람객층이 자연스럽게 유입되고 있다. 여기에 박물관 굿즈 열풍과 K컬처 전반의 상승세가 전통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소비하는 방식을 확산시키며, 고미술에 대한 관심과 저변을 한층 넓히는 요인으로 작용한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김소정 고미술·전통미술 전시가 연달아 개최된 타이밍도 이 분야의 열풍에 한몫했다고 본다. 3월에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의《조선민화전》을 시작으로, 4월 대구 간송미술관의《화조미감》과 호암미술관의 《겸재 정선》 전시가 잇따라 열렸다. 마침 6월에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가 공개되면서 까치호랑이, 무녀도, 갓 같은 전통 이미지들이 각광받았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지난 10월 기준 국립중앙박물관(이하 국중박) 관람객이 500만 명을 돌파했는데, 작년 총 관람객 수가 약 379만 명이었음을 상기할 때 큰 성과다. 이는 올해 문화예술계에서 가장 이슈가 된 현상 중 하나이다.

황수진 누적 관람객 500만 명이라는 숫자에 주목하지만, 모든 면에 명과 암이 있듯이 관람객이 급증하면서 혼잡과 불편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었고 유료화 논의까지 본격화되는 추세다. 유료화 논의가 나오는 또 다른 배경은 관람객 구성과 접근성 문제이다. 외국인 관람객은 약 9만명(3.7%)으로, 작년 국립현대미술관(이하 국현)의 외국인 방문객 22만 명에 비하면 현저히 적다. 오디오가이드 언어 구성도 제한적이고 온라인 예약 역시 내국인 중심으로 운영되어 외국인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론 소장품 확보와 학예인력 확충에도 현재 국중박 위상에 걸맞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예산 확보가 필요하며 이에 따른 유료화 논의가 뜨거운 감자로 세간에 오르내릴 수밖에 없다.

김소정 내년에 고객관리통합시스템을 구비한다는 발표가 있다. 통합시스템에서 사전 예약제를 진행하며 회원 가입 등의 장치를 통해 관람객 분석이 가능한 데이터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심지언 전시 입장료 유료화는 오래 지속되어 온 논의이다. 전시 예산이나 규모로 봤을 때 국공립과 사립미술관의 관람객 유치 경쟁은 기울어진 운동장과 마찬가지인데, 국공립 입장료가 무료에 가까워 상당한 입장료를 받고 있는 사립미술관 측에서 문제를 제기해왔다. 무엇보다 많은 예산과 에너지가 투입되는 전시에 비용을 지출하는 관람 문화가 형성되는 것이 중요하다.

황수진 올해 빅샷 작가들의 개인전이 많았다. 이불, 김창열 등 국내 거장과 피에르 위그, 론 뮤익, 마크 브래드포드, 루이즈 부르주아, 장 미셸 바스키아, 안토니 곰리 등 해외 빅네임 작가들의 전시도 잇달아 열리며 관람객의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이러한 흥행과 별개로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국립기관에서 관람객 수 상위권을 차지한 전시들의 외부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바 있기 때문이다. 누적 53만 명의 관람객을 맞은 국현 《론 뮤익》은 프랑스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과 공동 기획으로 열렸다. 32만 명이 방문한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통합 2위)과 25만 명이 찾은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구스타프 클림트부터 에곤 실레까지》(통합 3위) 국중박 전시는 한국경제신문이 공동 주최한 외부 기획전시다. 국립기관이 자체 기획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본 인프라를 지금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심지언 최근 해외 거장 전시가 국내에 들어오는 양상에 변화가 있다. 전시의 기획 단계부터 공동 기획으로 진행되어 참여 미술관을 순회하는 방식인데, 피에르 위그와 이불의 전시는 공동 커미셔닝으로 진행되었다. 루이즈 부르주아, 힐마 아프 클린트의 개인전은 국내 미술관과 일본 미술관 등의 협력으로 진행된 아시아 투어의 일환으로, 미술관별로 다른 제목 및 기획 방향을 가져갔다. 전 세계적으로 전시를 여러 기관이 함께 만들어서 투어하는 추세로 로컬 큐레이팅의 재해석이 들어가지만 현장에서 해외 거장 전시회의 국내 미술관 참여도나 기획에 높은 점수를 주지 않고 있다. 이런 기회가 증가하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나 국공립 미술관 자체의 기획 역량이나 역할에 대한 지적들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 면에서 화이트 큐브와 타데우스 로팍에서 공동 기획한 안토니 곰리 전시가 더욱 의미 있었다.

소장품 상설전,
접근성 관련 국공립 전시

황수진 올해 국공립미술관들이 본격적으로 소장품 상설전을 선보였다. 첫 신호탄은 대구미술관의 첫 상설전 《대구 근대회화의 흐름》이다. 192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대구 화단의 전개를 조망하며 주요 소장품 70여 점을 통해 지역 미술의 근대적 형성과정을 보여줬다. 이어 국현은 개관 56년 만에 처음으로 전관에 걸쳐 자체 소장품만으로 구성한 상설전을 마련했다. 과천관에서는 대한제국 시기부터 1990년대 말까지의 작품 270여 점을 소개하는《한국근현대미술Ⅰ》과 《한국근현대미술Ⅱ》를, 서울관에서는 196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한국 현대미술의 주요 흐름을 보여주는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를 선보였다.

