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칭의 기술 ④

아티스트의 펀딩, 아트프레너의 피칭

강재영 기자

3월 특집기사 ④

지원서도, SNS 운영도, 관계 맺기도 모두 혼자서 해내야 하는 예술가의 삶은 창업가의 면모와 종종 겹쳐 보이기도 한다. 예술가(Artist)와 기업가(Entrepreneur)를 합성한 신조어 ‘아트프레너(Artpreneur)’는 이 지점에서 등장한다. 예술가는 자신의 창작물을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디에 위치시켜야 할까? 아티스트의 크라우드펀딩과 아트 스타트업의 제반 사례는 당신의 지속 가능한 예술작업에 명확한 참조점이 될 것이다. 다양한 사례 및 단계별 가이드에 비추어 아티스트로서 자신을 점검해보자.


아티스트와 후원자를 잇는다: 크라우드펀딩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은 다수의 후원자가 보낸 소액을 모아 목표금액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하나의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는 방식으로, 예술가가 기관 심사나 시장의 문턱을 우회해 관객과 직접 연결되는 통로가 된다. 문화예술에서 크라우드펀딩은 단순한 모금이 아니라, 작업의 필요성과 실행 계획을 대중의 언어로 설득하는 피칭의 장이기도 하다. 성공을 위해서는 매력적인 이야기만큼이나 구체적인 리워드(보상) 설계, 그리고 제작/배송/기록까지 책임지는 신뢰의 구조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 대표적인 크라우드펀딩 플랫폼과 관련 지원사업, 관련 시각예술 사례를 소개한다.


크라우드펀딩 서비스 PICK 4

다양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 존재하지만 많은 사용자에게 노출되어야 의미가 있다. 이번 특집에 국내외에서 가장 다양한 사용자가 이용하는 네 플랫폼–텀블벅, 와디즈, 킥스타터, 인디고고–을 엄선하여 소개한다.

텀블벅 tumblbug.com
텀블벅은 국내 문화예술 분야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다. 누적 후원액 5000억 원과 프로젝트 8만 건의 기록을 보유하며, 완성작 판매가 아닌 창작 과정 중심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수수료는 5~15%, 결제 수수료는 3%다.

와디즈 wadiz.kr
와디즈는 라이프디자인 펀딩플랫폼을 표방하며 중소기업·스타트업의 전자제품과 서비스 출시를 중심으로 성장한 플랫폼이다. 누적 후원액 1.3조 원과 프로젝트 8만 건을 기록했으며 최근 영화·음악·아트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 수수료는 12%, 결제 수수료는 3%다.

킥스타터 kickstarter.com
킥스타터는 아트·출판·영화·게임·디자인 등 창작 프로젝트에 특화된 세계 최대급 플랫폼이다. 누적 모금액이 80억 달러, 성공 프로젝트 27만 건 이상을 기록했다. 목표 달성 시에만 결제가 이뤄지는 ‘올 오어 낫싱’ 방식을 적용하며, 수수료는 5%, 결제 수수료는 3~5%다.

인디고고 indiegogo.com
인디고고는 테크·제품·실험적 아이디어에 강점을 둔 글로벌 플랫폼으로, 창작 프로젝트도 폭넓게 운영한다. 누적 모금액 약 30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캠페인 종료 후에도 후원을 이어가는 포스트-캠페인 프로그램이 특징이다. 수수료는 5%다.


크라우드펀딩 지원사업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아르코)와 지역문화재단은 크라우드펀딩으로 후원을 조직하는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사업을 운영한다. 장르 제한이 없는 경우가 많아 다원예술 등 융합형 프로젝트도 문을 두드려보자. 관련 정보는 아트누리에서 통합 조회할 수 있다.

