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꽃 아래서 : 김광수, 이갑철, 진동선, 최광호 초기 사진전

사진위주 류가헌

2018. 7. 3. ~ 7. 15.

ryugaheon.com


김광수, 이갑철, 진동선, 최광호. 지금은 사진가와 사진평론가로 저마다의 자리매김을 데뚝히 하고 있는 네 사람이지만, 이들에게도 ‘처음’은 있었다. 투박함과 서투름으로, 신선함과 맹렬함으로 혹은 설렘과 두려움으로, 길이 없는 곳에서 방황하며, 어떤 경지를 갈망하던 ‘처음’. 스무 살 무렵부터 친구였고 신열 앓듯 함께 사진앓이를 했던 이 네 사람은 40년이 흐른 지금도 친구이며 여전히 사진을 살고 있다.

운 좋게도 우리는 그들의 ‘처음’이 현재로 불려나오는 광경을 오는 7월, 갤러리 류가헌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김광수, 이갑철, 진동선, 최광호 초기사진전 <목련꽃 아래서>.

<구름> 시리즈로 양명해진 김광수는, 그 작업으로 인해 ‘구름을 불러낼 줄도, 원하는 구름이 어디에 있는지도 아는’ 작가라는 평을 들었다. 하지만, 사진을 처음 시작한 초기에는 ‘벽’만 찍었노라고 한 인터뷰에서 고백한 바 있다. 첫 개인전으로 선보인 것이 바로 그 <벽>시리즈였다. “말하지 못하는 벽에 담긴 역사와 세월을 담고 싶었다”는 것이 당시 작가의 말이다. <구름>에서부터 최근 전시작 에 이르기까지 긴 변모의 과정 속에서도 일관되게 이어진 것이 바로 그 사물의 형태와 작용에서 무언가를 읽어내려는 김광수 식 시선일 것이다. ‘처음’은 ‘지금’과 이렇게나 닿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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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갑철, 진동선, 최광호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이갑철은 “사진과 학생으로, 까르띠에 브레송과 게니 이노그랜드 등 대가들의 사진을 흉내 내며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다니던 스무살 무렵의 사진”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오늘날 이갑철의 사진을 두고 ‘아름다운 거죽의 재현보다는 그 거죽 아래의 보이지 않는 어떤 힘과 기운을 끄집어내어 느끼게 해주는 데 진력한다’는 문화평론가 박명욱의 평처럼, 그 스무살 무렵에도 이갑철은 피사체 너머를 어렴풋하게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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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에 천착해 실험적인 작업을 해온 최광호 역시, 일찍부터 근원으로서의 자신과 주변부를 들여다보는 데 힘썼다. 인천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십대 시절, 사진이 좋아서 매일 사진기를 들고 부둣가 등지를 쏘다니며 찍은 사진들과 78년도에 첫 개인전으로 선보인 ‘Self’ 사진들은 누가 보아도 최광호의 ‘처음’이다. 그 무렵에 직접 인화한 빈티지 사진들 20여 점이 <목련꽃 아래서>를 통해 선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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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사진평론가로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진동선은 사진가에서 시작해 평론가가 되었다. 그는 사진가이던 1980년 초에 재개발지역을 포함한 일상의 풍경들을 사진에 담았다. 이 사진이미지들은 “모든 존재는 존귀하며, 사진의 목적은 존재를 드러내는 데 있다”고 하는 그의 사진론과 연결되어 있다.

<목련꽃 아래서>는 평창 다수리 갤러리와의 교류전으로, 전시제목에 등장하는 목련꽃은 다수리의 폐교 교정에 서 있는 오래된 목련 나무에서 비롯되었다. 지구상의 나무 중에 제일 처음 꽃을 피운 게 ‘목련’이라하니, 비록 목련꽃 없는 7월이라도 전시와 어울리는 제목이다. 40여 년 지기인 네 사람이 함께 모여 전시를 여는 것 또한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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