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ghee Kim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
The Interview
이화여대 동양화과 졸업 및 동 대학원 미술사학과 석사, 조형예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비영리공간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1999), 사회적 기업 캔 파운데이션의 창립멤버로(2008) 청년 작가를 발굴하고 육성·지원해왔다.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기획(2000), 국제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 총감독(2007) 역임 등 다수의 전시를 기획했으며, 예술교육, 신진작가 발굴, 창작·전시 기회 확대, 국가미술품 운영자문 등 다양한 역할을 맡아왔다. 2023년 9월부터 국립현대미술관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사진: 박홍순
소장품 확대부터 해외 진출까지, 국립현대미술관의 새로운 도약
심지언 편집장
한국 현대미술의 산실이자,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매개하는 국립현대미술관. 1969년 개관 이래 50여 년의 역사를 이어온 국립현대미술관은 국내 유일의 국립미술관으로서의 위상과 더불어 막중한 책임과 역할을 부여받은 기관이다. 취임 1주년을 맞은 김성희 관장을 만나 미술관 운영 방향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 보았다. 김 관장은 소장품 확대, 국제교류 강화, 대중과의 소통 증진 등의 목표를 바탕으로 미술관 변화의 기반을 마련하고, 한국 현대미술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영선 :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전시 전경 2024
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뱃머리를 트는 변화
관장 취임 1년이 되었습니다. 그간 운영의 소회와 앞으로 미술관 운영에 대한 큰 방향성과 그를 위한 관장의 역할은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다음 달이면 취임 1년인데 국립현대미술관(이하 국현)이라는 거대한 시스템을 파악한 시간이었습니다. 올 초 발표한 운영 방향은 미술관이 지금까지 진행해온 과제 중에 미흡하거나 채워 나가야 할 부분, 새롭게 시작되는 계획에 대한 것입니다. 그것이 앞으로 얼마나 실행되느냐가 저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그간 미술관의 기본 기능인 전시, 교육, 소장이 잘 진행되어왔지만 세대 변화에 따른 개혁이라는 측면에서는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라는 판단으로, 늦춰진 부분을 찾아 변화를 추구할 예정입니다. 무엇보다 소장, 전시, 교육이라는 미술관의 기본 역할에 충실하고자 합니다. 소장품은 구성 비율과 방향성이 중요한데, 현재 해외 소장품의 비율은 8.5%로 아주 적습니다. 한국미술에 대한 국제적 관심과 국제화의 측면을 고려해 해외 작품 소장에 더 신경 쓰려합니다. 국립기관으로서 관객에 대한 배려를 전시의 중요한 방향성으로 잡고 있고, 교육은 서울관의 교육 기능 활성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향성을 바탕으로 기본에 집중하는 미술관을 만드는 부분을 챙겨보고 있습니다.
또한 미술관의 대국민 서비스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관객들과의 소통, 미술계 분들, 작가, 미술시장 관계자, 이론가, 각 지역 미술관을 포함해 모두와의 소통을 활성화하자. 더불어 소장품 대여, 지역 미술관 순회전 및 공동 주최 전시를 통해 지역 미술의 발전에도 기여하고자 합니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그간 해오던 것에서 1도만 바꾸어도 장기적으로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제 역할은 1도의 방향, 즉 뱃머리를 트는 변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장품 정책으로 국제 미술작품 수집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이를 위한 재원 마련 등 진행 사항이 궁금합니다.
국현의 연간 소장품 예산은 47억 원 정도입니다. 이 한정적인 예산으로 국제 미술품을 구입하기에는 여러 가지 난제가 많아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기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기증 활성화와 후원회와의 협력 등을 강화하려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어요. 최근 5년간 2,400여 점을 수증 (受贈)한 것이 매우 고무적이고, 현재 과천에서 진행 중인 기증전시의 흥행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기증 문화의 활성화를 위해 기증자에 대한 예우를 고민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기증품의 활발한 전시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올 초 소장품을 활용한 전시 계획도 발표했고요. 기증자와 관람객이 충분히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전시 기간도 길게 잡으려고 합니다. 그러려면 전시 개최 수를 줄여야겠죠. 현재와 같이 많은 전시를 준비하는 것은 학예사 입장에서도 무척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예산 집행과 학예사 역량 면에서 선택과 집중을 해 전시의 호흡을 깊게 가져가는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소장품 기증에서 출발해서 전시 운영의 방향성까지 전반적으로 개선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기증 외 모색하고 있는 다른 효율적인 방법은 무엇이 있나요?