김소정 이들 전시는 한국 근현대미술의 다변적인 흐름을 보여주며 미술사를 읽는 가이드 역할을 했다. 국현은 다른 한편으로 기존 미술사에 편입되지 않았으나 전시를 통해 새롭게 조명한 영역을 보여줬다. 《초현실주의와 한국 근대미술》, 《한국 근현대자수: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 《정영선: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 등의 전시에서 초현실주의, 자수, 조경 등 그간 연구가 미진했던 부분을 주목함으로써 한국 미술사의 범위를 확장하는 유의미한 계기가 마련됐다.

황수진 『월간미술』 5월 주제호 “Museum For All?”에서 집중적으로 다뤘던 내용이긴 하지만, 올해 접근성을 전면에 내세운 전시 가운데 특히 눈에 띈 세 전시가 있었다. 《우리의 몸에는 타인이 깃든다》(국립아시아문화전당), 《열 개의 눈》(부산현대미술관), 《기울인 몸들: 서로의 취약함이 만날 때》(국현 서울)이다. 월간미술은 이 세 전시를 가장 먼저 묶어 소개했고, 접근성·다양성·포용성을 주제로 각 기관의 큐레이터들에게 전시를 통해 드러난 관점과 구체적 실천 방법론에 대해 심층적으로 들었다.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열렸던 《모두에게: 초콜릿, 레모네이드 그리고 파티》도 같은 범주에 들어간다.

개관 기념전, 민중미술 기념

황수진 의미있는 개관 기념전(특별전)도 주목할 만하다. 개관 10주년 기념전으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봄의 선언》, 그리고 앞서 말한 수원시립미술관의 《모두에게: 초콜릿, 레모네이드 그리고 파티》가 있다. 성곡미술관과 아트선재센터(이하 선재)는 각각 개관 30주년을 기념해 《미술관을 기록하다》,《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 적군의 언어》를 선보였다.

김소정 선재와 성곡미술관의 개관 30주년 기념전은 미술관의 정체성뿐 아니라 물리적 공간에 의미를 부여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사립미술관의 30년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두 기관이 특별히 미술관의 몸, 공간의 신체성을 돌아볼 수 있는 작품을 내세웠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각 기관의 미술관에 대한 애정을 읽을 수 있었다.

황수진 선재가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개관 기념 전시가 통상적인 ‘아카이브 전시’의 방식에서 벗어나 있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기관이 몇십 주년을 맞으면 역사 정리에 초점을 두지만, 선재는 ‘미술관이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미래를 향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업을 과감하게 펼쳐냈다.

강재영 민중미술 전시도 눈에 띄었다. 작년 서울미술공동체 창립 40주년 특별전 《갑진년 미술대동잔치》가 있었고, 미술동인 두렁 창립 40주년 기념전 《두렁, 지금》, 박불똥 개인전 《뭥》, 윤진섭 개인전 《사물의 언어》가 있었다. 올해는 홍성담 구명운동을 위해 독일로 보내졌던 작품들이 한국으로 돌아와 열린 귀국전이 있었다.

노재민 그 밖에도 1985년 미술계 동향을 주목한 해였다. 그해《1985년, 한국미술, 20대 힘》 전시가 개최되었고, 그 전시를 기획했던 서울미술공동체가 창립했으며, 민족미술협의회(민미협)가 발족했다. 올해가 40주년이 되는 해이기에 계기는 있었지만 여기저기서 구심점 없이 산발적으로 활동이 있었다.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신학철의 개인전이 있었고, 김달진미술관에서는 서울미술관을 기념하는 전시와 심포지엄을 선보였다. 민중미술 측면을 부각하지는 않았지만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강명희의 개인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일민미술관에서는 동아미술제 전시 《형상회로: 동아미술제와 그 시대》를 열었고, 토탈미술관은 개관 50주년을 앞두고 난지도와 메타-복스의 활동을 다시 조명했다. 올해는 1985년 2월 난지도와 9월 메타-복스의 창립전으로부터 40년이 지난 해다.

강재영 과거 민중미술 활동을 기념하기 위한 시도들이 있었지만, 아카이빙에 머물렀고 그 의미를 현재화하는 데는 미치진 못했다고 본다. 그 와중에 눈에 띄는 성과가 『두렁 앞, 뒤』(수류산방, 2024)라고 할 수 있다.

노재민 국공립미술관의 조명이 부족한 까닭은 민중미술의 성격하고도 연관이 있다. 민중미술 자체가 뚜렷한 작가관을 가지고 평생 작업을 할 사람들이 모인 흐름이었다기 보다는 일종의 계몽의 수단으로서 미술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걸개그림은 보관도 힘들고 공동 창작 개념에 기반한 작품이 많았는데, 이를 전시한다는 일은 민중미술 특성상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이미 작가 활동을 접은 분도 많아 미술관으로 다시 소환되기 어려운 복합적인 측면들이 있다.

