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쉬운 것은 귀신을 그리는 일이요, 가장 어려운 것은 사람을 그리는 일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잘잘못을
가릴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귀신그림에 비해 사람의 초상은 무엇보다도 ‘전신(傳神)’을 중요하게 여기기에 그리기가 만
만치 않음을 가리키는 말이다. ‘전신’은 초상화를 그릴 때 외모뿐 아니라 그 인물의 내재된 정신까지 사생해낸다는 의미
다. 그런가 하면 초상화를 보는 일 또한 그 자체로서 모순적 상황에 빠지기도 한다. 내가 보는 것이 그림인지, 아니면 이미
지가 환기하는 특정인물을 지각적으로 인지하는 것인지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월간미술》은 우리시대 우리 얼굴을 간직한 초
상화의 세계를 살펴보는 특집기획을 마련했다. 삼국시대 이후 조선시대와 근현대를 거치며 면면이 이어온 한국 초상화의
역사와 그 가치를 되짚어보고자 함이다. 이를 위해 초상화 연구의 최고 권위자인 조선미 교수가 선정한 한국의 초상화 걸작
10選을 소개하고, 초상화의 황금기라 할 조선시대 초상화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그리고 근현대로 이어진 초상화의 흐름과
변모과정, 정부에서 지정한 표준영정 현황, 작가 인터뷰, 서양의 초상화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한 텍스트로 본 기사를 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