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주 : On the Line

2018. 3. 16 – 4. 28

리안갤러리 서울

http://www.leeahngallery.com/


자(ruler)의 고유한 조형적 잠재성을 탐색하는 설치작가 김승주의 개인전 《온 더 라인 On the Line》이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2018년 3월 16일부터 4월 28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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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주, < Line >, Aluminium, anodizing, laser marking, 84 x 60 x 0.5 cm,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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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형상적 가치를 지닌 오브제로서 자(ruler)의 독특한 조형성에 주목

작가는 자가 가진 엄격한 직선, 눈금 표시와 같이 자 그 자체가 가진 독특한 ‘조형성’에 주목한다. 정확한 길이를 측정하거나 정밀한 직선을 긋기 위해 사용하는 실용적 도구로서의 기능이 아닌, 순수한 형상적 가치를 지닌 오브제로서의 새로운 존재론적 가치를 부여한다.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눈금 기호는 일종의 문양으로서 기능하며, 직선의 자 형태는 비논리적으로 확대되거나 뒤틀린 곡선으로 표현되어 자가 설치된 공간 안에서 새로운 맥락과 관계를 만들어낸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선(line)에서 이끌어 낼 수 있는 다양한 잠재적 형태의 곡선과 그 곡선으로 구성할 수 있는 갖가지 입체 조형성의 가능성 탐구를 더욱 적극적으로 확장하여 총 열 점의 설치작품을 제작하였다. 전시 타이틀과 동일 제목의 《온 더 라인》시리즈는 세 점의 압도적 크기의 대작으로 공간 중간의 바닥에 설치되었으며, 비교적 소형으로 제작된 두 점은 벽에 설치되었다. 또 다른 벽 설치작품으로는 두 점의 평면 작업과 세 점의 입체 부조처럼 보이는 《라인 Line》시리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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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주,< On the Line > ,Steel, powder coating, aluminium, 187.2 x 208 x 202.8 cm, 2018

작가가 만들어 낸 우연적 곡선의 다양한 형태는 그녀의 무의식에 내재하는 무한한 에너지의 직관적 표상

김승주 작가는 특히 자의 2차원적 곡선에서 드러날 수 있는 입체감을 ‘우연성’과 ‘우발성’또는 ‘불명확성’등의 방법론을 통해 실현한다. 비계획적이고 비정형화된 우연성으로 생성된 곡선에서 작가는 마치 우연적 필획을 통해 드러나는 역동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평면 드로잉과 같은 회화적 느낌을 3차원의 공간에서 펼쳐 보이고자 한다. 상하 또는 좌우로 펼쳐진 지그재그 문양의 입체 작품인 《라인》시리즈는 언뜻 보았을 때 규칙성을 보이기 때문에 이러한 우연성과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스케치북을 펼치고 무계획적으로 그어 나간 선을 나타낸다. 이러한 우연성과 소묘적 느낌은 어떠한 규칙성도 보이지 않는 《온 더 라인》시리즈에서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공간에서 리듬체조 선수가 줄 연기를 펼칠 때 순간적으로 만들어 내는 선 모양을 상기하기도 하고, ‘자동기술법(automatism)’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내면을 시각화하는 잭슨 폴록(Jackson Pollock)의 ‘액션 페인팅(Action Painting)’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따라서 작가가 만들어 낸 우연적 곡선의 다양한 형태는 그녀의 무의식에 내재하는 무한한 에너지가 직관적으로 표상된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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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주,< Line > , Aluminium, powder coating, aluminium sheet, 120 x 90 x 15 cm, 2018

잴 수 없는 자

작가의 설치작품은 주로 스틸이나 알루미늄과 같은 단단하고 강한 소재를 사용하는 데, 이는 곡선의 형태와 모순된다. 완만한 곡선을 이루는 작품들은 언뜻 무름, 연약함, 부드러움, 여성성 등의 수식어를 떠올리게 하지만 실제로는곡선의 형태를 만들어내기에 매우 까다롭고 다루기 힘든 재료를 통해 얻어진 상반된 결과물로서 재료 자체가 가진 강인한 힘, 남성성 등의 이미지 속성과 공존한다. 또한 작가가 주로 사용하는 색상은 검정과 노란색인데, 이 두 색상의 선택 이유는 바로 명확성이다. 이는 어쩌면 우연성과 불명확성으로부터 창조된 형태에 색상의 명확성으로 균형감을 주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잴 수 없는 자’라는 측정 도구로서의 기능이 배제된 작품에는 작가의 개념적 해석의 의도가 다분히 깔려 있다. 한 치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는 눈금의 정확성과 획일화된 도량형으로서의 자는 임의적으로 조작되고 확대됨으로써 그러한 획일성을 거부하고 세상을 대하는 새로운 기준과 시각의 다양성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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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공간과의 상호작용을 넘어 관객과의 상호작용으로 확장

관객은 곡선을 그리는 자를 따라 걷고, 그 주위를 돌며 공간의 잠재적 역동성을 드러내는 곡선을 한껏 몸으로 체감한다. 그러나 이때 자를 통한 관객의 공간 경험은 절대적 공간의 크기나 용적과는 일정 부분 거리가 있다. 관객의 경험은 극히 개인적이고 작품과 맺는 관계의 시간성에 따라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승주의 설치작품은 각각의 관객에 따라 다양하게 감각될 수 있는 상대적 크기의 왜곡된 공간 혹은 심상적 크기의 공간을 가늠할 수 있는 특수한 자일 수도 있다. 이와 같이 김승주가 제시하는 다양한 우연적 곡선의 역동성, 시각적 리듬과 운율이 펼쳐지는 경험은 관객들에게 이전에 없던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측정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김승주가 제시하는 다양한 우연적 곡선의 역동성, 시각적 리듬과 운율이 펼쳐지는 경험은 관객들에게 이전에 없던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측정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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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리안갤러리 서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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