강재영 2010년대 들어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으로서 대중과 교감할 수 있는 문화적 유산을 전시로 번안하여 제시하는 사례가 있었다. 올해 주목할 만한 전시로는 피크닉에서 열린 《힐튼서울 자서전》과 한국지엠 부평2공장에서 열린 《모터타임즈》를 꼽을 수 있다. 두 전시는 준비부터 구현단계까지 모두 상이하지만, 우리 생활 환경을 구축하는 근대화의 산물인 건축과 자동차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가려져 있던 ‘일하는 사람’을 가시화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동시대 미술을 통해 산업기술을 문화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좋은 선례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회화 장르에 대한 새로운 탐색

김소정 올해 또 다른 특징으로는 회화 장르에 주목한 전시들이 공립, 사립미술관 및 갤러리에서 전방위적으로 개최된 점을 꼽을 수 있다. 먼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은 ‘회화 반격’이라는 주제로 《그림이라는 별세계》와 《떨어지는 눈》, 《하늘이 극장이 되고 극장이 하늘에 있으니》를 개최하며 포스트디지털 시대에 회화의 입지와 동력을 짚었다. 비슷한 시기 하이트컬렉션의 《형상은 예외가 아닌 규칙》, 뮤지엄헤드의 《원더스퀘어》, 국제갤러리의 《Next Painting: As We Are》가 개최됐다. 회화라는 유구한 장르를 복고로의 회귀가 아니라 동시대를 표상하는 고유한 매체로서 읽어낸다는 공통점을 도출할 수 있었다.

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강령: 영혼의 기술》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전시 전경 2025
사진: 홍철기 제공: 서울시립미술관

장르 특화 비엔날레와 콜렉티브 감독

김소정 비엔날레 얘기로 넘어가 보면,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예술감독들이 지금을 일종의 “샤머니즘 르네상스”라고 생각한다고 한 외신 인터뷰 기사를 봤다. 이들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전통적인 샤머니즘을 주제와 방법론으로 차용해 작업하는 작가를 찾아다녔고, 샤머니즘적 제의를 퍼포먼스화하는 작업을 유럽 지역의 작업과 연결하며 ‘강령’이라는 키워드를 썼다. 샤머니즘은 민족적 제의나 비인간의 속성과 맞물려있기 때문에, 북미의 기획자가 어떤 관점으로 전시를 만들었는지에 관심이 고조됐다.

정소영 현대미술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예술의 우연성이나 신화, 샤머니즘적인 아시아 전통에 대한 대상을 동아시아로 확장하다 보니 오히려 작품을 통한 공감대나 신비로움 모두를 놓치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김소정 오리엔탈리즘으로 샤머니즘을 해석하는 것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는 평가가 그래서 나오는 것 같다. 여기에는 민족학 등 역사적 맥락에 대한 연구와 더불어 동시대적 차원의 연구가 요구되기 때문에, 전체적인 현상을 비평으로 풀어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감독들이 그 부분에 대해서 깊은 인사이트를 제공하지 못했다. 샤머니즘, 토속 신앙이 그동안 고도로 발전한 동아시아 사회에서 억압받았고, 이에 예술이 해방의 출구가 될 수 있다는 취지로 무리한 접근을 했다고 본다. 그러나 이를 일상적으로 받아들이는 우리의 경우, 이는 문화의 일부이지 억압과 해방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이 점이 간과된 것이 아닐까.

노재민 초기에는 영화 상영 자체가 하나의 ‘강령’으로 불렸다고 한다. 화면 속 이미지들이 보이지만 실재하지는 않기에 당시 관객들은 영화 상영을 유령을 보는 듯한 경험으로 여겼다고 한다. 따라서 매체랑 연결된 지점은 있지만, 그것이 잘 드러났는지 모르겠다.

최근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의 CAC를 비롯해서 주요 현장에서 콜렉티브 형식이 두드러지게 증가하고 있다. 물론 예전에도 협업은 존재했지만, 이제는 ‘함께 한다’는 구조 자체가 기획의 전면에 드러나는 방식으로 확장된 셈이다. 인터뷰 과정에서 느낀 바로는 참여자들의 경력이나 나이 차가 뚜렷함에도 위계적 분위기는 약하고, 역할 분담이 자연스럽게 정리된 조직 형태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미디어시티비엔날레의 경우 감독단 각각의 전공 분야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상호 보완이 가능하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정소영 올해의 비엔날레를 작년과 구별하자면 매체/장르 특화형 비엔날레인 점도 있지만 로컬 지역 주민의 관심이 더 뜨거웠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올해 진행했던 청주, 부산, 대구 모두 국제적 반향이 있거나 담론을 제시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실질적으로 국내 관람객이 늘었다. 물론 관람객의 증가는 미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늘어난 것과 같은 맥락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역 비엔날레의 주요 역할 중 하나인 지역민의 문화 예술 향유 증진 차원에서 보면 작년에 개최된 비엔날레가 9월과 10월에 집중 포진하고, 국제화를 강조하면서 지역을 놓쳤던 반면 올해 비엔날레는 지역민들로부터 호응이 있었다는 것이 긍정적이다.

심지언 국내에서 개최되는 대부분의 비엔날레는 국제 비엔날레를 지향했다. 그러나 ‘국제’ 비엔날레는 큐레토리얼 팀의 열망이지 개최 지역의 니즈는 아니었던 것이 아닐까? 지역 고유의 비엔날레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확실히 비엔날레에 대한 수요와 역할이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시점이 온 것 같다. 초기에는 모두 국제 비엔날레를 지향했지만 지금은 로컬에서의 역할을 고민하는 부분이 눈에 띈다.

