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FEATURE 우리 옛 그림 민화의 재발견

*본 기사에 실린 도판과 해설은 《한국의 채색화》(정병모 기획, 다할미디어, 2015)에서 인용했음을 밝힙니다.

민화는 오랫동안 우리 민족의 삶 속에 녹아 있는 우리 그림이다 말 그대로 ‘백성(民)의 그림(畵)’ 이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특정 계층이 향유하던 문화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남녀노소에게 사랑 받는 하나의 미술장르로 우뚝 섰다 현재 민화 인구는 만 명에 육박한다고 추산되며 그 증가세가 꺽일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최근 세계 곳곳에 소장된 우리의 궁중회화와 민화를 권의 책으로 묶은 한국의 채색화 가 발간되었다.
일부 중년여성사이의 여가활동 대상으로 여겨지던 민화가 이제 주류 미술계의 문을 당당히 두드리고 있다. 바야흐로 민화의 예술성이 재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민화의 매력은 무엇일까 월간미술 은 근래의 민화 열풍을 이해하기 위해 민화에 대한 원초적인 질문인 민화 라는 명칭부터 새롭게 접근하고자 한다. 다채로운 고전 민화를 살펴보며 민화 하면 떠오르는 막연한 이미지와 저급한 예술이라는 편견을 깨고자 한다 또한 민화 를 둘러싼 논쟁의 쟁점을 짚어봄으로써 세계미술 속에서 우리 민화가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엿본다 오색찬란한 민화 속 색의 향연이 자연의 색을 입은 봄꽃과 함께 당신의 눈과 흥을 자극할 것이다.

八景圖
팔경도는 특정 지역의 경관을 여덟 가지의 주제로 묶어 이름 붙이고 이를 그린 그림을 말한다 아마추어 민간화가들이 그린 민화 팔경도는 기법적인 편의성으로 인해 완성도는 약하지만 기발한 발상과 해학성이 돋보이고 설화적인 이야기를 통해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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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팔경도(瀟湘八景圖)> 종이에 채색 73.4×32.4cm(각) 8폭 병풍 19세기 말~20세기 초 (김세종 소장)

소상팔경도(瀟湘八景圖)
“민화 산수화 가운데 가장 빈번히 그려진 그림이다.
이 작품은 기존의 화법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조형세계를 표현하면서도 소상팔경도의 화제가 지닌 특징들을 각각 잘 살리고 있다. 원포귀범遠浦歸帆은 육지로 들어오는 배를 그렸고 평사낙안平沙落雁은 기러기가 내려앉는 모티프가 그려져 있다.”
– 윤진영(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원)

관동팔경도(關東八景圖)
“구한말에 이르러 한국적인 팔경도가 꽃을 피웠는데 그중 하나가 관동팔경도다. 그림의 구성이 어린아이들의 그림처럼 상식과 거리가 먼 부분이 있지만, 이런 요소들이 오히려 기존의 화풍에 물들지 않은 참신한 조형세계를 보여준다.”
– 윤진영(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원)

虎獵圖
호렵도는 세기 이후 유행한 그림으로 그 내용은 청나라 왕공귀족의 군사 훈련을 겸한 대규모 사냥 장면을 묘사한 것이다.

 종이에 채색 74.9×30.5cm(각) 8폭 병풍 19세기 말~20세기 초 (미국 뉴아크미술관 소장)

<호렵도(虎獵圖)>(부분) 종이에 채색 74.9×30.5cm(각) 8폭 병풍 19세기 말~20세기 초 (미국 뉴아크미술관 소장)

호렵도(虎獵圖)
“원래 호렵도는 관아에서 무장으로서의 권위와 위엄을 돋보이게 하거나 벽사의 용도로 제작한 그림이다. 그런데 이처럼 해학적인 호렵도는 기능적인 측면보다 조형적인 측면에 주력한 작품으로 추정된다. 전통적인 기법을 해학적인 표현과 연결시켜 어떤 틀에서 벗어난 자유로움이 도드라져 보인다.” – 정병모(경주대 교수)

故事人物圖
역사나 설화 문학에 얽힌 이야기를 주제로 한 그림이다 인물이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아서 이를 고사인물도라고 한다.

고사인물도(故事人物圖)
“삼국지연의도와 신선도가 어우러진 것이다. 첫 세 폭은 ‘삼국지연의도’ 중의 장면, 나머지는 다양한 신선의 모습을 담았다. 바둑을 두는 신선의 모습에서 ‘나무를 하러 산에 갔다가 동굴 속에서 두 노인이 바둑 두는 것을 보고 구경하다 집에 와보니 수백 년이 흘렀더라’는 왕질의 고사를 떠올릴 수 있다.” – 유미나(원광대 교수)