아르코 크라우드펀딩 지원사업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한 예술가·단체에 추가 지원금을 지급하는 ‘아르코 크라우드펀딩 지원사업’을 15년째 운영하고 있다. 지정 플랫폼에서 펀딩에 성공한 프로젝트에 50만~200만 원을 지원하며, 2025년에는 122팀이 혜택을 받았다.
(문의 02-760-4785)

노원문화재단 와톤 크라우드펀딩
서울 노원구 노원문화재단은 노원구민을 위한 문화예술 공익사업을 지원하는 ‘와톤 크라우드펀딩’을 운영한다. 선정 프로그램의 홍보와 모금을 자체 시스템으로 지원한다. 2022년부터 14건 중 12건이 목표액을 달성했다.
(문의 02-2289-3474~5)

관악늘봄 크라우드펀딩 지원사업
서울 관악구 관악문화재단은 관내 활동 이력이 있거나 관내 거주·작업 중인 예술인 및 단체를 대상으로 전시·공연 등 문화콘텐츠 관련 디자인 상품 제작을 위한 크라우드펀딩 매칭 비용을 최대 200만 원까지 지원했다.
(문의 02-828-5712)

대전문화재단 문화예술 크라우드펀딩
대전시 대전문화재단은 지역 예술인·단체를 대상으로 목표 모금액 달성 시 1:1 매칭 지원금을 제공하는 크라우드펀딩 사업을 운영한다. 지난해 7건이 목표액을 달성했다.
(문의 042-480-1041)


활용사례

최근의 크라우드펀딩 아트 프로젝트는 개별 작품의 미학적 성취를 지원하는 것에서 나아가 공공의 이익을 증진하는 사회참여 예술의 영역으로 확장 및 변화하고 있다. 여러 사례 중 최근 10년 내 참고할 만한 크라우드펀딩 사례를 선별하여 소개한다.

작품 제작: 2017 베니스비엔날레
이완 신작〈고유시〉 크라우드펀딩
크라우드펀딩은 부족한 작품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구현하고자 하는 작품의 구성이나 방향에 따라서 추가적인 펀딩을 통해 제작비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완은 2017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선보였던 〈고유시〉(2017)를 위한 자금 마련에 크라우드펀딩을 활용했다. 모두에게 각자의 시간이 있다는 의미를 각자의 멈춰진 시간을 담은 시계로 표현한 작품이었다. 펀딩 목표는 구현을 위한 지향성 스피커 8대와 방음 장치 구입 및 한국에서 이탈리아로 작품을 보내는 운송비 2000만 원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리워드는 전시 도록부터 디자이너백, 이완의 실물 작품까지 다양했다. 가격은 5만 원에서 50만 원 사이. 프로젝트는 총 55명의 후원자로부터 2252만 원을 모으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이완의 텀블벅 페이지의 작업 시안 이미지는 실제 전시된 작품 이미지와 거의 같다.
출처: 텀블벅 ‘2017 베니스비엔날레 이완 신작 〈고유시〉 크라우드펀딩’

출판 프로젝트: 홍이현숙 작가연구서
도록, 아트북, 연구서 등 출판 프로젝트는 예술분야에서 가장 접근성 높은 크라우드펀딩 유형 중의 하나다. 홍이현숙의 2013년부터 2024년까지 작업 30여 점과 작가 노트, 그리고 10편의 비평문이 실린 작가연구서『금성까지 왕복달리기 2』(타이그레스 온 페이퍼, 2025)는 크라우드펀딩을통해 인쇄비, 배송비, 디자인비, 홍보비, 수수료 등을 모금받았다. 해외에 작가의 작품세계를 알리기 위한 영문호 제작을 따로 진행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총 133명의 후원자를 통해 507만8000원을 모았다.

