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 CALENDAR 2024

미리보는 2024년 국내외 전시

노재민 | 본지 기자

위 강홍구 〈뉴타운 지도 드로잉〉 2009 제공: 강홍구, 서울시립미술관
아래 왼쪽 필립 파레노 《Philippe Parreno》 베를린 그로피우스 바우 전시 전경 2018 제공: 리움미술관
오른쪽 스티브 비숍 〈스탠다드 발라드(Standard Ballad)〉 싱글 채널 비디오 5분 10초 2015 제공: 일민미술관

왼쪽 루시 맥레이 〈우리는 모두 꿈을 꾼다〉 생존 보트 설치 및 사진 가변 크기 2020 제공:국립현대미술관
오른쪽 피에로 만초니 〈예술가의 똥〉 제공:부산현대미술관, 피에로 만초니 재단

2023년 기억에 남는 키워드를 하나 꼽으라면 ‘여성’이다. 1980년 노원회가 속했던 ‘현실과 발언’의 첫 전시가 열렸던 문예진흥원 미술회관(아르코미술관전신)은 전시작들을 보고 놀라 대관을 취소하고 전기를 끊어버렸다. 노원희는 43년후 아르코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실험미술작가 중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했던 정강자는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 개인전과 국립현대미술관 단체전에 초대됐다. 김윤신은 남서울미술관에서 <더하고 나누며, 하나>를 통해 작품세계를 망라하고 김세중조각상을 수상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1세대 섬유예술가이신자가 수놓은 태피스트리 작품을 전시했다. 이렇게 한국미술사에서 자주 호명되지 못했던 여성 작가를 조명하는 유의미한 시도가 다수 포착되었다. 새해 예정된 전시를 통해서도 이런 경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 1호 국토개발기술사이자 최초의 여성 조경가정영선에 주목한다. 수원시립미술관은 여성과 여성의 노동에 주목해서 여성주의 미술의 선구로서 수원시립미술관의 정체성을 다져나간다. 호암미술관은 여성이 불교미술후원과 제작의 주요 주체임을 밝히고, 불교미술에 재현된 여성 이미지의 의미를 찾는다. 코리아나미술관은 하반기에 공포 장르 속 다양한 여성상에 주목한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공예, 건축, 도자 등의 장르를 풍부하게 소개한다. 1950년대 이후 한국현대도자를 살펴보기도 하고, 2000년 이후부터 최근까지의 주거 건축을 통해 삶의 다양한 공간과 환경을 탐구하기도 한다. 이뿐만 아니라, 그동안 전후 한국미술사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흐름을 주목한다. 1960~1970년대 구상회화를 소개하며 아카데미즘의 초석을 다진 이병규, 도상봉, 김인승을 비롯하여 박수근, 황유엽, 박고석, 김태, 김영덕 등을 소개한다. 덕수궁관은 그동안 한국근대미술사에서 본격적인 주목을 받지 못했던 자수의 역사를 살핀다. 서울관은 다나카아츠코(Atsuko Tanaka), 사사모토 아키(Aki Sasamoto), 인 시우(Yin Xiuzhen), 파시타 아바드(Pacita Abad), 홍이현숙 동아시아여성작가를 조망하는 국제기획전을 선보인다. 또한 포스트휴먼의 담론이 가시화된 시대에서 비인간중사물에 초점을 맞춰 인간과의 상호관계를 여러 층위에서 살핀다. 더 나아가 연례전(MMCA다원예술 2024 오래된 하이브리드>를 통해 새로운 시대를 오래된 사물 및 존재로 바라본다. 그런가하면 청주관기술과 인간의 공생 가능성을 모색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2024년 기관의 의제로 ‘연결’ 전시의 의제로 ‘건축’을 설정했다. 서소문본관은 상반기에 영국건축가 노만포스터(Norman Foster)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포스터 앤 파트너스(Foster+Partners)와 공동으로 기획하여 노만포스터가 설계한 미술관을 포함한 문화시설 및 공공건축을 집중 조명한다. 경남도립미술관은 개관 20주년을 맞아 20년간의 아카이브전시와 20년 소장품 기획전을 준비하고 있으며, 백남준아트센터는 <굿모닝 미스터오웰40주년을 맞아 새로운 기술 매체 환경을 하나하나 점검한다. 이응노미술관은 1960년대 김윤신이 파리에서 유학하던 시절에 이응노와 교류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응노와 김윤신의 조각이 공유하는 지점과 각자가 구축한 예술을 미술사적으로 조망한다. 그외 주목할만한 전시로는 청주시립미술관에서 청주와 청원 통합 10주년을 맞이해서 선보일 기획전과 윤형근 개인전이 있다. 대구미술관은 하반기에 이집트 출신 현대미술가와엘 샤키(Wael Shawky)의 한국 첫 국공립미술관 개인전을 개최하며, 전남도립미술관은 5월경에 리너스 반 데 벨데(Rinus Van de Velde)의 개인전을 예정하고 있다. 부산현대미술관은 <열 개의 눈>을 통해 현대미술의 향유 대상을 장애인으로 확대하고 시각 위주로 이뤄진 감상법의 다양화를 모색한다.

