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 × G-DRAGON
예술 프로젝트

‘Oneness’와 ‘Togetherness’의 기막힌 공존
김소정 기자

Sight & Issue

하나금융그룹은 2025년 4월에 미국 라스베이거스 스피어(Sphere)에서 글로벌 캠페인을 송출했다.
‘하나금융그룹 × G-DRAGON, 전 세계에서 펼쳐질 글로벌 캠페인 온에어’ 유튜브 화면 캡처 이미지

예술=메신저
문화예술 분야의 활동을 빼고 가수 G-DRAGON(이하 지드래곤)의 행보를 논할 수 없다. 1세대 K팝의 선구자이자 그룹 빅뱅의 리더로 20여 년간 음악계를 주도했던 그는 예능과 패션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활약해 왔다. 그가 미술계와 여러 방식으로 접점을 만든 것은 2015년으로 서울시립미술관과의 협업을 통해 전시를 기획하며 시작되었다. 이는 음악에서 미술의 영역으로 활동 범주를 확장한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지드래곤은 2019년에 미국 미술전문지 『아트뉴스 (ARTnews)』가 선정한 ‘주목할 만한 컬렉터 5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10월 27일, 하나금융그룹은 지드래곤과 협업한 예술 프로젝트를 공식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는 예술을 통해 기업의 철학을 전달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예술적 영향력을 고려한 시도다. 지드래곤이 지닌 시대적 혁신성과 상징적인 이미지, 그리고 음악, 패션, 미술 등 문화예술 산업 전반에서 보여준 괄목할 만한 활동은 이번 협업을 기획하는 단계에서 구심력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두 파트너는 이미 올해 4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명물 스피어에서 글로벌 혁신 캠페인을 진행하며 새로운 동행을 예고한 바 있다. 지드래곤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참여하여, 영상 콘텐츠를 기획하고 영상에 등장함으로써 하나금융그룹의 캠페인을 예술성과 창의성을 확보한 매개물로 풀어냈다. 그리고 이번에 하나금융그룹은 지드래곤이 직접 디자인한 하나카드 3종을 선보이며 이들의 협업이 예술적 영역으로 확장됐음을 알렸다.

K팝 아티스트가 산업의 흐름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음은 대중문화 분야에 종사하는 세계적 기업들의 전환된 홍보 전략과 태도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기업이 이들과 파트너십을 맺는 것은 단순히 팬덤을 흡수하고 미래 소비층을 두껍게 쌓아가는 기초 전략을 넘어, 스타성과 성공 신화 이상의 예술성까지 포섭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한다. 이때의 예술성은 대개 아티스트 그 자신의 창작력을 직접적으로 반영한 결괏값(보통은 음악) 이지만, 이번 지드래곤처럼 캠페인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한정 창작물(디자인)이 기업의 상업 제품과 결합되는 경우 그 시너지는 강력한 마케팅 효과를 낳는 것이다. 특히, 아티스트의 독창성이 상품을 통해 기업의 메시지에 녹아들면서 소비자들에게는 상업적 가치 이상의 어떤 감정으로 향유될 수 있다는 점, 즉 수치화할 수 없는 성과를 거둔다는 점에서 고객의 높은 충성도까지 확보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 미술의 초영역적 힘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하나금융그룹이 새롭게 선보이는 3종 카드 디자인.
11월 11일부터 내년 1월 11일까지, 단 2개월간 한정 발급된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G-DRAGON Centum by JADE(프리미엄
신용카드)’, ‘G-DRAGON by JADE(엔트리 프리미엄 신용카드)’,
‘G-DRAGON Check by HANA travlog(체크카드)’
© G-DRAGON 제공: 하나금융그룹

1+1+1=1
지드래곤이 직접 디자인한 3종의 하나카드를 살펴보자. 먼저 프리미엄 신용카드는 하나금융그룹의 아이덴티티 컬러를 배경으로, 기존 하나금융그룹의 로고와 지드래곤을 상징하는 데이지 꽃이 위아래로 결합한 형태로 디자인 되었다. 이 카드는 플라스틱이 아닌 메탈 소재로 제작되어, 카드를 들고 있는 각도에 따라 표면에 반사되는 빛이 디자인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배경 중앙에 놓인 심벌을 중심으로 360도로 회전하며 퍼지는 빛의 움직임은 ‘하나’로 통합된 심벌을 더욱 돋보이게 하며, 이를 통해 기업이 강조하는 안정성, 신뢰, 중심성의 이미지가 강하게 전달된다. 엔트리 신용카드는 ‘하나됨’의 메시지를 더욱 은유적으로 시각화한다. 일렁이는 녹색 배경 위에 흩뿌려진 여러 송이의 데이지 꽃은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이지만, 함께 화면을 구성하며 조화로운 장면을 연출한다. 이는 개별적 차이를 존중하면서도 ‘하나’라는 가상의 공동체 안에 이를 포용하려는 이상적 세계관을 표현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체크카드의 디자인은 기업의 철학을 가장 직관적으로 형상화한 결과물이다. 무성한 나무 한 그루가 ‘하나’라는 글씨를 열매처럼 품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측은 이러한 나무들이 모여 거대한 숲을 이루는 힘을 염두에 둔 작업이라고 설명한다. 나무와 숲의 관계는 앞서 언급된 데이지 꽃이 군락을 이루는 장면과도 맞닿아 있다. 개인 고유의 세계가 모여 조화로운 사회를 완성한다는 메시지는 공존의 미학으로 귀결된다.

“1+1+1=1”이라는 식은 수학적으로 불가능한 명제지만, 상징적으로는 오히려 풍부한 사유를 제공한다. 여럿의 존재가 만나 하나의 세계를 이루는 순간, 각각의 개체가 사라지거나 합(合)의 도구로 환원되지 않고 개성을 지키면서도 하나의 세계를 창조해 낸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덧셈이라는 단순한 구조 안에서 ‘하나됨’과 ‘함께 있음’은 서로를 대체하지 않는 병렬적인 개념으로 구현되는 것이다.

연결=결핍을 채우는 성장
지드래곤의 패션 브랜드 ‘피스마이너스원(PEACEMINUSONE)’은 말 그대로 ‘평화에서 하나가 빠진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하나카드 디자인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데이지 꽃잎 한 장이 떨어진 모습으로 구현된다. 이러한 불완전함과 결핍, 균열과 간극의 이미지는 아티스트와 브랜드를 대변하는 예술적 상징과 서사에 널리 활용되었다. 지드래곤은 10년 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제목에도 피스마이너스원을 사용하며, 자신을 K팝 가수가 아닌 예술적 정체성을 가진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번 하나금융그룹과의 예술 프로젝트는 ‘마이너스’된 부분을 존중과 배려의 키워드로 채우며 사회공헌적 메시지로 연결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아티스트는 다양한 존재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유토피아를 내세우면서도 현실 속 인간 사회의 불가피한 결핍을 출발점으로 삼아 차이를 존중하고 함께 성장하자는 제안을 건넸다. 이에 캠페인은 예술적 형식을 빌려 소비자와 감성적으로 연결할 뿐 아니라, 사용자가 카드로 결제한 금액 일부가 사회에 기부되도록 설정하여 상생의 실천을 도모했다. 이러한 노력은 “금융그룹이 ‘하나’를 추구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작은 행보로나마 답안을 채우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회를 연결하는 작업에는 자본주의 사회의 톱니바퀴를 돌리는 다양한 요소가 동원되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자본의 논리를 따르는 금융 환경 속에서도 예술적 상상력과 사회적 책임이 함께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의의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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