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Artist-Simon Morley
사이먼 몰리
“나는 자기 표현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매체가 표현의 영역에서 가진 잠재성을 끌어내기 위해서 나는 서두르지 않고 좀 더 복잡하게 시각적으로 대응해서 ‘보기’와 ‘읽기’ 사이의 차이를 모호하게 하고자 한다. 나는 배경과 인물 사이의 관계에 혼란을 야기한다.
무엇이 강조되는가와 읽혀지거나 그렇지 않은가 ‘사이’의 차이 말이다. 본인이 만들어내는 시각적인 효과란 변형이나 분명하지 않은것으로 묘사될 수 있다.”
– 사이먼 몰리
사이를 포착하다
한국의 전통 문화적 요소를 직접적으로 작품에 표현하는 작가다. 작품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내 작업은 특정한 문화와 역사적인 현상에 기반을 두고 있다. 내가 있는 곳의 맥락을 파악하고 표현하는 데 관심이 있다. 요즘은 전통방식을 모던화하는 작업을 하는 나의 파트너 장응복 디자이너에게 도움과 영향을 많이 받는다. 나는 동아시아의 정신과 철학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기본적으로 책에 대해 관심이 있다. 내 작품에 나타난 텍스트를 읽으면 이미지가 보이지 않고, 작품에서 조금 떨어져 이미지를 보면 텍스트가 보이지 않는다. 내가 하는 작업은 그 ‘사이’ 어딘가를 보여주려 한다. 서구와 한국, 어제와 오늘, 이미지와 텍스트 음과 양 등의 분명하지 않은 경계 등 말이다. 한국 문화는 오랜 시간 이를 고민해왔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한국에서의 작업은 그 부분에서 의미가 있다. 내 이름이 ‘사이’몬 인 것은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인지하지 못하지만 존재하는 것에 집중한다.
외국인 작가들이 한국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경제적인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한국에 온다. 프랑스, 스페인 등의 유럽 국가에 비해 한국의 경제사정이 낫다. 또 한 가지는 서양인들에게 한국이라는 나라가 예전보다 훨씬 알려진 것도 한몫했다. 내 주변을 둘러보면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한국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아직도 분단국가로서 가지는 위험성을 떠올리고 이를 걱정하는 인식이 강하지만 예전에 비해 한국에 대해 훨씬 자세하고 다양한 측면이 알려진 것은 사실이다. 거주가 아니더라도 한국을 방문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내 주위에도 많다.
한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외국인 교수에 대한 대우는 어떠한가 사실 객원교수가 되기까지는 비교적 쉬운 편이다. 현재 한국에서 외국인은 종신교수가 불가능하기에 그 이상의 직책으로 나아갈 수 없다. 나 역시 매년 계약을 갱신하고 있다. 이건 미술뿐 아니라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라고 들었다. 이런 부분은 한국인들도 외국으로의 이동이 많아지는 만큼 서로가 서서히 변해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 에 참여한다고 들었다. 한국에서 작업하는 외국인 작가에 주목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내가 느끼기에 한국 미술계는 주목할 만한 요소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 작가들과의 활발한 문화적 혼성과 융합 노력이 부족한 것 같다. 이런 점은 미술계의 다양성을 막는다. 이동과 교류가 활발해짐에 따라 미술에 대한 공통된 취향이 생겨나기도 했다. 서울은 시각적으로나 물리적으로 이미 많은 외국인이 살고 있다. 더 이상 외국인이 주변에 있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그렇지만 미술계에서 여전히 작가는 국적으로 나뉘어 지는 경향이 짙다. 그런데 예술가는 기질적으로 새로움을 찾고, 어지럽게 무엇인가를 섞고 혼합하는 성향이 있지 않은가. 그러므로 미술에서의 활발한 교류와 접목은 어느 분야보다도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
사이먼 몰리는 1958년 영국 이스트본에서 태어났다. 옥스퍼드대에서 근대사를 전공하고 골드스미스대에서 파인아트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부터 한국과 일본 및 유럽 각국에서 19회의 개인전을 열었고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저서로는 《Writing on the Wall》《L’Art Les Mots》등이 있다. 현재 단국대 예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www.simonmorle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