다양한 경로로 국내에 들어온 작품의 구입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보통 해외 미술품을 구입하려면 담당자가 작품이 있는 곳으로 가서 실견해야 하고, 구입 후 운송, 보험 등의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국내에 들어온 작품을 구매하면 이런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해외 유수의 작품이 소개되는 프리즈와 같은 아트페어도 있고, 전시를 위해 국내에 반입돼 있는 작품도 고려 대상이 될 것입니다. 이런 경우를 다양한 부대비용을 절감하며 해외 미술품을 소장할 수 있는 기회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대국민서비스 측면에서 전 세대를 아우르는 대중 친화적 전시의 필요성을 여러 번 강조했습니다. 관장으로서 지향하는 대중친화적 전시는 어떤 것이며, 학예실에 어떤 요청을 했나요?
전시는 관람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해요. 관객이 전시를 어떻게 이해하는지, 큐레이터가 제시하는 주제를 작품을 통해 어떻게 소개할지, 작품 설치와 캡션 위치까지 관람객에 대한 충분한 배려가 있어야 대중과 가까운 전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학예실에도 밀도있는 주제도 중요하지만, 관람객과의 소통과 배려에 대해 요청하고 있습니다.
《한국 근현대 자수 :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전시 전경 2024
현재 과천-서울-덕수궁-청주 4개관을 총괄 운영하고 대전 분관 개관도 추진 중입니다. 분관장 체제에 대한 의견을 밝히신 바 있는데, 5개 분관 체제를 위한 운영 구상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이건 정무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입니다만, 제가 과천관과 청주관을 자주 방문해서 업무를 파악하고 운영하기에는 무리가 있죠. 전체를 운영하는 것이 과중한 업무이기도 하지만 서울에서 각 분관의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분관 체제로 가야 효율적 관리가 가능하다고 보고 분관 체제로 이행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건희 기증관 건립과 관련하여 국립근대미술관 건립에 대한 지자체와 학계의 요구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국현의 국문 명칭 변경에 대한 의견 등 이에 대한 관장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국현의 영문 명칭이 ‘MMCA’잖아요.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국문으로 근현대미술관이 맞는데 여러 사정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이 되었죠. 국현이 그동안에 근대미술 소장품을 바탕으로 근대미술 연구 역량을 쌓아왔고, 수준 높은 전시도 많이 선보여 왔습니다. 국립근대미술관의 필요성에 동감하지만, 기존의 소장품과 연구 역량 등을 바탕으로 국현의 큰 날개 아래에서 함께 갈 때 훨씬 시너지가 날 것으로 봅니다.
취임 이전부터 학예실장의 공석, 내부 갑질 이슈 등 조직 안정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불거졌는데 어떻게 풀어가고 있나요?
제가 가진 장점 중 하나가 소통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내부에서 보니 과이기주의, 행정 파트와 학예실의 소통 부족 등 크고 작은 갈등이 있습니다. 누가 옳고 그르다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내에서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갈등이죠. 그래서 제가 부서 간의 다리 역할을 하기 위해 학예사를 비롯해 구성원들과 개별 면담을 진행하며 개인의 의견도 듣고 부서 간의 장벽을 허물며 위축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간단히 점심식사 하면서 진행하는 브라운 백 미팅(Brown Bag Meeting)을 시작했어요. 본인의 아이디어를 다른 직원들과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는 자리로 부서 관계없이 참석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면서 부서 간의 소통이 원활해졌어요. 그리고 인사 적체 현상 등으로 침체된 조직 분위기 개선을 위해 임기 초기에 파격적인 인사를 감행하며 조직원들의 동기부여에도 신경을 썼습니다. 학예실장은 소통의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한 자리라 신중한 결정이 필요했습니다.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이제 채용 과정이 마무리되었으니 다음 달에는 자리를 채울 수 있을 겁니다.
지속가능한 미술관 시스템 조성을 위해 ‘탄소관리플랫폼’을 2025년까지 구축하겠다 발표했는데, 이 플랫폼은 어떤 역할을 하며 현재 진행 사항은 어떤가요?
국현이 탄소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진 지는 꽤 됐습니다. 재작년에 탄소 프로젝트라는 다원예술 프로그램을 1년간 진행하며 세계 곳곳의 지속가능한 미술관을 위한 실천을 소개했어요. 다음 단계로 국현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으로 ‘탄소관리플랫폼’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즉 전시 조성 방식이나 직원 출장 시 이용 교통수단, 전시 관련 폐기물의 처리 방식 등에 따른 1년 동안의 탄소 배출량을 수치화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플랫폼을 통해 지속 체크와 추적을 하며 수치를 줄일 방안을 마련하려는 계획으로, 시스템은 2025년 오픈을 목표로 구축하고 있습니다. 다른 미술관도 시스템을 공유할 수 있도록 오픈 소스 형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과 실천은 시급한 사안인데요, 현재 지속가능한 미술관 문화 조성을 위한 국현의 실천은 어떤 것이 있나요?
