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좀 더 가까이
낙원을 바라보는 태도
젖과꿀 The end of the world
〈글림워커스〉 특별전시회
2023. 03. 24 – 04. 14
래빗앤타이거 갤러리
홍제초등학교 뒷골목을 무심히 걷다 보면 놓치게 되는 친절하지 않은 ‘낙원’이 있다. 빈 상가인듯한 갤러리 유리 벽에는 몇 개의 작은 구멍이 있다. 이 구멍’들’을 통해 관객은 낙원’들’을 발견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낙원은 현실에서 벗어난 평화롭고 아름다운 장소이자, 완벽한 행복함을 충족시키는 은유적 개념으로 사용된다. 다섯 명의 작가는 흐르는 물, 어딘가 비현실적인 자연 모형. 무언가 맺힌 결정체, 왜곡된 전시장, 무한히 바뀌는 파편적 이미지들로 각자의 낙원을 만들었다.
래빗앤타이거 갤러리 전경
유리 벽 너머 작은 구멍 안에 담긴 낙원을 찾기 위해서 관객은 간절한 마음으로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낙원들의 정의보다 그것을 ‘바라보는 태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낙원’이라는 것은 구멍 너머로 시선을 끌어들이기 위해 사람들의 기대감을 미끼로 사용하는 장치가 아니었을까. 그렇기에 《젖과꿀》을 가장 잘 보는 방법은 전시장 맞은편으로 건너가 낙원을 구하는 이들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들은 다시 내가 되어 과거와 미래의 경계를 허물어뜨린다. 마치 벽과 벽의 구멍이 과거-미래, 안-밖, 개방-폐쇄와 같은 관계항으로 무한한 교차 운동을 이뤄내듯이.
홍철기 처음과 끝, 입니다. be, obsessed.
홍한나 플루이드 fluid
노승표 뜰 the garden
이의록 산과바위 mountains and rocks
이희인 클러스터 cluster
래빗앤타이거 갤러리는 5명의 시각 예술가이자 기획자가 공동 운영하는 시각예술공간으로 2022년 7월 개관한 이래 4회의 개인전을 개최하였다. 갤러리는 신진작가들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동시에, 기존 작가들의 실험적이고 도발적인 프로젝트를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그 일환으로 글림워커스의 《젖과꿀》도 과감히 갤러리의 문을 닫을 수 있었다. 《젖과꿀》은 이번 주 금요일까지, 4월 27일부터는 홍한나 작가의 개인전이 열린다.
글: 문혜인
사진: 홍철기
제공: 래빗앤타이거 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