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코드 액트
코드 액트
코리아나미술관 스페이스 씨 9.4~11.15
신체, 여성 등의 컨텍스트와 퍼포먼스의 수행적 역할에 대한 관심사를 확장시켜 온 코리아나미술관은 <코드 액트(Code Act)>를 통해 관람객에게 흥미로운 감각적 상황들을 제시하고 퍼포먼스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무용, 드로잉, 조각, 설치, 영화, 연극, 건축, 음악 등 다양한 매체를 기반으로 작업하는 10명(팀)의 작품은 미술관을 멀티플렉스(multiplex) 공간으로 탈바꿈시킴으로써 시각예술과 퍼포먼스의 공간적 확장을 꾀하였다.
전시장 입구에서 가장 먼저 마주치는 정금형의 작품 <7가지 방법> (2009/12)은 연극적 무대를 통해 ‘몸’과 ‘오브제’를 매개로 한 소통과 관계를 만들어내는 감각적 상황들에 대해 질문한다. 신체와 오브제(기계)의 이질성을 극복하고 적극적 관계 맺기를 통한 퍼포밍을 시도한 그룹 코드 액트(Cod. Act)의 작품은 인체의 ‘숨’을 통해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영향과 관계에 대한 실험적 영상작업이다. 지하 1층 전시장에서 가장 큰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윌리엄 켄트리지(William Kentridge)의 작품은 영화적 상상력과 시각적 효과를 이용한 작품을 통해 초기 영화에서 사용했던 스톱 모션, 화면 겹침, 디졸브 효과 등을 로맨틱하게 구현하고 시각예술을 영화적으로 탐구함으로써 관람객으로 하여금 혼성의 공간 안에 머무르게 한다.
계단을 따라 한 층 내려가면 본격적인 프로젝션 룸으로 변모된 공간을 마주하게 된다. 일상적인 오브제를 그로테스크하고 뒤틀린 퍼포먼스와 결합하여 인간의 광기와 본성을 표출하는 욘 복(John Bock)의 작업 옆에는 조앤 조나스(Joan Jonas)의 대표작 <리딩 단테 III>(2010)와 뮤지컬 형식을 통해 신체와 오브제의 인터랙션을 기반으로 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로리 시몬스(Laurie Simmons)의 작업을 만나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우스터 그룹(The Wooster Group), 덤타입(Dumb Type), 메리 레이드 켈리(Mary Reid Kelly)의 작업 또한 다양한 오브제와 실험적 무대 연출을 통해 연극, 신화,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학문적 문맥에서 퍼포밍의 형식적인 결과를 포용하고 편입시킴으로써 그동안 경험한 퍼포먼스보다 확장된 층들을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캐서린 설리반(Catherine Sullivan)의 <수요의 삼각형(Triangle of need)>(2007)은 영화적 내러티브의 구조 안에서 기괴한 동작과 해체된 언어로 재해석함으로써 직조된 내러티브, 역사적 판타지, 그리고 영화의 파편들을 재구성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이 다양한 매체를 통한 의미작용과 레퍼런스를 참조하고 있는 만큼 사전에 관련 정보를 알고 간다면 더욱 작품에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코드 액트전>은 이렇듯 관람(viewership)의 몰입을 통해 우리를 ‘몸’을 매개로 한 퍼포먼스 작품 안으로 안내한다. 다양한 인문학적 맥락 안에서 본인만의 ‘신체’의 조형 언어를 구축해 온 10명(팀)의 작품들은 퍼포먼스의 다양한 가능성을 살피고 관객들에게 관람의 확장을 경험하게 한다. 코리아나미술관은 이번 전시 기간 동안 프로젝션 룸으로의 변모를 통해, 다양한 융합과 레퍼런스들을 구체적으로 가시화하고 교감을 이끌어냄으로써 전시 공간에 유기적인 이음새를 만들어내고 관람객들로 하여금 총체적인 공감각성을 환기시킨다.
홍이지・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