홍이현숙 텀블벅 페이지에 게제된 영문판 작가연구서 예시 이미지
출처: 텀블벅 ‘미술작가 홍이현숙 작가연구서 출판 프로젝트’

공공미술 프로젝트: 아이웨이웨이
‘Good Fences Make Good Neighbors’
아이웨이웨이와 퍼블릭아트펀드(Public Art Fund)는 뉴욕 전역에 설치되는 대규모 공공미술 프로젝트 ‘Good Fences Make Good Neighbors’(2017~2018)를 위해 킥스타터를 통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다. 약 한 달간 883명의 후원자가 9만6853달러를 후원, 목표액 8만 달러를 초과 달성했다. 보상은 엽서·티켓 같은 ‘가벼운 참여’부터, 티셔츠/토트백 등 프로젝트의 메시지를 ‘입고/들고’ 다니게 만드는 굿즈, 그리고 기금 파티 초대권까지 폭넓게 구성됐다. 작품의 미학적 가치가 어떻게 공공의 이익으로 전환될 수 있는지 세심하게 설계할 때 다중의 공감과 참여를 끌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아이웨이웨이 〈Harlem Shelter 1〉 아연도금 철 2017
사진: 아이웨이웨이 스튜디오 제공: 작가 출처: Publicartfund.org


인터뷰–김민규 전 텀블벅 영업기획 담당
노재민 기자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6여 년간 문화예술 영업을 담당했던 펀딩 전문가에게 아티스트를 위한 크라우드펀딩 접근법을 물었다.

Q 텀블벅을 비롯한 크라우드펀딩 예술 프로젝트들의 최근 경향을 소개한다면? 과거보다 강조하는 요소가 있나?
A 크라우드펀딩은 말 그대로 ‘대중’의 후원을 전제로 한다. 미완의 작업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초창기엔불필요한 굿즈를 너무 많이 제작한다거나, 노출을 위해 엉뚱하게 광고를 많이 하는 등 피상적으로 접근하는 창작자가 많았다. 대중은 ‘이 프로젝트가 왜 세상에 나와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답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시의적절한 주제, 대중의 취향에 맞는 트렌디함, 진정성 있는 스토리가 필요하다. 이제는 많은 창작자가 이를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플랫폼이 성숙기를 거치면서 프로젝트의 문법이 확립된 것도 요인이겠지만, 지금의 사용자가 온라인 속 대중의 수요에 밝기 때문이기도 하다.

Q 크라우드펀딩에서 예술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을 판가름하는 핵심 지점은 무엇인가?
A 핵심은 진정성 있는 스토리다. 진정성은 모호한 개념이지만, 텀블벅을 비롯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은 이를 구체적으로 드러낼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사용자는 모든 요소를 고려한다. 목표 금액이 적정하게 설정되어 있는지, 일정은 현실적인지, 리워드는 프로젝트와 얼마나 연관성 있는지 등등, “후원자들이 정말 사소한 것까지 모두 읽더라”고 말하는 창작자가 많다.

Q 인상 깊었던 피칭 전략이나 구조가 있다면? 이러한 구조나 전략이 실제 성과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궁금하다.
A 성공한 프로젝트를 보면 전체 목표 금액의 약 40%가 프로젝트 개시 일주일 안에 채워진다. 즉 창작자는 초반에 후원자를 어떻게 모을 수 있을까를 미리 고민해야 한다. 해답은 SNS에 있다. 프로젝트를 알릴 수 있는 채널을 운영하고 여기서 버즈(입소문)를 만드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 많은 작가가 자신의 작업을 설명하고 알리는 것을 낯간지러워하는 경향이 있는데, 적어도 크라우드펀딩을 고민하고 있다면 자신의 매력을 알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

Q 피치덱을 만드는 이들이 가장 많이 놓치는 부분이 있다면 짚어달라.
A 불필요한 굿즈 제작은 독이다. 여기엔 큰 공수와 비용이 들어간다. 모은 금액의 상당수가 굿즈에 들어가 정작 작업 예산이 제한될 수도 있다. 심지어 재고까지 발생한다면 처리하는 부담까지 안아야 한다. 굿즈를 만든다면 프로젝트와 잘 맞는지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원화 제공, 특별 도슨트, 워크숍, 디지털 리워드 등 굿즈 없이 리워드를 구성할 방법을 먼저 고민하기를 권한다.