2022년 ‘다원예술 2022 : 미술관-탄소-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미술관의 자원 절감과 탄소저감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우선 4관 전시 조성에 있어 폐기물을 줄이고, 가벽과 같은 자재를 재활용하고 전시에 사용한 쇼케이스, 가구 등을 수요가 있는 지역 미술관에서 활용토록 하고 있어요. 아시아 문화의 전당, 청주시립미술관 및 문체부 산하 유관 기관에서 양도받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2023년 4월 시작한 친환경 캠페인 ‘내일을 위해’를 전개하면서 QR 입장권과 QR 리플릿을 도입해 종이 사용량을 70% 감소시켰고, 지구의 날(4.22)을 계기로 친환경 러닝 캠페인 ‘MMCA 런 디토(Run Ditto)’를 진행해 대중교통으로 전국 미술관에 방문하기 등의 챌린지 걷기 캠페인으로 미술관을 넘어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기초부터 다지는 한국미술의 국제화
현재 미술관의 가장 주요한 현안은 무엇인가요?
최근 해외 기관들과 교류가 왕성해지면서 국제교류 TF를 조직해 우리 콘텐츠의 해외 수출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해외 미술관에서 미팅을 요청해 만나면 관장이 미술관 소장품과 전시에 대한 소개 자료를 가지고 오더라고요. 만나서 인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자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도 해외에 소개할 만한 전시와 소장품에 대한 자료 등 구체적인 협력과 논의가 가능한 자료를 다양한 트랙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각 부서에서 국제교류 경험이 있는 직원을 모아 그동안의 개별 네트워크를 기관 차원으로 활성화시키고, 대상별 맞춤 제안으로 구체적인 링크를 시도하려고 합니다. 한국미술의 국제화를 위해 담론과 전시 교환 등으로 국현의 콘텐츠 수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올 초, 2024∼2026년 미술관 운영 중장기 계획을 발표하며 ‘한국 근현대미술 Re-프로젝트’를 통한 미술관의 연구 기능 강화를 우선 과제로 제시하셨는데, 이전의 한국 근현대미술 연구와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한국 근현대미술 Re-프로젝트’는 그간 우리가 놓친 부분을 챙겨 정리하는 겁니다. 지금 미술정책과에서 한국 전시의 역사를 정리하고 있는데, 전시사는 미술사와 연결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1960~70년대 실험미술전에 이어 1970~80년, 그리고 그 이후를 풀어내는 전시가 해외에서 이어져야 하잖아요. 그러자면 아방가르드 미술만큼 두드러진 흐름은 아닐지라도 미술사 내에서 언급이 필요합니다. 그동안에도 국현에서 계속 근현대미술을 연구해 왔지만 선별적이지 않았나 하는 성찰을 바탕으로, 전시사를 전체적으로 살피며 동시에 비어있는 지점을 되짚어갈 예정입니다.
‘한국 근현대미술 Re-프로젝트’가 국제화의 기반이 될 것이라 하셨는데, 더불어 리서치 펠로십과 MMCA 리서치랩은 국현의 국제교류 측면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요?
펠로십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 연구자가 오면 연구를 위한 자료가 필요한데, 한국 근현대미술 Re-프로젝트를 통해 그 기반이 되는 자료가 제작될 것입니다. 작년 실험미술 전시를 통해 비로소 단색화 외 한국미술의 풍부함이 해외에 소개됐죠. 그런 차원에서 국현에서 다른 사조도 발굴해서 해외에 소개할 한국미술의 풀을 넓히고자 합니다. 펠로십은 영향력 있는 석학급 학자 및 큐레이터가 한국에 체류하면서 우리 미술 현장을 이해토록 하는 프로그램으로 해외 연구자의 시각으로 한국미술을 보고, 서술하게 합니다. MMCA 리서치랩은 한국미술 연구 성과를 알리는 국영문 누리집으로 해외에서 한국미술 연구기반을 마련하는 역할을 합니다. 앞에서 언급한 사업들이 교차하며 한국미술 연구의 외연을 넓히고 국제교류의 교두보 역할을 하길 기대합니다. 5년 정도 프로그램을 지속 운영해서 외부 연구자의 시선과 언어로 풀어낸 콘텐츠가 쌓이면 국제교류 및 콘텐츠 수출에 큰 역할을 하리라 봅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한국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고 다양한 제안이 오는 중요한 시점으로, 한국 미술의 이론적 기반을 쌓고 담론을 형성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한국미술의 국제화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한 시점입니다. 아트위크를 앞두고 있는데, 국현에서 준비하고 있는 주요 이벤트는 무엇이 있나요?
