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서로의 어깨를 TAP, TAP, TAP

참석|전그륜 합정지구 큐레이터, 안부 별관 디렉터, 조성은 얼터사이드 디렉터
진행·정리|문혜인 에디터

마포구에 위치한 별관, 얼터사이드, 합정지구가 협력하여 개최한 《TAP, TAP, TAP》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 전시는 코로나로 인해 서로를 마주할 수 없었던 단절된 시간을 넘어서고, 새로운 소통과 만남을 고대하며 퍼포먼스를 통해 세 공간을 유기적으로 연결했다. 퍼포먼스와 함께 각 공간이 준비한 전시를 선보여 관람객들은 다층적인 미술경험을 할 수 있었다. 전시 《TAP, TAP, TAP》으로부터 이야기를 뒤쫓아 각 공간의 기획자를 만났다.  (전시 내용 확인은 이전 글, <TAP, TAP, TAP>)

월간미술 독자님들께 각자 소개 부탁드립니다.

전그륜 합정지구 큐레이터 전그륜입니다. 합정지구는 미술로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만들어가고자 노력하고 있는 곳입니다. 2015년에 개관해 8년차에 접어들었어요.  

안부 별관은 2018년에 문을 열어 올해로 5년차 입니다. 개인 작업을 하면서 공간 운영을 함께 하고 있어요. 아티스트런스페이스이자 동시에 복합예술공간을 지향하며 전시뿐만 아니라, 공연이나 워크숍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기성 작가는 도전하고 싶었던 장르나, 지금껏 보여주지 못한 내용의 작업들을, 신진 작가에게는 처음 시작하는 작업을 보여주는 기회의 장이 되고자 합니다.

조성은 얼터사이드에서 기획과 운영을 맡고 있는 조성은입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이렇게 장기화될 줄은 모른 채) 문을 열었습니다. 저희도 장르에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한 예술을 선보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공간에서 진행하는 일련의 과정과 결과물을 영상으로 함께 담아내고 있는데요, 얼터사이드만의 강점이자 코로나 시대의 생존방식이었습니다.

《The Glass Locker》 얼터사이드, 2022 퍼포먼스 전경 (사진: 안부)

생존은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생존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요. 아마도 《TAP, TAP, TAP》의 기획배경에 그러한 이유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되는데요, 이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안부 저희는 ‘공동체’라는 거창한 말을 꺼내지 않아도 마음속에 무언의 연대감이 있었어요.

조성은 맞아요. 가깝게 있다 보니 관객들에게 다음 코스로 유도를 하곤 했었습니다. 그리고 저희도 지나가다 종종 들르곤 했었죠.

안부 느슨한 연대 속에 저희는 상생해야 했습니다. 생존을 위한 전략으로 경쟁을 택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미술에서, 적어도 우리에게는 맞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함께할 때 오히려 서로에게 힘이 되니까요.

문혜인 마포구 이웃이었던 게 프로젝트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아시다시피 이 근방에만 10개 이상의 공간이 있잖아요. 그 중에 세 곳이 뭉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그륜 일단, 퍼포먼스로 전시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간 합정지구에서는 세미나나 렉처를 통해 관객을 많이 만나왔었는데 코로나 이후에 다 무산이 돼버린 거예요. 그러다 보니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지고, 합정지구의 활동이 단조로워지는 것 같아 많이 아쉬웠습니다. 2022년이 되면서, 이제는 코로나가 좀 잦아들지 않을까 기대를 하며 관객과 가까이 만나기 위한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고, 퍼포먼스가 그 연결고리 역할을 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성은 씨를 아트페어에서 만나게 되었어요. 바로 옆 부스였거든요.

문혜인 그때도 이웃이었네요!