Q 크라우드펀딩을 준비하는 작가나 큐레이터에게, 과거 재직자의 관점에서 강조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A 많은 수의 후원자를 모으고, 큰 금액을 모금 달성하는 프로젝트도 의미가 있지만,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이들은 규모가 작더라도 꾸준하게 활동하는 창작자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커뮤니티를 구축했다는 점이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자신만의 커뮤니티를 구축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많은 창작자가 간과한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이에 만족할 수도 있지만, 지속적인 활동을 고민한다면 이번 기회에 자신의 향후 활동에 관심을 가질 팬을 만든다는 태도로 임하면 좋겠다.


예술 속 숨은 가치를 창출한다—아트 스타트업

아트 스타트업은 문화예술의 산업적인 가치가 IP콘텐츠의 인기몰이와 함께 그 파급력과 영향력을 재평가받으며 2010년대에 떠오른 이윤 창출 모델이다. 이들이 기업 가치를 증명하고 새로운 투자를 유치하여 문제해결을 위한 마중물을 마련하는 데 ‘피칭’은 필수 단계다. 예술로 자본을 경유하는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대표적 아트 스타트업 진흥 프로그램
예술경영지원센터나 서울문화재단에서는 예술 기반 스타트업의 창업과 육성을 지원하고 있다. 예술 분야를 기반으로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면 아래 두 진흥 프로그램을 꼭 확인해보자.

예술경영지원센터 2024 예술 분야 창업 지원사업의 데모 데이 행사 현장
제공: 예술경영지원센터

예술경영지원센터—예술 분야 창업 지원 단계적 사업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사업 초기부터 성장까지 단계적으로 육성 지원하는 세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그중 ‘예술 분야 초기창업 지원사업’은 창업을 준비하고 있거나 사업 초창기 사업화 단계에 있는 이들에게 자금을 지원하고 전문 창업 보육을 통해 자생력을 갖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지원 프로그램이다.

지원 대상은 아트 스타트업이다. 예술 분야 유통-서비스뿐만 아니라 전시, 공연이나 예술품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 등 창제작 영역에도 지원 기회가 주어진다. 2026년 사업 일정 및 규모 등은 예술경영지원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24 포르쉐 프런티어 스타트업 데모 데이에서 피칭을 진행하고 있는 렘레이드 한예슬 대표
제공: 렘레이드

서울문화재단—아트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서울문화재단은 지난 2024~2025년 포르쉐코리아 후원으로 ‘포르쉐 프런티어 스타트업’을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은 예술 기반 창업 기업의 초기 성장을 지원하는 공모 프로그램으로, 지원 대상은 공연전시 창작이나 예술작품 상품화 등 예술작품 창제작까지 넓다. 2025년 선정 기업에는 3000만 원의 사업화 자금 및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지원, 데모데이(IR) 무대 체험 등을 제공하여 참가자들이 실전 피칭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했다. 서울문화재단 관계자는 2026년에도 아트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세한 내용은 2026년 상반기 중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Zoom In–아트프레너의 피칭 원포인트 레슨

여기 투자자에게 예술의 숨은 가치와 의미를 증명해내는 아트 스타트업 다섯 곳이 있다. 각 기업의 사업 모델부터, 성장으로 이끈 피칭 전략까지 이들의 노하우가 압축된 원포인트 레슨을 독점 공개한다.

VC/투자자 설득형 피칭
송보영 아르투 대표 artue.io/ko

Q 아르투를 소개해달라.
A 아르투는 글로벌 미술시장이 오프라인 아트페어 중심으로 작동하며, 그 구조가 중소형 아시아 화랑에 과도한 비용 부담을 지운다고 판단했다. 우리는 아시아 화랑이 글로벌, 특히 미국 시장에 더 효율적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온라인 기반의 지속적 노출과 데이터 기반 매칭을 통해 장기적 연결을 구축하는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Q 투자자를 설득할 때, 가장 먼저 풀어야 했던 오해는 무엇이었나?
A 투자자들은 대체로 미술시장의 작동 방식 자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기술을 말하기 전에 “왜 오프라인 아트페어 중심 구조가 중소형 아시아 화랑에 과도한 비용 부담을 주는가”라는 문제 정의부터 설득해야 했다.

