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REVIEW

LEE JINYOUNG

1993년 태어났다. 홍익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조소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개인전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얼굴》(유영공간, 2022)를 열었으며, 단체전 《광기는 울창하지만》(경기상상캠퍼스, 2022), 《와일드 번치》(디스위켄드룸, 2022), 《미시감》(우석갤러리, 2022), 《뉴드로잉 프로젝트》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2022) 등에 참여했다. 현재 구로문화재단의 레지던시 메이크구로창작소 1기 입주 작가로 활동 중이다.

현대판 유물 제작기행
노재민 기자

박물관에 가면 좌대 위에 놓인 수많은 유물을 만나볼 수 있다. 박물관에서는 유물 중 옛날의 문화, 풍습, 제도, 환경 등을 살펴볼 수 있어 가치가 있는 것들을 선별해 전시한다. 이진영의 개인전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얼굴》에 놓였던 41점의 작품은 “현대판 유물”을 만들어 보고자 하는 아이디어에서 비롯되었다.
선사인들은 쉬이 마모되지 않는 돌에 역사적인 사실이나 신앙을 기록했다. 이는 믿음이 오래 기록되고 보존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옛날 옛적 동굴에 상형문자를 기록했던 것처럼, 작가는 현대 건축의 기본적인 재료로 사용되고 있는 산업재료로 현대판 상형문자인 ‘이모지 조각’을 제작한다. 그 재료로는 시멘트, 석고, 핸디코트, 유리섬유, 알루미늄, 에폭시 수지, 우레탄 폼, 아이소 핑크, 페인트, 수채물감, 먹 등을 사용하는데, 여기에서는 손쉽게 사용되고 폐기되는 스티로폼*과 콘크리트에 주목하고자 한다. 그는 원형을 스티로폼으로 캐스팅한 다음 몰드를 만들어 석고와 콘크리트로 떠낸다. 그렇게 만들어진 조각의 물성은 콘크리트이지만 표면상 스티로폼의 외형을 한 탓에 만지지 않고서는 스티로폼처럼 보인다(실제로 작가는 스티로폼에 색을 입힌 것이냐는 물음을 자주 받는다고 전했다). “현대판 유물”의 표면에는 리본으로 둘러싸인 하트, 반짝이는 하트, 깨진 하트, 화살이 관통한 하트, 여러 겹으로 겹쳐진 하트, 불에 휩싸인 하트 등 아이폰에서 전송할 수 있는 다양한 하트 이모지 형태가 볼록하게 나와 있거나 움푹 들어가 있다. 이진영은 하트뿐만 아니라 화산, 산, 수석 등의 이모지를 삽입한 조각 시리즈도 제작했다. 각 시리즈는 하나의 틀에서 캐스팅하고 재료의 다양한 배합 비율을 실험으로 도출하기도 하고, 먹과 여러 안료로 조색하며 샌딩과 조각을 비롯한 다양한 후가공 과정을 거쳤다.
유물이 본디 지닌다고 믿는 가치는 절대적이라기보다는 상대적인 것이며 이는 시대에 따라 변화하며 통용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기원전 264~146년, 로마 공화국과 카르타고 공화국 사이에서 일어난 포에니 전쟁에서 카르타고 공화국은 패배했다. 이 때문에 형체를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훼손된 카르타고 공화국의 유적은 지금까지도 그대로 남아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이슬람 국가에 방문하면 가톨릭 종교의 유적과 유물이 아무런 관리도 없이 덩그러니 방치되어 있다는 느낌을 종종 받기도 한다. 물론 종교나 정권에 따라 유물의 가치에 대한 판단이 달라지기도 하지만, 보다 더 직관적으로 말하자면 유명한 유물 중에서도 작금의 시각으로는 그 도상이 우스꽝스럽게 보일 때가 이따금씩 있지 않은가. 가령, 수석은 비싼 가격에 거래되지만 사실 물성 자체는 돌에 불과하지 않은가.
이진영은 이에 의문을 제기하며 가치 판단의 양극에 있는 상대적인 속성들을 뒤섞고 모호하게 만든다. 이를테면 무거운 콘크리트에 가벼운 스티로폼의 재질을 구현한다. 물질성을 갖고 있지 않은 이모티콘을 육중한 콘크리트로 떠내어 거대한 부피감을 부여한다. 작업물들은 판화처럼 동일한 틀에서 탄생했지만, 후가공을 거쳐 개별적인 표면과 색상을 갖게 된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집 안에서 감상하기 위해 수집되는 수석의 형상을 콘크리트로 제작하여 유영공간에서 전시한다. 유영공간은 가정집을 개조한 전시 공간으로, 더 이상 집 안이라고 할 수 없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뿐만 아니라 작가는 흔히 자연의 색을 대변하는 초록색 안료를 인공적인 느낌이 강한 터키색으로 부러 조색해 사용한다. 이렇게 흔히 상반된다고 믿는 특성을 한 작품에 접목하는 방식으로 그것의 본래 가치를 혼탁하게 만드는 그는 “사물의 외형과 물성, 존재하는 환경과 방식, 그리고 사회적 의미와 쓰임이 가치를 형성하는 방식에 대해 질문”하는 존재가 된다.

위 〈수석〉 콘크리트, 시멘트 11×9.1×6.9cm 2022 사진: 유영공간
아래 왼쪽 〈빙산 이모지(2)〉 석고, 콘트리트, 수채물감 26.7×19.9×18.8cm 2022
오른쪽 〈러브〉 콘크리트, 폴리스티렌 58.7×6×20.4cm 2022 사진: 디스위켄드룸

왼쪽 〈탑〉 콘크리트, 유리섬유, 알루미늄, MDF합판, 시트지 190×150×150cm 2022
오른쪽 〈웨이브 락〉 폴리스티렌, 아크릴 바인더, 아크릴릭 필러, 비계 파이프 300×300×100cm 사진: 양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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