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페이스 2014] 박영진 – 관계를 정의하기
관계를 정의하기
탁자 중앙에 끼워진 가로막은 나무로 만들어진 창살, 거울, 빈 나무프레임, 그림, 얼굴모양으로 깎여 있는 등 다양하게 제시되어 있다. 어떤 프레임을 끼고 대화를 하든 안하든 상관없다. 그저 이편과 저편에 누군가 앉아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행위는 이른바 내 앞에 앉아있는 그 누구와의 ‘관계’를 새롭게 인식하는 과정일 뿐이다.
그렇다. 박영진의 이 <마주하기로>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관계’다. 그런데 그는 그 ‘관계’에 대한 정의내리기에 주저했다. “한 사람과 한 사람이 만나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관계는 주변의 모든 환경에 영향을 받고, 다양한 확률 속에서 이루어지기 마련입니다. 때문에 어느 한 ‘관계’도 그 정의가 겹치기가 어렵지요.” 그러나 정의되어 있지 않은 관계는 없다. 홀로 살 수 없는 ‘관계’의 연속에서 사는 우리에게는 그렇다. 그렇기에 누군가와의 관계는 일상의 주된 내용이 된다. 하지만 이른바 ‘양방향성’을 근간으로 하는 관계맺기에서 우리는 항상 자신의 주관에 따라 관계를 정의한다. 박영진의 작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접근한다. 그것은 서로의 관계를 좀 더 지속해 보고자 하는 새로운 방법 혹은 새로운 틀을 고민한 것일 수도 있겠고, 지금 우리의 관계에 대한 일종의 작명(作名)일 수도 있겠다.
그에 비해 연작에는 상황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작가적 개입이 보인다. 그리고 작가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간다. 얼마 전 막을 내린 문화역서울284의 <온(溫)·기(技)전>에 출품한 <커피짐 (Coffeegym)>에서 앞서 언급한 <마주하기로>와 연작을 통해 보여줬던 ‘관계’에 대한 고민을 적극적인 프로세스로 이어갔다는 점에서 그렇다. “<커피짐>은 정말 적극적이고 제가 재밌어하는 표현인 ‘착한 작업’입니다. 누구나 너무 쉽게 다가올 수 있는 카페를 이용해서 한번 대화를 해보는 것이지요. 다음 프로젝트를 물었다. “소박한 목표는 이루어졌어요. 앞으로는 적극적인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기보다 어떤 관계인가, 어떤 형식이어야 할까 등등 고민해야 될 문제가 많습니다.”
현재 박영진은 스터디 모임에 열심이다. 전공에 대한 거리가 아닌 다양한 사유의 깊이를 얻을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한단다. 그러면서 자신의 생활을 책임져야 할 사회인으로서의 활동도 하고 있다. “직장 동료들의 삶을 내 삶과 비교해가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온탕과 냉탕을 오가면서 감기에 들기보다 건강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고민되는 바는 언제 월급쟁이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같은 월급쟁이이면서 기자에게 이렇게 되묻는 박영진은 “제가 문을 두드린다고 활짝 열어줄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제가 바라는 미술판은 끊임없는 기회의 연속인 곳이면 좋겠다”며 희망을 놓지 않는다.
황석권 수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