왼쪽 유영국 〈Work〉 1968 제공:PKM 갤러리
오른쪽 《Mash Up》 앤트워프 현대 미술관 전시 전경 2022 사진: Kristien Daem 제공: 앤시아 해밀턴, 바라캇컨템포러리

사립미술관도 전시를 풍성하게 준비한다. 리움미술관은 필립 파레노(Philippe Parreno)의 국내 첫 개인전, 아니카이의 아시아 첫 미술관개인전, 《아트스펙트럼 2024를 기획한다. 이번 아트스펙트럼은 정체성과 방향성을 재정립하며 참여작가 범주를 국내뿐만아니라 아시아 전체로 확대한다. 이뿐만아니라, 리크리트 티라바닛(Rirkrit Tiravanija)을 기획자로 초청하여 기존의 아트스펙트럼 수상제도에서 벗어나 시의성 있는 주제전 앞두고 있다. 일민미술관은 포에버리즘 우리를 세상의 끝으로)를 통해 ‘영원주의’를 탐구한다. ‘영원주의’는 과거의 문화가 현재에 출몰하는 현상에 주목한 용어로, 과거의 영속화를 단순히 유형의 회귀가 아닌 이미 사라졌다고 믿은 ‘역사’의 부활로 바라본다. 아트선재센터는 횡단, 시간, 가능성을 중심키워드로 설정하고 다양한 전시를 꾸린다. 갤러리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소속 작가의 개인전 위주로 전시를 진행하고, 대안공간은 젊은 작가를 소개하며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을 계획이다.

비엔날레도 놓치지 말자. 니콜라부리오(Nicolas Bourriaud)가 감독으로 선발된 제15회 광주비엔날레는 ‘판소리 21세기의 사운드스케이프’를 주제로 열릴 예정이다. 니콜라 부리오는 판소리에 주목해서 ‘공간’이라는 주제를 ‘소리’라는 형식으로 구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는 필립피로트(Philippe Pirotte)와 베라 메이(Vera Mey)를 공동 감독으로 선정했다. 그들은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가 처음으로 선정한 공동전시감독이라는 점에서 이전과는 다른 행보를 기대하게 한다. 대전과학예술비엔날레는 현재에 숨겨진 ‘인류의 존재의미와 신인류의 영혼을 찾는 신비스러운 영상체험’을 주제로 하반기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 제10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 특별전 생태미술프로젝트는 생태미술관을 지향하는 광주시립미술관이 내딛는 첫걸음이다. 참여 작가 7팀은 도시생태, 자연생태, 인간생태 속공존의 문제를 각각 생태학적 관점에서 ‘공생, 연결, 재생’ 등을 경유해 공감대를 이루며, 생태미술관, 미래미술관을 위해 프로젝트형 전시를 광주시민들과 함께 만들어 나간다.

한편, 부산시립미술관은 2024년과 2025년 리노베이션으로 인해 전시를 축소하고 외부 전시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은 2026년 5월까지 리모델링에 들어간다. 또한 서울사진미술관이 개관하며 서울시립미술관은 더욱더 몸집이 커지고, 서울에 더 많은 분관을 거느리게 된다. 스페이스는 현재 서교동 공간을 접고 새로운 공간으로의 이전을 준비 중이다. 봄에 있을 이전 개관전을 시작으로 하반기에 있을 전속작가 방소윤, 김겨울의 개인전과 더불어 새로운 공간으로의 이전을 기념하는 기획전, 에디션 작품으로 구성된 기획전과 신진작가들로 구성하는 그룹전 등이 기다린다.

