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이상향, 그들이 꿈꿨던 어딘가 있을 그곳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은 자신이 있는 시공을 초월하여 보다 나은 공간과 상황을 꿈꾼다 즉 이른바 이상향을 꿈꾼다는 것이다 그 꿈의 내용은 역사적 상황과 문화환경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이 말은 이상향에 대한 인간의 상상력은 그 수치를 가늠할 수 없음과 같은 의미이리라 이러한 이상향을 주제로 한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의 대표작이 모였다  7 월  29일부터 9월 28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특별전 <산수화 이상향을 꿈꾸다>가 바로 그것이다 이 전시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중국 상하이박물관 일본 교토국립박물관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품 중 이상향을 주제로 한 대표 산수화 40여 건을 선보인다. 이에 맞춰  월간미술 은 고미술품에 드러난 이상향을 주제로 특집을 내보낸다. 이번 전시의 프리뷰와 각 섹션에 대한 설명을 담아 전시장을 찾을 독자 여러분이 좀 더 진중하게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이상향을 그린 작품이 산수와 만나 일으키는 화학작용과 그것의 구성에 대한 내용과 이유를 밝힌다 마지막으로 현재 이상향이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는 글을 싣는다. 이상향을 꿈꾸는 것조차 버거운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자는 의미다.  이상향의 모습은 작가의 수만큼 다양하게 존재할 것이다. 그 초월적 존재에 대한 동경은 인간이 그것에 도달하지 못하기에 더 강렬해지지 않을까?    비록 동경의 대상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 추락할 것을 알지라도 말이다.

이상향의 대표적 상징

<소상팔경도>는 중국 호남(湖南)성의 동정호(洞庭湖) 남쪽 소수와 상수가 합류한 곳의 절경을 장면으로 그린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고려시대에 전래 조선시대까지 다양한 형식으로 그려졌으며 일본에도 전달되어 또 다른 양식으로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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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징명(文徵明, 1470~1559)   <소상팔경도(瀟湘八景圖)>
비단에 먹 24.3×44.8cm(각) 명(明) 16세기 상하이박물관 소장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연사만종(煙寺晚鐘)> <산시청람(山市晴嵐)> <원포귀범(遠浦歸帆)> <강천모설(江天暮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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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창(董其昌, 1555~1636)  <연오팔경도(燕吳八景圖)>
비단에 채색 26.1×24.8cm(각) 명(明) 1596 상하이박물관 소장 동기창의 초기작으로 귀향을 앞둔 고향 친구 양계례(楊繼禮)를 위해 그렸다.
‘연(燕)’은 베이징을, ‘오(吳)’는 고향 ‘송강(松江)’을 가리킨다.
사진 왼쪽부터 <성남구사(城南舊社)> <서산추색(西山秋色)><방재후월(舫齋候月)> <서호연사(西湖蓮社)> <구봉초은(九峰招隱)> <서산모애(西山暮靄)> <서산설제(西山雪霽)> <적벽운범(赤壁雲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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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鄭敾, 1676~1759)  <장동팔경도(壯洞八景圖)>
종이에 담채 33.7×29.9cm(각) 조선 18세기 <백운동(白雲洞)>(왼쪽) <창의문(彰義門)> 인왕산과 백악산 일대를 장동이라 일컫는다.
자신의 주변에 있는 산수를 이상향으로 삼아 그린 작품이다.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지다

 18세기 조선의 위정자와 지식인들이 꿈꾸었던 이상적인 세상은 무엇이었을까?
사람과 자연이 벗되어 살면서 경제적인 부를 누리는 장면을 통해 그들이 생각한 현실적 이상향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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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문(李寅文, 1745~1824?)  <강산무진도(江山無盡圖>
비단에 담채 43.9×856.0cm 조선 18세기 폭이 8m가 넘는 대형작품인 <강산무진도>는 김홍도와 쌍벽을 이뤘던 이인문의 대표작이다.
산 아래 배가 정박해 있는 마을과 인물이 다양한 준법으로 표현됐다. 궁중 소장품으로 그렸다고 추정되며 이에 따라 조선 후기 위정자가 바라던 이상향의 모습을 알 수 있다.

존경하는 그가 머물렀던 그곳

<무이구곡도(武夷九曲圖)>는 성리학(性理學)을 집대성한 주자(朱子, 1130 – 1200)가 찾은 중국 무이산(武夷山) 구곡계(九曲溪)의 경관을 그린 것이다. 현인의 거주 장소를 그려 우회적으로 존경의 마음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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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길(李成吉, 1562~?)  <무이구곡도(武夷九曲圖)>
비단에 담채 33.5×398.5cm 1592 두루마리 형식의 작품으로 계곡을 흐르는 강줄기를 따라 1곡부터 9곡까지 연결되어 있다. 조선 초기 안견(安堅)파 화풍과 명(明)대 절파(浙派)의 화풍이 절충되어 있다.

은자(隱者)의 삶을 살다

은거의식은 산수화가 문인들의 삶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이유가 되었다. 도연명(陶淵明)이 상징적인 인물로 전해지며 그의 행적과 시구는 이후 수많은 문학과 회화의 주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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傳 전선  <귀거래도(歸去來圖)>
종이에 채색 26.0×106.7cm 원명(元明) 14~15세기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소장 ⓒ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Image source: Art Resource, NY 도연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주제로 그린 작품. 이 작품은 남송(南宋) 말부터 원 초에 활동한 전선(錢選, 1235?~1307?)의 양식을 반영하고 있다. 왼쪽의 제시(題詩)는 전선이 지었다.

여기가 내가 머물 낙원인가 하노라

정치와 제도는 현실을 이상적인 곳으로 만드는 데 있어 걸림돌일지 모른다.
그러한 시스템의 속박을 벗어나 오로지 인간의 본성에 충실할 수 있는 곳,
그곳도 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이 꿈꾸는 이상향이었다. 그러한 꿈은 도연명의 <도화원기(桃花源記)>의 무릉도원(武陵桃源)에 드러나 있으며 그것을 그린 <도원도(桃源圖)>에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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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오카 데사이(富岡鐵齋, 1836~1924)  <무릉도원도(武陵桃源圖)>
종이에 색 178.0×365.0cm(각) 일본 메이지(明治) 1904 일본 교토국립박물관 소장
<봉래선경도(蓬萊仙境圖)>와 교체 전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