노재민 비엔날레가 열리는 도시의 지자체 예산으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지역의 요구를 반영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단순히 ‘국제’를 표방하는 것으로는 더 이상 존재 이유를 증명하기 어려워졌다. 지역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 비엔날레가 도시의 문화 생태에 어떤 식으로 기여하고 있는지를 증명해야만 지속할 수 있는 구조이다. 그런 점에서 요즘 비엔날레들이 지역 리서치를 강화하거나, 지역 작가·기관과의 협업을 확대하는 움직임은 단순한 프로그램 확장이나 유행이 아니라 존속을 위해 필연적으로 선택한 생존 전략에 가깝다. 예전에는 해외 작가를 얼마나많이 섭외했는지, 글로벌 담론과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평가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이 도시에서만 가능한 비엔날레인가’라는 질문이 더 중요해졌다. 지역 공공기관과의 연계, 시민 참여 프로그램, 로컬 커뮤니티와의 공동 제작 등은 예산 대비 효과를 가시적으로 만들어내는 방법이기도 하다. 지금은 각 비엔날레가 자신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어떻게 구축하고, 지역의 문화적 필요와 국제적 담론을 어떤 균형으로 엮어낼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모두가 국제 비엔날레라는 동일한 모델을 좇던 시기에서 벗어나, 각 도시가 처한 조건에 맞는 형태로 비엔날레가 분화되는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 지역 비엔날레가 지역에서 축적된 문제의식, 현장에서 포착되는 변화, 지역 공동체가 당면한 과제를 주목해서 개최 지역에 경제 효과 이상의 의미를 남기길 희망한다.

아트마켓-전환기의 엇갈리는 행보

심지언 올해 미술시장을 돌아보면 갤러리 수 감소가 현 상황을 가장 잘 반영하는 것이라 본다. 국내 갤러리 수가 2020년 650여 개에서 2024년 590여 개, 2025년 상반기 570여 개로 추정되는데 지속적인 감소세 속에 있다. 특히 VSF 영업 중단, 쾨닉 휴업, 페레스프로젝트 파산, 원앤제이 잠정적 영업 중단 등의 소식이 이어졌고, 해외에서도 블럼갤러리를 비롯한 대형 갤러리들의 영업중단 소식이 이어지듯 갤러리의 지형 변화가 진행 중이다. 이러한 와중에 프리즈 서울이 개최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실린더, p21, 휘슬 등의 신진 갤러리들이 선방하며 짧은 시간 안에 프리즈, 리스테, NADA 등 해외 아트페어에 진출했다.

강재영 리스테 바젤에는 2024년 p21과 실린더가 한국 갤러리 최초로 진출했고, 올해엔 두 갤러리를 포함하여 에이라운지, 지갤러리, N/A, 휘슬, 샤워 등 총 7개 갤러리가 참가했다. 2025년 뉴욕의 NADA에도 에이라운지, 도잉아트, 갤러리 플레이리스트, FIM 등 한국 갤러리가 참가했다.

김소정 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예경)의 해외진출 역량강화 공모 사업(전 해외 아트페어 참가 지원)이 10년 가까이 운영되면서 중소규모 갤러리들의 해외 미술시장 진출이 활발해진 측면도 있다. 지원금도 현재 최대 50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어서 이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 줄 수 있었다.

심지언 신진 갤러리들의 활발한 아트페어 진출에는 더 프리뷰와 같은 페어의 역할도 있다고 본다. 더 프리뷰를 통해 처음 아트페어에 진출한 후, 빠르게 프리즈와 같은 글로벌 아트페어에 합류했고 이 과정에서 국제적인 인지도와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이 짧은 시일 내 해외의 주요 아트페어 진출로 이어졌다고 본다. 또한 더 프리뷰, 키아프 등이 해외 아트페어와 협력 구조를 통해 한국 갤러리들의 해외 아트페어 진출을 도운 부분도 있다. 이 경우에도 예경의 유통업 해외 진출 지원 등의 사업이 역할을 했다. 그러나 실린더와 지갤러리 등의 빠른 해외 진출은 본인들의 활동을 프리즈라는 글로벌한 플랫폼에서 보여줄 수 있었던 환경이 형성된 결과이다.

노재민 프리즈에서 해외 갤러리의 참여가 줄어 한국 갤러리에 기회가 주어진 상황도 있다. 해외 메가 갤러리는 점점 분점을 만드는 대신 팝업 전시 등을 통해 새로운 마켓을 공략하는 방향으로 변모하고 있다.

김소정 미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미술시장이 최악의 상황이라는 진단이 나오는 추세다. 한국시장은 최근 3년간 지수가 바닥을 치고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미국은 우리가 알고 있는 블럼갤러리, 카스민, 클리어링갤러리는 폐관 수순을 밟았고, 기존 갤러리들도 사무실만 운영하는 방식으로 생존전략을 짜고 있다. 고비용의 아트페어 참여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세일즈를 창출하는 시도를 벌이면서 중소규모의 갤러리들이 조명받을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진 측면도 있다.

