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FACE 2016 김승현

텍스트의 자간과 행간의 의미

우리는 문자 그 자체를 이미지로 받아들이는 것에 익숙하다. ‘타이포그라픽’ 영역은 바로 그러한 우리의 심리와 호기심을 바탕으로 세워졌다. 김승현 작가는 이러한 문자의 디자인적 요소가 첨가된 조형적 결과물에 특정 장소의 의미를 더해 작업한다. 언뜻 팝아트의 주요 작가 에드 루샤(Ed. Ruscha)의 빌보드 작업을 연상시키는 김 작가의 작업은 작품이 설치된 공간의 물리적 여건과 사회, 정치, 역사적 의미와 맞물려 전혀 다른 갈랫길로 접어든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누구나 들어봤을 유명 팝송의 가사 한 구절이 전하는 의미는 노랫말의 맥락과 단절되어 온전히 공간과 관련한 이야기로 변질된다. 2014년 <강정대구현대미술제>에 출품된 <One of the lyrics of pop song> 연작엔 “Now I understand what you tried to say to me”(<Vincent>)나 “Don’t forget to rememver”(<Don’t forget to remember>) 문구가 등장한다. 4대강 개발의 폐해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 시각이 너무나 평범하게, 그리고 교묘하게 표현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더불어 ‘remember’를 ‘rememver’로 살짝 바꾸었는데 오타 아닌 오타로 ‘river’와 ‘remember’를 합성한 작가의 능청맞은 위트도 엿보인다. 작가는 이런 위트를 한 번 더 드러낸다. “강정보의 경우 1970년대 <대구현대미술제>가 열린 장소입니다. 그 자료를 보던 중 故 박현기의 작품에 등장하는 포플러 나무를 보며 고흐가 그린 포플러나무를 떠올리게 됐습니다.”
흔히 우리는 어떤 상황에 직면할 때, “세상 모든 노래 가사가 나를 말하는 것 같아”라는 말을 하는데, 어떻게 보면 우리 일상이나 삶이 노래 가사의 한 구절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따라서 김 작가의 재기발랄한 응용은 일상에 대한 작가의 집요한 관찰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텍스트가 전달하는 의미는 문장의 결합체인 전체 흐름의 구조와 분리되면 그 의미가 아예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이상한 제품들> 연작 중 ‘mainstream’은 바로 그 의미와 구조 사이의 괴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누가 봐도 ‘주류’의 의미를 전면에 보여주고 있지만 그 알파벳으로 제작한 설치물 내부에 만들어진 통로를 지나가면 글자를 볼 수 없다. 우리의 주류 사회도 그렇다. 누구나 주류에 편입되고 싶어 하지만 막상 그 안에서는 무엇이 주류인지 명확히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주류라는 것은 실체가 없기 때문에 경계를 나누어 구분하기가 어렵습니다. (통로를 걸으면서 느끼는) 소외감은 그런 상황에서 주류가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합니다.” 단어를 읽을 수 있거나 읽지 못해 인식과 비인식의 조건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따라서 이 작업은 그렇게 생성된 “소속감과 소외감이 발생하는 점에 대한 반복적인 경험이 주류·비주류에 관한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에 대한 작업이다.
최근 김 작가는 텍스트를 공간에 설치하는 작업과 함께 평면에 회화로 표현하는 작업을 실험하고 있다. 앞서 밝혔듯 에드 루샤의 <Your Space>에 대한 작가의 화답이며, 작가가 속한 시간과 공간에 대한 정서와 역사 연구에 다름아니다.
올해 강의를 시작했다는 그는 이를 계기로 “자신이 알고 있고 믿고 있던 모든 것을 의심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그 의심의 결과는 그가 설치하거나 그려내는 텍스트 사이사이에서 ‘의미’로서 발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황석권 수석기자

김승현
1983년 태어났다.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다. 2009년부터 지금까지 총7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또한 <강정대구현대미술제>(대구, 2014), <유목적상상>(2012, 삿포로) 외에 서울과 부산 등지에서 열린 다수의 기획전과 그룹전에 참여했다. 현재 대구에서 작업하고 있다.

  시트커팅 가변설치 2014

< One of the lyrics of pop song > 시트커팅 가변설치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