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TIC 디지털 트라이앵글 : 한․중․일 미디어 아트의 오늘
대안공간 루프 2014.12.30~1.31
최근 한국, 중국, 일본은 새로운 긴장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3국 정부의 우경화와 더불어 각국 간 정치적 관계도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하지만 고대 이래로 줄곧 경제적, 문화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3국은 현재 문화계를 비롯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서로 닮은 듯 다르게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야스쿠니 신사 참배, 독도 영유권 문제 등 갈등 요인으로 반일, 반한 감정을 고조시키는 여론이 일기도 하고 중요한 정보를 공유하는 군사협정을 맺으려 하는 등 문화계와는 사뭇 다른 관계를 보여준다. 영토 분쟁과 관련하여 중국과 일본은 센카쿠/댜오위다오 영유권을 놓고 긴장관계가 고조되다 지난해 11월 합의를 통해 관계를 개선했다. 영토 분쟁과 각국의 경제정책, 북한과의 관계, 핵문제, 자연재해 등 갖가지 갈등 요인들이 동아시아에 존재하며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한중일의 미디어아트 지형도를 볼 수 있는 전시 <Digital Triangle>은 의미 있다 하겠다.
각국의 참여 작가들은 고도화된 신자유주의하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생활상, 혹은 도시 풍경에 주목한 작업을 선보인다. 미디어 자체에 대한 실험을 하는 작가들도 있지만 주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우회적으로 보여주는 작업들이 두드러진다. 작가 이경호는 시골마을 버스정류장과 시골길을 걷는 작가의 모습, 잘못 지은 듯 삐딱하게 서있는 건물의 철거 전 모습을 보여주는 작업과 10원짜리 동전을 크게 확대한 영상과 더불어 실제 동전을 매달고 ‘Meaningless(의미 없음)’ 이라는 제목을 붙인 작업을 선보였다. 거의 쓸모가 없어진 10원짜리 동전은 예술작품이 되어 그 의미를 다시금 묻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GPS를 이용해 지도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한 양치안(Yang Qian)은 이미 많은 이가 시도한 방식으로 작업했지만 그가 <Mountain/Cultural Sqaure>에서 보여주는 공원의 풍경과 공원에 나와 노는 아이들을 돌보는 나이든 보모 혹은 할머니, 할아버지와 혼자 하릴없이 공원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노인들의 모습은 산업화된 중국의 일상을 드러낸다. 한중일과 더불어 동아시아의 독특한 구성원인 북한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은 왕궈펑(Wang Guofeng)의 작업은 잘 정돈된 교실과 긴장한 듯 보이는 북한 어린이들의 모습을 통해 동아시아의 관계에서 북한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고전에 대한 언급을 통해 인간 군상을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주는 먀오샤오춘(Miao Xiaochun)의 작업은 커다란 화면 속에서 현대인의 삶이 어떠한지 질문하는 듯하다. 도미나가 요시히데(Tominaga Yoshihide)의 작업 <세계평화>는 세계평화라는 한자어가 쓰인 판화를 만드는 퍼포먼스와 그 결과물을 보여준다. 아스팔트를 깔 때 쓰이는 마카담 롤러(Macadam Roller)로 세계평화를 짓눌러 찍어내는 작업은 어릴 적 학교에서 배우고 거의 모든 만화영화의 주제였던 ‘세계평화’를 만들어낸다. ‘세계평화’라는 한편으로는 당연하고 한편으로는 낭만적인 이 단어는 유효한 것일까? 과연 세계는 현재 평화로운지 아닌지 생각하게 만든다. 고전미술에 대한 언급과 다양한 미디어적 실험을 작업과 더불어 이번 전시에 소개된 작업들은 현재 한중일의 관계와 상황, 그리고 앞으로의 관계가 어떻게 되어야 할지 생각하게 만든다. 나아가 정치・경제・군사적 상황을 넘어 예술은,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든다.
서준호 오뉴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