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더아트프라자:
을지폴리 BY IBK

IBK기업은행 본점 및 을지로 일대
10.29~11.2

강재영 기자

Sight&Issue

2025 더아트프라자가 열린 IBK 본점 지하의 ‘을지아케이드’
양복점과 보석 가게가 있던 아케이드가 예술로 채워졌다
사진:박홍순

을지로, 고층 빌딩이 줄지은 서울의 대표적 비즈니스 지구이자 인쇄, 주물, 철공, 전자전기 등 한국 산업의 기틀을 다진 기초공업지대가 뒤얽힌 이곳은 2010년대 이후 들어서기 시작한 작가의 작업실과 전시 공간이 주목받으며 이제는 대표적인 예술지구로 부상했다.

이곳 을지로에 본점을 둔 IBK기업은행은 2022년부터 아트 페스티벌 ‘더아트프라자’를 열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시각예술가를 단순 지원하는 기존 모델에서 나아가 유망 신진 작가를 발굴, 육성하고, 지역 사회 예술 생태계와의 협업모델을 제시하여 ‘중소기업의 성장 사다리’라는 IBK의 정체성을 예술계에 성공적으로 투영해내고 있다. 2025년 더아트프라자의 주제는 ‘을지폴리’다. 을지폴리는 ‘을지로’와 보드게임 ‘모노폴리’의 합성어로, 을지로에 쌓인 다양한 결의 이야기를 게임이라는 장치를 통해 풀어내며, 경쟁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장소로서의 도시를 구현하는 것을 기획의도로 삼았다. 협력기획으로 참여한 문현정 큐레이터는 우리 공동체를 구성하는 요소로서 기업과 소상공인, 작가 각각의 이름을 부르는 과정에서 이러한 다층적 서사를 구축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더아트프라자’는 IBK 본점을 중심으로 을지로 지하상가, 을지로 일대 예술공간을 엮어 을지로를 하나의 아트 플랫폼으로 확장하고자 했다. 특히 지역상권을 제조업-문화예술-F&B의 세 가닥으로 나누어 다층적인 을지로 예술-산업 생태계를 연결하는 데 주력했다. 전시에는 다양한 장르로 구성된 작가 126명이 참여하여 600여 점의 작품을 출품했다. 을지로 주변 전시공간(그블루갤러리, 시각미술연구소 필승사, 아트룸블루, 아트쉬프트·카페 카다로그, 코소, YK PRESENTS)과 파트너십을 맺고 작가 선정과 연계 전시 기획에 머리를 맞대고, 지역 소상공인과 협력한 을지 아케이드의 전시 구성은 IBK기업은행이 추구하는 예술과 지역의 연결을 통한 새로운 공동체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위 왼쪽 | 이호준 〈오리가미_오브제 타워 II〉(2023)이 설치된 IBK 본점 잔디광장 전경.
이곳은 ‘플레이그라운드’로 꾸며졌다 제공:IBK기업은행
오른쪽 | 안태원〈Everything in It’s Right Space〉나무에 아크릴 우레탄 가변 크기 2025
IBK 본점 전시 전경 2025 사진:박홍순
아래 왼쪽 | 한결종합공구와 협업해 꾸며진 ‘을지아케이드’ 내 ‘툴스테이션’ 전시 전경 2025 사진:박홍순
오른쪽 | 시계수리소 시공간과 협업해 꾸며진 ‘시계수리소’ 전시 전경 2025 사진:박홍순

을지로 전역을 무대로 펼쳐지는 아트 페스티벌
IBK 본점 로비에는 선우훈 안태원 오가영 추미림 황원해 작가가 참여하여 ‘디지털’을 주제로 디지털 장치들의 디스플레이와 이를 사용하는 인간의 조응으로 변화하는 도시와 환경을 다루는 작품을 소개하는 ‘디지털시티’가 열렸다. IBK 잔디 광장 위에는 곽인탄 이호준의 야외 조각 작업을 설치해 잿빛 도시를 놀이공간으로 변모시키는 ‘플레이그라운드’가 펼쳐졌다.

파이낸스타워 로비에선 깪, 유민예, 도이재나의 설치 작업 ‘인공정원’ 이 도심에서 만나기 어려운 자연을 펼쳐냈다. IBK 본점 아래 지하상가 을지아케이드에선 을지로에 산개한, 서울의 산업 기반을 지탱하는 소상 공인과의 협업으로 이루어진 전시가 열렸다. 각각 조명가게, 인쇄소, 주물공장, 사운드랩, 툴스테이션, 시계수리소, 을지덕트, 포장자재상, 아크릴숍, 타일상사, 원단가게 등 11개 공간으로 구성되어, 시각예술가와 소상공인의 협업으로 빈 아케이드를 예술과 기술의 하모니로 채웠다. 행사 기간 참여작가인 장진승 박진우 남다현 장경린은 작업의 주제와 재료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전시 연계 체험 워크숍을 진행하여 관객의 호응을 얻었다.

그밖에도 지하 아케이드로 이어지는 IBK 선큰가든 특설무대에선 이무진, 타이거디스코, 세이수미, 불고기디스코를 라인업으로 진행한 메인 공연이 펼쳐졌다. 김영하, 조승연 등이 진행한 문화 강연, 인디 밴드의 버스킹 프로그램, 예술실무, 창작 노하우를 듣는 아티스트 멘토링, 아티스트 토크, TAP 마켓 등 짧은 기간이었음에도 예술 종사자뿐만 아니라 문화인들이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깊이 있는 예술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IBK기업은행 사회공헌부 김경미 큐레이터는 5일간 4만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고 밝히며, 이번 페스티벌이 지역성과 예술을 동시에 체험하는 축제였을 뿐만 아니라 판매경로 개척, 금융 멘토링 등을 신설해 작가 생활을 지속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한 것이 지난 행사와의 차별점이라 언급했다. 내년에는 작품 수를 확대하고, 을지로 문화공간들과의 협업 프로그램 체계화를 통해 문화 네트워크 확장을 도모하고, 장르 간 융합 콘텐츠 기획을 시도해서 을지로를 대표하는 도시 축제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을지로 대표 아트 페스티벌로 도약
기업의 사회공헌 사업이 지닌 진정성은 무엇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 여러 가지 평가 기준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척도 중 하나로 ‘지속성’을 꼽을 수 있다. 방향성과 영향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지속성이 없다면 좋은 의미도 확장에 한계를 맞게 된다.

올해로 4년 차를 맞이한 ‘더아트프라자’는 IBK기업은행의 문화사업이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와 호흡하며 동시대 한국 미술계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민하고 있음을 프로그램 그 자체로 어느 정도 증명한 셈이다. 소비자보다 생산자 중심으로 이루어진 우리나라의 예술 생태계 구조에서 이러한 접근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요구를 관통하며 미술 문화 증진에 기여하고 있다. 을지로의 예술가, 그리고 이를 지탱하는 지역 상권과 호흡해 온 ‘더아트프라자’의 도약과 확장을 기대해본다.

2025년 12월호 (VOL.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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