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TIC 이상길 Contact
미부아트센터 5.13~6.23
김승호 동아대 교수
Contact. 조각가 이상길의 주관심사다. 형태가 공간으로, 공간이 형태로 드러나는 중견작가의 노정이다. 대작과 소작이 면적이자 구형적인 조각에 첨가되어 내부 공간과 외부 공간이 공존하고, 차갑고 화려한 형태들로 물질적이자 정신적인 경계마저 무색해지는 콘택트다. 중견조각가의 주관심사를 파악하는 기준이 보편적인 기준을 넘어선다. 이상길이 선택한 ‘콘택트’는 칼 세이건(Carl Sagan)이 1985년 발표한 공상과학소설의 제목이자 1997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영화 제목이기도 하다. 서둘러 우리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영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중견작가의 노정이 그다지 낯설지 않을 것이다.
<콘택트>는 우주에 있다는 베가성의 아름다운 해안에서 아버지의 형상과 짧은 만남을 이룬 엘리 애러웨이(조디 포스터)가 지구와 우주를 넘나든다는 줄거리의 공상과학영화다. 미지의 세계를 여행하면서 경험한 은하계의 수많은 정보와 여행 중 카메라에 찍힌 영상자료가 시청각적 증거물로 채택되었다. 우리에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하고, 공상이 공상으로만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남겼다. 지구라는 현실세계가 가상세계인 은하계를 인식하는 조건인 반면에, 조디 포스터의 탐구 욕구와 교신 연구는 그를 마침내 보이지 않는 세계로 내몰았고 불가능이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밖에 없다는 것까지 담았다. 우주선이 발사된 직후 바다에 추락하여 실패로 끝났다는 주변의 주장과 설득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18시간이라는 은하계의 시간이 기록되어 실재/우주와 가상/베가성의 경계마저 되물은 <콘택트>다.
Contact. 서구에서는 문화산업의 축이 된 반면에, 우주는 볼 수 있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아우르면서 우리들 삶 속에 스며 있다. 달에 계수나무와 토끼가 있다는 이야기는 우주를 눈으로 보려는 우리에게 상상력을 자극했고, 볼 수 없는 우주는 신비로움과 동시에 경외감을 갖게 하여 우리에게 이상길의 조각세계에서 경험해보라고 초대한다. 관조로 초대한 콘택트의 미술세계에 응할지 머뭇거릴지는 각자의 몫으로 남겨두더라도 우주에 대한 호기심은 “보이는 것 너머에 대해 상상할 수 있을 때 예술은 풍요로워질 수 있다”(최태만, <내 마음의 우주선에서 보내온 신호>, 2006, 전시도록에서 인용)는 작가의 주장과 상반되지 않을 것이다. 물질과 제작 방식이 빚어낸 형태미를 꼼꼼히 뜯어보자. 촘촘하게 용접한 흔적이 안으로 그리고 밖으로 고스란히 드러나는 원추형과 반원추형, 크기가 다양한 입방체의 작품들이 배치되어 우주공간으로 향하는 관객의 상상력이 풍요로워지고, 네거티브와 포지티브가 조우한 강한 원색의 추상적 형태(타원형)들로 촉각의 세계는 풍부해진다. 색이 홀로 존재할 수 없다는 강령이 내포된 최근의 신작들, 오목과 볼록의 각기 다른 형태가 상호 보완하는 변곡점들도 다양하다. 그러한 이계도함수f(x)의 부호가 바뀌는 방법마저 두 가지 색이 합쳐져 오목과 볼록의 상태가 바뀌는 지점들이 다채롭다. 수학적이자 과학적인 작품 제작 원리로 현대미술을 관통한 신작들이 눈에 띈다. 서둘러 해명하자. 볼 수 없는 우주가 작가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불러일으켜 형태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을 선사한 반면에, 미술은 색이 형태이고 형태가 색이라는 형식미에서 구체화되었고 오목과 볼록의 변곡점들이 작품의 제작 방식에 예속된다는 것이 이번 전시의 특징이다.
2016년 이상길의 전시 는 공간으로 상상하고 볼 수 없는 세계와의 교신을 요구한다. 전시에서 작업 방식의 다양성이 획득된 반면에, 관조로 초대 받은 우리는 미지의 세계를 가시화하는 것이 미술의 임무라는 진리에서 상상하고 교신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위 이상길 <Contact> 스테인레스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