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Art Historian-Inaba Mai
이나바 마이
한국미술을 통해 본 동아시아 저항미술
한국에서 미술사 공부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1991년 대학생 때 봉사활동을 하러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이때 한국 친구를 통해 한일 간의 과거사를 알게 됐고 큰 충격을 받았다. 일본은 역사교과서에서 제대로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귀국한 후에 나름대로 한국 역사 공부를 했고, 졸업 후 한국에 관한 글을 쓰고 싶어 2004년 한국에 건너와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학부 때 조각을 전공했지만 작업 자체에는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1990년대 당시 일본 미술은 1980년대 거품경제의 영향으로 상업적인 분위기가 만연했기 때문이다. 2004년 우연히 홍성담 선생님을 통해 민중미술을 알게 됐고 함께 연구하는 동료들을 만났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이 격렬하게 벌어지던 사회 분위기 속에서 현실 참여적인 민중미술은 나에게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민중미술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국민대에서 대학원에 진학했고 현재 박사과정 수료 상태다.
일본에 민중미술과 유사한 미술의 흐름은 없는가 1945년 패전 이후부터 약 15년 동안 한국과 상황은 다르지만 민중이 주체라는 인식을 토대로 작가들이 노동자들과 함께 판화운동을 한 적이 있었다. 당시 참여 작가가 적지 않지만 이후 흐름은 찾기 힘들다. 내 경우 민중미술을 통해서 일본 미술을 돌아보게 됐다. 1980년대 민중미술과 1950년대 일본 미술을 비교 연구하는 것이 내 박사논문 주제다. 그리고 동아시아 저항미술에 관심이 많다. 이런 시각도 한국에 10년 넘게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조금 특별한 상황이지만 동아시아는 1945년 이후 힘든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이고 활발한 교류를 통해 서로를 잘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살면서 어려운 점은 없는가 한국에 와서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았고, 인간관계에는 고생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좋은 인연을 많이 만났다. 운이 참 좋았다. 한 가지 불만이 있다면 매사 급하게 진행하는 한국의 일처리 방식이다. 나도 이제는 많이 익숙해졌고 편할 때도 있지만,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엄격하게 처리해야 하는 일도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계속하면 제대로 된 논의를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본에 언제 돌아갈 계획인가 아직 돌아갈 생각이 없다. 지금은 광운대에서 일본어를 가르치며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
이나바 마이는1968년 일본 교토에서 태어났다. 교토교육대학 미술학과를 졸업했고 국민대학교 미술이론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6년 국민대학교 아트갤러리에서 열린 <우리, 또 다른 우리전>과 2011년 오키나와 사키마미술관에서 열린 이윤엽 개인전 등을 기획했다. 현재 광운대학교 한림원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