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Hour
가이 야나이 아시아 첫 개인전
2023. 6. 28 – 7. 31
서정아트 강남
‘블루 아워 Blue Hour’는 일출 직전이나 일몰 이후에 하늘이 어슴푸레한 푸른색으로 변하는 짧은 시간을 말한다. 이 시간 동안 부드럽고 산란한 빛은 지면을 고요하게 물들이고 평온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블루 아워는 모든 것이 잠들고 아무것도 없는 무 無의 세계이기도 하다. 가이 야나이 Guy Yanai에게 아무것도 아닌 것 Nothing은 곧 모든 것 Everything이 될 가능성이다. 작가는 이 심오한 시간을 일상에 빗대어 자신만의 색감과 스타일로 구현한다.
세상과 단절하게 된 코로나 시기가 그에게는 과도기적인 블루 아워였다. 작가는 일상과 분리된 시간을 겪으며 그간 바쁘다는 핑계로 늘 미뤘던 질문, “왜 페인팅을 해야 하는가”에 몰두했다. 과중한 업무로부터 자유로워진 야나이는 캔버스에 인물과 글자를 본격적으로 등장시키며 추상화 위주의 이전 작업으로부터 새로운 방향을 모색했다. 작가의 고민과 새로운 시도들은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신작 16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작가는 영화가 만드는 미장센 mise-en-scène에 영감을 얻으며 그것이 만들어내는 형태와 색감, 질감에 주목한다. 이번 신작에 도입한 ‘텍스트’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영화의 텍스트와 이미지의 관계를 흥미롭게 연구한 작가는 영화적 장면을 구성하는 전개 방식을 차용해 캔버스 위에서 텍스트의 역할을 실험한다.
작품의 풍경은 대부분 일상으로부터 비롯된다. 미술관에서 창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 요트를 타고 있는 사람들, 가게의 간판, 카페의 테라스 등 익숙한 장면들이 이어진다. 포착되는 장면은 작가의 당시 감상으로 자유롭게 선택되어 화면에 재구성된다. 작가는 이와 같은 발견을 위해서는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모든 것을 새롭게 보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가 앞서 자문한 작업의 이유에 대한 답이 ‘10대처럼, 그냥 좋아서’인 것처럼 말이다. 작가가 고수하고 있는 특별한 붓질은 익숙한 풍경을 특별하게 만들고 초현실로의 도약을 추구한다.
가이 야나이는 해가 사라진 블루 아워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자신만의 모험을 지속한다. 코로나 시기 집에서 비대면 온라인 강의를 통해 인물 그리기를 공부했듯, 블루 아워는 모든 것에 열려있는 가능성의 시간이다. 관람객 역시 저마다의 어슴푸레한 미지의 시간을 유영하며 자신의 미장센을 포착할 수 있기를 바란다.
작품을 설명중인 작가, 가이 야나이.
글, 사진: 문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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