전그륜 네. 공교롭게도. 합정지구가 그런 고민을 갖고 있던 차에 마침 성은 씨가 페어에서 퍼포먼스 기획을 했었어요. 그래서 도움을 요청했죠. 그리고 가까운 곳에 안부 씨가 기획자로 공간을 운영하고 있어서 같이하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다른 곳들도 연결해보려 했는데 성격이 너무 강한 곳이거나, 대관을 위주로 하는 곳이어서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죠.

이종현, 소매틱 연습하기 퍼포먼스 전경 (사진: 안부)

)유지영, 와스스와스스 퍼포먼스 전경(사진: 안부)

렇게 세 공간이 연결되었는데, 협업해보니 어떠셨나요?

전그륜 처음 만났을 때는 꿈이 컸어요.

조성은 그렇지만 코로나로 인해 고민이 많았어요. 서로 계속 얘기를 하면서 현실적인 방법을 찾아갔고, 각자 공간이 할 수 있는 것을 품앗이하고, 가진 것을 나눠가며 전시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전그륜 사진 촬영은 별관에서, 영상은 얼터사이드에서 담당해줬어요.

조성은 그륜씨는 전체적으로 글을 다듬어서 하나로 만들어줬습니다.

안부 단순히 일을 나눴다기 보다는 서로의 능력을 공유하고 무기를 나눠가진 느낌이었어요. 세 곳의 협업을 넘어 공동의 힘을 발휘해 모두의 능력치가 올라가는 게 재밌는 포인트였죠.

조성은 그리고 공간을 운영하며 그 곳에만 몰두하다 보면 한정된 공간에서 고립되는 느낌이 들 때가 있거든요. 소통이 아쉽고 사람이 그리울 때가 가끔 있는데, 그럴 때 연락을 주셔서 굉장히 반가웠어요.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전그륜 퍼포먼스라는 키워드로 세 공간이 이어지게 했습니다. 실제로 시간 간격도 2시, 4시, 8시로 해서 세 공간이 물 흐르듯 이어지게 만들었어요. 퍼포먼스가 끝나면 전시를 보면서 합정지구부터 얼터사이드까지, 또는 반대로 걸어가며 즐길 수 있게요.

조성은 그러나 세 공간이 크기나, 성격이 모두 달라서 하나의 전시로 단순하게 묶는 것은 무리였습니다.

안부 퍼포먼스 자체도 워낙 광범위한 소재고, 각자의 정의가 달랐어요. 그래서 각자의 방식으로 풀면서 하나의 끈으로 엮어보기로 했어요.

전그륜 처음엔 주제도 정해놨었어요. 결국 각 공간이 독립적으로 기획을 하게 됐는데, 각자 다채로운 풍경을 만들어 내면서 결과적으로 훨씬 더 재밌어졌어요. 비슷한 주제면 오히려 흥미가 떨어졌을 것 같아요. ‘따로 또 같이’가 잘 되었죠.

조성은 저도 오히려 기획자나 공간의 스타일이 훨씬 잘 드러나는 방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종현, 〈소매틱 연습하기〉
싱글 채널 비디오, 15분, 2022-001
제공: 합정지구
영상 제작: 엽태준, 정지웅

《The Glass Locker》 최서희 개인전
전시, 퍼포먼스 전경
제공: 얼터사이드
영상 제작: 엽태준, 정지웅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각각의 전시가 기획되었군요. 전시얘기를 더 들어보고 싶어요.

조성은 얼터사이드는 미술 작가의 개인전에서 안무가의 협업으로 연장하여 퍼포먼스를 진행하였습니다. 최서희 작가의 설치 작업들을 안무가가 해석해서 공간에서 움직임을 만드는 방식이었어요. 이를 통해 작품을 풍성하게 경험하실 수 있기를 바랬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작가분들을 만나다 보면 협업을 하고 싶어도 만날 기회가 없다는 말씀을 많이 하셔서 얼터사이드 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같이 프로젝트 하실 수 있게 연계해 드리고 했었거든요. 이번 전시에서도 작가 분들이 서로의 방식을 나누고 시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던 기회였던 것 같아요.

