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TIC 김근태 미술이 철학을 사유하다
2.22~3.1 조선일보미술관
장계현 | 갤러리 담 대표
주말마다 촛불과 태극기 집회가 열리는 광화문 한켠에 자리 잡은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작가 김근태의 전시가 지난 2월 22일에 열렸다. 김근태는 일찍이 대학 졸업 이후 계속해온 비구상 작업을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전시장을 찾은 관객 중에는 작품이 없어서 그냥 몸을 돌려 나가는 사람이 있었다고 하는데 이는 현재 한국미술의 에피소드라고 본다.
김근태의 근작에서 보이는, 희뿌연 표면에 자유롭게 흩뿌려진 점들은 화면과 색조에서 조선초기 덤벙분청의 한 모습을 연상케 한다. 무념과 작위의 것들이 사라진 후에 남은 담담한 표정과도 같은 그의 그림에서 어쩌다 보이는 검은색 작은 점들도 수비를 완벽하게 거치지 않은 분청의 표면에 남은 철분 같다.
두껍게 칠해진 화면에 언뜻 희뿌연 화면이 들어오고 그 안으로 철분과 같은 짙은 밤색의 점들이 보일 뿐이다. 다시 바라보면 그냥 담담하게 사막에서 바라보는 별빛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묵직한 재료가 주는 흙의 질감에서 막막한 사막 한가운데 떨어져 있는 것과 같은 깊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때로는 두꺼운 유채의 붓질만으론 더 이상 갈 수 없는 한 지점에 멈춰서 있다. 화면 안에서 작가는 늘 〈담론〉이라고 말하는 주제에 평생 천착해 왔다. 〈담론〉의 대상도 자신과 화면에서 만나고 있는 순간이다. 그 순간에서 작가는 진지하게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며 화면에 긴장감을 일으킨다. 의도된 긴장감이나 붓질은 아니다. 숫한 붓질 끝에 더 이상 진행될 수 없는 한 순간에 작가는 숨을 멈추듯이 작업을 마친다.
더 나아갈 수 없는 그곳이 자연에서 바람이 만난 암벽 그곳일 수 있고 혹은 작가의 참선공부 중에 갈 수 그 경계이기도 하다. 소동파의 ‘여산진면목 (廬山眞面目)’이란 시의 한 구절처럼 암벽에 부딪혀 더 이상 갈 수 없는 곳에서 만난 바람소리와 구름 한 점에서 새롭게 작업이 펼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