미국 미술시장의 현 여파가 앞으로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지켜봐야 한다. 특히 관세 문제가 촉발한 인건비와 운송비의 급등은 권역 상관없이 전 세계 갤러리가 당장 직면한 문제다. 전체 판매규모 차원에서도, 총 판매금액은 감소했으나 판매 작품수가 비슷하게 유지된다는 보고서에 근거해서, 작품의 평균 가격이 낮아졌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큰 세일에 의존하는 대형 갤러리보다는 중소형 갤러리들의 활약이 예측되는 대목이다. 소규모 갤러리들이 영리하게 움직인다면 오히려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심지언 중동도 아트마켓 진출을 본격화 하고 있다. 막대한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문화 강국을 꿈꾸는 걸프 지역이 새로운 격전지가 되면서 글로벌 아트 시장의 지형 변화가 예견되고 있다. 유럽과 미주 지역의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아트마켓이 오일머니로 눈 돌린다는 해석이다. 아트바젤은 카타르 국립박물관 및 카타르 스포츠 투자청과 파트너십을 맺고 이집트 출신 작가 와엘 샤키를 예술감독으로 선정해 ‘Becoming’을 주제로 한 오픈형 전시로 2026년 2월에 첫선을 보인다. 프리즈는 아부다비 문화관광부와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지역 대표 아트페어인 아부다비 아트를 인수 및 리브랜딩하는 방식으로 중동 시장에 진출한다. 사디야트 문화 지구의 마나랏 알 사디야트(Manarat Al Saadiyat)에서 11월 개최됐다. 두 거대 아트페어가 중동으로 동시에 진출하는 배경에는 카타르 국립박물관 등 뮤지엄의 잇단 개관과 UAE의 루브르 아부다비, 구겐하임 아부다비, 퐁피두센터 분관 등 대형 미술관 프로젝트 추진 등의 문화 인프라 구축이 있다.

한편 경매사 중에는 소더비가 올해 2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첫 글로벌 경매를 열어 출품작 117점 중 77점이 낙찰되며 1730만 달러(약 248억 원) 매출을 올린 바 있다. 뉴스를 접하며 올 초에 발표한 아트리뷰 ‘파워 100 명단’이 떠올랐다. 올해 1위는 셰이카 후르 알 카시미로 샤르자 예술재단 설립자이자 샤르자 비엔날레 디렉터가 선정되었다. 2010년 90위로 랭킹에 진입해 80~30위권 사이를 오가다 작년 36위, 올해 1위로 선정되었다. 그 외에 21위에 셰이카 알 마야사 빈트 하마드 빈 칼리파 알 타니 카타르 국립박물관 의장이 선정되었는데, 그녀는 2013년 파워 1위로 선정된 바 있는 인물이다.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의 문화부 장관인 바드르 왕자가 41위로 순위권에 진입하며 중동지역의 영향력을 가시적으로 보여주었다. 중동지역이 오일머니를 중심으로 마켓을 넘어, 주요 미술관과 비엔날레에 중동 작가들을 포함시키며 세계 미술사 다시 쓰기를 하게 될 것이다.

마켓에서 디지털아트에 대한 옥션과 아트페어의 서로 다른 행보도 흥미롭다. 올해 2월 크리스티는 최초의 AI 아트 경매인 ‘증강 지능(Augmented Intelligence)’을 개최해 총 약 730만 달러(약 10억7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런데 9월 돌연 디지털 아트 부서를 폐쇄했다. NFT 거래가 한창일 때 역할을 했던 부서인데 거래량이 45% 감소하며 책임자는 해고됐다고 한다. 부서는 없어진 대신 20세기와 21세기 미술 안에서 폭넓게 디지털 아트를 거래한다는 입장이다. 크리스티가 디지털 아트 부분의 시장을 여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는데 빠른 철수 결정을 내렸다.

김소정 반면 아트바젤은 디지털 부서를 신설하고 제로텐이라는 디지털 플랫폼을 론칭했다. 디지털 아트만 다루는 아트페어의 한 섹션이다. 이번 마이애미비치에서 첫선을 보이는데, 12개의 갤러리가 참여한다고 한다. 내년에는 홍콩에도 신설될 예정이다. 아트바젤은 이를 통해서지금까지 한 번도 미술 작품을 사본 적이 없는 신흥 영컬렉터를 발굴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지난 6월 28일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앞에서 예술인 연대 주최로 열린
‘우리는 
끊임없이 검열에 저항한다’ 직접행동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제공: 검열에 반대하는 예술인 연대

정책과 예산

정소영 2025년 미술정책 분야를 살펴보자면 부산 퐁피두센터 분관(이하 퐁피두 분관) 건립 유치를 빼놓을 수 없겠다.『월간미술』 칼럼으로 다룬 바 있지만 현재까지의 뉴스를 정리해 보면, 부산시는 부산 시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 제공과 관광객 유치를 목적으로 프랑스 현대미술관인 퐁피두센터
분관 설립 유치를 계획하고 2024년 퐁피두 분관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에 부산 시민단체와 환경단체는 퐁피두센터 분관 설립 자체에 대한 부산시의 명분이 없고 업무협약이 불공정하다며 반대를 표명했다. 부산의 독립언론인 단비뉴스는 10월 27일, 비공개 업무협약을 입수해 내용을 공개하며 퐁피두에 ‘전시’ 항목으로 브랜드 사용료만 연간 65억 원(400만 유로)이 들어간다고 밝히고, 부산시가 퐁피두 분관 연간 전시 예산으로 책정한 77억 원 중 로열티를 제한 12억만이 퐁피두 분관의 전시 비용으로 사용한다고 보도했다. 2019년 부산현대미술관이 전시 예산 부족으로 두 달간 문을 닫았을 당시 예산이 23억1900만 원이었다.