먼저 문체부 장관 주최로 9월 4일에 ‘미술인의 밤’이 준비되어 있어 국내외 미술 관계자들이 참석하실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전시가 중요한데 《접속하는 아시아 여성 미술가들》을 3일에 개막하고, 서울박스에서 10월 전시 예정인 이강소 작가의 선술집 프로젝트를 프리뷰로 준비했습니다. 다원예술 프로그램으로 덴마크 예술센터 아트 오브 코페하겐과 협업한 퍼포먼스를 4~5일 이틀에 걸쳐 종일 선보이며 관객들이 계속 볼 수 있게 준비했습니다. 4일 삼청 나이트에 미술관도 야간개장을 하고 미술관 마당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장터를 열고, 아트북 페어도 준비했어요. 국내외 미술계 인사들이 많이 방문하는 만큼 미술관 도록부터 다양한 한국 미술 자료를 보면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만들려고 합니다. 아트위크 기간에 한국미술을 선보이는 작가 그룹전이 필요한데, 내년 9월에는 《올해의 작가상》을 통해 이런 부분을 보강해 더욱 적극적으로 한국 미술을 알리는 기회를 만들 계획입니다.
전 세계 미술관 및 기관에서 한국미술 관련 전시, 심포지엄 등이 개최되며 국제적인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미술의 해외 진출에 있어 국현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국현의 역할은 앞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우리 미술사에서 빠진 부분을 메우는 조사와 연구를 통해 담론 형성을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그 담론을 외부의 언어로 풀어서 수용성을 높이며 콘텐츠 수출의 바탕을 마련하는 것이죠. 이론적 바탕과 담론이 형성된 후에는 자본이 필요한데, 펀드를 마련해 국현이라는 큰 배로 많은 한국 작가를 실어서 해외에 효율적으로 소개하는 것이 국현의 역할이 아닐까 합니다.
국립현대미술관ㆍ구겐하임미술관 공동기획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전시 전경 2023
국립현대미술관ㆍ미국 CCP 공동주최 《기록과 경이 : 한국현대사진》
미국 애리조나 CCP 전시 전경 2023
한국미술의 인큐베이터
기획자로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온 분야는 무엇인가요?
제가 해왔던 일들을 살펴보면 기획자 역할보다는 운영이라는 측면에 재능이 있지 않았나 싶어요. 뉴욕에서 대안 공간이라는 시스템을 알게 되었어요. 신디 셔먼, 바바라 크루거 등의 젊은 작가들이 모두 대안 공간 출신으로, 이곳이 시장이나 제도 밖 작가들의 활동 무대가 되어주는 모습을 봤어요. 당시 서울에는 대관화랑, 상업화랑, 미술관밖에 없어서 젊은 작가들의 전시 공간이 턱없이 부족했었죠. 그때부터는 비영리 공간을 운영하는 게 꿈이 되었고, 여러 동료를 만나 사루비아다방의 창립 멤버가 되었죠. 우수한 젊은 작가들에게 전시 공간을 제공하는 즐거움은 캔 파운데이션으로 이어졌습니다. 저는 작가를 지원하는 역할에 대한 관심과 의무감을 계속 가져왔어요.
그간의 활동 중 대표적인 이력 또는 프로젝트로 꼽는 것은 무엇인가요?
캔 파운데이션에서 작가들과 문화 소외지역 및 교육 희망 기관을 찾아가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아트버스 캔버스’를 운영했어요. 작가들과 아트버스를 타고 가서 아이들을 만나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참 즐거웠어요. 작가들이 수업을 진행하니 학생들은 작가가 사물을 보는 시각, 상상력을 배우는 거예요. 미술 수업이 아니라 창작 수업인 거죠. 참 고마운 것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작가도 아이들의 시각과 아이디어에 영감을 받아 서로 배우는 시간이 된다는 점입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받은 작가들이 본인이 받은 혜택을 교육으로 사회에 환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지향했죠.
선배 기획자로서 후배 기획자, 미술관 종사자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인생의 선배로서 인간이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이 배려라고 생각해요. 동종 업계의 옆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 작품에 대한 배려, 작가에 대한 배려, 관객에 대한 배려, 그 배려심은 어디에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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