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삭스 스페이스 프로그램: 인독트리네이션

2022. 6. 22. – 8. 7.|아트선재센터 1, 2전시실 및 아트홀

톰 삭스 스페이스 프로그램 인독트리네이션 전시 전경, 2022, 아트선재센터

톰 삭스는 스스로를 조각가 Sculpture로 소개하고 조각은 그에게 모든 것이라 자부한다. 미국의 DIY 문화와 브리콜라주 Bricolage 방법론을 독창적으로 재맥락화한 조각가이자 공상가인 그는 물질의 생산과 구성 과정 전반에 걸친 인간의 손길을 투명하게 보여주며 예술의 민주화를 꿈꾼다. 물질 Stuff은 조각가인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물질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물질적인 한 사람으로써 소비주의를 비판하기보다는 물질과의 진정성 있는 연결을 추구하며 우주와의 조화를 상상한다. 이때 물질은 내면의 불을 비추는 영성 Spirituality과 감각과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관능 Centrality과의 관계를 통해 존재를 드러내며 사람들을 행동하게 한다. 동시에 그의 오브제들은 사용자에 의해 가동된다. 

조각으로 실현되는 〈스페이스 프로그램〉은 미국 항공 우주국(NASA)의 달 탐사 계획을 홈메이드 버전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스페이스 프로그램〉은 우주 탐사에 동참하고자 하는 이들을 합판으로 구성한 세계로 초대하고 그 너머에 대한 이해를 제시하는 새로운 지평으로의 탐험이다.

ID 카드를 들어보이는 톰 삭스

“너 내 동료가 돼라”

일본 유명 만화 『원피스』의 유명한 대사. 주인공인 해적 루피는 바다를 항해하며 동료들을 영입하는데, 우정과 승리를 중요시하며 끈끈한 동료애를 과시한다. 톰 삭스도 전시장을 찾은 이들이 우주여행의 새로운 일원이 될 수 있도록 (친절하게도) ‘인독트리네이션 센터’에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과정은 어렵지 않다. 우선 어린아이도 할 수 있는 나사 분류 sorting 임무를 수행한 뒤 톰 삭스 스튜디오에 대한 매뉴얼을 이해하고 답변을 작성한다. 테스트에 기반을 둔 나름 긴장감 있는! 인터뷰까지 통과하면 톰이 발급한 ID카드를 받을 수 있다. 혹여나 시험을 통과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친절하게도) ‘재교육센터’에서 필수 영상을 상영 중이니 시청 후에 다시 도전해보자. 톰에게 실패란 없다.

테스트 과정

이러한 과정은 톰 삭스의 스튜디오에서 매일 반복되는 ‘놀링 Knoling’, 즉 물건을 분류하고 가지런히 정리하는 것을 재현한다. “ALWAYS BE KNOLLING 언제나 놀링하라”는 작가가 꾸준히 집착하고 있는 세계의 작동 원리이자 삶의 모토다. 스튜디오에서 일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방문하는 사람들, 그리고 전시의 관객도 톰의 세계로 진입하고자 총알을 장전하고 시리얼 넘버를 부여받는다. 시리얼 넘버는 데이터베이스를 쌓고자 하는 그의 필사적 의지이자 헌신이다. 보통 제작 시기의 ‘연도 – 작품번호 – 부품숫자’의 순으로 생성되는 시리얼 번호는 스튜디오의 모든 물건과 작품, 심지어 스태프도 포함하여 매겨진다. 삭스는 그 자신에게도 시리얼 넘버를 부여해 입술 안쪽에 타투로 기록했다. 톰 삭스는 창조주이자 피조물로써 본인의 세계 속에 거주하며 놀이를 멈추지 않는다.

10 Bullets, #8 ALWAYS BE KNOLLING. By Tom Sachs 영상 갈무리

시리얼 넘버가 적힌 회화, 2022, 타데우스로팍서울

관객은 일면 단순해 보이는 분류 작업에 참여해 톰 삭스의 가치를 공유하고 함께 모험을 떠날 준비를 마친다. 투명한 놀링 과정을 통해 작가가 이루고자 하는 ‘예술의 민주화’는 이름만큼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다. 누구나 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일에 동참함으로써 물질과 진정으로 연결되는 것, 이로써 동료가된 우리 모두는 한 명의 예술가로써 순수한 즐거움을 누리게 되는 것이 바로 예술이 이룩할 수 있는 민주화다.

크루를 태운 톰 삭스의 우주선은 그의 합판 공간 Plywood space으로 향한다. 만남의 공간 Meet space에서 사이버 공간 Internet reality을 지나 탈 중앙화된 세계 Metaverse로 이어지는  실존 세계의 확장을 가로질러, 작가는 합판으로 세운 믿음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헤지고 바랜 자국이 역력한 합판 조각들은 오브제의 구성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줌으로써 산업 생산과 예술 제작 내부의 근대적 노동과 자본 구조를 조명한다. 투명성은 합판, 플라이우드를 통해 구축되며 믿음은 플라이우드 세계를 현실화시킨다. 우리는 미래가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믿음에 기반해 우리가 만들고 싶은 세계를 구축할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가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작가는 말한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스스로 믿고 계몽하라! 그게 가능할지, 누가 알겠어? Who knows?”

Armory For the War on Plywood (AFWOP): Tool Wall , 2012
ConEd barrier, plywood, latex paint, steel hardware, mixed media
81 H x 72 W x 7.75 D inches
S/N: 2012.011.001
Photography by Joshua White

Training, 2011-2016
Plywood, latex paint, steel, Vertibird, Yamazaki, mixed media
52 H x 44 W x 4 D inches
S/N: 2011.015
Photography by Joshua White

Launch, 2010
plywood, latex paint, steel hardware, mixed media
43 H x 64 W x 23.5 D inches
S/N: 2010.019
Photography by Genevieve Hanson
S/N: 2021.167
Photo by Joshua White

맞물려 개최되는 다음 두 공간의 전시에서도 톰 삭스의 전시를 만나볼 수 있다. 하이브 인사이트의《톰 삭스: 붐 박스 회고전》과 타데우스 로팍 서울의 톰 삭스 《로켓 팩토리 페인팅》를 통해 톰 삭스의 세계관을 깊이 있게 이해해보자!

귀를 위한 조각에 BTS 한 스푼
톰 삭스: 붐 박스 회고전


《톰 삭스: 붐 박스 회고전》
2022. 6. 22. – 9. 11.
하이브 인사이트

3, 2, 1, Launch
초차원적 가공 공장, 로켓 팩토리로부터


톰 삭스 《로켓 팩토리 페인팅》
2022. 6. 25. – 8. 20.
타데우스 로팍 서울

글, 사진: 문혜인 에디터
자료: 아트선재센터, 하이브인사이트, 타데우스로팍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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