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Artist-Bernd Halbherr
웰컴 투 코리아!
한국의 외국인 작가들
통계청이 2013년 10월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내체류 외국인은 150만 7000명. 인구대비 3%가 넘는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셈이다. 이제 대중매체나 일상에서 이들을 마주하는 일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그렇다면 한국미술은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 작가들에 대해 어떻게 다가가고 있는가. 한국현대미술을 ‘한국인이 만든 현대미술’로 이해한다면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작가는 논의의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만든 현대미술’이라고 정의 내린다면 국외에서 활동하는 한국작가는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 국가 간의 물리적ㆍ심리적 이동이 가속화되고 국가 간 경계가 흐릿해진 지금, 우리가 말하는 한국현대미술의 화살표는 누구를 혹은 어떤 곳을 향하고 있을까.
《월간미술》은 너무나 일반적인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주목하지 않았던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 작가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와 작품을 소개한다. 이들은 우리와 같은 시간과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을 함께 지켜보며 같은 장소의 문화를 공유하며 살아간다. 한국에 기반을 두고 해외 각국을 오가며 작업하는 외국인 작가들은 한국에 대한 색다른 시선을 갖는 동시에 한국인 작가와 공통된 고민을 하고 있다. 이번 특집은 외국인 작가를 소개하며 또다시 이들을 타자(the other)로 구분짓기를 원하지 않는다. 다만 한국과 해외를 오가는 한국작가들처럼 이들도 한국미술계의 당당한 일원으로 읽혀지기를 바란다.
베른트 할프헤르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은 예술이 언제나 요구해왔던 지점이다. 물론 할프헤르의 작업도 그러하다. 원구와 사진을 접목한 작업 시리즈는 방 안 전체를 촬영하고 이를 원구의 조형물에 옮긴 것이다. 이 시리즈의 작업에서 거울이미지란 바뀌는 것이 아니라서 인간의 인지 메커니즘은 제거되고 일시적인 가변성 바깥에 고정된 사진이미지로 존재하게 된다. 그의 작업은 이해의 근원에 의문을 제시한다.”
– 스태판 본 비즈(뒤셀도르프 예술궁) 관장
급격하게 변하는 도시 속의 소외
한국에 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1993년 뒤셀도르프 예술대학에서 수학하고 많은 곳을 여행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문화적으로 막연하게 궁금했다. 당시 여자친구(현재 부인)의 영향도 있다. 그러던 중 2003년 서울의 레지던시에 참여하게 되었다. 2006년에는 하제마을 레지던시에 참여했다.
한국의 어떤 문화가 특히 신선한가 한국사회는 정말 빠른 속도로 변화한다. 내가 한국에서 산 지 채 10년이 되지 않았지만 많은 것이 변했다. 그동안 내가 작업했던 숭례문은 불탔고, 현재는 그 자리에 복원된 숭례문이 서있다. 나의 집 앞에는 일년 사이에 6채의 빌라가 세워졌고 그 과정에서 집 앞을 둘러싸고 있던 숲은 딱 한나절만에 사라졌다. 그 정도로 한국사회는 변화의 속도가 빨라 작가로서는 신기하고 독특한 체험의 공간이다. 또 한 가지 인상깊은 점은 아이를 향한 사람들의 시선이다. 독일에서는 타인의 아이에게 관심이 없다. 그러나 한국은 아이에게 굉장한 관심과 사랑을 전한다. 아이에게는 모두가 열린 마음을 갖게 되고 따뜻한 시선으로 다가온다.
독일과 한국은 생활뿐 아니라 작가로서 작업 환경이 다를 것 같다 물론 다르다. 유럽의 현대미술은 2차 세계대전 이전부터 차근히 밟아온 흐름이 있다. 1960년대 이후부터는 현대미술이 본격적으로 대중에게도 인식되기 시작했다. 현대미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한국보다 보편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전시 공간, 컬렉터 등 많은 부분에서 독일의 시장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외국인 작가로서 한국에서 전시하고 활동하는 데 제약은 없는가 내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힘들다기보다는 여느 작가와 같은 고민을 한다. 아이의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갖게 되는 어려움이지 외국인 작가이기 때문에 갖는 고민은 아니다. 사실 한국에서 외국인 작가는 전시에 첫발을 들이기는 오히려 쉬운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가지는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업하면서 좀 더 다양한 지역에서 전시를 하려고 하면 그때부터 어려움에 봉착하곤 한다. 서울을 벗어나 다른 지역에서 전시하기가 쉽지 않다.
사진을 보이는 방법이 독특하다 구형의 사진작업을 학생 때부터 해왔다. 사진을 찍으면 내가 원치 않게 앵글에 다 담지 못하고 놓치는 부분이 생겼다. 소외되는 부분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파노라마를 선택했고,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방법을 구상하다가 구형을 선택했다. 사실 파노라마 방식은 르네상스 시대 유럽 성당의 반구형태 천장화에서도 나타난다. 비디오를 사진으로 풀어내는 작업도 이와 유사한 맥락이다. 기본적으로 대학 때부터 과학, 기술을 작업에 접목시키는데 관심이 있었다. 최근에는 5월 14일부터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에 참여하기 위해 최근에는 3D 프린터를 사용하는 작업을 준비 중이다.
기본적으로 공간에 대한 관심이 작품에 반영되었다고 들었다. 한국에서 작업하면서 특히 관심을 가진 장소가 있는가 한국에서 작업하기 때문에 이곳의 풍경과 공간을 담는다. 그러나 그 나라의 특정한 장소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예가 여러 나라에 있는 축구경기장이다. 독일에서 작업할 당시에 축구장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축구장은 수천명 관중의 시선이 경기하는 운동장으로 향한다. 나는 수많은 시선이 집중되는 운동장의 자리에서 카메라라는 하나의 시선으로 그곳을 둘러보고 싶었다. 그리고 이를 볼록한 구형태로 나타냈다. 다수와 소수의 시선이 교차하는 것 자체가 흥미롭지 않은가. ●
베른트 할프헤르는 독일에서 태어났다. 독일 뒤셀도르프 아카데미에서 학사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6-2009년에 파주의 하제마을 스튜디오에서 작업했다.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12회의 개인전을 열었고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현재 중앙대 조형예술학과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www.berndhalbherr.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