안부 저는 소리가 듣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움직임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방식으로 소리를 풀어가는 작가들을 한자리에 모았어요. 여러 작가님을 모시는 대신에 퍼포먼스는 신청자에 한해 비공개로 진행됐습니다. 한정된 공기를 함께 나눠마시는 김혜연 작가의 <공기 케이크> 작업이었는데요, 가까이서 마스크를 벗고 서로의 얼굴을 보며 호흡을 나누는 게 새삼스럽게 어색하면서도 해방감이 느껴졌어요.

전그륜 개인적으로 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면서, 전시를 통해서도 계속 ‘몸’을 얘기하고 싶었어요. 문득 내가 나의 몸을 다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마침 무용을 전공하신 유지영, 이종현 씨가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계셨고, 지속적으로 몸에 대한 탐구를 해오셨어요. 퍼포머가 인식하는 몸과 그 느낌을 관객에게 잘 전달하는 게 이번 전시의 과제였습니다. 전시 서문을 쓰면서도 온전히 전달하는 게 쉽지 않아 두 분의 작업 노트를 많이 참고했습니다.

김혜연 <공기 케이크>, 워크숍 퍼포먼스, 별관, 2022

처음의 원대한 계획보다는 축소되었다고는 하셔도, 비용적인 측면에서 고민이 많이 되셨을 것 같아요. 

전그륜 각 공간에서 필요한 예산은 각자 해결했어요. 인쇄나 디자인 비용만 나누어 지불하고요.

조성은 앞서 말씀 드렸듯이 품앗이가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전시를 마무리 하면서, 소감 부탁드립니다. 

전그륜 남는 건 사람인 것 같아요. 사실 그건 전시에서 드러나는 부분은 아니거든요. 캡션에서만, 크레딧에서만 드러나는 부분이죠. 근데 이게 저희에게 되게 중요한 자산이 된 것 같아요.

조성은 동료를 얻은 거죠. 공간에 대한 고민이나, 전시 만들면서 드는 고민들을 나눌 수 있어서 되게 좋았어요.

문혜인 미술은 혼자 할 수 있는 게 절대 아닌 것 같아요.

전그륜 혼자 준비할 때보다 수월했다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함께여서 새로운 방향을 찾아낼 수 있었어요.

안부 관람객들이 저희가 기획했던 의도대로 세 공간을 이어서 봐주신 게 감사했어요. 되게 뿌듯하기도 하고요. 동시에 각 공간이 준비한 전시와 퍼포먼스의 색깔이 달라서 볼거리가 풍성했던 것 같아요. 동네를 거닐며 각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끝에는 공통의 무언가를 발견하셨기를 바랍니다.

문혜인 전시 제목이 그 의도를 잘 살려준 것 같아요. 탭탭탭, 발소리를 내며 경쾌하게 전시장 사이를 떠도는 모습이 상상되었어요. 이야기를 나누고 보니, 발걸음 소리뿐만 아니라 함께하는 동료들이 서로를 격려하며 어깨를 토닥이는 소리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각 공간에서 기획했던 많은 프로젝트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 하나를 소개해주세요.

조성은 당시에는 바삐 준비하느라 잘 느끼지 못하지만, 돌이켜보면 모든 작가 분들과 함께했던 전시과 퍼포먼스가 모두 소중히 기억됩니다.
그래도 하나 뽑아보자면… 전시장을 연지 얼마 안되었을 때, 초기에 함께한 작가들이 많이 생각합니다. 그 중 작년 5월에 진행되었던 오선영 작가의 전시는 작가의 첫 개인전으로, 매일 전시장에서 작가의 1인 퍼포먼스가 진행되었는데요. 신진 작가의 첫 개인전이고, 조금은 낯선 형태의 퍼포먼스 인지라, 열심히 준비했지만 전시 초반에는 찾아주시는 관객이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많은 분들이 전시를 보기위해 방문해주셨고, 그에 대한 감상을 DM이나 메일로 많이 보내주셨어요. 그렇게 마지막날, 관객으로 가득 채워졌던 퍼포먼스가 기억에 남습니다.