Q ‘기능’이 아니라 ‘구조’를 설득해야 한다고 느낀 지점이 있나?
A 기존에 없던 형태의 서비스를 설명할 때 단순한 플랫폼 소개로는 부족했다. 피칭이 성립하려면 “왜 지금 이 구조가 필요한가”에 먼저 답해야 했다. 문제를 구조화하지 못하면 기술도 비즈니스 모델도 설득력이 약해진다.

Q 아르투가 ‘투자자용’으로 반드시 준비했던 한 장은?
A ‘문제의 구조’를 보여주는 근거다. 시장 왜곡과 같은 구조를 수치나 사례로 제시하고, 그다음에 팀이나 기술력, 파트너십 등 실행력으로 신뢰를 만드는 흐름이 중요했다.

Q 아티스트/기획자가 아르투에 제안한다면, 어떤 형태가 가장 검토하기 쉬운가?
① 콘셉트 1페이지(왜 지금/왜 필요한지 한 문장)
② 맥락이 보이는 포트폴리오. 이미지보다 질문이 중요하다.
③ 예산·일정·공간 등 요약

피칭 원포인트 레슨!
첫 메일에는 반드시 ‘제가 해결하려는 문제는 이것입니다’를 넣어라. 피치덱에서 가장 중요한 건 Why Now다.


파트너십/영업형 피칭
정창윤 다이브인 대표 diveinartstay.com

Q 다이브인을 소개해달라.
A 아티스트는 작품을 판매하고 선보일 공간이 늘 필요하다. 호텔은 새로운 콘텐츠가 필요하지만 단순 프로모션으로는 한계가 있다. 다이브인은 이 간극을 연결한다. 아티스트에게는 전시 플랫폼을 제공하고, 호텔에는 예술을 더해 공간의 가치를 높인다. 투숙객에게는 숙박을 넘어 예술적 경험까지 함께하는 새로운 체류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Q 다이브인의 피칭은 ‘언제’ 가장 필요했나?
A 특정 한 순간이라기보다 사업 전반에서 계속 필요했다. 첫 파트너, 첫 투자, 첫 협업 등 단계마다 우리의 모델을 설득해야 했다. 특히 MVP(최소 기능 제품) 이후 확장 국면에서는 한두 명이 아니라 수십, 수백 명을 설득해야 했다.

Q 호텔 파트너를 설득할 때, 예술의 가치는 어떻게 설명했나?
A 앞서 말한 아티스트와 호텔의 간극을 연결해 호텔에는 공간의 가치 상승, 투숙객에게는 예술적 체류 경험을 제공하는 모델을 제안했고, 이것이 주효했다.

Q 예술 분야에 대한 투자/확장 설득에서 가장 큰 장벽은 무엇이었나?
A 성공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래서 사업 모델과 수익 구조를 가능한 범위에서 수치화하며 설득을 위한 자료를 축적해 나갔다.

Q 다이브인이 함께하고 싶은 아티스트의 ‘기준’은?
A 특정 형식보다 ‘지속성’과 ‘확장성’이다. 꾸준히 작업 세계를 발전시키고, 새로운 방식으로 확장되는 것에 흥미를 느끼며 도전하는 태도가 장기 협업으로 이어진다.