왼쪽 박관택 〈페어링〉 종이에 드로잉, 구리선, 구리테이프, 자석 가변 설치 2021 제공: 씨알콜렉티브
오른쪽 백남준 〈굿모닝미스터오웰〉(스틸) 1984 제공: 백남준아트센터

이제 해외 전시로 눈을 돌려보자. 오스트리아의 빈루드비히 재단근현대미술관은 전시 <제3세계의 아방가르드와 해방의 (Avant-Garde and Liberation: Zeitgenössische Kunst und dekoloniale Moderne)>을 선보인다. 전시는 탈식민주의 관점에서 아프리카와 아시아 현대미술이 어떻게 1920~1970년대 서구근현대미술을 수용하고 소화해서 글로벌 아방가르드 미술로서 자리매김해왔는지 출신 및 성장배경이 다양한 26인의 작품을 통해서 서술한다. 탁시스팔레쿤스트할레 티롤은 전쟁, 정치적 박해, 자연재해 등으로 ‘타지의 이방인 신분이 된 외지인이 새 정착지의 시민으로 수용될 수 있는가’라는 화두로 고향, 지리적 소속, 공동체의 의미에 대해 재고해 본다. 빈분리파 전시관은 최근 가장 유망한 중동 출신의 예술가로 꼽히는 알리 체리(Ali Cherri)의 멀티미디어 미술을 소개하는 개인전이 예정되어 있다. 1970년대 레바논 전쟁으로 파괴된 고고학적 유물 잔재와 각종자료를 소재로 문화 및 지정학을 미술과 접목하는 작가의 창조적 기법을 소개한다. 특히 2022년 제59회 베니스 비엔날레 은사자상 수상작인 3중 비디오 설치작을 볼수 있는 기회기도하니 눈여겨보자.

하계올림픽이 개최되는 프랑스 파리로 시선을 옮겨보자. 루브르 미술관은 올림픽을 기념하며 박물관의 접근방식을 새롭게 살핀다. 오르세미술관은 150년 전인 1874년 4월 15일, 파리에서 최초의 인상주의 전시회가 열린 것을 기념한다.아방가르드의 시발점으로 여겨지는 중요한 날을 새롭게 조명하는 13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며 인상주의의 발명을 되짚는다. 퐁피두센터는 20세기 예술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니키 드 생팔(Niki de Saint Phalle), 장팅글리(Jean Tinguely), 폰투스홀텐(Pontus Hulten)에 주목한다. 아울러 리노베이션을 위해 2024년 가을부터 단계적으로 폐쇄를 시작해 2025년 완전히 휴관에 들어간후, 2026년부터 본격적인 리노베이션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5년간 쉴 예정이다.

독일, 영국, 미국은 디아스포라, 퀴어, 흑인, 여성 등의 키워드와 개인전을 선보이는흐름이 두드러진다.쿤스트팔라스트 미술관은 조각가 토니 크래그(Tony Cragg)를, 바비칸 센터는 프란시스 알리스(Francis Aljs)를, 서펜타인 갤러리는 주디 시카고(Judy Chicago), 맨체스터 이씨 컨템포러리는 제인진 카이젠(Jane Jin Kaisen)을, 뉴욕현대미술관은조안조너스(Joan Jonas)를 조명한다.

2024년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 예술감독으로 아드리아노 페드로사가 선임되었다. 그는 브라질 상파울루 현대미술관의 예술감독으로, 베니스비엔날레 사상 첫 라틴계 예술감독이다. 한편, 한국관은 첫 공동예술감독 체제를 실시하며 야콥 파브리시우스와 이설희를 공동예술감독으로 선정했다. 그들은 2024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구정아를 선택했다. 미국의 휘트니미술관은 81회 휘트니 비엔날레를 통해 미국 미술의 현황을 점검한다. 상하이 동시대예술박물관(PSA)에서는 제14회 상하이 비엔날레가 개최되고 있다. 이플러스 잡지의 편집자로 잘 알려진 안톤비도클(Anton Vidokle)의 ‘우주’와 ‘시네마’의 연관성을 주제로 한 기획이 시선을 잡아끈다. 대만의 타이베이 비엔날레는 개인의 삶에 미치는 거대한 통제와 위협에 관해 사유한다. 요코하마 트리엔날레는 일본 최초 도시형 국제예술제로 제8회를 맞이한다. 베이징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리우 딘(Liaudin)과 캐롤 잉화 루(Carol Yinghua Lu)를 예술감독으로 맞이해 ‘들풀: 지금 여기에 살아가다’를 테마로 한 전시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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