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시아 민주주의의 거울과 모니터

아시아 민주주의의 거울과 모니터

광주시립미술관 상록전시관 8.22~9.28

대안공간 루프 디렉터 서진석과 아시아 20개국, 20명의 기획자 공동기획으로 ‘2014 아시아 창작공간 네트워크’ <아시아 민주주의의 거울과 모니터전>이 광주시립미술관 상록전시관에서 열렸다. ‘민주주의와 예술’이라는 개념을 공공적 담론으로 확장하여 제시하고자 하는 이번 전시는 역사적 배경이 서로 다른 아시아 민주주의의 다양한 정체성을 아시아 각국의 사회, 공공적 예술가들의 새로운 해석적 관점으로 살펴본다. 한국의 좌우 이데올로기로부터 비롯된 이항대립적 민주주의처럼 20세기 타의에 의한 근대화와 급격한 성장을 겪은 아시아 국가들은 서구적 산물로서 이식된 민주주의를 해석하고 적용하는 과정에서 왜곡된 민주화를 체험해왔다. 처음 모든 국민이 자신이 일처럼 아파했으나 이제는 진영의 논리에 빠져 더 이상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세월호 문제처럼 이분법적인 사고가 횡행하고 생명의 가치가 경시되는 이 시대에 공공적 예술 활동을 통해 21세기 새로운 인본주의적 민주주의를 모색해보는, 시기적으로도 적절한 전시였다.
<아시아 민주주의의 거울과 모니터전>은 아시아 각국의 사회적, 공공적 예술가들의 시각을 통해서 아시아 민주주의의 다양한 의미와 정체성을 재해석하고자 한다. 아직도 좌우 이데올로기로부터 비롯된 이항대립적 민주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국사회의 특징을 특유의 미적 감성으로 표현하는 배영환은 <유행가-이상한 열매>라는 작품을 내놓았는데, 캔버스에 깨진 술병 조각으로 인권운동의 상징처럼 된 빌리 홀리데이의 동명 제목의 노래 가사를 형상화했다. 소재와 내용면에서 대중성과 통속성, 키치적인 하위문화를 통해 정치적 언급을 드러내는 작품으로서 전체 전시공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았지만 큰 울림을 전해주었다.
일본의 비디오아트 그룹 침↑폼은 <실시간>이라는 영상에서 후쿠시마 원전사고 현장에서 실시간 중계하듯 흰 천을 바닥에 펴놓고 붉은색 스프레이로 그림을 그리는데 마치 일본 국기처럼 원으로 시작한 그림은 곧 방사능 표시문으로 완성된다. 작가의 몸에 상처를 내는 작업을 통해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정치사회적 이슈를 충격적 퍼포먼스로 해석하여 큰 반향을 일으켰던 중국의 허옌창과 종교가 중심이 되는 교조적 민주주의를 내포하고 있는 인도 작가 케미 바센느 그리고 왕이 지배하는 군주제의 가치관이 민주주의에 영향을 주는 태국 작가의 작품도 눈에 띄었다.
20세기 외세에 의해 개방을 하고 근대화된 서구적 산물로서 민주주의를 받아들여야 했던 아시아 국가들은 급격한 변화를 겪으며 성장했다.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적 특수성 위에 이식된 서구식 민주주의는 해석하고 적용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로 분화하며 아시아 각국의 정체성을 이뤄왔다. 이렇듯 서로 다른 사회적, 역사적 배경을 가진 아시아 국가들에 민주주의라는 의미는 서로 다르게 인식될 수밖에 없는데, 이번 전시를 통해서 아시아 국가들의 민주주의 양상들을 예술을 통해서 비교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먼지 하나에도 우주가 담겨있다’는 말처럼, 개별적인 것 어느 하나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개별이 조화를 이루면 우주가 되고, 우주는 개별의 존재 이유 하나하나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모든 가치를 존중하는 태도가 절실하다. <아시아 민주주의의 거울과 모니터전>은 새로운 위기에 봉착해 있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정점을 지나 자기분열의 위기를 맞은 시대에 던지는 작은 담론적 질문이자 과거와 현재에 걸쳐 아시아 민주주의의 다양한 정체성을 되짚어 보는 것을 넘어서서 21세기 미래의 새로운 조화론적 민주주의와 예술의 공공적 역할에 대해 논의하고 전망하는 전시였다. 이러한 다양한 시도들을 통해서  ‘존중과 공감’이라는 가치를 배우고 ‘민주주의와 예술’이라는 공공적 담론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앞으로도 공동연구와 시각이미지 생산을 통하여 아시아 민주주의라는 중요 담론에 대한 또 하나의 해답을 찾기 위해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나갈 아시아 창작공간 네트워크 협의체의 다음 행보에 큰 기대를 걸어본다.
전동휘・예술학