피칭 원포인트 레슨!
작은 프로젝트라도 직접 실행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말하라. 그 과정에서 배운 점과 다음 확장까지 말할 수 있을 때 설득력이 생긴다


브랜드/경험 설계형 피칭
조대동 버스데이 대표 verseday.gift

Q 버스데이를 소개해달라.
A 버스데이는 ‘예술이 일상이 되는 경험’을 만들기 위해 설립되었다. 아트 콘텐츠를 디지털 미디어와 결합하여 몰입형 경험으로 전환하는 서비스를 운영한다. 아트 인사이트를 원하는 MZ세대와 브랜드 경험을 중시하는 기업을 타깃으로, 예술의 대중화와 공간의 가치 향상을 위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Q 투자자·기업과의 대화에서 가장 큰 간극은 무엇이었나?
A 예술적 가치를 증명하려는 나의 언어와, 수익성과 확장성을 따지는 그들의 언어가 어긋나면서 생기는 간극이었다. 사업이 확장될수록 ‘이질적인 주체와의 소통’이 비즈니스의 핵심이라는 걸 깨달았다.

Q 버스데이가 말하는 ‘피칭=번역’은 구체적으로 어떤 뜻인가?
A 내가 하고 싶은 말(art)을 그들이 듣고 싶은 가치(business)로 치환하는 과정이다. 나만의 언어를 고집하지 않고, 숫자·확장성의 언어로 예술적 비전을 번역해 전달해야 한다.

Q 추상적 예술 가치를 ‘구체적 효과’로 바꾸는 방식이 있나?
A 기술 스펙이나 가치의 모호함을 나열하기보다, 그 시도가 관객과, 나아가 브랜드 이미지에 어떤 실질적 변화를 주는지 시나리오로 시각화해 설득한다. ‘멋진 전시를 하겠다’가 아니라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보여준다.

Q 아티스트/기획자에게 받고 싶은 자료는?
A 아이디어 요약–실행 방안–톤앤매너 레퍼런스(이미지/영상)가 한 문서에 묶인 ‘통합 제안서’가 좋다. 그리고 과거의 기록이 담긴 소개서/ 포트폴리오가 파트너십 판단의 기준이 된다.

피칭 원포인트 레슨!
‘내가 하고 싶은 것’보다 ‘이 협업이 상대에게 줄 가치’를 먼저 써보자. 가장 중요한 건 ‘왜 지금, 당신과 우리가 만나야 하는가’다.


기관/공모/지원사업형 피칭
이정은 필더필 이사 fillthefeel.com

Q 필더필을 소개해달라.
A (주)필더필은 사회문제를 문화로 풀어나가는 소셜벤처로 시작했다. 첫 자체 콘텐츠 〈산타런〉은 “달리면 기부가 된다”라는 슬로건의 이색 기부 마라톤 축제였다. 지금은 그 경험을 기반으로 공연 OTT 서비스〈오아라이브〉를 운영하며, 컬처테크 기업으로 나아가고 있다.

Q 필더필이 가장 절실하게 피칭했던 순간은 언제였나?
A〈오아라이브〉를 시작한 이후였다. 함께하는 직원들이 있는 상황에서 신사업 도전엔 큰 용기가 필요했다. 신사업은 걸음마 단계였기에, 경쟁에서 이길 방법을 치열하게 고민했다.

Q 그때 어떤 전략이 주효했나?
A 아이템의 참신함보다 ‘이미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해 온 팀’이라는 신뢰를 먼저 주는 데 집중했다. ‘뭘 하든 결과를 낼 팀’이라는 인상을 만드는 게 우선이었다.

Q 아티스트/기획자에게 특히 강조하고 싶은 한 가지는?
A 예산이다. 예산에 맞추어 사업계획과 KPI를 제출해야 하기에, 실 견적을 받아보는게 좋다. 공모사업에 내 프로젝트의 전부를 담을 필요는 없다.

Q 피칭에서 가장 신경쓰는 부분이 있다면?
A 프로젝트를 한 번에 보여주는 이미지이다. 무형의 아이디어일수록 이미지가 이해의 단계를 단축한다. 초창기에는 레퍼런스 이미지를 적극 활용했고, 실행 후에는 사진을 잘 찍었다. 상대가 단번에 이해하고 오래 기억한다.

