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FACE 2016 오종원

“좋은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오종원과 3시간이 넘는 대화를 마치고 작업실을 나오면서 기자는 이런 생각을 했다. “입사한 지 5개월 만에 최대 난코스를 만났다.” 아직 해가 지지 않은 시각이었지만 기자의 눈에 들어온 하늘은 캄캄한 어둠으로 가득했다. 인터뷰 전 그가 보내준 포트폴리오를 보면서 기자는 이토록 여러 이야기를 하려는 작가가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정작 그와 나눈 대화에서 이렇다 할 답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며칠 후 작성한 녹취록을 여러 차례 읽어 보니, 몇몇 단어가 유독 눈에 띄었다. ‘쇼 메이커(show maker)’, ‘롤 플레잉(role playing)’, ‘옴니버스 드라마(omnibus drama)’… 그의 모든 작업은 이 세 단어로 설명되는데 그 연관관계를 면밀히 살펴보는 게 이 글의 목표다.
‘쇼 메이커’, 이것은 오종원이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말로 그는 ‘작가’보다 이 단어를 더 선호한다. 그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쇼를 만들어 그것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그들의 피드백을 받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행하는 쇼 메이커는 투철한 직업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것은 결국 ‘롤 플레잉’과 연결된다. 직역하면 역할놀이를 일컫는 이 말은 그가 작업, 즉 연기하는 행위를 의미했다.
그렇다면 오종원이 만들어내는 쇼의 메인 테마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가치’다. “한 개인으로서 옳고 옳지 못함에 대해 말하고 싶다. 그걸 판단하는 기준은 내가 선택한 ‘가치’다.”라고 그는 말한다. 보통 가치 판단의 기준은 사회적 이데올로기에 의해 형성된다. 이것은 단순히 개인적 기호가 아닌 (무)의식적으로 학습되는 이념적인 의식 형태이며 의식의 흐름이다. 즉, 가치란 청년 실업률, 가계부채, 사회 안전 및 정치권을 향한 불신 등 모든 게 과잉 상태인 현실을 향해 쇼 메이커 오종원이 내뱉는 날 선 발언인 셈이다. 이에 대해 그는 “그림자는 있는데 실체는 볼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작업할 이야기가 주변에 널려 있는 지금이야말로 작가에게는 축복”이라고 말한다. 부조리한 사회 현실, 좀 더 내부적으로 들어가면 예술계 현실은 그가 쇼를 제작하는 원동력이었다.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감이 잡힐 듯 말 듯한 상태에서 다시 한 번 그에게 전 작업을 관통하는 핵심이 무엇인지 물었다. 돌아온 대답 중 기억나는 건 “옴니버스 드라마”다. 작업 하나하나를 옴니버스 드라마라고 생각하며 시간이 흘러 개수가 늘어나면 보다 성숙된 한 편의 드라마가 완성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그였다.
전화 인터뷰를 추가로 진행했음에도 기자는 오종원이 하려는 이야기가 그가 제작해온 여러 편의 쇼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명료한 답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이거 하나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쇼 메이커 오종원은 욕심이 무진장 많은 사람이라는 사실. 작업실을 찾았을 때 그가 신작이라며 보여준 LED 작품에는 “좋은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라는 문구가 박혀 있었다. 기자는 그 문구를 이렇게 바꿔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반드시) 좋은 작업을 해야만 합니다”로.
곽세원 기자

오종원
1986년 출생했다. 인천대학교와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한국화를 전공했다. 2011년 팔레 드 서울에서 열린 〈지상최대의 섹슈얼리티-예고편〉 제하의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총 3회의 개인전과 다수의 그룹전을 가졌다.

냉정한 신도시의 아이스박스 프로젝트 中〈떠오르기 연습〉 퍼포먼스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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