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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가을 정원 산책
자유로운 바깥 생활을 저지당한 지 2년, 어느새 일상은 점차 돌아오고 있다. 오랜 기간 관람객을 받지 못한 미술관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이 사태의 원인이 된 생태문제를 더 깊이 들여다보는 동시에, 인원 제한과 거리두기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야외 공간을 중요하게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식물은 점점 더 다양한 실물의 모습으로 미술관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이제는 공공미술이 아니라 공공정원이 대세다. 미술보다 정원의 치유와 위안이 더 세니까. 특히 올가을 미술계는 식물, 그중에서도 ‘정원’을 키워드로 한 전시가 풍년이다. 흙 좀 만졌다는 예술가가 아닌 흙과 매일 씨름하는 조경가들이 전시에 작가로 참여해 작품을 선보인다는 것도 특기할 만한 점이다. 그래서 이번 호는 가을 정취도 만끽할 겸 ‘가을 정원 전시 산책’을 나가기로 한다. 식물과 어우러진 작품들에서 위로도 받고, 거대한 자연의 순환과 연결 감각을 되새기며 정원을 거닐어보자. 중간중간 정원의 역사와 정원사의 이야기도 들어본다.
물론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전시장에 민중이 들어온 후 개인의 권리 요구는 더 분화되었고,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거론되면서는 투기꾼이 더 득실거렸으며, 생태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한 후, 기후가 더 불안정해졌다는 사태를 결과적으로 톺아보면 미술은 이미 소생 불가능한 것에 대한 해묵은 감상성만 드러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정원이 전시장에 들어왔다는 건, 이미 우리가 즐길 자연이 사라졌음을 반증한다는 것이다. ‘공공’이라는 말도 사실은 공동체가 사라진 이 시대를 기리기 위한 말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식물을 대상으로 바라봤다가는 다시 큰코다칠 게 뻔하다. 여기 소개된 전시들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딛고 있는지” 알아내야만 한다. 하다못해 곧 도래할 본격 메타버스 시대에 굳어질 몸의 감각을 조금이라도 남기기 위해서라도 당장 정원의 햇빛과 바람, 이파리의 움직임 따위를 관찰해두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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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편제 32
에디토리얼 56
이달의 잔상 58
문화재 공유에 대한 사유를 위한 기사들 | 배우리
월간미술 다시읽기 60
호암미술관과 리움미술관의 시작을 다시 읽다 | 조현아
기자의 시각 62
모니터 광장 64
칼럼 66
KIAF 2021을 통해 본 미술시장의 세대교체와 새로운 가능성 | 윤하나
핫피플 68
김성원 리움은 현재 ‘변화’하는 중 | 황석권
사이트앤이슈 70
〈인간, 일곱개의 질문〉 끈 떨어진 인간을 다시 잇다 | 이선영
〈2021 DMZ Art & Peace Platform〉 여기와 저기의 한계 너머 | 조현아
〈홈, 커밍 Homecoming〉 아름지기가 맞이한 20주년 | 염하연
세대의 기록: 이건용 박서보 정상화 김구림 서승원 | 염하연
〈패트릭 루빈스타인〉 평면의 다중성 | 박은
에디터스 픽 88
1990년대를 만든 작가들 12 96
“그냥 흔들리다 문득”: 김호득의 수묵 미학 | 윤난지
특집 100 가을 정원 산책
미술관에 없는 정원, 있는 정원, 없는 정원 | 황주영
전시와 테마 124
전국 비엔날레 part 2
화제의 전시 140
〈무령왕릉 발굴 50년, 새로운 반세기를 준비하며〉
무령왕과 왕비의 선물을 만나다 | 윤지연
작가 리뷰 148
조성연 존재론적 전회를 연결하는 과정 | 채은영
해외 리포트 154
영국 런던 포스트 팬데믹을 맞이하는 방법 | 한지선
크리틱 160
이환희ㆍ프로필을 설정하세요ㆍ설탕과 소금ㆍ윤종주ㆍSuper-fine:가벼운 사진술ㆍ김윤섭
리뷰 168
프리뷰 172
전시표 184
작업의 이면 188
최인선 손에 손잡고 한바탕 윤무(輪舞) | 배우리
시의 바깥에서 22 192
최신 독서 기록 | 임유영
논단 194
‘포스트-매체’ 시대의 기억술과 항해술(2)
: 매스미디어의 결을 거스르는 매체의 시간성 | 이진실
아트저널 198
아트북 202
독자선물 204
표지
조성연 〈지고맺다_당근꽃과 들풀〉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30×104cm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