전그륜 합정지구는 ‘개와 고양이의 정원’이라는 이름으로 오랫동안 소모임을 진행해 왔어요.
반려식물, 반려동물과 더불어 사는 사람들이 모여 소규모 가구를 만들거나 DIY 워크숍을 여는 등 생태적인 삶에 대해 고민하는 모임입니다. 그것이 확장되어 2020년, 2021년에는 《플랫포밍 합정지구》라는 이름으로 전시도 진행하였어요. 작년에는 ‘산책요리클럽’이라는 이름으로 참가자들과 함께 산책을 하고 책을 읽고 요리를 해서 음식을 나누어 먹는 모임을 가졌습니다. 숲해설가 공부를 하고 있는 모로 님과 마하키친을 운영하는 요리사 소영님과 함께 했던 모임이었죠. 또 매해 크리스마스리스도 만들어요. 코로나19 중에는 실내에 모이기 힘들어서 리스 재료를 나누어 가졌지만 그동안은 합정지구 사무실에 모여 리스를 함께 만들었어요.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다시 합정지구에서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안부 많은 전시들이 기억에 남지만, 작년에 기획 했던 이우성 작가의 <휘뚜루-마뚜루> 프로젝트가 기억에 남습니다. <휘뚜루- 마뚜루>는 코로나 시대에 전시라는 것과 관람이라는 것에 대한 다시금 던져보는 질문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전시를 보기 위해 작가는 작품을 전시하고 관람객은 전시를 보러 오는 것만이 아닌 관객이 직접 작가와 소통하고 개입되는 방식 그렇게 함께 만들어진 작품을 다시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전시함으로써 작가의 작품세계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노력과 더불어 만들어진 전시를 관람하도록 하였습니다. <휘뚜루-마뚜루 LIVE ON AIR>를 통하여 8번의 라이브 생중계를 인 스타그램과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하여 송출하고, 관객은 2채널에 접속하여 이우성 작가가 [별관] 공간 전체에 드로잉 되는 과정을 관람하고 개입하고 소통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라디오처럼 방송을 틀어놓고 각자의 생활을 하기도, 편하게 머 무를 수 있는 각자의 공간에서 작품이 되어가는 과정을 관람, 또는 개입하며 함께 작품을 만들었고, 그렇게 8번의 방송이 지난 후 <휘뚜루-마뚜루 EXHIBITION>을 통하여 과정을 본 작품을 직접 보기위해 오프라인 공간을 방문하도록 하였습니다. 이는 미술을 관람하는 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와, 직접 대면이 어렵고 불편한 시대에 새로운 전시 의 형태이자 소통의 창구에 대한 결과였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안부 개인적으로 근래 가장 바쁜 시기였어요. 상반기에 남아있는 일정들을 잘 마무리 하고, 제 작업과 함께 별관 전시를 꾸준히 하고자 합니다. 특별한 계획 보다는 해왔던 대로 계속하지 않을까 싶네요.

조성은 얼터사이드도 대단한 계획보다 욕심 부리지 않고 해오던 대로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현실적으로 마주하는 문제들을 잘 극복하면서 작가들과 재밌는 작업을 이어나가고 싶어요.

전그륜 예정된 전시들을 잘 준비하면서 관객과 만나는 기회를 더 늘리고자 합니다. 요새 날씨도 좋으니 합정지구 데크나 1층에서 워크숍이나 토크를 진행하면 좋을 것 같아요.

시간 내어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주신 세 분께 다시 한번 감사인사 전합니다. 각 공간의 소식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기획· 진행: 문혜인 에디터
자료: 얼터사이드, 별관, 합정지구
© (주)월간미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