2026년 정기분 공유재산관리계획안 심사보고서에는 부산의 퐁피두 분관 건립에 대한 장기적 재정 손실과 시민 공감대 부족을 지적했다. 부산시는 11월 11일 2026년 부산시 예산안을 17조9000억 원으로 확정하고 그중 43억 원을 ‘세계적 미술관 건립’을 위한 국제설계 공모 추진에 배정했다.

2026년 문화예술 예산도 살펴보겠다. 기획재정부 발표에 따르면 2026년 전체 예산은 728조 원이다. 문화재정 전체 예산을 9조6000억원이지만,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예산은 1조2119억9500만 원이다. 이는 전년도 대비 5522억6300만 원 감소한 수치다.

문체부의 2026년 예산안 지출구조조정 내역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전년도 대비 국현 운영과 관련된 소장품 구입, 전시사업, 정부미술품 구입 3개 사업에서 총 13억7300만 원이 삭감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 밖에도 국민문화활동 지원 45억 원 삭감, 국립지방박물관운영 전시실 안전시설 강화 부분이 11억 원 삭감되었다.

케데헌의 세계적인 인기로 최근 관람객 500만 명을 돌파한 국립중앙박물관(이하 국중박) 역시 6개 부문 17억3400만 원 이 삭감되었다. 이들의 공통적인 주요 삭감 유형은 ‘사업 우선순위 조정’이었다. 실질적으로 전반적인 국가 예산은 늘었지만 정작 박물관과 미술관의 전반적인 예산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감소되었음을 알 수 있다.

10월 17일 진행된 ‘기록하는 잡지, 비평하는 잡지’ 월간미술 주최 비평 포럼 현장
사진: 최철림

강재영 지방자치단체의 경우에도 잇따른 정책 포럼을 통해 지역문화 활성화와 유망예술지원을 위한 지자체 역량 강화 움직임이 눈에 띈다. 새 정부 기조가 K콘텐츠 중심의 예산 확보를 통한 물적 지원에 치중해 있는데 이는 지난 정부의 기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 가운데 각 지자체의 차별화를 위한 노력들이 내년에 어떤 방식으로 귀결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경기도는 최근 경기문화재단의 사업비를 200억에서 0원으로 대폭 감액한 예산안을 책정하고, 재단의 문예진흥기금을 사업비로 사용하라는 방침을 세워 경기도 예술인에게 큰 반발을 사고 있다.

정소영 문화산업 예산에서 산재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2년 전 무대장비 추락 사고로 청년 성악가가 하반신 마비가 된 사건이 있었다. 하지만 프리랜서였기 때문에 임의가입대상으로 산재보험 등록이 안 된 이 예술가는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병원비와 치료비를 자비로 부담하다 지난 9월 생을 마감했다. 문화산업 내 안전 문제와 예술인 보호문제에 경종을 울린 사건이다.

공연계, 미술계 할 것 없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산재보험 의무가입과 함께 공연장과 전시장의 안전 매뉴얼 마련 및 안전관리담당자 지정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전시실 안전시설 강화에 대한 예산은 삭감되었다.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서 시설 안전과 이를 위한 안전 인력 예산이 필요하다고 본다.

심지언 2014년 미술진흥 중장기 계획(2014~2018) 발표에 이어 2차 미술진흥 중장기 계획(2018~2022)이 2018년에 발표되었다. 3차 중장기 계획의 발표 시기가 2023년이었으나 「미술진흥법」 제정 등으로 미뤄졌다. 문체부는 지난 5월 ‘2025∼2029 미술진흥 기본계획’ 수립 방향에 대한 토론회를 열어 그간의 미술진흥 정책의 성과와 한계를 짚고, 국내외 환경 변화를 반영한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인 계획안은 발표되지 않았다. 2024년 시행된 미술진흥법에 따르면 문체부 장관에게 5년마다 미술진흥 기본계획 수립, 시행의 책무를 규정하고 있고 미술진흥을 위한 사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전담 기관을 지정하게 되어 있으나 관련하여 진행된 내용이 없다.

또한 미술진흥법 제18조 미술서비스업 신고, 제23조 통합미술정보시스템의 구축 운영은 법률 공포 후 3년 경과(2026년 7월), 제24조 미술품 재판매에 대한 작가보상금 등은 4년 경과 후(2027년 7월)부터 시행하게 되어 있으나 아직 제대로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2025년 미술진흥을 위한 정책 분야 움직임이 다소 미진했으나, 새로운 장관이 임명되고 정부가 진용을 갖추었으니 2026년에는 정책 분야의 약진을 기대해 보겠다.

강재영 올해 미술인들에게 이슈가 되었던 사건 중 하나는 바로 서울시립미술관 검열 논란이다. 지난 4월 30일 남웅 비평가는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기획전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강에 스며든다》의 도록에 실릴 예정이었던 자신의 비평문이 ‘중립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게재 불가 통보를 받았다며 입장문을 냈고, SNS로 확산되며 검열 논란으로 비화했다. 동료 비평가와 미술인 800여 명이 서울시립미술관의 사과와 입장을 촉구하는 연명에 참여하는 등 사태가 확산되자 서울시립미술관은 6월 19일 관련 입장문을 내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입장문에 사태를 ‘소통 오류’로 축소하는 내용으로 담겨있어 오히려 미술인들의 더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월간미술』도 지난 9월호에 ‘검열에 반대하는 예술인 연대’가 주최한 관련 토론회를 실어 이 문제를 다룬 바 있다.