Q ‘잘 될 이유’를 숫자 없이 보여줘야 한다면?
A 신뢰할 만한 뉴스 기사나 레퍼런스로 보완할 수 있다. 꼭 수치가 아니더라도 “왜 필요하고, 왜 성공할 수밖에 없는가”를 보여주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피칭 원포인트 레슨!
공모사업 주체의 특성을 먼저 파악하자. 기관에 따라 원하는 사업도 결과물도 다르다. 공개된 선정기업 목록과 데모 데이 자료는 필독.


데모데이/IR형 피칭
한예슬 램레이드 대표 @ram_raid

Q 램레이드를 소개해달라.
A 램레이드는 촬영 이후 방치·폐기되는 영화 소품의 비효율적 처리 문제에서 출발했다. 세트·가구·오브제를 수집해 새로운 공간으로 재유통하는 순환 구조를 구축하며 지속가능한 공간 연출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현재 영화 소품 기반 인테리어 플랫폼 ‘까사 램레이드’를 운영하며 소품 대여·판매와 맞춤형 큐레이션을 통해 콘텐츠 자산의 재활용을 사업화하고 있다.

Q 가장 절실했던 피칭의 순간은?
A ‘2024 포르쉐 프런티어 스타트업’ 데모데이였다. “왜 이 프로젝트가 존재해야 하는가”를 무대에서 증명해야 했다. 우리 플랫폼의 구조와 필요성이 전달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컸다.

Q 그 두려움을 어떻게 설득의 언어로 바꿨나?
A 본질과 수익 모델의 확장 가능성을 끝까지 검증하며 자료를 집요하게 다듬었다. 완성도를 높이자 두려움은 사라졌고, 피칭은 취약점을 회피하는 일이 아니라 먼저 직면해 설득의 언어로 재구성하는 과정임을 깨달았다.

Q 램레이드가 말하는 좋은 피칭의 핵심은 무엇인가?
① 왜 이 문제를 반드시 내가 풀어야 하는가
② 이 서비스는 왜 지금, 이곳에서 의미를 가지는가
③ 비전이 현실이 될 수 있음을 어떤 증거로 입증할 수 있는가

Q 협업 제안에서 특히 보고 싶은 것은?
A 포트폴리오와 공간 레퍼런스가 결합된 제안서, 구체적인 예산안과 실제 공간 이미지, 그리고 리스크를 솔직히 정리한 메모. 문제를 함께 정의할 수 있어야 오래 간다.

피칭 원포인트 레슨!
피칭에서는 튀는 룩보다 정제된 태도와 프로페셔널한 인상이 더 큰 힘을 가진다. 지원 양식을 분석하고 선정 사례와의 차별점/공통점을 비교하라.


인터뷰–아트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최유진 MYSC(엠와이소셜컴퍼니) 컨설턴트

스타트업은 혼자 성장할 수 없다. 스타트업의 성장 전반을 계획하고 관리하는 액셀러레이터의 역할이 중요시된다. 아트 스타트업 지원 사업 액셀러레이터로 활동하는 최유진에게 아트 스타트업의 특수성과 액셀러레이팅 업무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본다.

Q 엑셀러레이터가 하는 일이 궁금하다. 창업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나?
A 액셀러레이터를 흔히 ‘성장을 돕는 조직’이라고 말한다. 현장에서 더 자주 마주하는 일은 성장을 준비시키는 일이다. 창업 초기의 아이디어는 대개 논리적으로 완결되어 있다기보다, 직관과 확신의 가능성에 가깝다. 그 가능성을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액셀러레이터의 역할은 그 검증의 순서를 정리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초기 단계에서는 판단의 선명함이 중요하다. 한정된 자원 안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미룰지 선택의 기준을 세워주는 과정이 액셀러레이션의 핵심이다.

액셀러레이터는 속도를 더하는 존재라기보다 속도를 조율하는 존재에 가깝다. 가능성에 과도하게 기대지 않도록, 확신이 과잉 확장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아이디어가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사업 모델이 스스로 설명될 수 있고, 시장 검증의 흔적이 축적되었을 때 자본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액셀러레이터의 역할은 정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정답과 현재의 간극을 직면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사업은 자신을 증명하는 무대가 아니라 자신의 가설을 수정해 나가는 과정이다. 나는 그 과정을 견딜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가장 먼저 본다. 속도나 규모보다 사고의 깊이와 태도의 안정감이 더 오래 간다.