冊巨里
책을 비롯하여 그것과 관련된 여러 가지 기물을 그린 그림을 가리킨다. 거리란 먹을거리 입을거리처럼 복수의 의미다 책거리 가운데 책가 즉 서가로 구성된 그림을 책가도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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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피장막도(虎皮帳幕圖)> 종이에 채색 355×128cm(각) 8폭 병풍 19세기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호피장막도(虎皮帳幕圖)
“8폭 가운데 두 폭은 표피豹皮를 걷어 올린 공간에 문방구와 기물이 빼곡히 배열되어 있다. 책가 앞에 장막을 설정한 장한종 양식의 책거리와 관련이 깊은 민화 책거리의 새로운 경향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 윤진영(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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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에 채색 161.7×39.5cm(각) 10폭 병풍 19세기 후반~20세기 전반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책가도(冊架圖)> 종이에 채색 161.7×39.5cm(각) 10폭 병풍 19세기 후반~20세기 전반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책가도(冊架圖)
“10칸의 서가를 책으로만 가득 채운 책가도이다. 정조 연간에 책만 빼곡히 채워서 그린 책가도의 초기 양식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이 책가도의 제작 시기는 19세기로 본다.”
– 윤진영(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원)

花鳥圖
화조를 주제로 한 그림은 민화 전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며, 그 내용이 다양하고 표현된 물상의 종류와 형태 및 채색의 변화가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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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도(蓮池圖)> 비단에 채색 177×75.4cm(각) 4폭 병풍 19세기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연지도(蓮池圖)
“여러 쌍의 원앙새는 주체할 수 없는 연꽃의 향기에 취해 이리저리 연꽃을 완상하며 분주하게 물결을 가르고 있다, 원앙금침을 수놓아 자식을 많이 낳고 부부 금슬이 좋기를 기원하는 신혼방에 펼쳐졌을 법한 그림이다.” – 이경숙(박물관 수(繡)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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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조도(花鳥圖)> (부분) 종이에 채색 90.4×37.2cm(각) 8폭 병풍 19세기 (일본 개인 소장)

화조도(花鳥圖)
“매화, 파초, 초롱꽃, 대나무, 모란, 소나무, 연꽃, 백일홍으로 구성된 화조화 병풍이다. 화조로 이루어진 자연이지만, 따뜻한 휴머니즘의 세계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가늘고 구불구불한 선묘와 소나무 잎 표현으로 보건대, 제주도 민화일 가능성이 높다.” – 정병모(경주대 교수)

翎毛・魚蟹圖
호랑이의 이미지는 선사시대 바위그림, 고구려 고분벽화 등 이른 시기부터 즐겨 제작되었다 민화로 전해진 호랑이 전통은 상징성이 강해지면서 호랑이는 부패한 관리 까치는 민초를 대변하게 되었다 물고기의 경우 벽사뿐만 아니라 다산을 상징하는 길상적 소재로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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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작도(虎雀圖)> 종이에 채색 100.5×60cm 19세기 (이우환 컬렉션, 프랑스 기메동양박물관 소장)

호작도(虎雀圖)
“민화 호랑이 그림에는 대부분 호랑이와 까치가 등장하는데 이 그림에서는 참새가 까치 대신 호랑이의 상대역을 담당한 점이 이채롭다. 참새 외에도 토끼나 꿩 등이 호랑이의 상대로서 나타나기도 한다.” – 정병모(경주대 교수)

 종이에 채색 87×52cm 19세기 (바라 컬렉션, 프랑스 기메동양박물관 소장)

<어변성룡도(魚變成龍圖)> 종이에 채색 87×52cm 19세기 (바라 컬렉션, 프랑스 기메동양박물관 소장)

어변성룡도(魚變成龍圖)
“등용문 고사가 충실하게 묘사되어 배경에 패방牌坊 모양의 용문을 표현한 중국의 약리도와는 달리 우리의 어변성룡도는 일출하는 태양이나 태극문, 또는 장식적인 여의주로 변용되어 나타난다.”
– 조에스더(미국 사우스웨스트대 교수)

文字圖
문자를 소재로 한 민화로서 원래 한자의 상형성에 기인하며 그 시원은 중국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민화 문자도는 중국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형태로 발전했다 문자도는 다른 소재보다 윤리성과 이념성이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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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도(文字圖)> 종이에 채색 55×40.5cm(각) 8폭 병풍 19세기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 소장)

문자도(文字圖)
“이 효제문자도 8폭은 판화로 글자의 윤곽을 찍은 후에 내부를 흑색 바탕으로 채우고 다시 각종 동물, 새, 화초, 일월日月, 운문雲文 등을 그려넣은 것이다.”
– 진준현(서울대학교박물관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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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백문자도(飛白文字圖)>(부분) 종이에 채색 95.2×34.8cm(각) 6폭 병풍 19세기 (호림박물관 소장)

비백문자도(飛白文字圖)
“효제孝悌 충신忠信 예의禮意 염치廉恥 국원菊遠 강산江山 등 여섯 폭이 남아 있는 비백서 문자도 병풍이다. 비백이란 큰 붓으로 먹을 묻혀 재빨리 큰 글자를 쓸 때 먹이 묻은 곳과 묻지 않은 곳이 뚜렷이 대비되어 필획 중 흰 부분이 마치 날아가듯 보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 진준현(서울대학교박물관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