김소정 한국뿐 아니라 올해는 미국 미술계에서도 검열과 통제가 큰 화두가 됐다. 언론에서 이를 ‘문화전쟁’이라고 부를 정도다. 통상적으로 보수 성향 정부 집권기에 대두되는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이미 1기 행정부 때부터 국립예술기금(이하 NEA) 폐지를 위협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2026년 예산안에서 기금을 전액 삭제했다.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1960년대부터 미국의 문화예술산업을 지탱해 온 NEA는 폐지된다. 결국 NEA는 정책 의제를 대폭 수정하고 정부 입맛에 맞는 프로그램을 신설하면서 타개책을 모색 중이다. 예산의 50% 이상을 연방정부로부터 조달하는 스미소니언 재단도 상황이 심각하다. 지난 5월에는 정치적 성향을 빌미로 재단 산하 킴 세이옛 국립초상화미술관장을 파면했는데, 인사권이 없는 대통령의 행보가 논란을 부르자 세이옛이 결국 자진 사임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됐다. 8월에는 스미소니언 산하 박물관들에 전시 개최 전 기획안을 대통령이 검토하겠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프랑스에서는 국가가 예술품 보유세를 부과한다는 법안이 상원 승인을 앞두고 있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주요 미술도시 중 예술작품 소유에 세금을 매기는 첫 사례가 된다. 이에 지난 11월 14일, 갤러리협회와 아트바젤 그룹이 반대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미술관 개관 및 폐관

노재민 올해 새롭게 선보인 미술 기관 중 오아르미술관은 개관 반년 만에 약 18만 명의 관람객을 끌어모으며 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주목받았다. 특히 왕릉을 조망하는 미술관의 입지가 화제가 되었는데, 유현준 건축가는 “왕릉이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원칙 아래 당초 화려했던 건축 계획을 과감히 덜어내고 깔끔한 외관을 채택했다. 이는 경주의 고분군이라는 장소적 고유성을 전면에 내세우려는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미술관 관장은 컬렉션 규모가 타 미술관에 비해 작다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경주다운 것’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현재 선보이는 전시는 소장품으로 기획했는데, 이우환, 박서보 등 잘 알려진 작가의 작품 49점을 소개했다. 관장은 경주 출신의 개인 컬렉터로, 자신의 고향에 미술관을 세우겠다는 오랜 목표를 현실화했다.

정소영 지역 미술관의 경우에는 접근성도 미술관 방문의 주요 요소다. 오아르미술관이 자리한 곳은 경주 황리단길 인근으로, 관광객 동선을 집중시키기 위해 경주시가 재생사업으로 개발을 허용한 구역이다. 발굴 제한이 많은 경주에서 드물게 건축이 가능한 라인이었고, KTX 개통 이후 관광 수요가 커지면서 핵심 동선으로 자리 잡은 지역이기도 하다.

노재민 사립미술관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는데, 건축의 측면에서 화제가 된 것이 많다. 한편, 파주에 출판사 미메시스의 건물을 인수해 하종현아트센터가 문을 열었다. 세 개 층에 걸쳐 한국 모더니즘 미술의 대표 주자인 하종현의 대표작 54점과 아카이브를 전시하고 있다. 국공립미술관을 살펴보면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이 10년간 준비를 거치고 난 다음에 개관이 계속 연기되어 오다가 올해 5월에 개관했다. 도봉구 창동에 위치해 있고 조리개에서 영감을 받은 건축이 특징적이다. 운영 인력도 적고 공간도 작지만 개관전이었던 《광채 光彩 : 시작의 순간들》과 《스토리지 스토리》 모두 인상 깊었다.

강재영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의 경우 사진 특화 수장고와 함께 앞으로 사진을 중심으로 한 워크숍 등을 진행한다고 하니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노재민 반면 인사미술공간(이하 인미공)이 25년 만에 운영 종료를 했다. 지역 개발에 따라서 임대료가 굉장히 올라갔고 그것을 감당하기 힘들어서라고 밝혔다. 아르코미술관으로 통합되면서 역할의 축소가 있었고, 장소는 세 번 정도 바뀌었다가 결국 폐관 수순을 밟았다. 공공의 자금을 바탕으로 대안 공간의 성격을 띠면서 많은 역할을 했었는데 종료가 됐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

심지언 인미공이 처음 출발했을 때의 미술 환경과 지금의 달라진 환경을 생각해 보면 아쉽긴 하지만 그 역할을 나눠 가질 기관들이 더 많아졌다. 공공에서 모든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니 민간의 여러 활동이 더 활발해져야 할 것이다. 전문 매체로서 『월간미술』 6월호에 인미공의 그간의 활동과 의미를 조명한 특집이 의미 있었다.