Q 일반적 스타트업과 다른 아트 스타트업만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일까?
A ‘아트 스타트업’이라는 표현은 조심스럽다. 예술은 산업의 하위 개념이 아니라 고유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다만 창작을 기반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기업들이 분명 존재하고, 이들은 일반적인 기술 중심 스타트업과는 다른 출발점을 갖는 경우가 많다. 현장에서 지켜보면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뉘어 보인다.

첫째, 세계관 출발형이다. 이 유형은 자신의 언어와 미감, 창작 세계가 먼저 형성되어 있다. 사업은 그 세계를 확장하는 수단으로 설계된다. 브랜드의 결이 선명하고 대체 가능성이 낮다. 다만 수익 구조와 확장의 순서를 후속적으로 정리해야 하는 과제가 남는다.

둘째, 문제 정의 출발형이다. 문화적 접근성, 사회적 필요, 특정한 관객층의 공백 등 비교적 분명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이 경우는 사업 모델의 구조가 비교적 빠르게 정리되지만, 브랜드의 정체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하는 과제가 생긴다.

중요한 건 창작의 가치가 시장 안에서 어떻게 반복되고 확장될 수 있는지 증명하는 것이다. 예술 기반 기업의 강점은 분명한 정체성에 있다. 하지만 특별하다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특별함이 어떻게 축적되고, 재현되고, 성장 가능한지 구조로 제시돼야 한다. 차별성은 감각에서 나오지만, 지속가능성은 설계에서 나온다. 이 두 요소를 동시에 다룰 수 있을 때 창작 기반 기업은 비로소 산업 안에서도 독립적인 위치를 갖게 된다.

Q 아트 스타트업의 피칭 중 기억에 남는 피칭이 있다면? 가장 중요한 역량을 하나 꼽는다면 무엇일지 궁금하다.
A 많은 기업이 피칭을 ‘자신의 특별함을 설명하는 자리’로 생각한다. 그러나 투자자의 시선은 조금 다르다. 투자자는 아이디어의 신선함보다 그것이 작동하는 구조를 본다. 완전히 새로운 사업 모델은 많지 않다. 투자자는 감각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감각은 지표가 되지는 않는다. 결정을 만드는 것은 재현 가능성과 축적 가능성이다. 기억에 남는 피칭은 오히려 절제되어 있었다. 구조가 명확했고, 무엇이 검증되었는지와 무엇이 아직 실험 단계인지 구분이 선명했다. 이런 태도가 설득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역량은 ‘자기 객관화 능력’이다. 자신의 강점과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그 한계를 줄여가는 계획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 겸손은 스스로 낮추는 태도가 아니라 검증을 통해 말하겠다는 태도다. 결국, 투자자를 매혹하는 것은 감성의 강도가 아니라 확신을 구조로 전환하는 능력이다. 그 능력은 훈련 없이 생기지 않고 그래서 더 드물다.

Q 아트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이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육성’이라는 표현이 조심스럽다. 기업은 누군가가 대신 키워주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은 외부의 자극보다 스스로 판단하고 수정하며 자기 논리를 세워갈 때 비로소 자란다.

또 하나는 속도에 대한 기대이다. 지원 제도가 늘어나면서 기업은 동시에 빠른 성장을 요구받는다. 그러나 모든 모델이 같은 속도로 성숙할 필요는 없다. 특히 예술 문화를 기반으로 한 사업은 시간을 통해 축적되는 신뢰와 맥락이 경쟁력이 되는 경우가 많다. 속도를 앞세운 성장은 외형을 키울 수는 있어도, 밀도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이제는 질문이 조금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빨리 커졌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단단해졌는가. 이런 환경이 비로소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든다.

2026년 3월호 (VOL.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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