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TIC 이주리 미끼대왕

갤러리 2 1.28~3.12

박경린 독립 큐레이터

이주리의 환상의 세계는 평면에서 시작해 공간으로, 애니메이션으로 그리고 다시 평면으로 향하는 실험 안에서 형태를 변화하며 모습을 드러내왔다. 그간의 작업에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한 개인이 직면하는 부조리, 그 속에서 드러나는 개인의 감정, 그리고 작가의 개인적 경험이 충돌하는 지점을 시각적인 형태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를 집중적으로 다루어왔다. 딱 잘라 정의하기는 힘들지만 암묵적인 형태로 존재하는 올바름에 대한 기준에 왠지 모를 불편함을 느끼고 틀 속에 오롯이 자신을 끼워 넣을 수 없었던 순간에서 비롯된 감정의 틈은 점차 확장되어 상상하는 어떤 세계-마치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하는 환상의 세계와 같은-에 곁을 내어주는 매개가 된다.
이주리의 두 번째 개인전 <미끼대왕>은 이러한 매개, 다시 말해 이질적인 두 세계가 만나는 틈을 낚는 미끼가 되고자 하는 작가의 욕망을 투영한다. 지그문드 프로이트가 햄릿 속 플로니우스를 빌려 언급한 “진실이라는 잉어를 낚아 올리는 허구적 미끼”로 정의된 환상성에 대한 정의는 작가가 전시장에서 보여주게 될 자신의 환상 세계에 대한 은유다. 동시에 윌리엄 골딩의 소설 《파리대왕》에서처럼 개인의 경험을 넘어 수많은 이분법적 대립이 충돌하는 무대로 이끌고픈 의지가 담겨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 <다크 판타지>에서보다 색은 더 대담해졌고, 회화의 숨은 층은 늘어났으나 화면 그 자체는 보다 추상적으로 환원되었다.
전시장에서 처음 마주하게 되는 <골무인간 서식지>(2016)는 색에 관한 작가의 변화된 태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형광노랑색의 배경에 빨강색 선이 그어진 오브제들과 여타의 회화 이미지들로 채워진 그림이다. 지금까지 흑백을 주조색으로 하는 드로잉과 회화적 표현을 통해 비정형의 세계에 대한 탐닉을 보여주던 작업과는 확연히 대비된다. 색이 주는 강렬함은 뒤이어 선보이는 다른 작업에서 원색의 강렬한 대비를 통해 확장된다. 색의 충돌 속에서 물속에 가라앉았던 물건이 떠오르듯 회화 속 각 요소들은 형태를 가지되 이야기의 서사성은 거세되어 있다. 첫 번째 개인전에서 선보였던 드로잉 속 요소들, 부지불식간에 떠오르다가 사라진 이미지들을 자유연상법, 그리고 작가 개인의 집적된 자료들 속에서 추출했다. 이로써 이야기는 분절되고 작가가 의도하는 이야기를 관람객이 따라가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 단위별로 보이거나 충돌되거나 관람객이 스스로 조합하거나 혹은 화면 그 자체만 남도록 한다. 관람객이 화면 앞에서 자기만의 상상으로 부족한 이야기를 채워 만들어내거나 회화가 만들어내는 이미지의 환영 그 자체에 보다 집중하게 하는 것이다.
비록 상상의 세계이지만 어디에 있든 그것은 적어도 작가에게만큼은 존재하는 세계다. 이전에 작가는 공사장, 꿈, 다크라이드와 같이 특정한 내러티브나 현실에 기댄 공감각적 경험을 통해 설명되지 않는 경험, 감정, 상상의 잉여물들을 설명하려 했었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는 화면 안에서, 평면 그 자체로, 어떠한 이야기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오롯이 상상의 세계를 통해 본인이 전달하고자 하는 부조리함의 세계로 미끼를 드리운다. 그것은 환상이자 곧 현실이다.

위 이주리 <골무인간 서식지>(오른쪽) 캔버스에 아크릴, 펜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