강재영 젊은 모색이나 올해의 작가상 등이 인미공이 했던 역할을 하고 있는 듯한데, 지금 생각해보면 인미공이 현대미술에서의 스타 시스템에 일정 부분 기여했던 것 같다. 김홍석, 임민욱 등 인미공이나 쌈지 등 몇몇 공간에서 띄워 올린 작가들이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인미공이 상징적인 기관이라는 건 확실하다. 스타 시스템에 대한 대항담론과 거부감이 더 이상 이를 유지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고 보는데, 과연 그렇게 없어져야만 하는 것인가라는 지점에서 인미공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물론 김아영이라는 큰 별이 떴지만.

노재민 인미공을 통해 해외 네트워크를 쌓은 것도 하나의 큰 역할이었던 것 같다.

정소영 그리고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사실 인미공의 역할이 컸던 것 같다. 큐레토리얼에 관한 큐레이터 교육이 미술관에서 활발하지 않았을 때 인미공에서는 말 그대로 미술계 안에 있는 사람들을 키워내는 역할을 했었다.

노재민 한편 금천구 독산동에 위치한 미디어아트 특화 미술관인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은 개관이 밀렸다. 사전 프로그램만 올해 열릴 예정이다. 최은주 관장은 임시회 문화체육관광위 업무보고에서 “현재 전시 환경 정비 및 개관 대비 준비 과정의 어려움에 있고, 기후 변화 등 올해 여름 비가 많이 오고 습하여 정상적 가동이 되고 있지 못한 상황으로, 누수 문제 등 해결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황수진 서서울미술관은 ‘뉴미디어 특화미술관’이라는 미션을 부여받으며, 영상·퍼포먼스·개념미술의 제작·수집·운영 모델을 구축해야 하는 책임을 맡게 되었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몇 가지 질문이 생긴다. 서울시립미술관의 분관 체제는 서서울미술관의 개관으로 네트워크형 구조를 완성했다고 말하지만, 이러한 체제가 실제로 분관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 왔는지는 의문이다. 분관은 지역별로 동등한 기획 역량을 갖추고 서로 다른 관객층과 지역성을 반영하며 운영되어야 한다. 서서울미술관 역시 금천구라는 지역의 맥락을 고려하면 금천예술공장과 연계해 예술–기술 벨트를 구축하려는 방향은 이해되지만, ‘뉴미디어 특화’라는 정체성이 지역 주민에게 실질적인 공감대를 마련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더구나 뉴미디어 기반의 미술관이라면 건립 단계에서부터 해당 장르에 적합한 공간 구성, 기술 인프라, 보존 환경이 충분히 설계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 준비 과정이 얼마나 체계적이었는지 질문을 남긴다. 개관을 앞둔 지금, 서서울미술관이 부여받은 미션을 어떻게 현실적인 운영 기반으로 안착시키며, 지역성과 전문성을 함께 구축할 수 있을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데이터로 읽는 2025 미술계

강재영 네이버 데이터랩을 통해 대중의 관심사를 키워드 검색량 비중으로 확인해볼 수 있다. 미술 관련 검색량이 영화나 음악 같은 다른 대중예술 키워드 검색량과 차이가 있고, 검색량을 원자료로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비율로 확인해야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한 해 사람들의 관심사를 정량적으로 확인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먼저 월간미술에서 2025년 키워드로 선정한 단어들 중 일반적으로 검색 가능한 단어(글로벌 사우스, 인공지능, 인류세, 초연결, 회복탄력성)와 미술을 연관검색어로 엮어 그 추이를 확인했다.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 인공지능이 가장 높은 관심도를 보였다. 두 번째 높은 관심도는 글로벌 사우스였다. 미국과 유럽이 정치/경제적 혼란을 겪는 와중에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는 중동과 동남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예술계로 확장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회복 탄력성이 세 번째 순위에 올랐다. 인류세에 대한 관심도는 다른 세 키워드에 비해 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강재영 이번엔 국내 주요 미술 기관 다섯 곳의 검색량을 비교해봤다. 국중박이 검색비중 1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국현은 론 뮤익 개인전이 열렸던 시기 잠시 국중박을 추월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러나 7월 들어서 국중박에 대한 검색 비중이 최대 4배 정도까지 올라가는데, 이는 〈케데헌〉의 흥행과 뮷즈 재조명, 유홍준 관장 선임 등의 시기가 겹치며 일어난 효과로 보인다. 두 국립기관과 지역 문화기관과의 검색량 차이는 여러 해석의 여지가 있다.

심지언 올해 월간미술은 내년 창간 50주년을 앞두고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월간미술의 콘텐츠를 다시 살피고 정리하는 내부 스터디를 바탕으로 지난 10월 ‘기록하는 잡지 비평하는 잡지’라는 포럼을 진행하고 특집 기사를 통해 지난 49년간 월간미술이 현장을 기록, 진단해 온 역사를 살폈다. 하나의 주제로 심화된 잡지를 제작해 보고자 특집호를 시도했고, 새로운 동시대 한국 미술신을 소개하는 영문판도 제작했다. 출판사 수류산방과 공동으로 미술출판에 대한 워크숍, 큐레이션 오픈 사이트 아케이드 서울과 월간미술의 잡지를 함께 읽을 수 있는 전시와 토크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형식의 오프라인 프로그램을 펼쳤다. 콘텐츠 방면으로도 다양한 기관과 협업한 한 해였다. 내년 창간 50주년을 맞아 월간미술의 헤리티지를 계승하고 미술현장에 의미있는 프로젝트들을 준비해 보겠다.

2025년 12월호 (VOL.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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